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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욕망
존 엘드리지 지음, 김애정 옮김 / 포이에마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책의 처음5장까지 저자의 주장은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최대한 저자의 관점을 존중하고 저자의 의도를 따라가려고 했으나 140여 페이지를 지나는 동안, 동의하기 어려운 주장들을 펼쳐 나갔다. 혹시 번역상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우리 말에서 욕망은 부정적인 의미가 크지만desire라는 말은 열정이나 갈망 같은 단어로 번역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 그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자는 유부남을 향해 타오르는 사랑의 감정을 숨기는 것이 잘못이며, 아메리카 대륙의 숨겨진 보물을 찾기 위해 약탈행위를 하는 사람들의 욕망을 높이 사고 있다. 그러한 욕망은 외면해서는 안되고 그것이 우리의 삶을 끌어올린다고 고양시킨다. 도대체 저자의 의도가 무엇인가? “자신의 내면에 대해서 솔직해져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는 백번 공감했다. 신자들 중에도 도덕적 가면으로 자신을 숨기며 고상한 척, 괜찮은 신자인 척 하는 분들이 많다. 그러나 자신의 내면을 정직하게 들여다 보는 것과 그것을 있는 그대로 내 보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우리의 내면, 우리의 욕망은 언제나 죄와 결부되어 있다. 저자는 우리의 삶의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욕구”의 중요성에 집착한 나머지 그 욕구에 타락한 인간 심성에 기초하고 있다는 중차대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고 느꼈다.
6장에 이르러 저자가 말하려는 바가 비로소 밝혀졌다. 안도의 한숨을 느꼈다. 솔직히5장까지는 이런 의미없는 책을 계속 읽어야 하나라는 갈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내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영화로 치차면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다. 의롭고 선한 주인공이라고 여겼던 사람이 극악한 배신자였음이 드러난다.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된다.
저자는 아무런 소망도 욕망도 없이 살아가는 현대인들에 주목한다. 그들이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이유는 자신의 욕망을 현실에서는 결코 이룰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자신의 욕망을 이룰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축소시킨다. 결국 삶은 무기력해진다. 대부분은 일에 이끌려 노예처럼 어쩔 수 없이 살아간다. 욕망을 잃어버린 것은 삶을 잃어버린 것과 같다!
술이나 섹스나 탐욕 같은 욕망은 우리의 진정한 욕망이 아니다. 그것은 결코 우리의 삶을 만족케 하거나 풍요롭게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싸구려 정크 푸드 일뿐이다. 하나님은 우리를 위해 풍성한 식탁을 준비해두셨다.
우리 속에 있는 진정한 욕망에 직면하라. 그것은 하나님의 선물이다. 욕망을 숨겨두고 회피하는 일은 마음을 죽이는 일이다. 얼마나 많은 신실한 그리스도인들이 무기력한 모습으로 살아가는가! 그러나 표면에 나타나는 욕망이 아니라 그 욕망 이면에 있는 진정한 욕망을 찾아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진정한 욕망에 직면하게 될 때, 우리가 갈망하던 그 모든 욕망으로부터 자유하게 된다. 우리 영혼의 진정한 욕망은 바로 하나님이시다.
저자가 말하려고 하는 것은 결국 거룩한 삶을 추구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접근 방식은 색다르다. 많은 (은혜로운) 경건서적들이 하늘에서 출발해서 하늘로 끝이 난다. 그래서 그 주장에는 얼마든지 동의하고 또 은혜를 받으면서도 (거룩하지 못한) 내 삶과 괴리감을 느끼게 만들 뿐이다. 그러나 저자는 하늘이 아니라 땅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나와는 다른 거룩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내 이야기에서 부터 시작한다. 온갖 잡다한 욕망으로 가득차 있는 우리의 마음, 그리고 그것을 갖지 못하는 우리의 절망감. 그리고 우리의 손을 붙잡고 우리를 하늘로 인도한다.
이 책은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많은 그리스도인들에게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풀어나가야할 지 알려주는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열정과 기쁨으로 충만한 삶을 살기 원하는 모든 신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