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냥그릇 - 나를 찾아가는 먼 길
방현희 지음 / GenBook(젠북)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동냥그릇 - 구도자를 위한 묵상집
 
나는 누구이며, 인생은 무엇일까? 삶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던지는 자들에게 ‘동냥그릇’은 길동무 같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20여년전도 더 전에 보았던 라즈니쉬의 ‘삶의 길 흰구름의 길’이라는 책이 떠올랐다. 고등학교 때 너무나 인상깊게 읽은 책이라 내용은 기억 속에 거의 남아있지 않지만, 그 이미지는 동냥그릇과 거의 흡사하다.
현대인들은(사실은 동서고금의 모든 인류는) 부질없는 욕심과 철저한 이기심, 뿌리칠 수 없는 욕망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다. 자기의 욕심이 자기의 온 생애를 갈아먹고 있는데도 그것을 알지 못하고, 그 달콤한 유혹을 위해 자기의 모든 것을 다 내어준다.
‘동냥그릇’은 동양적 구도의 자세가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불교와 도교의 영향 아래에서(혹은 인도철학) 발전한 구도적 자세는 끊임없이 자기의 내면을 바라보며, 삶의 본질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추구한다. 궁극적으로 제시하는 삶의 모습은 모든 것을 내어던지고 자연 속으로 회귀하거나 혹은 자연의 순리에 합일하라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마도 저자가 이 책의 제목을 ‘동냥그릇’으로 정한 것도 바로 이 부질없는 인간의 욕심이 인간의 모든 고통의 핵심에 있다고 생각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은 어떤 의미에서 요즘 유행하고 있는 ‘자기계발서’와 대척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자기계발서’는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려서, 자기의 원하는 바를 성취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자신의 욕심을 버리라, 성공이라고 말하는 것들이 정말 인생을 행복하게 만드는가, 지금 걸어가고 있는 그 길이 정말 바른 길인가 돌아보라고 말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에게 이 책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아마도 이 책의 내용에 공감하거나 감명 받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나의 선입견인지 몰라도, 삶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며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가슴아파하는 사람들을 별로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혹 이 책에 큰 감명을 받는다 할지라도 그저 감명에 그치고 삶 속에서 적용하기 힘들 것이다. 물질에 대한 인간의 집착은 너무나 크기에 눈에 보이지 않는 도의 길은 쉽사리 잊혀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기가 누구인지조차 잃어버리도록 우리를 몰아세우고 있는 이 사회의 거대한 압력에 거부감을 느끼는 자들에게 이 책은 더 없는 안식처와 말동무가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자기를 잃어버린 현대인들이, 이 책을 통해 조금이라도 인생이 무엇인지 자기가 누구인지, 자기와 소통할 기회를 찾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한 역할을 해 낸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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