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아픈 언니들의 억울해서 배우는 투자 이야기
정선영.전소영.강수지 지음 / 메이트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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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가 필수인 시대, 요즘은 투자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위험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개인의 주객관적 상황에 따라 몰라서 못했거나, 알아도 못했던 투자가 많았을 것이다. 연합인포맥스에서 금융시장을 취재해왔던, 어찌 보면 투자의 최전선 현장에 있었다고 해도 무방할 3명의 여기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배 아픈 언니들의 억울해서 배우는 투자 이야기>는 그들의 좌충우돌 투자 실패담에서 위로와 공감을 얻으며 성공 투자를 위한 준비를 하는 책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삼성전자 주가는 40만원이었다. 액면분할 전인 올해초에는 314만원을 찍기도 했다. 누군가는 월급이 들어올 때마다 삼성전자를 한주씩 사들이는 '삼성전자로 적금 붓기'를 실천해 떼돈을 벌었다고 하는데, 그 10여년 동안 나는 그리고 우리는 무얼 했던가? 주식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공감할 이런 이야기로 책은 시작된다. 쉽고 간결한 문장은 가독성을 높이고 이해와 공감을 북돋운다. 그러니 페이지는 더욱 술술 넘어간다.



유로화가 폭락했을 때 동료 기자들과 유럽 여행을 가자고 맞장구를 쳤다는 저자의 사연도 남의 얘기가 아니었다. 엔화 약세가 한창이었던 2007년 나도 일본 여행을 계획했고 실제로 다녀오기도 했다. 엔화를 사두어야겠다는 외환투자는 일도 생각치 못한 바보였다. '언니'들은 여기에서 "일단 사라. 사고 생각하자."는 가르침을 준다. 이야기 말미에는 로또 당첨을 기원하는 인간을 답답해하며 신이 투덜댄다는 말이 나온다. "제발 좀 사라. 인간아!"



<배 아픈 언니들의 억울해서 배우는 투자 이야기> 책 중간중간 들어있는 '더 알아보기'는 본문에 나오는 중요한 개념과 경제 용어를 보충 설명하는 코너이다. 가볍게 읽고 넘어갈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앞으로의 투자 생활에서 꼭 참고해야 할 내용들도 많아서 허투루 넘겨서는 안 될 부분이다. 예를 들어 한국은행에서 매 분기별로 발행하는 '기업경영분석'은 경제와 산업의 큰 트렌드를 알아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였다. 외화예금통장 활용법이나 물가채 투자 노하우도 새로 알게 된 내용이다.



책의 각 꼭지마다 붙어 있는 '언니들의 투자 교훈'은 짧은 문장 속에 그 꼭지의 핵심을 담았다. "내가 사재기에 열을 올릴 때 누군가는 주식을 사재기한다." 저자는 코로나19 사태에 누구보다 일찍 마스크를 사모았으면서도 정작 계좌에는 마스크 관련주를 쌓아둘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스스로를 돌아본다. 책에도 나오지만 나도 아이들의 터닝메카드를 사기 위해 긴 줄을 서 본 적이 있다.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라며 한탄했지만 정작 손오공의 주식엔 관심도 가지지 못했다.


저자도 지적하듯 최경환 부총리의 LTV·DTI 완화와 한국은행의 유례없는 저금리 정책은 부동산 고삐를 풀어버렸다. 오늘날 아파트값 폭등의 원인이 상당 부분 전 정권에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책임 소재와는 별도로 시장은 대응의 영역이다. 살면서 부동산이 필요한 시기는 반드시 온다. 정신승리로 자위하는 것도 한계치에 다다랐다. 최근 임대차 3법의 통과는 쌍수로 환영할 일이지만, '내집 마련'이라는 욕구를 무시하면 안된다. 빚도 자산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부동산 투자에 대한 기본만큼은 반드시 갖추라는 충고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배 아픈 언니들의 억울해서 배우는 투자 이야기>는 주식투자, 외환투자, 채권투자, 부동산투자, 기타투자의 다섯 분야로 나누어 저자들의 생생한 투자 이야기를 담았다. 몇 억을 벌었다는 화려한 성공담이 아닌, 일상의 피곤함 속에서도 자산을 불려보겠다며 안간힘을 쓰는 보통의 우리네처럼 잘못된 선택과 뒤늦은 후회가 실려 있어 누구나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실패담 속에서 향후의 성공투자를 위한 혜안도 얻을 수 있다. 또다른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으려면, 지금 우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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