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모르면서 - 부모가 모르는 십대의 속사정
김지혜 지음 / 미디어숲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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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사춘기의 뇌는 뇌간(생존의 뇌)과 변연계(감정의 뇌)는 빠르게 발달하는 반면, 대뇌피질(사고의 뇌)은 미성숙하기 때문에 이성보다는 감정적으로 생각하고 충동적으로 행하기 쉽다고 한다. 가끔씩 우스개소리처럼 회자되는, 사춘기 십대의 사고와 행동은 파충류와 그것과 같아서 그들을 사람으로 보면 안된다는 얘기도 이런 특징을 지적하는 것일 게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책에서도 십대의 뇌 사용 특징을 설명하며 정보를 해석할 때 성인은 전두엽을 사용해 논리적 의미 파악에 중심을 두지만, 십대는 편도체를 사용해 감정에 중점을 둔다고 지적한다. 또한 십대의 끊임없는 기분 변화와 판단력 결여는 전전두엽 피질의 미성숙으로 인한 청소년기의 특징이라고 한다. 더구나 십대의 뇌는 아직 말랑말랑하고 계속 변화하고 있다.


그래서 매일 변덕을 부리고 계획은 작심삼일에 충동적이고 감정적이다. 이것은 뇌의 발전 과정에서도 당연하고, 십대에 자아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라는 것이다. 우선 이 사실을 철저하게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고, 부모의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아무것도 모르면서>는 17년간 교단에서 사춘기 아이들과 부대끼며 성장해 온 선생님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교실 현장에서 직접 마주치는 십대 청소년의 고민에 대한 공감과 위로, 대안을 제시하고자 했다는 것이 저술의 동기이다. 개인적 생각으로 '대안'은 좀 약하지만 공감과 위로는 충분하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부모로서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여러 생각거리들을 던져주고 있어 페이지를 허투루 넘길 수 없었다.



책의 내용은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라면 언젠가 한번쯤 반드시 부딪치게 되는 주제들을 거의 빠짐없이 다루고 있다. 목차만 봐도 이를 금방 알 수 있어서 기획 단계부터 잘 짜여진 책임을 느낄 수 있다. 책은 대체로 저자가 지도했던 학생들의 사례를 먼저 제시한 후 그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과 저자 자신의 구체적 경험에 기댄 조언을 풀어놓고 있다.


저자 김지혜 선생님의 조언들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들을 두서없이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십대들은 부모의 조언을 자기를 통제하는 잔소리로 받아들이면서도, 자신의 결정에 대한 불안감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동시에 갖고 있어 부모의 보호와 인정(그리고 애정)을 받고 싶어한다. 그 이중성을 인정하고 출발하는게 중요하다.


부모로부터 '간섭과 관리'라는 예방주사를 자주 맞을수록 아이의 면역력은 약해지고 점점 말문을 닫고 본심을 숨기게 된다. 그러다 어느 순간 반항 또는 돌발행동으로 폭발한다. 십대 자녀는 자신에게 공감해주지 않는다는 괴리감에 부모와 대화를 끊는다.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힘인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방법도 결국 주위의 인정과 격려이다. 그러니 부모는 간섭과 관리보다 격려와 지지, 공감과 응원을 해야 한다.


꿈은 있지만(또는 공부는 잘하고 싶지만) 노력이 부족한 아이에게는 작고 사소한 것의 힘과, 목표를 잘게 잘라서 하나씩 꾸준히 이루어나가는 그릿(GRIT)에 대해 알려주자. 그것이 진정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인지, 무엇보다 꿈을 실패할 용기가 있는지를 확인할 것. 몇달 전 어느 책에서 부동산 투자를 시작하려고 자료를 만들어 아내에게 프리젠테이션 했다는 저자의 사연을 읽은 기억이 있다. 이를 십대 자녀에게도 적용해보면 오버일까? '너의 꿈을 프리젠테이션해봐~!' 


큰 잘못을 저질렀어도 십대는 자기편에서 공감해주기를 원한다. 스스로도 잘못했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지적과 훈계보다 하소연을 듣고 보듬어주는 게 필요하다. 자녀가 힘들 때 부모를 찾을 수 있도록 안락의자가 되어주자. 문제를 해결하고, 지도하고 가르쳐야 한다는 관점에서 벗어나라.



조언과 충고를 할 때에는 비교 대상을 두지 말고 자녀 본인에게만 충실할 것. 비교는 절대 자기 아이보다 못한 아이와 비교하지 않기 때문에 자녀 입장에서는 비교당한다는 것 자체가 칭찬받을 일이 없고 자존감만 묵살되는 일이다. '학부모'가 되는 순간 '부모'로서의 정체성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겠다.


p.s. 책을 읽기 전에는 무언가 손에 잡히는 구체적 해결책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었다. 물론 그런 부분도 분명 있었지만,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던 내 자신이 문제라는 걸 자연스레 깨닫게 되었다. 책 하나로 십대 사춘기 자녀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수많은 청소년 관련 도서들이 왜 필요하겠는가? 부모인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일독의 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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