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와 가이사 - 바울과 누가의 저작에 나타난 복음과 로마 제국
김세윤 지음, 박문재 옮김 / 두란노키즈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그리스도와 가이사
 
기독교 근본주의적 시각에 사로 잡혀있는 분들에게 이 책의 논의를 불필요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근본주의는 정교 분리 원칙을 고수합니다. 교회가 정치에 관여하는 일은 잘못이고 교회는 오직 신앙의 영역에서만 그 권위를 행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소위 민중신학으로 대변되는 급진주의에서는 이러한 근본주의적 시각에 대해서, 만연해 있는 악을 외면하고 오직 개인 구원에 만족하는 이기주의적인 행위라고 비난합니다. 이러한 시각의 신학적 토대는 바로 하나님의 만왕의 왕이라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종교적 영역에서만 주(主)가 아니라 온 세상의 주(主)시기에 당연히 정치적 영역에서도 그리스도의 주되심을 드러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신학적 입장의 토대를 다지기 위해 학자들은 그리스도에게서 정치적 혁명가의 모습을 찾아내고, 성경도 그런 식으로 해석합니다. 물론 고도의 학문적 신학적 연구 결과를 가지고 자신들의 신학적 입장을 견지합니다.
김세윤 교수의 ‘그리스도와 가이사’는 이런 급진주의적 혹은 정치신학적 입장이 틀렸음을 학문적으로 반박하고 있습니다. 물론 대다수의 한국 교회에서는 이런 정치신학적 입장이 생소하기 때문에 반박할 필요조차도 못 느끼지만 신학의 세계에서는 이런 입장이 틀렸음을 학문적으로 반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신학은 교회의 뿌리와 같아서 겉으로 보면 불필요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교회의 신앙을 좌우하게 됩니다. 김세윤 교수와 같은 이런 작업이 없다면 교회는 언젠가는 민중 신학적 색깔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한국의) 근본주의적 시각이 옳은 것만은 아닙니다. 가장 치명적인 오류는 바로 이원론입니다. 교회는 교회고 정치는 정치다라는 식의 발상은 심각한 오류입니다. 말미에서 김세윤 교수도 언급하고 있지만, 정부의 권력에 의해 교회가 엄청난 박해 가운데 있을 때에는 교회가 정부에 대하여 정치적으로 대항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습니다. 그리스도의 오심은 무엇보다도 죄와 사단에 묶여 있는 인간 영혼의 구원에 초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적으로 대항하면 영혼 구원이라는 원초적인 사명을 이루는데 심각한 방해가 됩니다. 그러나 종교의 자유가 주어진 곳에서 기독교인이 정치 현실을 외면한다는 것 또한 잘못입니다. 우리는 삶의 전 영역에서 그리스도의 주 되심을 드러내야 합니다. 그 속에는 정치도 당연히 포함됩입니다. 악과 타협하지 말고 공의와 정의를 실현해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그리스도인 정치가들 중에는 그리스도의 주되심을 정치계에서 드러내는 분들이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스도의 주되심을 정치계에서도 나타내어야 한다는 뜻이 기독교를 정치 세력화해야 한다는 것을 결코 의미하지 않습니다. 김세윤 교수가 이 책에서 변증하고 있는 내용이 바로 이것입니다. 기독교는 힘과 권세로 세상을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섬김과 희생을 통해 그리스도를 전파함으로 세상에 하나님 나라를 세우는 것입니다.
한국 교회는 한 편에서는 이원론을 견지하면서, 한편에서는 기독교를 정치 세력화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이율배반적이고 모순적인 행동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한국 기독교의 현실 속에서 이 책은 교회가 정치에 대해서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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