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내 머리 속에 뚜렷한 흔적을 남긴 몇 안되는 소설이다. 사실 사람들에게 소설을 딱 두권을 추천하라고 한다면 움베르크에코의 "장미의이름"과 바로 이 책을 주저없이 꼽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가장 놀라웠던 것은 1950년대까지 흑인이 재판에서 이겼던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것이다. 노예 해방이 선언된지 거의 1세기가 흘렀음에도 흑인의 인권은 거의 보장받지 못했다는 것이 너무나 놀라게 했다. 그것도 틈만 나면 외국에 자유와 인권을 부르짖는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이토록 비 인권적인 일들이 일반적이었다는 사실이 얼마나 놀라운가?
백인에게 있어 흑인은 앵무새만도 못하다. 자유와 평등과 인권을 부르짖는 그들의 구호는 자기들의 도덕적 우월성을 과시하려는 명분에 불과한 헛구호에 다름아니었던 것이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이러한 차별이 가득할 것이라 믿는다. 미국은 엄격한 계급사회이다. 인도의 카스트제도를 비웃고 반인권적인 종교라고 비난하는 그들은 자기들의 세계에 대해서는 왜 그리 관대할까? 종종 해외토픽에 나오는 동물들에 대한 과잉적인 보호 사례들, 사람이 다치는 것보다 그네들의 애완동물이 다치는 것에 더 크게 호들갑을 떠는 그 모습들이 얼마나 가식적인가? 길거리에 넘쳐나는 노숙자들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면서 짐승에 불과한 강아지한테는 얼마나 지극정성을 쏟는가? 동물학대 금지법은 엄격히 적용하면서도 사람에 대해서는 얼마나 가혹하게 대하는가? 그네들에게는 힘없는 사람들은 개 만도 못한 존재가 아닌가?

그러나 과연 이것이 서구 사회 만의 문제일까 생각해본다. 우리 사회는 다른가? 다르다라고 자신있게 말하기 힘들 것이다. 천박한 자본주의에 잠식당한 한국 사회도 미국 사회의 모습에 점차 닮아간다. 우리 사히도 점차로 계급화 되어가고 있다.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 대해 갖는 우월감,  다른 종이라고 생각하는 그 우월감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인간은 얼마나 합모순적인 존재인가? 자신을 들여다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이 떳떳하게 주장되며 그 어리석음이 광범위하게 인정되는 이 아이러니함.

한 인격이 다른 인격을 인격으로 대우하지 못하는 것은 참으로 슬프고 가슴아픈 일이다. 인격이 인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서로가 서로에 대하여 용납되지고 관용되어지는 그런 사회는 꿈일까? 부머의 '나와 너의 관계'는 요원한 일일까?

길거리에서 굶주리는 길잃은 강아지에게는 측은지심을 품으면서 희망잃고 살아가는 노숙자에 대해서는 알수없는 적개심을 품는 나의 이 모순됨은 앵무새를 죽이지 못하게 하는 백인들과 얼마큼 차이가 나는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 특별히 소위 상류계층에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이 책을 꼭 읽고 우리시대를 성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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