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비테의 공부의 즐거움 - 아이와 함께 읽어야 더 효과적인 자녀교육 바이블
칼 비테 지음, 남은숙 옮김 / 베이직북스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대부분의 한국 부모들이 그렇겠지만 나도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에 불만이 많다. 교육철학은 없고 천박한 시장논리만이 교육정책을 좌우하는 것처럼 보인다. 고등학생들이 모인 곳에서는 모두가 대학 등록금 부담을 줄여준다고 말하면서, 대학총장들 모임에서는 등록금을 너무 싸면 교육질이 떨어진다는 모순적인 발언을 하는 분이 이 나라 대통령이니... 한숨이 절로 난다. 모두가 대학교 가게 만들어 줄 것이 아니라, 대학교 안가도 되는 정책을 만들어야 되지 않는가? 도대체 왜 많은 젊은이들이 대학교 가야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대학 졸업생 대부분이 전공과 상관없는 곳에 취업을 하고, 상당수의 졸업반 학생들이 공무원시험 아니면 사법고시에 매달린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법고시나 공무원시험 둘 다 학력제한이 없다. 대학을 안 나와도 얼마든지 시험을 칠 수 있는데, 비싼 등록금을 내고 공무원시험 준비한다. 참으로 한심하고 한숨이 절로 나오는 현실이다. (로스쿨제도 때문에 사법고시 양상은 바뀌었겠지만)
 
한국 교육에 대해 평소에 불만과 불신이 가득한 나에게 어느날 이 책의 광고 문안이 크게 들어왔다. ‘저능아를 놀이를 통한 교육으로 천재로 만들었다’는 내용의 카피였다. 지체없이 책을 샀다. 하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미루다가 몇 개월이 지난 이제야 책을 집어 들었다.
그런데 책의 서두에서는 기대감보다는 실망감이 컸다. 칼비테는 조기 교육을 아주 강조하였다. 한마디로 조기교육 예찬론자다. 비록 그의 주장이 옳은 면이 있지만 우리나라 조기교육의 부작용과 폐단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는 나로서는, 그리 탐탁지 않았다. 게다가 저능아라는 말도 다소 부정확한 진단이었다. 단지 한 달 먼저 태어났고 목에 탯줄이 감겨져 있었다는 것으로 뇌손상을 입은 저능아로 판단하는 것은 아래도 무리다.
그러나 책을 읽어나가면서 처음의 부정적인 인식은 조금씩 바뀌어 나갔다. 아마도 칼 비테가 우리나라의 조기교육을 보았으면 분명히 심각하게 잘못되었다고 지적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칼 비테는 그가 천재로 불리운 것은 조기교육 때문이며, 조기 교육은 참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하지만, 강요에 의한 공부나 기계적 학습, 주입식 교육에 대해서는 잘못되었다고 날선 비판을 하고 있다.
칼비테가 받은 조기 교육은 전인적인 학습이었다.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교육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그는 자율적이고 창의적이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교육을 받았으며, 선과 악에 대해, 인간다운 삶에 대해, 그리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해 배웠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교육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책을 읽으면서 무엇보다 감동을 받은 것은 부모의 역할이다. 칼비테의 아버지는 칼비테의 교육을 위해 거의 모든 것을 쏟아 놓았다. 배움의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모든 환경을 조성했고 교육을 위해 모든 것을 안배했다. 어쩌면 칼비테의 배움의 시간보다, 칼비테의 부모가 교육을 위해 투자한 시간이 훨씬 많을지도 모른다. 칼비테의 아버지는 칼비테의 배움의 시간동안 항상 함께 했다. 칼비테가 천재라 불리운 것은 어쩌면 조기 교육이라기보다는 아버지의 세심하고 배려 깊은 교육 때문일이지 모른다. 칼비테의 학습은 거의 아버지에게서 비롯되었다. 말하자면 칼비테는 어떤 종류의 지식을 배웠다기 보다 아버지를 배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칼비테의 아비지는 칼비테로 하여금 공부는 즐거운 것이라고 느끼게 해 주었고, 공부해야 할 동기를 끊임없이 불러일으켜 주었다. 단지 공부만 하라고 닦달하는 오늘날 한국 사회의 부모들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 아닌가? 물론 내 자신의 모습도 크게 반성했다. 공부하라는 강요는 하지 않지만, 우리 자녀에게 학습의 동기를 부여하지도, 본이 될 만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책을 읽으면서 한국 교육의 실태가 자꾸만 비교 되었다. 이명박 정부는 자립형 사립고가 무슨 대단한 교육혁명처럼 이야기하는데 가슴이 텁텁하다. 한국의 모든 부모들과 교육당국자들이 이 책을 읽고 교육이 무엇인지 교육이 왜 필요한지, 다시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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