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이의 방문을 열기 전에 - 10대의 마음을 여는 부모의 대화법
이임숙 지음 / 창비 / 2019년 7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9/0912/pimg_7932481232295851.jpg)
정말 좋은 책이다. 십대의 자녀를 둔 이 땅의 모든 부모들에게 강력 추천하고 싶다.
<아이의 방문을 열기 전에>는 20년 넘게 아동청소년상담을 맡아 온 저자의 내공과 경험을 온전히 드러낸 책이다. 1부는 청소년 문제의 사례와 현상, 2부는 부모가 꼭 알아야 할 청소년의 5가지 심리적 특성, 3부는 아이와 의미있는 대화를 나누는 5가지 실천 방법에 대해 다루고 있다. 4부는 두가지 사례를 통해 앞서의 내용을 적용한 종합 정리 편이다.
책은 두루뭉술하게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 정면으로 문제를 드러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지 구체적인 실천 지침을 제시한다. 청소년과의 대화는 어떻게 달라야 하는지 그 실제 사례와 대사(예시)를 직접 보여준다.
자녀 문제로 고민하는 부모들에게 지금 당장 무얼 해야 하는지, 어떤 말을 건네야 할 지 바로 그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뜬구름 잡는 얘기 없이 손에 잡힐 듯한 처방전을 제시하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십대 자녀를 둔 부모의 실전 대화&행동 매뉴얼이라고도 부를 수 있겠다.
책을 읽는 내내 공감하고 감탄하며 읽었다. 마음에 새겨야 할, 꼭 기억해 둬야 할 내용이 많아 메모하며 읽다보니 어느새 노트는 몇 페이지를 훌쩍 넘어가 있었다. 책장의 눈에 잘 띄는 자리에 놓아두고 몇 번이고 다시 읽고 내용을 곱씹으며 부모인 나를 되돌아봐야겠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9/0912/pimg_7932481232295852.jpg)
마음에 콕 들어온 것만 정리해도 끝간데 없이 내용이 길어질 것이기에 몇 가지만 두서없이 적어보겠다. 앞뒤 맥락 없이 써서 감동이 덜하겠지만 이건 저자의 글 때문이 아니라, 이를 전하는 나의 문제라는 것을 알아주면 좋겠다.
① 청소년기 아이가 충동적이고 감정에 따라 움직이는 이유는 단순히 아이의 마음과 의지가 문제가 아니라, 청소년기 뇌 성장의 물리적 특징이다.
② 부모의 잔소리는 십여년 동안 변함이 없었으나 아이는 하루하루 자라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더구나 청소년기라는 특별한 특성과 정체성의 격변기에 있기에, 부모가 예전과 똑같이 대했어도 아이의 반응은 180도 달라질 수 있다.
③ 부정적 피드백을 받았을 때 아동청소년의 전전두엽은 활성화되지 않는다. 2015년 피츠버그, UC버클리, 하버드 대학의 공동연구에 따르면 부모의 잔소리는 자녀의 이성적 사고를 멈추게 하고, 부정적 감정만 열어놓아 감정적 대응만 하게 만든다. '생각을 심는 백곰 실험'은 부정적인 말이 더욱 오래 기억에 남는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반면에 웃음은 기억력과 면역력을 높이고 전두엽의 활동까지 증가시킨다.
④ 청소년기에는 성취해야 할 3가지 발달 과업이 있다. 신체적 성장(키/몸무게), 지적 성장(공부/체험), 그리고 마음의 성장(정체성)이다. 여기에 무엇이 우선이고 더 중요한가의 우열은 없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18년 현재, 서울대 재학생의 46%, 전국 대학생의 43%가 우울 증상을 경험하고 있거나 우울증을 갖고 있다. 무엇이 중헌디?
⑤ 아이의 태도에 속아 넘어가면 안 된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기에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것이고, 해결할 방법이 없기에 차라리 아무래도 상관없는 척하는 것뿐이다. 덩치만 컸지 마음을 제대로 표현 못하는 것은 울며 떼쓰는 유아기의 아동과 같다. 아이의 문제 행동을 온몸과 마음으로 보내는 구조신호로 접근하자.
⑥ 청소년기 부모는 상담자 역할을 해야 한다. 밥먹어, 밥먹자, 밥차려놨어 이 3가지의 차이점을 알자. 아이가 문제가 있다고 아무 때나 들이대면 스토커와 다름 없다. (사회에서 알게 된 관계가 불편한 사람에게 아무 때나 대화하자고 덤비는 사람은 없다!) 대화가 가능한 적절한 때를 찾는게 먼저다.
⑦ 어떤 (문제적) 상황에도 아이의 긍정적 의도가 있다. 책상에 앉아 집중하지 못하고 한 시간이면 끝낼 숙제를 계속 붙들고 낑낑대며 짜증내고 있는 아이는, 그래도 숙제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하겠다는 생각과 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긍정적 의도를 알아주고 믿어주면 아이의 행동이 변한다. 믿는 만큼 자란다는 것은 경험적 진리이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9/0912/pimg_7932481232295853.jpg)
p.s. 서평 이벤트로 보게 된 책은 웬만하면 '추천'이라는 말을 자제한다.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어서다. 그래서 읽고 난 후 참 좋았다, 다른 사람들도 꼭 봤으면 좋겠다는 책에 한해서만 추천한다는 말을 쓰는 게 나 혼자 정한 나름의 룰이다. 그런데 이 책은 정말, 너무나, 훌륭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