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의 기술 - 심리학자의 용서 프로젝트
딕 티비츠 지음, 한미영 옮김 / 알마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은 어쩌면 저주 가운데 태어났는지 모른다.
하이데거의 말대로 인간은 이 세상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피투되어 있다. 하이데거는 기투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하지만 결코 녹녹치 않다. 안타깝게도 인생에는 연습이란 없고 곧 바로 실전이기 때문이다. 알몸으로 세상에 던져져 시행착오를 거쳐서 길을 찾아간다. 그나마 끊임없는 시행착오만을 반복할 뿐 정도를 찾기에 너무나 요원하다. 오죽하면 공자가 아침에 도를 깨달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고 말했던가?
너나할 것 없이 무지의 상태에서 세상을 헤쳐나가다 보니 서로에게 상처를 받고 상처를 입히는 일들이 다반사가 된다. 인생은 고뇌의 연속이고 행복은 단속적으로 찾아온다.
우리는 이 세상에 대해서, 인간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다. 그러면서도 너무나 용감하게 살아간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그래서 선대들이 범했던 실수를 후대들도 반복한다.
그러나 다행한 것은 어떤 이들은 자신이 겪은 혹은 선대들이 걸었던 무한한 시행착오를 통해 어떤 해답을 찾아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혜로운 자들은 그 답을 자신의 것으로 삼아 시행착오들을 줄여나갈 수 있다. 

용서의 기술은 바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너무나 쉽게 범하는 잘못들, 인생을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그 무지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훌륭한 수단을 제공해주고 있다.
에히리 포름은 ‘사랑의 기술’을 통해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고 ‘배우고 익혀야 할 기술’임을 강조했다. 참으로 탁월한 식견이다. 사랑을 배워야할 기술이라면 용서 또한 우리가 살아가면서 필히 배워야할 기술이다.
용서하는 법을 배우지 못해, 분노로 자신의 삶을 태워버리는 자들이 얼마나 많던가? 복수는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맹복적으로 상대방의 파괴만을 원하는 감정이다. 상대를 파괴한다면 내 자신도 파괴되도 상관없다는 어리석은 행위이다. 그런데 너무나 많은 이들이 복수의 이 어리석은 면면을 보지 못한다. 

용서의 기술의 원제는 ‘살기 위해 용서하라(forgive to live)'이다.  용서는 상대방에게 미덕을 베푸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기 위해서는 용서해야 한다는 것이다. 복수는 나와 상대방을 모두 죽인다. 그러나 용서는 나와 상대방 모두를 살린다. 그래서 용서하는 법은 우리가 반드시 배워야 한다.
이 책을 통해서 놀랍게 발견한 나의 모습 중에 하나는 내가 용서하지 못한 사람들이 참 많다는 것이다. 용서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분노와 원한은 마음 속에 감추고 표현하지 않았을 뿐 실제로는 용서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불쑥 불쑥 내 삶을 얼마나 파괴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용서는 상대방을 위한 것이 아니다. 나 자신을 위한 것이다. 살기 위해 용서해야 한다. 그리고 용서하기 위해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용서는 배우고 익혀야할 기술이기 때문이다. 용서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인생의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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