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
앤드류 머레이 지음 / 총신대학교출판부 / 1977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제목 그대로 겸손에 대해 다루고 있다. 비록 소책자이기는 하지만, 그 내용의 깊이에 볼 때 결코 가벼이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다. 아마도 겸손에 대해 이 책만큼의 통찰력을 가진 책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겸손을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찾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 사역의 비결이 바로 겸손이며, 겸손은 그 자체가 영광이요 예수 그리스도의 본질임을 설파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추구해야할 최고의 미덕이 바로 겸손이며 우리가 추구해야할 궁극적인 목적 역시 겸손이라고 말하고 있다.

겸손은 겸양지덕이 아니다. 참으로 자신을 보잘 것 없는 자로 여기는 자의식이다. 그러나 그것은 실패자로의 좌절감이나 자기연민에서 비롯된 것과는 다르다. 참된 겸손은 나 자신은 비록 보잘 것 없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고백하지만, 주 안에서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주를 의지할 때 무엇이든지 할 수 있으며, 역으로 가장 작은 일조차도 주를 의지해야만 할 수 있다는 고백이 바로 겸손이다. 그래서 겸손의 자기비하를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라 할 수 있겠다.

그에 반해 모든 교만은 우리의 타고난 본성이다. 가장 거룩한 사역을 행할 때에도 교만은 무의식적으로 우리를 잠식해 들어오며,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순간에도 그것을 깨닫지 못할 정도로 은밀하다. 그러므로 우리가 의식적으로 겸손의 자리에 있는지 자기를 점검해야 한다. 또한 겸손은 나의 노력이 아닌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그의 임재의식 하에서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겸손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겸손조차도 우리의 힘으로 이룰 수 없다고 고백할 것이다.

겸손은 하나의 사상이나 관념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우리는 스스로 하나님 앞에서는 겸손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앞에 무례히, 혹은 교만하게 행동한다면 그 겸손은 위선에 불과하다. 진정한 겸손은 사람 앞에서, 삶에서 드러나게 된다. 사람 앞에서 자신의 낮아짐을 참지 못한다면, 아직 겸손의 자리에 이르지 못한 것이다. 자기 자신을 버린 사람, 자기가 하나님 앞에 아무런 가치도 없고 쓸모가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고백한다면 우리는 모든 사람을 향하여나보다 낫게여길 수 밖에 없다.

 

이 책의 한가지 단점은 역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문맥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아마도 옛날 번역체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도움이 되기도 한다. 매끄럽지 못하기 때문에 꼼꼼히 읽게 되고 내용을 곱씹어 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시간을 흘러도 그 가치가 흐려지지 않는 책을 고전이라고 할 때, 이 책은 고전에 들기에 넉넉한 책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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