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부자처럼 주식 투자하라 - 5000억 자산가 지중해 부자의 투자 시크릿
박종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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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입 장벽이 낮아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투자 방법이 주식 투자이다. 하지만 일부 대학들이 입학은 쉽지만 졸업이 어려운 것처럼, 주식 투자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것은 쉬울지 몰라도 성공하여 부자의 길로 나아가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한다. 그렇기에 재무제표를 비롯한 기본적 분석과 차트와 이동평균선을 살피는 기술적 분석에 매달리고, 주식 투자의 고수라는 사람들이 낸 책과 글을 찾아 읽는다.


실패를 줄이고 수익률을 높여 나의 자신을 지키고 증식시키는 방법으로 고수와 대가들의 책을 찾아읽는 것만큼 도움되는 일이 없다. <지중해 부자처럼 주식 투자하라>, 이 책에서도 독서는 강조된다. 저자는 세상 사람들을 책을 읽는 사람과 읽지 않는 두 사람으로 나눈다. 그 정도로 책은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을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인데, 투자의 세계에서 필요한 시각과 멘탈을 각종 경험이 담겨진 책을 통해 배우고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지중해 부자처럼 주식 투자하라>는 주식 투자의 기본이 되는 자세와 마인드, 주식 투자의 원칙으로 삼아야 할 지중해 부자의 투자 명언과 조언들, 저자 자신의 투자 경험과 지중해 부자와의 교류 속에서 얻은 투자의 지혜와 리스크 관리법에 대해 쓴 책이다. 주식 투자에 대한 구체적 기법이나 특별한 방법을 다루고 있지 않다는 말이다. 주식 투자 책에서 으레 볼 수 있는 그 흔한 차트와 그래프가 단 하나조차 실려 있지 않다. 하지만 하루이틀로 주식 투자를 끝낼 것이 아니라면, 그래서 인생의 긴 시기에 걸쳐 투자할 것이라면 이 책처럼 투자의 원칙과 지혜를 다룬 책은 반드시 몇권씩 일부러 챙겨서라도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은 주식 투자의 정의부터 재정립한다. 주식 투자는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라 올바른 태도와 강인한 정신으로 시간에 투자하여 평생에 걸쳐 내 자산을 증식시키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주가를 결정짓는 것은 예측하기 어려운 수많은 요소가 결합되어 이루어지기 때문에 주식 투자는 노력한다고 해서 잘되는 게 아니다. 그러니 안될 때는 쉬는 게 나을 때가 많다는 것이 이 책이 주식 투자를 바라보는 기본 시각이다.


대다수의 주식 책이 손절을 지키는 것을 강조한다면 <지중해 부자처럼 주식 투자하라>에서는 '욕심의 범위'를 정하는 것을 강조한다. 팔고자 하는 가격에서 20%(또는 ±10%) 정도의 범위를 정해놓고 분할매도하여 수익을 현금화하라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매매를 통해 수익을 얻는 단기 투자보다는 주식을 보유하면서 평가액을 늘리는 중장기 투자를 지향하기에 손절보다는 익절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책에 실린 지중해 부자의 투자 조언과 저자의 당부들은 찰진 비유에 쉽고 친숙하며, 에두르지 않고 직설적인 언어로 구성되어 있어 귀에 쏙쏙 들어온다. 그리고 저자와 지중해 부자 모두 주식 투자에 앞서 종잣돈 마련을 위한 저축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주식은 애들하고 똑같아. 우량한 회사는 잘 키운 큰애와 같으니까 부모가 신경 쓸 필요가 없지. 말을 해도 듣지도 않고 말이야. 근데 중소기업은 사춘기에 들어선 둘째와 같거든. 언제 사고칠지 모르니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신경을 써야 해. 잘못하면 집을 나가버리기도 하거든." (82쪽 인용)


"대출이 있는 상황에서 추가로 돈을 벌었다면 이유 불문하고 대출금을 줄이는 데 써야 한다.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대개 돈을 더 벌어서 한꺼번에 갚으려고 하는데, 대출이 더 늘면 늘었지 대출을 한번에 갚은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어차피 갚아야 할 대출이라면 수익이 났을 때 갚는 게 좋다." (179쪽 인용)


"주식 투자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이며 중요한 요소인 저축에 대한 핵심 요령을 두 가지만 소개하겠다. … 매달 10%를 저축한다면 인생이 바뀌는 속도가 10km이지만, 매달 50%씩 저축을 하면 50km의 속도로 바뀌는 게 인생이라는 말을 명심하자." (164~168 발췌 인용)


저자와 지중해 부자는 수익과 손실이 반복되는 주식 투자의 특성상 레버리지는 결국 더 많은 돈을 잃게 만드니 주의할 것을 당부한다. 개인은 판단 실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본인의 판단이 옮았음을 증명하기 위해 계속해서 독자적 결정을 내리는 속성을 가지고 있어 실패를 반복하니, 반드시 투자 결정에 조언을 줄 수 있는 파트너를 구하라고 조언한다. 수익이 나면 별도의 수익금 통장에 넣어 반드시 현금으로 보유하고, 큰 수익이 나면 아무 것도 하지 말고 당분간 쉬면서 사전에 세워둔 사용 계획에 따라 쓸 것을 추천한다.



<지중해 부자처럼 주식 투자하라>의 말미에는 부록으로 주식 투자에 도움이 되는 팁을 실었다. 주식 적정 가격 간단 산출법, 투자 결정 질문 10가지, 공모주 투자 선택 기준 3가지가 특히 눈에 띄었다. 앞으로의 투자 생활에서 실전 팁으로 삼기에 유효하다. 에필로그를 통해 엿본 저자의 꿈과 희망은 참으로 존경스럽다. 많은 돈을 벌어 주변의 어려운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선한 영향력'을 지향하는 저자는 이미 아동복지관과 시각장애인을 위한 무료 경제교육을 실시해 오고 있다. 게다가 자립금 통장을 만들어 실질적인 자립금 적립까지 지원하고 있으니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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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6 - 1936-1940 결전의 날을 준비하라 (박시백의 일제강점기 역사만화) 35년 시리즈 6
박시백 지음 / 비아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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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김원웅 광복회장의 8.15 기념사가 논란이다. 광복 75주년이 되는 2020년에 아직도 이런 논란이 있다는 것 자체가 제대로 된 친일 청산이 이루어지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반증이다. 일부 디테일에서 오류와 비약이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대체적 맥락에서 역사적 사실에 부합하는 당연한 주장이 왜 이렇게 논란이 되어야 하는지 씁쓸하다. 이를 문제삼아 확대시키는 일부 언론과 정치세력들의 작태가 참으로 한심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더욱 일제 강점기의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제 강점기를 생생하고 입체적으로 그려낸 박시백님의 <35년>이 드디어 완간되었다. 일제 강점기를 만화로 옮기는 작업을 위해 저자는 각종 자료 수집과 현장 답사 등 5년을 공부하고 준비한 끝에 2018년 1월에 1~3권을 출간했다, 그리고 광복 75주년이 되는 올해 2020년 8.15 광복절에 맞추어 6권과 7권을 내면서 완간하게 된 것이다. 1910~1945년에 이르는 일제 강점기의 역사를 5년씩 끊어서 한 권에 담아 일곱 권으로 마무리한 것이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전 20권)>을 잇는 또 하나의 쾌거라 아니할 수 없다.



<35년 6권 ; 1936-1940>은 내선 일체와 민족 말살 통치가 강화되어가던 1930년대 후반기를 다룬다. 일제의 강화된 억압과 통제 속에 상당수의 이들이 전향했고 수많은 친일단체가 만들어졌다.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손기정 선수의 표정과 시상대에서의 자세는 미처 몰랐던 일이었다. 그가 우승 직후 친구에게 보낸 엽서에는 단 세 글자, "슬프다!"가 쓰여 있었다.



동북항일연군에 대한 일제의 토벌 작전은 늦가을에 시작해 겨울까지 이어져 견디기가 쉽지 않았다. 헐벗은 산은 유격대를 가려주지 않았고 산나물과 열매도 얻지 못했다. 민중과의 연계 차단을 위해 일제가 조성한 집단부락의 모습은 상상을 초월했다. 가혹한 조건 속에서 투항과 변절이 속출했는데 그중에서도 안광천과 청빈의 투항은 뼈아팠다. 반면 일제의 토벌에 사망한 동북항일연군 제1군 사령 양징위의 시신 해부 결과는 안타깝고 가슴 아팠다. 그의 위엔 곡식 한톨 없이 풀과 나무껍질 뿐이었다.



<35년 6권 ; 1936-1940 결전의 날을 준비하라>에서 4장은 저자의 역량이 잘 드러난 부분이다. 1930년대 후반 중국 관내 항일운동 세력의 이합집산은 그야말로 복잡다단하여 이를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저자는 이를 간결한 필치로 깔끔하고 요령있게 정리해냈다. 저자의 공부와 내공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덕분에 조선민족전선연맹과 광복운동단체연합회를 비롯한 중국 관내 민족운동 세력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스탈린에 의한 연해주 고려인의 강제 이주는 실로 눈물겨운 일이었다. 하지만 더욱 안타깝고 분노가 치민 것은 수많은 고려인들이 스파이와 반혁명 혐의로 처형당하거나 숙청된 일이었다. 김아파나시, 한명세, 오하묵, 김단야, 최고려, 김경천 등 혁혁한 투쟁 경력을 가진 내노라하는 인물들이 억울하게 희생되었다. 중국의 민생단 사건과 다를 바 없는 이 사건은 조국을 잃고 남의 땅에서 지내야했던 이들이 겪는 설움과 고통, 비분강개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친일파를 친일파로 부르지 못하는 시대. 친일반민족행위자의 무덤을 현충원에 그대로 두는 것이 적합한지, 이장이 어렵다면 친일행적을 밝히는 작은 비석을 두는 것은 어떨지 공적 논의를 해보자는 제안이 어떻게 광복회장의 사퇴와 파면을 거론하는 이유가 될 수 있는지 아연할 따름이다. 이러니 작년 3월 야당의 원내대표가 '반민특위가 국론 분열을 가져왔다'는 망언을 공공연히 외치는데도 메이저 신문 어디에도 단 한줄의 비평조차 실리지 않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누군가는 친일과 애국의 이분법을 뛰어넘자고 말한다. 얼핏 들으면 꽤 그럴싸할지 모르나 이는 크게 잘못된 논법이다. 여기서의 '친일'은 단순하고 수동적인 친일 행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적극적으로 반민족행위를 벌인 '친일'을 말하는 것이다. 몰랐다면 안타까운 일이되, 이를 알았다면 흑백 논리의 딱지를 붙여 의도적으로 진실을 외면한 것이라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후손의 모범이 될 순국선열들의 무덤이 있는 국립현충원에 들어갈 사람을 선별하자는 것이다. 독립운동가를 체포해 고문한 '친일'과 조국독립을 위해 35년간 분투한 '애국'을 구분하자는 것이 어떻게 흑백 논리의 이분법에 비할 문제란 말인가!


박시백의 <35년 6권 ; 1936-1940>은 만화로 기록하는 일제 강점기의 역사이다. 독립운동가에서 친일부역자까지 당대의 인물들을 하나씩 불러내어 생명력을 부여했다. 그렇기에 일제 강점기의 수많은 인물과 사건들이 보다 쉽고 생생하게 다가온다. 학창 시절 엇비슷한 이름에 헷갈리는 독립운동단체를 외우던 스트레스는 이 책에 없다. 오직 냉정하고 감동적인 진실만이 오롯이 담겨 있을 뿐이다. 아름다우면 아름다운대로, 부끄러우면 부끄러운대로 독립운동의 속살과 식민지배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 것은 이 작품이 가진 가장 큰 미덕 중 하나이다. 시절이 그래서인지 이번 6권에서는 특히 전향자, 투항자, 협력자에 대한 묘사가 주목된다.


작년 5월 <35년 4권>을 리뷰하며 "저자가 힘내어 끝까지 완주하기를 기원하며 마음 속으로 격한 응원을 보낸다"고 적었던 기억이 난다. 완간을 축하하며 저자에게 감사하고, 모두에게 진심으로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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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병장 희순 - 노래로, 총으로 싸운 조선 최초의 여성 의병장 윤희순
정용연.권숯돌 지음 / 휴머니스트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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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병장 희순>은 그래픽노블이다. 일반 만화보다 진지한 주제이면서 복잡한 이야기 구조를 가진 그래픽노블은 스토리에 완결성이 있고 작가만의 개성적 화풍이 드러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책은 그린이 정용연 님과 글쓴이 권숯돌 님이 윤희순 선생에 대한 사랑과 존경의 마음으로 의기투합하여 비록 지난하지만 힘찬 협업으로 탄생했다. 이는 성남문화재단에서 추진하는 '독립운동가 웹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조국의 독립이라는 공동체의 선을 위해 일생을 바친 다른 독립운동가들의 웹툰도 Daum 웹툰과 EBS 툰에서 볼 수 있다니 역사를 사랑하는 이로서 기쁘기 그지 없다. 우리 독립운동과 독립운동가들의 역사는 더 널리 더 많이 알려져야 한다!


윤희순 선생은 한성의 양반 윤익상의 큰딸로 태어났다. 16살에 화서학파 유학자인 유홍석의 장남이자 유인석의 조카인 유제원과 결혼하여 고흥 유씨 집성촌인 춘천 가정리 항골에서 지내게 된다. 화서 이항로, 중암 김평묵, 성재 유중교, 의암 유인석으로 이어지는 조선 성리학의 정통 도맥을 계승한, 당대의 가장 대표적인 위정척사파 유학자 집안의 일원이 된 여성이었던 것이다.



시아버지 유홍석과 남편 유제원이 을미의병에 참가해 홀로 집안을 지탱하면서도 선생은 '안사람 의병가' 등 다수의 의병 가사를 지어 사람들의 항일 의식을 높이는 한편, 후방에서 동리의 부녀자들과 함께 의병을 적극 도왔다. 정미의병이 일어났을 때는 '안사람 의병단'을 조직해 직접 군사 훈련에 참가하는 한편, 군자금을 모집하고 탄약을 제조하기도 했다. 오줌을 모아 끓여서 염초(초석)를 얻었다는데 그 노고가 심하였으리라.


"우리나라 의병들은 나라 찾기 힘쓰는데 우리들은 무얼 할까 의병들을 도와주세

내 집 없는 의병대들 뒷바라지 하여 보세 … 만세 만세 만만세요 우리 의병 만세로다" ('안사람 의병가' 인용)

당시 군자금 모금을 위해 밤늦게 남장으로 변복해 드나드는 선생의 모습을 보고 마을의 아낙들이 외간남자와 정을 통한다며 수군댔지만, 선생은 오히려 일본 순검도 속일 수 있겠다며 웃고 넘겼다 하니 선생의 그릇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겠다. 경술국치 후 선생은 가족들과 함께 만주로 건너가 동창학교의 분교인 노학당의 교장이 되어 민족의 인재들을 양성했다. 환인에서는 3.1 만세 운동을 주도했고, 무순에서 조선독립단을 조직해 항일 투쟁에 나섰다.


그러나 일제의 추적으로 장남 유돈상이 체포되었고, 모진 고문 끝에 선생의 품 안에서 숨을 거두니 윤희순 선생은 크나큰 실의에 빠졌다. 아들이 세상을 뜬 지 열하루 째 되던 날 자신의 일생과 3대에 걸친 항일 투쟁사를 적은 <일생록>을 남기고 돌아가시니 향년 76세였다. 선생의 마지막을 <의병장 희순>에서는 다음과 같이 쓰고 있어 실로 처연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용서하거라. 죽음보다 어려운 삶을 너희에게만 떠안긴 채 혼자 떠나는 것을. 나라 잃은 백성으로 내 어찌 자식 잃은 슬픔을 혼자만 겪은 듯 유난스레 굴까마는, 이제는 정말 기력이 쇠하고 고단하여 쉬고 싶구나. 한 번도 나만을 위해 살아보지 못한 할미에게 마지막 이기심을 허락해다오." (411~412쪽 인용)


윤희순 선생 같은 분을 지금껏 몰랐다는 것이 부끄럽고 죄송스럽다. 곽낙원, 남자현, 정정화, 박차정, 안경신, 이화림 선생 등 나름 많은 여성 독립운동가를 안다고 생각하고 살았으나 건방진 자만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뭉클거리고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나의 글솜씨가 부족한 것이 이토록 원망스런 적도 없었다. 내가 책을 읽으며 느꼈던 감동과 부끄러움과 전율을 온전히 전하지 못함이 너무도 안타까울 뿐이다.



윤희순 선생의 강단과 캐릭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시아버지 유홍석의 행방을 찾는 일경이 집으로 찾아와 아들 유돈상의 목에 칼을 들이밀고 협박을 한다. 아들의 목숨이 위협받는 긴박한 상황에서, 순간이 영원 같던 그때에도 선생은 흔들리지 않았다. 아니 흔들렸지만, 어미된 자로서 흔들리지 아니할 이가 누가 있을손가! 힘들었지만, 망설였지만, 확신할 수 없었지만 선생은 결국 굴복하지 않았다. 선생의 회고록 <일생록>에는 당시 선생의 고민이 진솔하고 절절하게 묻어난다.


<의병장 희순>은 윤희순 선생의 일생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선생이 살았던 시대에 일어난 다른 사건들에 대해서도 충실하게 묘사하고 있다. 특히 의병 활동과 관련해서 그 배경이 된 사건은 물론 의병 주변의 사람들, 활동의 실태, 흩어진 무리의 상황들을 디테일하게 표현하고 있어 당시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글과 그림 모두에서 인물의 표정과 감정 표현이 뛰어나 읽는 내내 감정을 이입해 몰입하며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더욱 감동적이었고 존경스러웠으며 또 부끄러웠다.



책의 말미에는 그린이와 글쓴이의 말이 붙어 있다. 그냥 예사롭게 넘기기에는 너무 인상적이고 뜻이 깊은 글이어서 이 책을 보는 분들이라면 꼭 일독하시기를 권하고 싶다. 부족한 나의 글보다 백배천배는 더 소개하고 싶은 글이라서 일부만이라도 인용해 본다.


"독립운동은 고난의 연속이다. 자신의 목숨은 물론 가족의 목숨까지 내놓아야 했다. 나는 '다음 웹툰'에서 작품을 연재하는 내내 이들의 활동을 말리고 싶었다. 회를 거듭할수록 가시밭길 대신 편안한 길을 걸으라 권하고 싶었다. 이제라도 쉬라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주인공들은 안락한 삶 대신 끝까지 자신의 길을 걸어갔다. … 오늘 내가 누리는 것들은 우연이 아니다. 어제 그들이 목숨을 걸고 싸운 결과다. 독립운동은 공동선을 위해 자신을 제단에 바치는 일이다. 자기 안의 비겁함과 끊임없이 싸워 이겨야만 한다." (p. 421 그린이[정용연]의 말 중에서)


"가장 충격적인 것은 유교라는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는 가부장 사회에서 그것도 그 이데올로기를 신봉하는 유학자 집안에서 자고 나란 여성이 어떻게 이토록 주체적이고 자주적일 수 있었는가 하는 점이었다. … 이런 면모는 윤희순이라는 인물의 개인적 특수성인가 아니면 내가 몰랐던 유림 사회의 또 다른 모습인가 … 윤희순 선생의 일대기에서 내가 드러내고 싶었던 또 하나의 중요한 부분은 독립운동의 연속성과 집단성이다. … 독립운동은 영웅적 개인의 자각에서 비롯되는 것도 단말마적인 외침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었다. 서로가 서로를 일으키며 함께 싸웠고 한 세대가 쓰러지면 다음 세대가 이어받아 다시 질기고 기나긴 여정을 함께 했다." (p. 423 글쓴이[권숯돌]의 말 중에서)


그래픽노블로 만나는 <의병장 희순>. 선생은 '안사람 의병단'을 이끈 조선 최초이자 유일의 여성 의병장이셨다. 노래로, 총으로 싸웠고, 시아버지와 지아비, 아들과 본인 모두가 항일 독립 투쟁의 전선에 몸을 바쳤다. 정용연 님과 권숯돌 님의 멋진 글과 따뜻한 그림으로 재탄생한 윤희순 선생의 일대기를 모든 이들이 함께 읽을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진심을 가득 담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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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아픈 언니들의 억울해서 배우는 투자 이야기
정선영.전소영.강수지 지음 / 메이트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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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가 필수인 시대, 요즘은 투자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위험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개인의 주객관적 상황에 따라 몰라서 못했거나, 알아도 못했던 투자가 많았을 것이다. 연합인포맥스에서 금융시장을 취재해왔던, 어찌 보면 투자의 최전선 현장에 있었다고 해도 무방할 3명의 여기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배 아픈 언니들의 억울해서 배우는 투자 이야기>는 그들의 좌충우돌 투자 실패담에서 위로와 공감을 얻으며 성공 투자를 위한 준비를 하는 책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삼성전자 주가는 40만원이었다. 액면분할 전인 올해초에는 314만원을 찍기도 했다. 누군가는 월급이 들어올 때마다 삼성전자를 한주씩 사들이는 '삼성전자로 적금 붓기'를 실천해 떼돈을 벌었다고 하는데, 그 10여년 동안 나는 그리고 우리는 무얼 했던가? 주식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공감할 이런 이야기로 책은 시작된다. 쉽고 간결한 문장은 가독성을 높이고 이해와 공감을 북돋운다. 그러니 페이지는 더욱 술술 넘어간다.



유로화가 폭락했을 때 동료 기자들과 유럽 여행을 가자고 맞장구를 쳤다는 저자의 사연도 남의 얘기가 아니었다. 엔화 약세가 한창이었던 2007년 나도 일본 여행을 계획했고 실제로 다녀오기도 했다. 엔화를 사두어야겠다는 외환투자는 일도 생각치 못한 바보였다. '언니'들은 여기에서 "일단 사라. 사고 생각하자."는 가르침을 준다. 이야기 말미에는 로또 당첨을 기원하는 인간을 답답해하며 신이 투덜댄다는 말이 나온다. "제발 좀 사라. 인간아!"



<배 아픈 언니들의 억울해서 배우는 투자 이야기> 책 중간중간 들어있는 '더 알아보기'는 본문에 나오는 중요한 개념과 경제 용어를 보충 설명하는 코너이다. 가볍게 읽고 넘어갈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앞으로의 투자 생활에서 꼭 참고해야 할 내용들도 많아서 허투루 넘겨서는 안 될 부분이다. 예를 들어 한국은행에서 매 분기별로 발행하는 '기업경영분석'은 경제와 산업의 큰 트렌드를 알아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였다. 외화예금통장 활용법이나 물가채 투자 노하우도 새로 알게 된 내용이다.



책의 각 꼭지마다 붙어 있는 '언니들의 투자 교훈'은 짧은 문장 속에 그 꼭지의 핵심을 담았다. "내가 사재기에 열을 올릴 때 누군가는 주식을 사재기한다." 저자는 코로나19 사태에 누구보다 일찍 마스크를 사모았으면서도 정작 계좌에는 마스크 관련주를 쌓아둘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스스로를 돌아본다. 책에도 나오지만 나도 아이들의 터닝메카드를 사기 위해 긴 줄을 서 본 적이 있다.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라며 한탄했지만 정작 손오공의 주식엔 관심도 가지지 못했다.


저자도 지적하듯 최경환 부총리의 LTV·DTI 완화와 한국은행의 유례없는 저금리 정책은 부동산 고삐를 풀어버렸다. 오늘날 아파트값 폭등의 원인이 상당 부분 전 정권에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책임 소재와는 별도로 시장은 대응의 영역이다. 살면서 부동산이 필요한 시기는 반드시 온다. 정신승리로 자위하는 것도 한계치에 다다랐다. 최근 임대차 3법의 통과는 쌍수로 환영할 일이지만, '내집 마련'이라는 욕구를 무시하면 안된다. 빚도 자산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부동산 투자에 대한 기본만큼은 반드시 갖추라는 충고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배 아픈 언니들의 억울해서 배우는 투자 이야기>는 주식투자, 외환투자, 채권투자, 부동산투자, 기타투자의 다섯 분야로 나누어 저자들의 생생한 투자 이야기를 담았다. 몇 억을 벌었다는 화려한 성공담이 아닌, 일상의 피곤함 속에서도 자산을 불려보겠다며 안간힘을 쓰는 보통의 우리네처럼 잘못된 선택과 뒤늦은 후회가 실려 있어 누구나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실패담 속에서 향후의 성공투자를 위한 혜안도 얻을 수 있다. 또다른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으려면, 지금 우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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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에듀윌 공인중개사 1차 한 손에 잡히는 민법 및 민사특별법 - 핵심만 압축한 초압축 핸드북! 2020 에듀윌 공인중개사 한 손에 잡히는
심정욱 지음 / 에듀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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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2020년 공인중개사 시험(제31회)의 원서 접수 기간이 채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오는 8월 19일(수)까지 인터넷으로 접수가 가능하니 혹시라도 놓친 분이 있다면 서둘러 접수하시길 바란다. 시험은 10월 31일(토)로 예정되어 있으니 세 달도 남지 않은 시점이다. 공인중개사 1차 시험은 부동산학개론과 민법 및 민사특별법의 2과목으로 치러진다. 하지만 평균 합격률 19%가 보여주듯 만만한 시험은 아니다. 더구나 한창 때가 아닌 중년의 나이에 생업에 종사하면서 시험을 준비하고 응시하는 분들이 많으니 현실적으로도 만만치 않다.


<2020 한 손에 잡히는 에듀윌 공인중개사 민법 및 민사특별법>은 공인중개사 1차 시험을 위한 초압축 핸드북이다. 책은 스프링으로 제본되어 있는데, 아담한 사이즈가 언제 어디서나 들고 다니며 공부하기에 적당하다. 책은 시험에 꼭 필요한 핵심 내용만을 도표화하여 제시해 보기에도 깔끔하고 정리에도 효율적이다. 짧은 시간에 빠르게 복습하면서 공부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는 책이라고 하겠다. 시험장에 들고 갈 최종 마무리서로도 손색이 없다.



책은 3회독 학습을 상정해 3칸의 회독용 체크박스를 표시했다. 먼저 합격한 사람들이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회독수를 늘리는 것이고, 공부는 결국 반복 학습에서 성패가 좌우되니 당연하다 하겠다. 5개년 기출문제를 분석해 출제 포인트와 중요도를 제시했고, 각 포인트마다 기출 회차와 회수를 별(★)로 표시해 수험생이 중점을 두고 공부해야 할 부분들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2020 에듀윌 공인중개사 한 손에 잡히는 민법 및 민사특별법(1차)>는 주요 내용을 정리하고 핵심 키워드를 빈칸으로 완성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정답은 페이지 오른쪽 하단에 작게 실려 있어 곧바로 확인하기 편리하다. '기출지문 CHECK'는 OX로 해당 포인트의 내용을 점검하는 부분인데, 바로 밑에 정답이 이어져서 자신도 모르게 보게 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왕이면 이것의 정답도 핵심 키워드처럼 페이지 오른쪽 하단에 별도로 배치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공인중개사 1차 시험 중 민법 및 민사특별법 과목은 물권법 파트의 비중이 가장 높고, 시험 문제의 70% 이상이 판례 문제여서 판례를 익히고 지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즉 판례를 사례화한 문제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야 한다는 뜻이다. 결국 어렵다는 말인데 그래서 더더욱 핵심을 잘 추려서 정리한 요약집이 필요하고, 그것을 반복 학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민법 및 민사특별법을 우선해서 보고자 한 것이었다.


<2020 에듀윌 공인중개사 한 손에 잡히는 민법 및 민사특별법>은 휴대용 포켓북의 형태로 만들어진 공인중개사 1차 핵심요약집이다. 컴팩트한 사이즈는 작은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틈새 시간을 활용하기에 적당하다. 개인적 욕심이 있다면 이 책의 내용을 오디오북의 형태로 만들어 텍스트북과 함께 볼 수 있도록 구성하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책은 이동 중에는 보기 어렵다. 어딘가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야만 한다. 그것이 어려울 땐 들어야 한다. 어학 공부하는 사람들이 틈만 나면 오디오를 들으며 실력을 쌓아가듯이 공인중개사도 이제 들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밀리의 서재, 리디북스와 같은 전자책 업체는 오디오북 서비스를 하고 있다. 요즘의 트렌드도 그렇다. tvN의 '책 읽어드립니다'는 유명 프로그램이 된 지 오래고, 책 읽어주는 어플 '윌라'도 TV 광고를 통해 대대적인 홍보를 시작했다. 자기계발 앱 분야 1위인 윌라의 서비스는 크게 클래스와 오디오북 두 가지인데, 없는 시간도 쪼개가면서 자기 계발에 몰두하는 직장인들의 호응이 높다. 그런데 공인중개사 같은 자격증 대비 수험서를 오디오북으로 내놓는다면 사실상 클래스와 오디오북이 결합된 새로운 아이템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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