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정재승 지음 / 동아시아 / 2003년 11월

이 책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생활 속에 벌어지는 일반적인 현상들에 대한 과헉적 해부, 혹은 우리가 알고있는 잘못된 상식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단은 과학이나 호기심하고 거리가 먼 사람에게는 좀 어려운 책일 수 있다. 최대한 쉽고 재미있게 써 놓은 것이 사실이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런 일상적인 일에 대한 호기심 자체를 상당히 귀찮아(?)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흥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호기심 천국인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책이다. 쉽고 재미있지만 결코 무게가 떨어지는 책은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각 챕터 끝에는 보다 더 자세한 내용을 알기 원하는 독자들을 위해 참고 서적과 웹사이트를 소개해두고 있으니, 말그대로 호기심 가득한 사람을 위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의 특징은 보통 사람들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어떤 의미에서 시시콜콜한 문제들을 집요하게 추적해 들어가서 그 것에 담겨져 있는 과학적 의미를 분석해 내는 것이다. 그래서 과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골치 아픈 책일 뿐이고, 호기심이 많은 사람에게는 그야말로 흥미진진한 책이다. 이런 의미에서 성인보다는 청소년들에게 더 좋은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솔직히 성인이 되어서는 먹고 살고 바쁘기 때문에 이런 복잡한 과학적 이론에 대해서는 별로 알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솔직히 그것을 안다고해서 실생활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청소년들에게는 호기심을 자극하고 과학적 흥미를 불러 일으킨다는 점에서 매우 좋은 책이라고 할 수 있겟다.

4악장으로 구분했는데, 구분의 의미는 잘 모르겠다. 그냥 나름대로 구성해 놓은 것 같다. 여기에 나온 현상들은 주로 복잡계 이론 혹은 카오스 이론을 토대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아마도 저자의 관심이 여기에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부제로 복잡한 세상 & 명쾌한 과학 이라고 말하고 있다.  세상은 매우 복잡하게 돌아가지만 과학을 통해서 그 현상들을 모두 다 해결하고 설명할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매우 위험한 생각이 내포되어 있는데, 바로 과학 만능주의 혹은 과학지상주의이다. 과학이 인간사의 모든 것을 해결준다는 믿음은 참으로 나이브한 생각이다. 엔지니어나 생각할법한 철없는 사상이다.(엔지니어를 비하하자는 의도는 결코 아니다) 이 세상은 과학만큼이나 혹은 과학보다 더 소중한 가치와 내용들이 얼마든지 있다. 예를 들면 꿈과 상상력이다. 산타클로스가 이론적으로 결코 모든 아이들에게 선물을 전달할 수 없다고 증명하는 것은 얼마나 쓸데없는 일인가? 저자는 잔인한 일이라고 했지만 내가 보기에는 쓸데없는 일이다. 산타클로스는 과학의 영역에 있는 것이 아니라 꿈의 영역(마법의 영역)에 있다.  마법의 세계에서 과학을 드미는 것은 잔인한 일이 아니라 미련한 일이다.

세상에는 과학말고도 소중한 가치들이 얼마든지 있다. 사랑과 희생과 봉사같은 인간 정신의 숭고함을 과학으로 재단하고 해석할 수 있다는 말인가? 어떻게 보면 세상은 복잡하지 않다. 인간이 복잡할 뿐이다. 인간이 복잡한 것은 감정과 가치관 때문이다. 감정을 과학적으로 분석할수 있다는 믿음은 참으로 위험한 발상이다.

막판에 좀 비판하기는 했지만, 저자의 호기심 가득한 자상한 설명들은 우리에게 새로운 지적인 세계를 열어주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과학에 관심이 있는 모든 이들에게 넉넉히 추천할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