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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분쟁으로 보다, 세계사 - 현대의 주요 분쟁들로 이해하는 세계사, 2024 하반기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보다 역사
송영심 지음 / 풀빛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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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대통령 후보 트럼프의 발언 한마디는 미국은 물론 한국 반도체주들에게 최악의 하루를 선사했다. 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강화와 대만 반도체에 대한 적대적 입장 및 방위비 분담 발언 때문이었다. 중국과 대만(타이완), 즉 양안 문제는 미·중 갈등의 주요 테마였는데 여기에 대만 vs 미국의 상황까지 더해지는 것인지...


대만의 TSMC 주가는 물론 도쿄일렉트론과 ASML도 폭락했다. 미국이 일본의 도쿄일렉트론과 네덜란드의 ASML에 적용을 검토하고 있는 FDRR은 미국 밖의 외국기업이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이 통제 대상으로 정한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기술을 사용했을 경우 미국 정부가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다. 미국만이 할 수 있는 이러한 조치는 제국주의적 발상에 다름 아니다.


19세기 후반부터 본격화된 열강의 제국주의적 팽창은 세계 곳곳에 상흔을 남겼다. 그때 뿌려진 씨앗은 분쟁을 잉태하였고 오늘날 더욱 격화된 상태로 이어지고 있다. 《국제 분쟁으로 보다, 세계사》는 이러한 국제 분쟁의 원인을 역사적으로 살펴보고, 2024년 현재 분쟁의 현 상황을 설명한다. 이스라엘 vs 팔레스타인부터 여전히 진행 중인 러시아 vs 우크라이나, 인도 vs 파키스탄, 중국 vs 대만을 비롯해 13개의 국제 분쟁을 분석했다.


팔레스타인 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제공한 것은 영국이었고, 그 불씨를 키운 것은 주변의 아랍 국가들이었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카슈미르 분쟁 역시 영국의 식민지 분열 통치에 원인이 있으나, 사태를 더욱 키운 것은 인도와 파키스탄 양국의 서로에 대한 공격과 보복이었다.



9.11 테러를 빌미삼아 있지도 않은 '대량살상무기'를 운운하며 거짓된 전쟁을 일으킨 미군은 이라크 국립박물관에 탱크를 앞세운 채 들어와 유물을 약탈해 갔고, 심지어 지구라트에 군사기지를 만드는 반문명적 야만성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중국에 대한 티베트인들의 눈물겨운 저항은 소신공양의 분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센카쿠 열도(다오위다오) 분쟁은 마치 한·일 간의 독도 영유권 문제를 연상케 하면서도, 언제든지 중-러 vs 미-일의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오싹한 현실적 위협이었다.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로힝야족에 대한 살육과 폭력은 상상 이상이었고, 탈출한 이들조차 바다에서 떠돌다 죽기 일쑤였다.


책은 '현대의 주요 분쟁들로 이해하는 세계사' 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보다 역사'는 풀빛 출판사에서 '보다 쉽게, 보다 재미있게, 보다 특별하게' 를 모토로 새롭게 선보이는 역사 도서 시리즈의 이름이다. 그에 맞추어 《국제 분쟁으로 보다, 세계사》를 책의 본제목으로 삼고, 이런 부제를 붙인 것으로 보인다.


책에 실린 분쟁들을 보면 역사적으로 연원이 짧지 않고,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처럼 다양한 사건이 중첩해 교차된다. 해결의 단초는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국적과 인종, 민족은 서로 다르지만 세계 각 지에서 공통적으로 벌어진 끔찍한 참상들은 인간성에 대한 깊은 회의마저 들게 만든다.


하지만 '땅에서 쓰러진 자, 땅을 딛고 일어서라'는 말이 있듯이, 희망은 결국 사람들로부터 찾을 수밖에 없다. 그 참혹한 현실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희망을 노래하는 이들이 있고, 평화적 해법을 돕고 모색하는 이들이 있으며, 국제적 공조를 통해 대안을 마련하고자 노력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저자 송영심이 이 책을 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분쟁의 원인을 분석해 낱낱이 드러내고, 그를 통해 해법의 실마리를 찾고자 하는 노력, 그리하여 고통받는 이들에게 따뜻한 마음과 손길을 보낼 수 있도록 사람들의 이해를 높이고자 한 것이 아닐까! 우리가 이 책 《국제 분쟁으로 보다, 세계사》를 읽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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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보는 난중일기 완역본 - 한산·명량·노량 해전지와 함께
이순신 지음, 노승석 옮김 / 도서출판 여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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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보는 난중일기 완역본》은 난중일기에 대한 연구로 성균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노승석 님의 번역본이다. 난중일기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될 때 자문 위원을 맡았던 그는 이 분야의 당대 최고 전문가이다. 《충무공유사》 전편을 해독하여 새로운 일기 32일치를 발굴해 소개했던 그는 난중일기 교감역주본과 교감완역본을 출간한 바 있다. 이 책은 쉽게 풀어 쓴 대중 보급판이다.


책을 읽다보니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는 정작 한산도대첩에 대한 기록이 없었다. 군데군데 빠져있는 날짜가 있는데 쓰지 못하신 것인지, 전하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다. 첫 해전인 옥포해전과, 대첩과 다름없는 부산포해전에 대한 일기도 없었고, 삼도수군통제사에 임명되는 시기의 일기도 없었다. 이에 저자는 옥포해전 이야기, 한산대첩 이야기 라는 제목의 글로 독자들의 아쉬움을 달래준다.



쉽게 보는 난중일기》는 임진왜란의 주요 해전을 날짜를 밝혀 지도를 통해 소개하고, 난중일기와 관련된 유적지의 사진을 일괄해서 책 앞부분에 실었다. 익숙하지 않은 지명과 장소를 살펴보는데 큰 도움이 된다. 책 말미에는 장군의 연보를 자세히 실었고, 난중일기의 출간과 번역, 유네스코 등재에 대한 소식까지 알려준다.


일기는 부지런하고 꼼꼼하지 않으면 쓸 수 없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것도 급박한 전란 중에 일기를 남겼다는 걸 보면 이순신 장군은 꽤나 치밀한 성격의 소유자였던 듯싶다. 하루의 기록은 날씨부터 시작이다. 수군 장수에게 날씨와 바람은 그 어느 것보다 중요했을 것이다. 망군(망 보는 군사)의 보고는 며칠 간격으로 끊임없이 이어진다. 적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병법의 기본에 충실하다.


권율의 진중으로 백의종군하라는 명을 받고 가던 도중 장군은 어머니의 부음을 듣게 된다. 게바위로 달려가 흐느끼던 장군의 모습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심정을 억누르지 못하여 통곡하고 밤늦도록 잠에 들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꿈에 아들 면이 죽던 모습이 보여 울부짖는 모습도 나온다.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하늘이 어찌 이처럼 인자하지 못한 것인가" 라며 원망하는 모습이 영화 속 장면과 오버랩된다.



명량해전에 대해서는 다행히 일기가 있었다. 적의 규모에 겁을 집어먹고 대장선만 앞세운채 수하들이 따르지 않는 급박한 모습이 실감나게 그려져 있다. 장군도 이날의 승리를 천행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정유일기는 같은 날짜를 다룬 두 개의 기록이 함께 전해지는데 그 차이도 흥미롭다.


명량해전 직전 장군은 꿈을 꾼다. 첫 기록에는 "밤의 꿈에 이상한 징조가 많았다"라고 된 부분이 두번째 기록에서는 "이날 밤 꿈에 어떤 신선이 가르쳐 주기를 이렇게 하면 크게 이기고 이렇게 하면 지게 된다고 하였다"라고 쓰여 있다.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남아 있다고 하며 전의를 불태우던 장군도 왜군과의 압도적인 병력 차이를 걱정하며 마음을 졸였기 때문이리라.



쉽게 보는 난중일기 완역본》을 읽다 보면 조선 사회의 세밀한 모습도 눈에 띈다. 어떤 승려(중)는 이순신의 본영에 머물며 유격별장으로 활동하였고, 이순신의 시종을 든 사내종은 장군이 전사할 때 임종을 하였다니 해전이 벌어질 때도 배에 동승했음을 알 수 있다. 계사년의 일기에는 전선의 건조와 운반에 필요한 인원이 나온다. 여기서 전선이란 곧 판옥선을 의미할 것인데 목수가 214명에 운반에 209명이 동원되고 있다.


다음에는 《난중일기 유적편》을 보고 싶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이순신 관련 유적지 3백여 곳을 답사해 현장 사진을 담아 난중일기 본문에 일일이 수록했다고 한다. 《쉽게 보는 난중일기》와 비교해서 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모름지기 나라의 리더와 관료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또는 그 기준을 어떻게 삼아야 할지 생각한다면 지금 이 책을 펴 이순신과 난중일기를 읽으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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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로드 1 - 선사시대부터 남북국시대까지 한국사로드 1
김종훈 지음 / 텍스트CUBE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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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밀리언셀러에 오르며 한국에 문화유산 답사의 붐을 일으킨 책이 있었다. 유홍준 선생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 - 남도답사 일번지》다. 전설의 시작이었다. 전국 방방곡곡 이 책을 들고 다니는 사람을 만나는 게 어렵지 않을 정도였다. 나도 그 중 하나였다. 처음에 흑백 도판으로 나왔던 책은 2011년에 이르러 컬러 도판으로 새로 옷을 갈아입었다.


2022년 MZ 세대 버전 문화유산답사기가 나오니 바로 김종훈의 《한국사 로드 1》이다. 감히 평하건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Lite 버전'이라고 할 만하다. 유홍준 선생에게는 살짝 미안한 감이 있지만, 비록 전문성과 깊이에는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우리 역사와 문화유산에 대한 애정만큼은 저자도 그에 못지 않다. 무엇보다 독자들로 하여금 우리 문화유산에 가고 싶게 만든다는 점에서는 매한가지다.


김종훈의 《한국사 로드 1 - 선사 시대부터 남북국 시대까지》는 재기발랄한 책이다. 전체적인 글의 분위기가 무겁지 않고 밝고 경쾌해서 읽기에 부담이 없다. 전곡리 박물관의 정문 앞 바닥에 그려진 그라피티 앞에서 찍은 사진과, 어느 강돌 하나를 들고는 주먹도끼가 아닐까 날리는 멘트에서는 조금의 '척'도 없어서 거리감을 느낄 수 없을 정도다. 단양금굴을 소개하는 첫 페이지는 더 하다. "학자이거나 탐험가 기질이 없으면 굳이 단양의 무수한 유명 관광지를 두고 꼭 찾을 필요는 없습니다."


책은 곳곳에서 역덕의 열정이 느껴진다. 직접 만들어 떠난 충주 이틀 코스는 빈틈 없이 꽉 채워져 있다. 하나라도 더 보고 소개하고 싶은 뜨거운 열망이다. 그러면서도 아이들과 함께 다니는 경우를 감안해 일정을 조정하거나 체험하기 좋은 장소와 포인트에 대한 정보를 함께 제공한다. 불상과 탑의 작명법 등 알아두면 더 좋은 역사 상식도 솔찮게 나온다.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이런 하나하나가 모여 깊은 내공이 된다.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이하 한능검) 대비도 가능하다. 여행지에 대한 단순한 가이드와 스토리에 그치지 않고 '한능검 따라잡기' 코너를 만들어 출제 포인트를 짚어주고 있다. 한국사 전문 강사도 아닌데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자의 입장에서 핵심을 딱딱 잘 짚어준다. 그만큼 자주, 지인들조차 이상하게 여길 정도로 한능검에 응시해서다. 그 진한 경험과 내공이 글 속에 오롯이 느껴진다.


김종훈의 《한국사 로드》를 읽으며 새롭게 알게 된 것, 가고 싶은 곳도 많이 생겼다. 연천의 호로고루성에 북한이 선물로 보낸 광개토대왕비 모형이 있다는 건 금시초문이었고, 이곳이 인스타 성지라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단양 금굴, 중원 창동리 마애불, 완주 화암사 우화루는 기회만 된다면 꼭 가고 싶게 된 곳들이다. 특히 '나만 알고 싶은 보물 같은 절' 화암사는 안도현 시인의 사랑이 짙게 묻어 나오는 절이었다.


그리고 얼마 전 가족과 함께 다녀온 경주. 아~! 나는 이 책의 4부 신라 편을 읽고 경주를 다녀왔어야 했다. 굳이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왜 융통성을 발휘하지 못했을까! 경주는 이번이 네번째 방문이었는데, 돌이켜 보면 왕릉은 늘 대릉원만 갔던 것이었다. 정작 역사에서 중요한 행적을 남긴, 그것도 무덤의 주인공이 확실시되는 내물왕, 법흥왕, 진흥왕, 선덕여왕, 원성왕 등의 왕릉에 대해서는 왜 갈 생각조차 못했던 걸까. 너무 아쉽다. 그래서 경주를 다시 가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한국사 로드》 책의 구성은 독특하다. 보통의 답사기가 지역별로 되어 있다면 이 책은 시대별로, 왕조별로 되어 있다. 우리 역사를 좋아해 한능검에 관심을 갖게 되고, 한능검에 나오는 우리 문화유산을 돌아보다가 '혼자 누리기에는 너무 좋아서' 만든 '한국사여행 스터디 가이드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능검 출제 순으로, 우리 역사의 시대 순으로 책을 엮었다. 앞으로 출간될 2권과 3권도 기대가 크다. 우리 역사와 문화유산에 대한 애정으로 전국을 발바닥에 불이 날 정도로 돌아다녔을 저자의 열정에 경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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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 : 서양 편 - 지리로 ‘역사 아는 척하기’ 시리즈
한영준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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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두선생의 역사공장' 채널을 알게 된 것은 유튜브의 알고리즘 덕분이었다. 역사 관련 콘텐츠를 찾아보다가 추천 영상으로 올라온 걸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지리를 통해 역사를 소개하는 깔끔하고 명쾌한 설명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역사를 좋아하지만 늘 지리적 지식에 부족함을 느끼던 나로서는 두선생의 콘텐츠야말로 가뭄에 단비 같은 반가움이었다.


영상을 볼 때마다 두선생이 뭐하던 분이시길래 이렇게 멋드러지게 지리와 역사를 잘 버무려 내어놓을 수 있는지 궁금했는데, 책을 통해 알게 된 것이지만 대학에서 교육학과를 졸업 후 기자 생활을 하셨다 한다. 유쾌하고도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설명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이제서야 조금 이해가 된다. 귀에 쏙쏙 박히는 그의 음성과 딕션은 또 하나의 큰 장점이다.


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는 유튜브에 축적된 그의 강의를 토대로 뼈대를 세우고 내용을 대폭 보강해 살을 붙임으로써 엮어낸 것으로 보인다. 책을 읽으며 혹시 불편한(?) 부분이 있다면 그의 영상을 찾아보기를 추천한다. 책은 지면의 한계상 지도와 텍스트가 불일치하는 페이지가 생길 수밖에 없지만, 영상으로 만들어진 콘텐츠는 그런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동(북아프리카와 서아시아)을 책의 첫 머리에 배치한 것은 지혜로운 선택이다. 중동에서 시작한 문명이야말로 지중해와 유럽 문명의 토대이기 때문이다. 역사와 지리에 접근하는 그의 기본적 관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저자는 페르시아 제국에서 이슬람 제국, 셀주크 제국에서 오스만 제국에 이르는 복잡다단한 변화 과정은 물론, 20세기 1차 세계 대전을 겪으며 영국을 비롯한 제국주의 열강에 의해 쪼개져 혼란과 분쟁을 겪고 있는 현대 중동의 흐름까지를 요령있게 설명하고 있다.


덕분에 중동에서 이란이 다른 아랍 국가와 다른 정체성을 갖게 된 이유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터키 또한 마찬가지이다. 유럽과 아시아의 길목에 위치해 유럽과 아랍 중 어떤 것을 지향했느냐에 따라 터키의 정체성은 시기별로 달라졌던 것이었다.


책은 단순히 지리 이야기만을 담지 않았다. 지도를 통해 주요 지역과 국가, 도시의 자연지리의 구체적인 모습을 설명한 후에는, 각 지역과 국가가 갖는 특징과 차별성을 역사와 인문지리를 통해 해설한다. 그 과정에서 앞서 언급했던 자연지리적 정보를 간단히 요약 정리하며 넘어가는 부분이 있어 다음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읽기에 상당히 편했다. 저자의 친절함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를 읽으며 가장 큰 충격을 느꼈던 것은 아프리카 대륙이었다. 메카도르 도법이 실제 크기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알고는 있었지만, 그 실상은 상상 이상이었다. 아프리카가 미국과 중국과 인도를 합친 것보다 더 큰 대륙이었다니! 심지어 마다가스카르는 영국보다 컸다. 다만 다른 챕터에 비해 아프리카에서는 국가명과 영역을 표기해 놓은 지도가 별로 없어서, 본문을 따라가며 지도를 살펴보는 데 조금 불편했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다.


사람의 조상이 탄생한 인류의 고향 아프리카가 왜 발전이 늦었는지는 그 지리적 환경이 큰 요인이었음을 이 책을 통해서야 비로소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거기에 유럽 제국주의 열강의 침략과 식민 지배로 인해 생긴 문제는 지금도 아프리카를 분쟁의 소용돌이에 빠트려 놓고 있어 가슴 아팠다.



유럽의 지리 이야기는 흥미진진했다. 남유럽이 '지리의 저주'를 받은데 비해 북서유럽은 '지리의 축복'을 받았다고 평가받는 이유에 고개가 끄덕여졌고, 중국과 비슷한 면적임에도 50여 개의 나라가 있는 다양성도 흥미로웠다. 큰 강이 대륙의 중심을 흐르는 중국과 달리 알프스 산맥이 유럽을 가르고, 길이가 짧고 유역이 좁은 종(縱,세로)으로 흐르는 강은 유럽의 정치와 문화를 분리시키기에 충분했다는 설명이 특히 눈에 들어 왔다. 땅 이름과 달리 그린란드는 얼음 땅, 아이슬란드는 따뜻한 가을 날씨라는 것도 재밌었다.


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는 미국과 중남미 지역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미국의 자연지리를 자연이 쌓은 '천연 요새'라고 해서 무슨 말인가 했는데 동쪽은 대서양, 서쪽은 태평양, 북쪽은 차가운 얼음 지대, 남쪽은 사막의 모래 장벽으로 둘러싸여 있음을 지적한 것이었다. 듣고 보니 그럴싸하다. 미국 영토의 확장 과정은 그야말로 최고의 부동산 투자였다고 할 수 있으나, 그 이면에는 '눈물의 길'이라고 하는 원주민들의 슬픈 강제 이주가 있었다.


남아메리카는 자연지리가 인간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내륙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아마존강 유역은 식생은 풍부하나 사람이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아 개발이 되지 않았고, 강을 이용한 수운조차 힘든 조건이었다. 이는 해안 도시의 발달을 가져왔다. 안데스 산맥과 브라질 고원 등으로 둘러싸인 지형은 고지대에서의 문명을 꽃피웠다. '신대륙 발견' 이후 오랜 기간의 식민 시대는 유럽인과 원주민의 혼혈을 낳았고, 이후 라틴 아메리카가 여러 나라로 쪼개지는 배경이 되었다.


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는 지리와 역사, 자연 환경과 인간의 삶이 둘이 아니라 밀접히 연결된 하나라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인류의 역사를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고 싶거나, 세계의 지리를 보다 속속들이 알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을 통해 지리가 이렇게 재미있는 학문이라는 사실을 새롭게 깨닫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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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연결 초등 한국사 사전 - 151개 질문과 개념으로 초등 한국사 완전 정복! 개념연결 초등 사전
배성호.문순창 지음, 김영화 그림 / 비아에듀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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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을 만나는 건 늘 반갑고 기쁜 일이다. 특히나 우리 역사에 관심과 애정이 많은 나로서는 잘 꾸며진 한국사책을 발견할 때 더욱 기쁨이 배가된다. 이 책 《개념연결 초등 한국사 사전》은 단연코 2022년 올해 만나는 최고의 한국사책이 될 것이다. 책은 자라나는 우리 어린이들을 겨냥해 만들어졌는데, 타겟 독자층인 초등학생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흥미로운 구성이 돋보인다.



삼국 시대 신라 진흥왕에 대한 이야기는 위의 질문과 그림으로 시작한다. 151개의 질문은 흥미로우면서도 교육과정 상의 핵심 개념을 잘 담아내고 있다. 92쪽의 대표 질문은 "신라 사람들은 정말 뼈로 사람을 차별했나요?" 라고 묻고 있다. 곁들여진 만화는 "뼈에도 품격이 있다는 뜻인가?" 라며 의문을 제기한다. 신라의 골품제(骨品制)와 신분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도입부인데 이 얼마나 재치있고 흥미로운가!


30초 해결사는 대표 질문에 대한 짤막한 핵심 답변이고, 이어지는 더 알아보기는 초등학생이 읽기에 전혀 무리가 없는 좀더 심화된 내용이다. 개념연결은 관련 사실과 연결된 인물과 사건, 또는 비교 대상들을 엮어놓았다. 역사에 흥미가 별로 없어 아직 우리 역사의 전체적인 그림을 잡지 못하고 있는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읽기에도 딱 좋은 책이라고 생각된다. 실은 우리집 첫째가 그런 사정이기 때문에 이 책이 더욱 반가웠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참고로 중학 역사는 2학년 때 역사1(세계사)를, 3학년 때 역사2(한국사)를 배운다.



개념연결 초등 한국사 사전》 별책부록으로 포함된 한국사 연표는 책상 옆에 붙여놓고 참고하기에 적당하거니와, 대표 질문마다 관련 사건 몇 개의 연표를 함께 실어 이해를 도왔다. 교과서상 어느 단원에 해당하는지도 차례를 비롯해 오른쪽 본문 페이지의 상단에 밝혀 놓았다. 하나의 질문(개념)은 두 페이지에서 완결된다. 재미있는 만화와 함께 부담없이 읽으면 넉넉히 잡아도 3분이면 끝이다. 참으로 적당한 분량이다. 학창 시절 우리는 그 얼마나 많은 사실과 인물과 사건 속에서 헤매였던가! 저자의 센스에 박수가 절로 나온다.



책은 현대(8.15 광복)로부터 시작한다. 새로운 시대가 시작될 때는 그에 어울리는 대표 이미지와 주요 연표를 실었고, 중간에 가끔씩 들어있는 '만약에 역사'와 '역사 토론'은 아이들의 상상력과 사고력 확장을 더욱 자극할 것이다. "묘청이 서경 천도와 금 정벌을 실행했더라면?", "정몽주와 정도전, 여러분의 선택은?"과 같은 질문은 지금도 학교 현장에서 단골로 나오는 질문과 토론 주제이기도 하다.


개념연결 초등 한국사 사전》은 우리 역사를 처음 접하는 초등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딱 맞게 꾸며진 멋진 역사책이다. 엄선된 151개의 질문과 개념은 한 권으로 우리 역사의 전체적인 얼개를 파악하고 한국사의 상식을 쌓는 데 무리가 없다. 적당한 분량의 설명은 부담 없이 읽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오늘부로 초등학생들이 볼 만한 주변에 소개하고 싶은 1 순위의 한국사 추천 도서는 이 책이 되었다. 역사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초등 고학년과 중학생들에게도 가뭄의 단비 같은 책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적극 추천~!



카페 '컬처블룸'의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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