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 영혼의 편지

반 고흐, 영혼의 편지 (반양장) ㅣ 반 고흐, 영혼의 편지 1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신성림 옮김 / 예담 / 2005년 6월

자기 자신보다 자기를 더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누가 머래도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자기가 가장 잘 안다. 사람들이 보는 모습은 그의 내면이 아니라 그가 드러난 모습, 그것도, 드러난 모습 그대로가 아니라, 관찰자의 렌즈에 의해 왜곡된 모습일 뿐이다.

그래도 사람들은 다 사람에 대해서 평가를 하고, 그 사람은 이러 이러한 사람이다라고 말한다. 누가 자신있게 고흐에 대해서 잘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고흐의 말을 따르자면, 그의 동생 테오밖에 없다. 하지만 테오는 고흐에 대해서 글을 쓴 적이 없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우리는 고흐에게 직접 자신이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들을 기회가 주어졌다. 바로 그의 편지들이다.

'반 고흐, 영혼의 편지'는 제목 그대로 그의 영혼의 편지라 할 수 있겠다. 그의 가장 절친한 동생이자, 친구이자, 또한 후원자인 테오에게 쓴 600여통의 편지 속에서, 우리는 미술의 거장이라고 채색된 고흐가 아닌, 고뇌와 슬픔과 모든 역경 속에서도 불타는 열정을 품고 있었던 한 인간 고흐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의 편지 속에 그 어떤 미술 평론가보다 더 정확한 고흐의 그림에 대한 평가를 볼 수 있다. 바로 고흐 자신이 자신에 대한 설명이 편지에 담겨있다.

그의 편지에는 무엇보다도 미술에 대한 열정이 곳곳에 배여 있다. 오직 그림을 그리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그의 병과 우을증과 약한 체력에도 불구하고 그림에 대한 갈망은 끊임없이 솟구쳐 오르고 있다.

편지를 읽으며 테오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테오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세상 사람들이 다 몰라주어도, 테오만큼은 형을 믿어주었다. 오직 그 만이 고흐의 그림과 그의 무한한 잠재성을 인정했다. 어쩌면 테오는 고흐를 위해 태어났는지도 모른다. 테오는 고흐가 죽자 뒤따라 병으로 숨진다. 고흐의 유일한 후원자였으며 정신적 지주였다. 테오가 없었다라면 고흐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고흐가 만약 조금만 더 부요했다면, 그가 살아생전에 조금만 더 유명세를 타고, 조금만 더 그의 그림이 팔렸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수십억이 호가하는 그의 그림이, 그가 살아있을 동안에는 단 한점밖에 팔리지 않았다니 ... 이런 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예술은 사기야 라고 말할 법하지 않은가? )그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의 그림도 달라졌을까?

그가 죽고 나자, 그의 그림은 비로소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혹 고흐와 같은 사람이 더 많을 수도 있지 않을까?  전혀 빛조차 보지 못하고 쓰레기통으로 던져져서 그의 존재마저도 잃어버린 사람들... 테오가 없어서 그 잠재성을 꽃피우기도 전에 사라져버린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고흐를 읽는다는 즐거움보다 그의 생애의 서글픔이 - 비록 고흐는 더 긍정적이고 낙관적으로 살았겠지만 -  더 진하게 배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