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비들이 풀어 쓴 창세 신화
조철수 번역.주해 / 서해문집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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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는 다른 모든 성경의 뿌리요 근원이 되는 성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창세기 1,2,3장은 창세기의 핵심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장으로 성경중의 성경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 창세기 1,2,3장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성경 전체의 의미를 좌우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유대인들의 성경해석을 담은 미드라쉬는 아주 귀중한 참고 자료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랍비들이 풀어 쓴 창세신화“는 창세기 1,2,3장에 대한 미드라쉬를 번역하고 주해를 달아놓은 것입니다.
구약성경은 우선 유대인의 것입니다. 유대인들은 그 어떤 것보다 성경을 소중히 여기며 사랑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성경 해석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기독교가 뿌리 내리면서 유대인들의 성경해석은 상대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했습니다. 우선은 신약성경이 구약의 의미를 보다 선명하게 밝혀준다고 믿었고, 또 유대이들에 대한 편협한 시각 때문이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18세기 이후에 합리주의가 성경해석에도 영향을 미쳐서 자유주의 신학(구자유주의)이 발흥하면서 기독교 전통과도 전혀 새로운 해석이 나타나게 됩니다. 가장 큰 해석의 변화는 소위 문서설이라는 것입니다. 모세오경(창세기,출애굽기,레위기,민수기,신명기)이 모세에 의해 지어진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 전통 속에서 전해져 내려오던 여러 문서들(J, E, D, P)이 아주 후대에 익명의 편집자에 의해 편집되었다는 것입니다. 한동안 이 학설이 신학계를 주름잡았습니다. 그러나 유대인의 입장에서 보면 이 가설은 참으로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이론입니다.
입장을 바꿔놓고 보았을 때, 우리나라의 삼국유사나 삼국사기가 일연이나 김부식이 쓴 것이 아니라, 조선 시대 중기 쯤에 익명의 저자가 떠돌아다니던 민간 설화를 짜깁기한 것이라고 외국 학자가 주장한다면, 우리나라 사람 입장에서 얼마나 황당할까요?
우리가 유대인들의 구약 해석 방법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구약 성경은 유대인과는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책이고,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구약 해석의 정통성은 자기들에게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물론 기독교인인 저의 입장에서는 꼭 그렇게 보지는 않습니다)
“랍비들이 풀어 쓴 창세 신화”는 유대인들이 성경을 어떻게 해석하였는가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자료입니다.(‘신화’라는 말이 다소 걸리기는 합니다. 유대인이 보아서도 기분나쁜 표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결코 창세기를 신화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가지 놀라웠던 점은 유대인 내에서도 창세기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고, 그 해석 간에는 때로 상충되거나 모순되는 부분도 있다는 것입니다. 하나의 일관되고 논리적인 교리체계를 전통으로 이어받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심지어 모순되기까지 한 해석조차도 미드라쉬에 모두 수용하고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친절하게도 이 책의 저자는 단지 번역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주해를 달아놓았습니다. 그냥 미드라쉬만을 번역해 놓았다면, 유대교에 익숙지 못한 독자에게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힘든 따분하고 지루한 번역서가 될 수 있었는데, 상세한 주해를 통해 미드라쉬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그래도 역시 어렵기는 어렵습니다. 아마도 이 책은 일반인보다는 구약을 전공하고 있거나 전공하려고 하는 분들을 위한 책인 것 같습니다. 혹은 이스라엘학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목회자들에게는 유대인들의 구약 해석 방법론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가끔 날카로운 통찰력을 엿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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