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읽어주는 남자 명진 읽어주는 시리즈 4
탁석산 지음 / 명진출판사 / 2003년 2월
평점 :
품절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고 하던가? 솔직히 part1을 읽으면서 실망감이 컸다.책의 내용을 한마디로 비판하자면, 과학주의의 늪에 빠져 길을 잃은 철학 이라고나 할까?

 인간을 하나의 기계적 대상으로만 인식하고 분석하는 것은 오래된 서양철학의 폐단인데, 저자의 글에서도 그 폐단에서 한 발자욱도 벗어나지 못한 것을 본다.

우선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과학에 대한 지나친 맹신에서 그의 철학이 출발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이룩해놓은 모든 철학적 논제들에 대해서 20세기에 이루어놓은 과학의 잣대에 두고 철저하게 제단한다. 현대 과학이 이루어놓은 어떤 성과물이나 결과물과 불일치하는 철학적 결론은 일단 무시하고 시작한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철학적 자세로서 합당하냐에 대해서 묻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철학이 해야하는 작업은 그 과학이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물어야 하지 않는가? 

십분 양보해서,  엄연한 현실이 놓여져 있는데 그것을 뒤집는 철학적 결론은 헛되다라는 것을 인정한다고 하자. 그런데 과학이 내놓고 있는 결과물은 "엄연한 현실"이 아니다. 과학이 내어놓고 있는 결과물은 과정 속에 있다. 언제든지 뒤집어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현대 과학이 내놓고 있는 성과물은 극히 불완전하고 미미한 지식에 불과하다. 도대체 과학이 밝혀낸 것이 무엇이 있는가?  이 우주의 근본적인 진리 혹은 이 우주를 설명할 수 있는 모든 지식에 비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은 너무나 초라하다.  우리가 과학에 대해 놀라고 맹신하는 것은  이제 껏 우리가 알지못하던 지식(혹은 진리)에 비해서 너무나 파격적이 새로운 것이었기 때문일 뿐이다.  그러나 실제로 현대 과학이 알고 있는 내용은 사실 너무 초라하지 않은가? 이 지구에 대해서 과학이 알고 있는 것은 너무나 적다. 우주에 대해서는 거의 모른다.  우리 몸에 대해서는 어떠한가? 역시 알고 있는 부분이 너무나 적다.  DNA의 발견, 양자 역학의 세계에 대한 탐구와 같은 이전에는 사상할 수 없었던 세계에 대한 지식이 우리에게 주어졌기 때문에 인간이 마치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처럼 혹은 상당부분 알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저자도 이 착각 속에 함몰되어서 과학이 내어놓은 결과에 모든 철학적 과제를 제한하고 있는 것 같다. 중세까지 소위 과학이 철학의 시녀였다고 한다면, 저자의 주장은 과학의 시녀로 전락한 철학을 설파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 도대체 과학이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저자는 과학의 엄청난 결과물 앞에 한마디로 "쫄았다" 철학은 이제는 과학과 상대가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과학 앞에 백기 투항하고, 그의 모든 철학적 논의를 과학아래에서만 행하려고 한다. 그래서 그가 발견한 유일한 철학의 생존 구역은 바로 과학이 다루지 않는 ’의미’라는 것이다. (그러나 과학과 의미를 동일선상에 놓고 다룰 수 있는 다른 카테고리라고 할 수 있을까?  과학 자체가 인간에게 있어서 이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데 과학을 피해서 의미로 들어간다는 것도 모순아닌가? 사실은 의미가 과학을 포괄하지 않은가? 결국 과학을 포함한 세계전체를 아우룰 수 있는 것이 현상학이나 해석학이지, 철학이 과학을 신성불가침의 자리로 구별해두었다고 과연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저자는 인간의 인간됨을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 저자가 생각하는 인간은 그저 생물학적인 구성물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이러한 명제에 동의할 수 없다(물론 많은 사람들이 이 전제를 받아들인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인간은 고기덩어리 이상이다.  인간은 물리적인 현상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그 이상의 것이 있다. 물론 과학적으로 증명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또한 과학이 발견한 진리가, 인간이 없다면 그것이 과연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 세상의 모든 진리는 ’내가 존재함으로’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인간이 없었다면 과학적 논쟁 자체도 일어나지 않는다.  더 나아가 우리가 생각하는 과학이란 결국 우리가 파악한 과학이다. 우리가 파악하지 못하는 더 고차원적인 과학적 세계가 있고, 그 과학적 세계는 우리의 경험하는 모든 현실을 뒤엎는 다면 어떠하겠는가?  철학의 위대한 점 혹은 인간의 위대한 점은 바로 경험을 최종적 진리로 인정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한가지 저자는 적어도 학자로서 진실하다는 점은 아주 높이 평가할 만하다. 솔직히 우리 사회에 교수라는 직함에 어울릴 정도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될 지 의문이다.  그저 박사학위(혹은 그것에 준하는)라는 라이센스를 따서 학맥이나 인맥 혹은 돈으로 교수된 사람이 너무 많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실력없는 교수들이 너무 많다. 저자는 적어도 그런 부류와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공부안하고 놀고먹는 교수와는 격이 다른 느낌이다. 이런 학자들이 대우를 받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철학에 대한 저자의 관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part 1

 우리 삶에 나타난 여러 현상들의 철학적 의미를 보기 위해서는 part 2

 한국 사회에서의 철학의 현주소를 알기 위해서는 part 3을 읽어보라

 철학에 그다지 흥미가 없는 분들은 part2부터 읽으면 흥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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