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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반양장)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ㅣ Mr. Know 세계문학 20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2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흥미나 작품성은 전세계적으로 발간되자 마자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는 떠들썩한 카피에 비해서는 떨어진다고 하겠다.
적어도 내가 이 책을 샀을 때의 기대치는 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 정도는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코 장미의 이름에는 비할 바가 못된다. 애초에 기대치를 너무 높게 잡고 샀던 탓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감없이 이 책을 접했다면 꽤나 재미있게 읽을만한 책인 것만은 분명하다. 일단 '냄새'를 소재로 했다는 것 자체가 독특하다. 예전에 향수를 주제로 한 만화책을 잠깐 본 적이 있기에 '냄새'를 소재로 했다는 것 자체가 독특하다기 보다, 주인공의 이력, 곧 아무런 냄새가 없는 인간이라는 설정이 특이하다고 할 수 있다.
세상의 모든 냄새를 맡을 수 있으며, 냄새를 통해 많은 것들을 알아낼 수 있으며, 심지어 냄새를 통해 사람들을 조정할 수 있는 법까지 알아낸 주인공, 그러나 그의 삶은 너무나 허무하게 자살에 가까운 선택을 하게 된다. 아니 사실은 자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 그루누이를 통해서 작가가 그려내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요? 그루누이는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능력을 가졌지만, 실제로는 세상의 그 어느것도 소유할 수 없었던, 이 세상의 그 어떤 것도 그를 만족시킬 수 없었던 것 같다. 그의 생애에 유일하게 의미로 다가온 '냄새'는 그에게 만족감을 주는 동시에 끝없는 갈증을 동시에 안져주었다. 그에게 '냄새'만이 의미가 있었고, 그 어떤 것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래서 냄새만을 좇으며 살았고, 냄새를 위해서라면 그 어떤 것도 희생시킬 수 있었다. 사람의 생명도 의미가 없다. 냄새만이 중요하다. 사람도 냄새를 얻어낼 수 있는 재료에 불과한 것이다. 어쩌면 '냄새'는 그에게 마약과 같은 것이었는지 모른다. 절대절명의 위기의 순간에 기가막힌 방법으로 탈출하고서 곧 바로 자살한 것은 모든 냄새를 다 얻어낸 그에게 더 이상 삶의 의미가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목표를 달성하고 난 후에 그에게는 더 이상 삶은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리라.
인간은 인간일 때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단지 인으로는 인의 가치를 차지 못한다. 인이 인간이 될 때, 곧 인간과 인간이 관계를 맺음을 통해서야 비로서 자신의 가치와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주인공 그루누이는 이 관계를 맺지 못하는 치명적인 결함을 가지고 태어난 것 같다. 그의 출생부터가 세상으로부터의 단절과 버림받음이었다.
주인공 그루누이에 대해서 어떤 철학적 의미를 따로 부여하고 싶지는 않다. 물론 얼마든지 그를 통해 인간을 조망하고 철학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은 견강부회가 될 가능성이 높을 뿐더러, 저자가 애초에 어떤 심오함을 담으려고 한 것 같지 않다.
다만 우리가 달려가는 목표가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정도는 되물어 볼 필요가 있을 것읻. 그 목표가 정말로 소종한 것인가? 정말로 가치가 있는 것인가? 불나방이 불을 쫓던 주인공 그루누이가 냄새를 쫓아살듯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정도는 생각해봄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