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6 - 1936-1940 결전의 날을 준비하라 (박시백의 일제강점기 역사만화) 35년 시리즈 6
박시백 지음 / 비아북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 김원웅 광복회장의 8.15 기념사가 논란이다. 광복 75주년이 되는 2020년에 아직도 이런 논란이 있다는 것 자체가 제대로 된 친일 청산이 이루어지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반증이다. 일부 디테일에서 오류와 비약이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대체적 맥락에서 역사적 사실에 부합하는 당연한 주장이 왜 이렇게 논란이 되어야 하는지 씁쓸하다. 이를 문제삼아 확대시키는 일부 언론과 정치세력들의 작태가 참으로 한심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더욱 일제 강점기의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제 강점기를 생생하고 입체적으로 그려낸 박시백님의 <35년>이 드디어 완간되었다. 일제 강점기를 만화로 옮기는 작업을 위해 저자는 각종 자료 수집과 현장 답사 등 5년을 공부하고 준비한 끝에 2018년 1월에 1~3권을 출간했다, 그리고 광복 75주년이 되는 올해 2020년 8.15 광복절에 맞추어 6권과 7권을 내면서 완간하게 된 것이다. 1910~1945년에 이르는 일제 강점기의 역사를 5년씩 끊어서 한 권에 담아 일곱 권으로 마무리한 것이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전 20권)>을 잇는 또 하나의 쾌거라 아니할 수 없다.



<35년 6권 ; 1936-1940>은 내선 일체와 민족 말살 통치가 강화되어가던 1930년대 후반기를 다룬다. 일제의 강화된 억압과 통제 속에 상당수의 이들이 전향했고 수많은 친일단체가 만들어졌다.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손기정 선수의 표정과 시상대에서의 자세는 미처 몰랐던 일이었다. 그가 우승 직후 친구에게 보낸 엽서에는 단 세 글자, "슬프다!"가 쓰여 있었다.



동북항일연군에 대한 일제의 토벌 작전은 늦가을에 시작해 겨울까지 이어져 견디기가 쉽지 않았다. 헐벗은 산은 유격대를 가려주지 않았고 산나물과 열매도 얻지 못했다. 민중과의 연계 차단을 위해 일제가 조성한 집단부락의 모습은 상상을 초월했다. 가혹한 조건 속에서 투항과 변절이 속출했는데 그중에서도 안광천과 청빈의 투항은 뼈아팠다. 반면 일제의 토벌에 사망한 동북항일연군 제1군 사령 양징위의 시신 해부 결과는 안타깝고 가슴 아팠다. 그의 위엔 곡식 한톨 없이 풀과 나무껍질 뿐이었다.



<35년 6권 ; 1936-1940 결전의 날을 준비하라>에서 4장은 저자의 역량이 잘 드러난 부분이다. 1930년대 후반 중국 관내 항일운동 세력의 이합집산은 그야말로 복잡다단하여 이를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저자는 이를 간결한 필치로 깔끔하고 요령있게 정리해냈다. 저자의 공부와 내공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덕분에 조선민족전선연맹과 광복운동단체연합회를 비롯한 중국 관내 민족운동 세력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스탈린에 의한 연해주 고려인의 강제 이주는 실로 눈물겨운 일이었다. 하지만 더욱 안타깝고 분노가 치민 것은 수많은 고려인들이 스파이와 반혁명 혐의로 처형당하거나 숙청된 일이었다. 김아파나시, 한명세, 오하묵, 김단야, 최고려, 김경천 등 혁혁한 투쟁 경력을 가진 내노라하는 인물들이 억울하게 희생되었다. 중국의 민생단 사건과 다를 바 없는 이 사건은 조국을 잃고 남의 땅에서 지내야했던 이들이 겪는 설움과 고통, 비분강개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친일파를 친일파로 부르지 못하는 시대. 친일반민족행위자의 무덤을 현충원에 그대로 두는 것이 적합한지, 이장이 어렵다면 친일행적을 밝히는 작은 비석을 두는 것은 어떨지 공적 논의를 해보자는 제안이 어떻게 광복회장의 사퇴와 파면을 거론하는 이유가 될 수 있는지 아연할 따름이다. 이러니 작년 3월 야당의 원내대표가 '반민특위가 국론 분열을 가져왔다'는 망언을 공공연히 외치는데도 메이저 신문 어디에도 단 한줄의 비평조차 실리지 않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누군가는 친일과 애국의 이분법을 뛰어넘자고 말한다. 얼핏 들으면 꽤 그럴싸할지 모르나 이는 크게 잘못된 논법이다. 여기서의 '친일'은 단순하고 수동적인 친일 행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적극적으로 반민족행위를 벌인 '친일'을 말하는 것이다. 몰랐다면 안타까운 일이되, 이를 알았다면 흑백 논리의 딱지를 붙여 의도적으로 진실을 외면한 것이라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후손의 모범이 될 순국선열들의 무덤이 있는 국립현충원에 들어갈 사람을 선별하자는 것이다. 독립운동가를 체포해 고문한 '친일'과 조국독립을 위해 35년간 분투한 '애국'을 구분하자는 것이 어떻게 흑백 논리의 이분법에 비할 문제란 말인가!


박시백의 <35년 6권 ; 1936-1940>은 만화로 기록하는 일제 강점기의 역사이다. 독립운동가에서 친일부역자까지 당대의 인물들을 하나씩 불러내어 생명력을 부여했다. 그렇기에 일제 강점기의 수많은 인물과 사건들이 보다 쉽고 생생하게 다가온다. 학창 시절 엇비슷한 이름에 헷갈리는 독립운동단체를 외우던 스트레스는 이 책에 없다. 오직 냉정하고 감동적인 진실만이 오롯이 담겨 있을 뿐이다. 아름다우면 아름다운대로, 부끄러우면 부끄러운대로 독립운동의 속살과 식민지배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 것은 이 작품이 가진 가장 큰 미덕 중 하나이다. 시절이 그래서인지 이번 6권에서는 특히 전향자, 투항자, 협력자에 대한 묘사가 주목된다.


작년 5월 <35년 4권>을 리뷰하며 "저자가 힘내어 끝까지 완주하기를 기원하며 마음 속으로 격한 응원을 보낸다"고 적었던 기억이 난다. 완간을 축하하며 저자에게 감사하고, 모두에게 진심으로 강추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