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읽는 4컷 철학교실
난부 야스히로 지음, 아이하라 코지 그림, 한영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어렴풋한 기억이지만 대학때 철학수업 첫 시간에 교수님께서 철학이란 한 여름에 바바리코트를 입고 ‘인생이란 무엇일까’라며 고민하며 도를 닦는 그런 모습을 상상하는데 그런 것하고는 거리가 멀다고 말씀하셨던 생각이 납니다.
 
‘4컷 철학교실’은 놀랍게도 철학 교수님께서 그건 ‘철학이 아니다’라고 말한 그 이야기로 철학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저자의 의도는 철학을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그런 소재를 선택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사실은 그 소재를 선택해서 철학을 설명했다기 보다는, 그런 소재를 통해서도 철학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철학의 진정한 의의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철학이란 말하자면 모든 사물을 단순하게 바라보지 아니하고 그 사물의 본질적인 의미를 파헤치는 작업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젊은 시절 개똥철학처럼 내뱉은 그 한마디에서도 근본된 진리를 찾아내려고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철학의 자세가 아닐까요? 철학은 어짜피 답을 구하는 학문이 아닙니다. 답을 구하는 과정이 철학의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자는 젊은 날 누구나 한번쯤은(아주 짧은 순간일지라도) 고민해봤을법한 문제인, 인간이란 왜 사는가라는 문제로 고민하는 주인공과 그런 것에는 전혀 관심없는 돼지를 등장시켜서 철학적 문제를 다룹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저자의 의도는 ‘인간이란 왜 사는가’에 대한 답을 알려주기 위해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질문에 담겨져 있는 철학적 함의를 분석해 내고, 더 많은 철학적 주제를 소개하기 위해 이야기를 전개해 가고 있습니다. 아마도 내용을 보면 철학 상식 사전 정도라고 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개론 수준정도로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내용의 한계상 어쩔 수 없지만 주로 근대 이후에 등장한 철학 사조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은 철학을 어렵게 여기는 분들에게 철학을 친숙하게 대할 수 있게 하는데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철학 전공자에게는 그다지 쓸모있는 책이라고 말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혹은 중 고등학생에게 철학을 소개하기 위한 책으로 흥미를 불러 일으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책을 통해 철학을 접해서 본격적으로 철학에 빠져들 수도 있는 문제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지하철 속에서 에세이를 읽듯이 그렇게 가볍게 읽어도 좋을 듯 합니다.
 
한가지 더 첨언하자면 철학은 우리의 삶을 세우는 기초석이나 뼈대와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눈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우리와 동떨어진 것처럼 느낄 뿐이지 실제로는 우리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철학을 삶과 동떨어진 학문은 아니라는 것을 어렴풋이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자의 바램대로 이 책을 통해 철학을 입문할 수 있으면 더 없이 좋겠습니다
 
여담이지만 아내에게 들은 말인데, 8살된 아들놈이 이 책을 집어서 보더니 배를 잡고 낄낄대며 보았다고 합니다. 한 30분 보더니 이 책 다 봤는데 너무 재미있다고 엄마한테 가서 ‘엄마 이 책 꼭 보라’고 그러더랍니다. 물론 다 봤을리는 없고 만화만 봤을 것입니다. 8살난 아들놈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4컷만화는 어느정도 대 성공이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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