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나는 꿈을 꾼다
최학 지음 / 좋은수필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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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해서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대로 모두 읽었지만, 수필만은 꺼려했다. 소설같은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떤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일상적인 이야기를 적어놓았는데 그걸 읽어서 뭐하나 생각했다. 그 사람 삶이나 내 삶이나 거기서 거기인데, 굳이 특이하지도 않은 지루한 그 사람의 삶을 시간을 들여서 들여다 볼 필요가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독서 편식을 줄이기 위해서 억지로나마 수필집을 아주 가끔씩 읽긴 했지만, 여전히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수필에 대해서 조금 다른 생각을 들기 시작했다. 수필이야 말로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 아닌가? 참으로 보잘것없고 소소한 일상사를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다는 것, 보통 사람들이 그냥 흘려버리는 그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그것을 글로 표현한다는 것, 참으로 멋지지 않은가? 내가 무의미하다 해서 삶의 휴지통에 버렸던 것을 다른 사람은 아름답게 꾸며서 작품을 만들어 전시한다. 그냥 버리면 안되는구나... ... 나와 전혀 다른 사람을 통해서 내 삶의 아름다음을 볼 수 있다.
 
최학의 ‘아직도 나는 꿈을 꾼다’에서 삶의 작은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나를 잊어버리고 정신없이 앞으로만 달려가는 삶에 브레이크를 걸어주고 여유를 던져준다. 군인과 수필은 왠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데, 그 딱딱한 군 생활에서 잘도 부드러움을 이끌어낸다. 군대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면 저자가 군인이라는 사실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 같다.  조금은 놀라운 것이,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에 대해서 호의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6.25를 체험한 어르신 들은 대게 두 영화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듯했다. 게다가 군인출신이 아닌가? 공산당원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경험했으면서도 어떤 분노에 사로잡혀있는 것 같지도 않고, 이데올로기에 갇혀 있지도 않았다. 하기야 이데올로기에 갇혀있는 사람이 어찌 좋은 수필을 적을 수 있으랴? 이데올로기는 삶의 적이다.


저자의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에는 애잔함이 배어있다. 이제 기억조차 희미해질만큼 세월이 지났건만 아직도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첫사랑을 향한 꿈... 저자가 아직도 꾸고 있는 꿈은 거창하고 희망찬 미래가 아니라 첫사랑을 향한 그리움이었다. 때묻지 않은 순수함 속에서 가꾸우온 사랑인지라. 그리고 너무나 소중하게 지키고자 했던 바로 그 순간에  이유를 모르고 헤어져야 했기에 그 그리움은 더욱 뼈 속까지 사묻혔으리라...

 
수필집을 덮으면서,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살아가는 분들이어야 말로 지정한 부자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수필을 적을 수 있는 여유와 삶을 바라보는 그 시선이 너무나 부러웠다.   나도 그렇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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