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빠져드는 기독교 역사 - 미처 알지 못했던 재미있는 기독교 이야기
유재덕 지음 / 브니엘출판사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역사를 기술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며 어떤 의미에서 위험한 일이기까지 하다. 역사는 단순한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역사가의 시각에 의해 가공된 진실이기 때문이다. 물론 가공되었다는 것이 허구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보는 시각에 따라 ‘사실’은 얼마든지 다른 ‘진실’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가는 바로 그 짐을 짊어져야 한다. 그래서 역사를 기술하는 역사가의 책임은 무거울 수 밖에 없다.
통사를 쓸 때는 이러한 책임이 경감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그 긴 시간에 일어난 각가지 수많은 사건들을 취사선택하고, 경중을 달리해서 배치해야하기 때문이다. ‘기독교 역사’를 다루는 것 역시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어떤 것을 기독교 역사라고 규정할 수 있을까에서부터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 기독교 역사는 단순히 교회의 역사가 아니다. 기독교가 세속 사회에 뿌리를 두고 서로 영향을 주고 영향을 받으며 자라왔고, 중세 역사는 기독교 체제 아래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더더욱 어떤 것을 기독교 역사라고 이야기할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이 들 수 밖에 없다.
‘거침없이 빠져드는 기독교 역사’는 역사 기술의 이러한 어려움들을 잘 극복한 꽤나 잘 쓰여진 통사라고 생각된다. 어떤 신학적 주장에 치우지지 않으면서 전반적인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나가고 있으며, 방대한 역사 중에서도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놓은 중요한 사건들은 빠짐없이 잘 그리고 있다. 역사의 흐름에 따라 총 12개의 장으로 구분하고, 각 시대를 대표할만한 사건들을 중심으로 그 시대를 기술하고 있다. 물론 그 사건만을 기술한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이 일어나게 된 전후 배경이나 영향을 미친 사상들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통사를 기술하다보면 굵직굵직한 사건만 다루기 때문에 밋밋하고 재미없는 만연체가 되기 쉬운데, 잘 알려지지않은 이야기나 작은 에피소드들을 적절하게 배치해서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다.
책 중간 중간에 작은 박스를 통해서 우리가 의문을 품을 만한 역사적 질문이나, 혹은 이야기의 흐름에서는 벗어나지만 알아두면 좋을 만한 역사적 상식들을 알려주고 있는데, 박스의 내용을 읽는 재미도 솔솔하다.
이 책은 기독교 역사의 흐름을 전체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중세 유럽 역사에 대한 어느 정도의 상식이 있다면 이해하기에 보다 더 쉬울 것이다.
 
사족: 한가지 읽으면서 아쉬웠던 것은 등장 인물의 이름에 관한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이름보다는 원 이름에 충실하게 번역해 놓아서 기독교 역사에 생소한 사람들에게 오히려 혼란을 줄 수 있는 것 같다. 이를 테면 한국 교회에서는 흔히 ‘폴리갑’으로 알려졌는데 ‘폴리카르푸스’로 ‘터툴리안’을 ‘테르툴리아누스’ 등으로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가 서두에 인명과 지명을 원문에 충실하겠다고 밝히고 있기는 하지만, 기존에 알려졌던 분들의 괄호나 각주정도로 병기해두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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