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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처한 클래식 수업 2 - 베토벤, 불멸의 환희 ㅣ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 2
민은기 지음 / 사회평론 / 2019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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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
줄여서 <난처한 클래식 수업> 시리즈가 벌써 4권까지 나왔다. 작년 2019년에 1권과 2권이 나왔고, 이어서 올해 2020년에 3권과 4권이 출간된 것이다. 1권이 모짜르트, 2권이 베토벤, 3권이 바흐, 4권이 헨델이다. 보통은 어떤 책이라도 1권부터 읽는 습관이 있는데, 2019년이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라고 하니 마음이 흔들린다. 비록 한해가 지났다 해도 어떻게 베토벤을 외면할 수 있겠는가! 모짜르트는 다음으로 기약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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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출판사(사회평론)에서 나온 양정무 선생의 <난처한 미술 이야기 5 : 이탈리아 르네상스 문명과 미술>을 워낙 재미있게 읽었던지라 더욱 기대가 컸다. 미술책은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이었는데, 음악책은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으로 살짝 바뀌었다. 특히 책 속 QR코드를 스캔하거나 난톡(난처한+Talk) 홈페이지에서 베토벤의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을 수 있으니 그야말로 '들어보는' 생생한 클래식 수업이다~!
<난처한 클래식 수업 2 : 베토벤, 불멸의 환희>는 글의 중간중간 질문이 들어있고 그에 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부드럽고 막힘없이 읽힌다. 서로 편안하게 대화를 주고받는 느낌이어서 마치 개인교사가 일대일로 클래식을 가르치며 지도해주는 듯하다. 딱딱하지 않고 다사로운 문체가 글을 부드럽게 뒷받침하는 가운데 베토벤의 다채로운 일화들과 그의 음악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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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은 흔히 모차르트와 비교된다. 모차르트가 짧은 시간 안에 여러 아름다운 곡을 써냈다면, 베토벤은 곡을 쓸 때마다 매번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이 두 거장의 존재는 마치 중국 당나라의 시인 이백과 두보를 보는 듯하다. 이백이 두보보다 10여년 먼저 태어난 것도 비슷하다. 이백이 일필휘지로 자유분방하게 시를 써 시선(詩仙)이 되었다면, 두보는 절차탁마하듯 정성들여 시를 써 시성(詩聖)의 이름을 얻었다고 들었다. 두보는 시성(詩聖)으로 불리고 베토벤은 악성(樂聖)으로 불리니 그냥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참 공교롭다.
베토벤은 할아버지와 아버지 모두 궁정음악가를 지낸 음악가 집안 출신이었다. 6살에 첫 연주회를 했고 11살에 피아노 변주곡을 작곡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알콜 중독자였고 어머니는 우울증 환자였다. 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받았던 그는 16살에 어머니의 사망으로 사실상 소년 가장이 되었다. 하지만 막시밀리안 선제후의 도움으로 하이든의 제자가 되어 당대 문화의 중심지 빈으로 가는 행운을 얻었으니 그의 나이 21살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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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은 같은 사람이 작곡한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시기별 음악 특징이 뚜렷하게 갈린다고 한다. 초기는 고향에서 성장하던 시기, 중기는 빈에서 화려하게 활동했던 시기였다. 후기는 침체 속에서도 자기 안으로 파고들어갔던 시기이다. 책은 이러한 시기를 따라가며 베토벤의 굴곡진 인생과 성패, 작품의 특징과 변화 양상을 꼼꼼히 짚어냈다. 베토벤의 삶은 그의 작품만큼이나 극적이고 감동이었다.
빈에 도착한 베토벤은 먼저 피아니스트로서 이름을 날렸다. 피아노 교본 시리즈로 유명한 체르니가 바로 그의 제자였다. 베토벤을 성공으로 이끌어준 일등 공신은 슈비텐 남작이었으나, 그의 최고의 후원자는 리히노프스키 공작이었다. '월광 소나타'는 사랑에 빠진 줄리에타에게 선물한 작품이었고, '엘리제를 위하여'는 그의 악필로 인해 만들어진 이름이었으며, '불멸의 연인'의 유력한 후보는 안토니 브렌타노였다. 화음과 화성법에 정통한 베토벤은 다양한 방식으로 화음을 연결하며 긴장감을 능숙하게 조절함으로써 마치 드라마 같은 악곡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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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 느낌은 정말 색달랐다. 지금까지 나의 독서에서 음악은 단지 배경일 뿐이었다. 조금 심하게 말한다면 책에 집중하게 만드는 일종의 백색소음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운명 교향곡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그의 교향곡 5번을 동시에 듣는 것은 전혀 색다른 경험이었다. 책의 내용이 한결 이해가 쉽고 책과 음악이 더 깊이있게 다가왔다. 베토벤과 그의 음악을 좀더 잘 이해하게 되면서 감동도 배가되는 느낌이다.
사실 운명 교향곡의(그외 다른 곡을 모두 포함해서) 이런 다양하고 세밀한 장치들을 그 누가 속속들이 알고 있을 것인가? 1악장 2주제에, 아니 운명 교향곡 전체에서 '운명의 동기'가 반복된다는 것은 책에 실린 악보를 보며 집중해서 들어보지 않았다면 눈치채지도 못했을 내용이다. 특히 리듬만 같을 뿐 음높이와 빠르기가 다르기 때문에 느낌이 전혀 달랐다. 이렇듯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베토벤과 그의 음악에 더 가까워지고 친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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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은 시대를 앞서간 음악의 위인이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열었고 새로운 전범을 창출해 후세의 음악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는 기술자로 취급됐던 음악가를 예술가의 반열로 올려놓았고, 음악이 계속 남으리라 생각하며 자기가 만든 음악에 일일이 작품번호를 매겼다. 서른살 무렵에는 청력을 잃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작곡을 계속할 수 있었던 건 악기의 소리가 아닌 자기 내면의 소리에 의지하며 음악을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생의 후반에 만든 '합창 교향곡'과 '현악 4중주 14번'은 갈등과 대결을 넘어 세상과 화해하고 싶었던 그의 메시지이다.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 2 : 베토벤, 불멸의 환희>는 참으로 행복한 책읽기였다. 독서와 음악이 이렇게 한데 절묘하고도 완벽하게 어우러질수 있다니~! 참으로 멋지고 감동적이어서 감탄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출판사의 멋진 기획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클래식에 관심이 있다면, 베토벤에 관심이 있다면 꼭 보시기를, 그것도 반드시 음악과 함께 책읽기를 하실 것을 감히 강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