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기 싫은 날 - 까칠한 열네 살을 위한 토닥토닥 책 처방전
권희린 지음 / 생각학교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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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차 사서교사인 저자 권희린 님은 아이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가진 선생님이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교류하며 책을 통해 함께 공감하는 모습이 존경스럽다. 책은 기본적으로 십대 청소년들을 독자로 삼고 있지만,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학교 가기 싫은 날>의 문장은 톡톡 튀고 감칠맛이 난다. 어깨에 힘을 빼고 무게 잡지 않은 글은 쉽고 편안하다. "세상 모든 부모님의 잔소리를 모두 적어 내려가면 그 종이는 지구 두 바퀴를 돌고도 남지 않을까 싶어."(66쪽) 이처럼 유머와 위트가 배어 있는 문장은 읽는 이의 기분을 즐겁고 마음을 가볍게 만들어준다.



"엄마의 잔소리야 하루이틀 듣는 게 아니지만, 유독 잔소리를 듣고 나면 마음 한구석에 꽁꽁 눌러두었던 화가 걷잡을 수 없이 부풀어올라 도무지 가라앉지 않는 날이 있지. ( 중략) 정말 이런 날은 이불 꽁꽁 싸매고 방에서 나오기 싫은 날이야."(37쪽)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며 에피소드 하나에 한두 권의 책을 추천한다. 소개하는 책은 현재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는 이야기를 담은 청소년 소설·에세이가 주를 이루지만, 곧 있으면 고전의 반열에 들어설 것 같은 비교적 최근의 성인 대상 책들도 들어 있어 폭넓고 다양하다. 하나의 챕터가 끝나면 그림책과 영화로 추가 팁을 제공하고, 중간중간 들어가 있는 삽화는 책의 부드러움을 더한다.



인생은 고통 콘테스트가 아니야. 성적 하락 같은 생활 기스로 미래에 대한 엉터리 각본을 쓸 이유는 없어. 어차피 인생은 주관식이야. 답은 정해져 있지 않아. 양치기 소년은 외딴 곳에서 혼자 일하며 느꼈던 소외감을 거짓말로 드러낸 걸지도 몰라 등등. 책은 진지하면서도 무겁지 않고 유쾌하다. 이 책을 읽는 청소년들이 저자의 밝음에 자연스레 동화되어 자기 안의 작고 소중한 씨앗을 움틔울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저자는 공부하기 싫을 땐 책을 읽자고 권한다. 어리둥절한 얘기 같겠지만 학창 시절의 내가 실제로 그러했다. 아마도 중학교 때부터 그랬던 듯하다. 공부가 싫어서 딴짓을 하고 싶을 때의 책은 저자가 말하듯 평소와는 다른 느낌이다. 어차피 그 책도 내 취향에 따라 고르는 것이니 재미는 보장된다. 아프리카에 산다는 스프링벅의 이야기는 충격이었고, 어릴 때 봤던 <꽃들에게 희망을>은 다시 찾아 읽어봐야겠다.


책을 읽으며 저자의 생각의 깊이에 놀란 문장이 있어 인용해 본다. "학생은 공부가 우선이야. 대학부터 가고 보자. 다른 길에 대한 가능성은 공부 때문에 처음부터 차단당하지. 공부와 병행한 꿈은 지원해주지만 그렇지 않은 꿈은 포기부터 하게 만드는 거야. 그러다 보니 우리는 일찍부터 새로운 길을 탐험하려는 용기를 잃고, 시도하지도 못한 일에 대한 '실패와 '좌절'을 배우게 되지." (75쪽)


공부란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정말 멋져 보이는 사람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이다. 어떤 선택도 100점이 될 순 없다. 하나의 선택지 밖에 가질 수 없는 인생이기에 어떠한 선택을 하더라도 후회는 필연적이다. 그러니 도전하고 결과를 만나보자. 미래는 고민하고 두드리는 자만이 열 수 있다.



<학교 가기 싫은 날> 책을 모두 읽고난 뒤, 지금 난 <그리스인 조르바>와 <공중 그네>, 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보고 싶다. 아이들에게도 좋은 책이고 영화겠지만, 인생의 방향타를 점검하고 현실에 지쳐 힐링이 필요한 우리네 성인들에게도 훌륭한 처방전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십대 청소년에게도 자녀를 둔 학부모에게도 모두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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