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남자를 모른다
김용전 지음 / 바우하우스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프로이드가 일생을 두고 궁금했던 것이 여자의 마음이었다고 한다(사실인지는 모르겠다. 멜깁슨 주연의 “왓 위민 원트”에 나오는 대사이다) 남자도 여자를 모르고, 당연히 여자도 남자를 모를 것인데, 남자도 남자를 모른단다. 그럼 도대체 남자를 누가 알 수 있단 말인가?
[남자는 남자를 모른다]는 남자의 심리 보고서는 아니다. 일단 저자는 심리학자나 전문상담가가 아니다. 그리고 내용상으로도 “남자에 대해서 내가 가르쳐줄게”라는 태도가 아니라, “남자인 내가 봐도 남자는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식으로 가볍게 남자에 대해 들추어 나간다.
에필로그에 보면 저자는 이 책을 저술방식을 “전문적이고 기술적이고 학문적인 이야기 말고, 삼결살에 소주 한잔 걸치면서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나 겨우 털어놓을 수 있는 한국 남자들의 속내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다”고 밝히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의도대로 썼는지 확신할 수 없다고 하지만, 아마도 그 의도가 제대로 반영된 것 같다.
 
남자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이 아니라 남자에 대한 에세이를 읽는 느낌이다. ‘한국남자’라고 밝힌 부분도 마음에 든다. 따지고 들면 저자는 생물학적인 ‘남자’에 대해서 논한 것이 아니라 한국사회의 ‘남성’에 대해서 논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성’은 사회와 문화에 의해 결정되어지는 것이지 생물학적인 특성과는 거리가 있다. 따라서 한국 남성과 미국 남성은 분명히 다른 특질을 보인다. 그래서 애초에 남자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논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 있다. 진솔하게 한국 남자는 이렇더라고 말하는 편이 훨씬 안전하고 쉽고, 무엇보다도 우리네 피부에 훨씬 와 닿는다.
 
저자는 ‘한국 남자’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여기에서 ‘한국 남자’는 주로 ‘남편’을 의미한다. 한국 사회에서 볼 수 있는 ‘한국의 남편’의 실상과 허상, 고뇌와 괴로움, 약점과 상처, 그리고 진면목에 대해서 솔직하고 담백한 언어로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다.
저자의 글이 보다 설득력이 있는 것은 저자가 직접 경험한 일상들을 예화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남자들은 왜 그렇게 지지리 궁상이고 그렇게 못 낫는지(여자의 입장에서 볼때)...
때로는 변명하기도 하고 때로는 인정하며 또 때로는 이해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하고, 때로는 각성하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한다. 한번씩 반박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그것은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우리네 남자들의 모습니다. 그 모습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잘 그려내고 있다.
 
남자인 내가 봐도 때때로 남자들은 한심스럽고 답답할 때가 많다. 절반의 책임은 한국 사회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나머지 절반의 책임은 나에게 있다. 그 절반의 책임을 인정하고 고쳐나가려고 하는 것.. 그것이 한국 남자로 성공하며 살아가는 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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