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함과 광기에 대한 보고되지 않은 이야기
애덤 필립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마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멀쩡함과 광기에 대한 보고되지 않은 이야기”는 광기에 대한 유명한 데리다와 푸코의 논쟁을 떠올리게 만든다. 상식(?)에서 벗어나 ‘미친 것’에 대해 ‘광적’으로 서로를 공박하는 것을 보면 ‘미친 것’을 정의하기 힘들기는 힘든가 보다. 이 책은 ‘미친 것’이 아닌 ‘멀쩡함’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데,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미 누군가에 의해 제기되었을수도 있겠지만...) 멀쩡함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는 것 자체가 신선한 발상이기는 하지만, 문제 의식의 근저에는 푸코의 ‘광기의 역사’와 같은 맥락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저자는 우선 ‘멀쩡함’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람들이 멀쩡하다고 말하는데 그 멀쩡함의 기준이 무엇이라는 말인가? 멀쩡함을 알아보기 위해 그는  광기를 들여다본다. 유년기와 청소년기의 충동들과 일상의 여러 광기(돈과 섹스 등)들에 대한 통제를 ‘멀쩡함’으로 보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다. 그리고 진정한 멀쩡함은 현대가 규정한 그 멀쩡함의 기준을 버리고 인간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의 논증은 난해하기는 하지만 그 핵심 가치는 ‘모든 것을 권력게임’으로 바라보는 포스트모더니즘의 맥락에 서 있다. 푸코로 촉발된 ‘광기’에 대해 ‘광’적으로 주목하는 현상은 정신병조차 권력게임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는 포스트모더니즘의 믿음에 확신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은 "사람들은 ‘힘이 곧 진리다’라는 말을 비진리라고 믿지만, 실상 우리는 ‘힘이 진리’인 세계를 살고 있으며 우리가 진리라고 믿고 있는 모든 것들은 실상은 권력에 의해 강요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을 푸코와 같은 선상에 있다고 본 이유도 저자가 현대인이 생각하는 멀쩡함은 ‘강요된 멀쩡함’이라고 말하는 까닭이다. 저자의 결론적 주장을 단순화하자면, 우리가 멀쩡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본능’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 규범과 대중의 표준에 맞추어 살아가는 것이 사실은 겉으로만 멀쩡하게 보일 뿐 사실은 미친 것이라는 것이다. 저자의 결론은 포스트모더니스트의 그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포스트모더니스트의 순수한(?) 의도는 권력에 의해 억압된 인간을 해방시키려는 것이지만, 그것이 현실로 옮겨지게 되면 더 큰 혼란과 더 큰 억압을 가져올 것이다.
 
인류 역사를 보자면 권력에 의해 진리가 조작된 측면이 분명이 있다. 그렇다고 모든 진리가 조작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지나치다. 현대인이 생각하는(혹은 강요된) ‘멀쩡함’ 이 인간성을 말살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모든 것이 다 인간성을 말살한다고 말하는 것은 지나치다. 오히려 저자의 주장을 철저히 따라가게 되면 저자가 주장하는 멀쩡함이 인간성을 말살하게 될 것이다. 저자의 ‘멀쩡함’에 대한 문제제기는 아주 신선한 접근이기는 하지만 ‘멀쩡함’은 광기의 측면에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보다 존재론적이고 윤리적으로 접근해야 바로 풀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된다. 말하자면 애초에 문제제기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쉽지 않은 책임에는 분명하다. 철학적 배경이 없다면 읽기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저자의 메시지를 통해서 우리가 놓쳐지 말아야할 중요한 진리 중 한나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그 당연함이 과연 당연한 것인가에 대해서 회의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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