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게스트하우스
가쿠타 미쓰요 지음, 맹보용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도쿄 게스트하우스에 등장하는 인물의 대부분은 여행자들이다. 어떤 목적을 가지고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여행을 위해 여행을 하는 인물이다.

솔직히 저자가 무엇을 의도하고, 어떤 메시지를 말하고 싶었던 건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제대로 읽은 것이라면 등장인물에 나타난 인물들에게서 어떠한 유쾌함이나 발랄함 혹은 생에 대한 진지함 등은 찾아볼 수 없다.

여행자는 책임이 없다. 여행자는 단지 그곳을 즐기다가 떠나버리면 끝이다.  실제로 이 소설에 등장하는 여행자들은 다 생애의 낙오자처럼 보인다. 그들에게는 미래가 없다. 단지 여행을 하다가 돌아갈 곳이 마땅치 않는 자들이 모여서 사는 여관비슷한 곳에서 벌어지는 에피스드를 그리고 있다. 거기에는 어떤 진지함도, 애뜻함도, 또는 삶에 대한 치열함도 없다. 시시콜콜하고 무미건조하고 무기력한 삶의 나날들을 그려내고 있다. 게다가 부도덕하고 비윤리적이고 무책임한,... 마치 철없는 10대들처럼... 물건을 아무렇지도 않게 훔지고, 사람들이 들으란듯이 요란하게 섹스를 즐기고, 또  아무런 연애감정도 없이 이 남자 저남자에게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잠자리를 청하고..... 물론 주인공 아키오는 이들과는 거리가 어느정도 있는 성실한 삶을 살려고 노력하기는 하다.

주인공 아키오는 무슨 연고인지 몰라도 아무 말도 없이 어떤 대책도 없이, 그녀의 애인 마리코를 떠나 무작정 여행길에 오른다. 그리고 다시 도쿄로 돌아온다. 빈털털이로.. 그가 돌아갈 곳은 현재로선 딱히 마리코 밖에 없다. 그러나 마리코는 아주 매몰차게 아키오를 무시한다.

이책에서 유일하게 여행자가 아닌 정착인은 마리코 뿐이다. 물론 그의 친구 하다와 키짱이 나오긴 하지만.., 정착인은 마리코는 여행자 - 무책임한 - 아키오를 받아들일 수 없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 아닐까? 이 책에서 어떤 의미에서 정상인은 아키오 뿐이다. 모두 다 비정성적이다. 그들은 삶을 정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부랑자이다.  마리코는 아키오에게 이렇게 말한다.

'내가 듣고 싶은 것은 네가 무엇을 보았냐는 거, 내가 없는 장소에서, 오직 혼자서, 무엇을 보고, 어덯게 생각했냐는 거' - 주인공은 아키오이지만, 저자가 실제로 말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마리코의 이 말이 아닐까? 정착하기를 거부하고 삶을 나누거나 삶에 의미를 부여하지 못며 떠돌아 다니는 현대인들에 대한 메시지가 아닐까? 마리코가 아키오를 거부했던 것은 단지 말없이 여행을 떠났기 때문이 아니라, 여행자의 삶의 태도가 그에게 배여 있기 떄문이 아닐까?

나의 이런 평가와는 달리 서평에 보면 온통 여행에 대한 호평이 주를 이룬다. 그리고 그 여행자들의 휴식처인 도쿄 게스트 하우스은 반드시 필요한 곳, 있어야만 했던 곳이라고 이야기 한다.  저자는 과연 게스트 하우스가 필요성과 정당성을 이야기 하고 싶어했던 것일까?

말미에 게스트 하우스의 주인공 쿠레바야시시는 생각지 않았던 여행의 제왕의 등장으로 인해 힘들어하다가 결국 자기의 집을 도망치 여행한다. 여행자를 위해 게스트 하우스를 만들었던 쿠레바야시 가 여행의 제왕이라는 자에게 쫓겨 여행을 떠난다.. 상당히 아이러니하지 않는가?

저자가 이 책을 쓰면서 던지고 싶었던 메시지가 무엇인지 자못 궁금하다.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알지 못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만은 확실하다. 여행자의 자세로는 결코 삶을 꾸려나갈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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