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톨로지 (스페셜 에디션, 양장) - 창조는 편집이다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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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톨로지>, 이 책을 읽으면서 김용옥의 글쓰기와 약간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직설적이고 거침없는 표현들, 노골적일 정도로 성에 대한 개방된 자세들이 그랬다. 그러나 그 보다 더 중요한 이유를 스페셜 부록에서 발견했는데, 자신은 생각하면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면서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김욕옥이 글을 그렇게 쓴다고 한다. 김용옥의 깊이에는 못 미치지만 대신에 훨씬 체계적이고 뚜렷한 일관성을 가졌다는 느낌이다. (김용옥의 책을 보면 용두사미인 경우가 많다) 어쨌던 생각의 흐름에 따라 말하듯이 써 내려간 글이라 읽기가 무척 편하다. 읽기에 편한 책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재주라 생각된다. 김용옥과 한가지 더 닮은 점은 나르시스적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견해와 통찰력을 세상이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다는 억울함이 책 곳곳에 녹아져 있다. (하기야 그런 자신감이 있어야 이런 글쓰기가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저자와 비슷한 생각을 했던 부분들이 많다. 물론 체계적으로 분명한 논거를 가지고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는 내가 감히 비교할 바는 못되겠지만, 김정운이 <에디톨로지>에서 밝히고 있는 주장은 단지 그만이 할 수 있는 생각은 아니라 생각한다. 사실 인문학의 주제들은 대부분 누군가는 이미 생각했던 것들이거나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다. 다만 김정운이 자신도 억울하게 여기는 바처럼 소위 저명한 학자가 이야기하면 대단한 이론으로 추앙되고 촌부가 이야기하면 개똥철학으로 치부될 뿐이다. 그렇다고 이 책을 평가절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확실히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사회, 경제, 예술, 문화, 다방면에 걸쳐서 편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그것이 <(),logy>의 영역으로 다룰 만큼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에디톨로지>에서 주장하고 바를 한마디로 하자면 편집이 모든 것이다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서 편집이란 단순한 끼워 맞추기가 아니라, 기존의 것을 새롭게 재구성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저자는 편집을 창조행위라고 표현하고 있다. 똑 같은 재료를 가지고도 요리사마다 제각각 다른 요리를 하듯이,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을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을 <에디톨로지>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가장 좋은 예로 애플을 들고 있다. 애플은 새로운 것을 발명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것을 새롭게 재구성해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제품을 만들어낸 것이다. 편집의 중요성은 영화나 Tv예능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편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작품이 흥행할 수도 있고 망할 수도 있다. 이 책은 편집이라는 관점에서 사회 문화 현상을 해석한 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어떤 분야에 종사하고 있던 이 책에서 여러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모두에게 한번쯤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마지막의 스페셜 부록도 책을 어떻게 읽고 정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노하우를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

https://blog.naver.com/lhjwy/221340875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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