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청이 무슨 효녀야? 돌개바람 14
이경혜 글, 양경희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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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이 무슨 효녀야? 제법 도발적인 제목이다.
이런식의 발상은 소위 포스트 모던 시대의 전형이다. 그래서 제목만으로 보면 솔직히 염려가 조금되었다. 6살,8살 밖에 안된 우리 애들에게도 이런 모습들이 보이는데, 그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기때문이다. 창조적인 발상이나 그것이 과연 그러한가 하는 숙고는 좋은 일이지만 옛것에 대한 근거없는 거부와 전통가 권위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발은 사회에 심각한 역기능을 초래하기 떄문이다. 온고지신은 당연히 권장되어야하지만 포스트모던적 현상은 심히염려스럽기 떄문이다.
하지만 이런 염려는 쓸데없는 기우였음이 곧 밝혀졌다. 제목이 도발적이기는 하지만,  저자는 말그대로 온고지신의 정신으로 옛이야기에 담겨져 있는 해악적 요소들을 제거하고 건전하고 아름답게 바꾸어 옛 이야기를 재구성하고 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참 이해가 안된 부분이 있었다. 이 책은 분명히 동화일터인데, 저자의 말투가 모두 반말이었다. 이랬어 저랬어 라고 말을 뱉어내듯이 하는 부분이 영 거슬렸다. 의아하게도 이야기 뒷부분의 해설은 경어체였다. 그냥 경어체가 아니라 아주 부드럽고 자상하게 글을 써놓았다. 아니 바꿔야 하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화는 부드러운 높임말을 쓰고 해설은 어차피 부모가 읽으니 평서체로 써도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책말미의 작가의 말을 보고 저자가 이렇게 쓴 이유에 대해서 크게 공감했다. 저자는 이야기의 특성은 입에서 입으로 굽이굽이 강물처럼 흘러서 전해져 왔으며, 그래서 기억에 의존하다보니 사람마다 이야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또 의도적으로 바뀌기도 하면서 세월에 따라 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글자가 생기고 나서 책이 나온 후에 구비문학의 전통이 사라지고 책으로 전해진 이야기는 변할 수 없는 단단한 존재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감성도 사라지고 이야기를 해 주는 사람이 좀 더 재미있게 꾸밀 수도 없도록 만들게 되었다는 것이다. 즉 옛날 이야기가 구전으로 전해질 때는 살아서 시대에 맞게 변형되며 살아남았는데 책이 나옴에 따라 옛날 이야기는 말 그대로 "옛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것은 오늘날과 전혀 상관없는 '옛' 이야기가 될 뿐이다. 저자는 이 점이 안타까웠던 것같다. 그리고 그 점에 크게 공감한다. 그래서 저자는 의도적으로 동화를 옛날 할머니가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반말로 적었던 것이다.  저자의 사려깊음에 경의를 보낸다.
 이 책에는 총 5개의 이야기가 있다. 선녀와 나무꾼, 심청이, 우렁각시, 콩쥐팥쥐, 춘양전.
각 이야기들을 어떤 것은 패러디해서 전혀 다른 이야기를 만들었고(콩취팥쥐, 춘향전, 우렁각시) 어떤 것은 후편의 이야기를 나름대로 덧붙혀서 이야기의 완성도를 높혔다(선녀와 나무꾼) 그리고 어떤 이야기는 이야기 중에 잘못된 생각을 벗겨내고 거기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서 보다 더 교훈적인 이야기로 만들고 있다(심청이)
작가의 상상력과 또 어린아이를 위하는 마음이 이야기 속에 하나 하나 녹아져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읽어보라고 던져주는 책이 아니라 부모가 함께 앉아서 마치 부모가 옛날이야기를 하듯 책을 읽어 주어야 제맛일 것이다. 더불어 이야기를 끝낸 후에 자녀와 함께 그 이야기에 대해서 토론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옛 것에 집착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옛 것이라 배척하지도 아니하며, 옛 것을 반추하여 오늘날의 것으로 새롭게 만드려는 저자의 진지한 태도는 우리 모두가 배워야 할 자세다.
어쩌면 나는 이야기 속의 교훈 보다는, 저자의 이러한 자세에 더 큰 교훈을 배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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