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일 밤의 클래식 - 하루의 끝에 차분히 듣는 아름다운 고전음악 한 곡 Collect 2
김태용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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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일요일 오전이면 아버지는 늘 전축을 틀고 청소를 하셨다. 그러면 나와 누이들은 각자 맡은 방을 손걸레로 닦았는데, 그때 나오던 음악은 언제나 클래식이었다. 지금도 기억하는 건 '카타리'라는 제목으로 많이 알려진 이탈리아의 칸초네 '무정한 마음'(Core’ Ngato)이다. 그때는 그게 왜 '아가리'로 들렸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흥얼대던 내 목소리를 듣고 실소를 금치 못했던 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책을 보니 청소할 때 듣는 클래식 음악도 있다고 한다. 디즈니 만화 '판타지아'와 영화 '마법사의 제자'에서 빗자루에 마법을 걸어 청소하게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때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것이 뒤카의 교향시 '마법사의 제자'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제목을 뽑은 듯한데 실제 들어보니 청소할 때 듣기에 좋은 밝고 경쾌하면서도 풍성한 곡이었다. 다만 요즘은 진공청소기를 주로 쓰다보니 청소할 때 음악을 듣기는 쉽지 않다.


<90일 밤의 클래식>은 대중적인 클래식 음악서를 지향한다. 작가의 머리말에도 밝혔듯이 난해한 음악이론은 가급적 제외하고 클래식 음악과 음악가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책을 엮었다. 한 꼭지는 세심하게 길이를 다듬어 3~4페이지로 구성해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도록 했다. 클래식 음악으로 고단한 하루를 마무리하는 데 딱 적당하다. 그리하여 나같은 클래식 문외한이라도 쉽고 재미있게 읽으면서 하루에 한곡씩 총 90곡의 클래식 음악을 감상할 수 있도록 꾸몄다.


QR코드로 편리하게 음악을 들으면서 곡에 대한 흥미로운 사연들을 읽는 것은 특별하고 색다른 재미와 경험을 제공한다. 세계적 수준의 훌륭한 연주자들과 필하모닉의 명음반을 손쉽게 들을 수 있다는 것도 큰 기쁨이다. 책에서 소개된 사연과 음악적 스토리를 떠올리며 곡을 들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독자들을 위한 저자의 알찬 감상 팁까지 실려 있어 보다 깊이 있는 클래식 감상이 가능하다. 추천 음반은 멋진 덤이다.


'첼로의 구약성서'라는 바흐의 <6개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과 '첼로의 신약성서'라고 불리우는 베토벤의 <5개의 첼로 소나타>는 이름에서부터 흥미를 자아냈다. 책의 각주로만 소개되어 있는 베토벤의 첼로곡을 일부러 찾아듣게 된 것도 그 때문이다. '9번 교향곡의 저주'도 재미있는데 베토벤 이후 많은 작곡가가 교향곡 9번을 넘기지 못하고 죽는 징크스라고 한다. 구스타프 말러는 이 저주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번호를 붙이지 않은 교향곡을 만들었지만 결국 10번 교향곡을 완성치 못하고 죽었다.


<90일 밤의 클래식>은 클래식과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끝없이 풀어낸다. 클래식 음악의 역사와 작품의 풍부함만큼이나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작품과 작곡가, 그의 연인과 가족들에 대한 것까지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끝도 없이 이어진다. 개인적 뇌피셜로 얘기하자면 <90일 밤의 클래식>은 천일야화로 불리는 아라비안 나이트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이 아닐까 한다. 다만 천일야화 속에서 세헤라자드는 목숨을 잃지 않으려 하루하루를 넘기 위해 이야기를 풀었다면, 이 책의 저자 김태용은 하루의 끝에 아름다운 고전음악으로 우리의 밤을 다사롭게 해주는 '90일의 클래식야화'를 풀어냈다고 하겠다.


보통 '공주는 잠 못 이루고'로 알려진 <네순 도르마>는 '아무도 잠들지 말라'는 투란도트 공주의 끔찍한 협박이었다. 하지만 칼라프는 공주가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못할 것이고 내일이 밝으면 승리는 나의 것이라고 선언하는 것이 노래의 내용이었다. 차이코프스키 최고의 시그니처 곡인 <피아노 협주곡 1번>은 지독한 혹평 속에 연주 불가 판정까지 받았다고 하며, 이름조차 처음 들어보는 작곡가였던 글린카의 <루슬란과 루드밀라> 서곡은 매우 귀에 익은 선율이었다. QR코드로 본 연주 실황에서는 지휘자가 등장하자마자 곧바로 지휘를 하며 연주가 시작되는 것이 인상적인데, '전속력으로 질주하듯이!'라는 서곡의 느낌을 현실에서도 그대로 살려내고자 한 것 같다.


<90일 밤의 클래식>을 통해 거의 모든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지만 어린이를 위한 클래식 음악도 있다는 점은 놀라웠다. 무소륵스키와 비제의 피아노곡 <어린이 놀이>는 눈앞에서 활기차게 뛰어노는 어린이를 보는 느낌이었다. 쇼팽의 <강아지 왈츠(Op. 64-1)>는 반려견이 자기의 꼬리를 잡으려 빙글빙글 도는 것을 보고 음악으로 표현했다는 데 그 느낌이 그대로 살아있었고, 슈베르트의 가곡 '송어'를 편곡한 <피아노 5중주>의 4악장은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선율로 물가에서 힘차게 뛰노는 송어를 멋지게 형상화해낸 것이었다.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라고 불렸다는 파가니니의 <무반주 솔로 바이올린을 위한 24개의 카프리스>는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고난도의 현란한 테크닉이 넘쳐나는 곡이어서 그것을 실현해 내는 연주자가 놀라울 따름이었다. 하이든의 <45번 고별 교향곡>은 클래식의 교향곡 연주에 익살스런 퍼포먼스(단원들이 중간에 악기를 들고 연이어 퇴장하는)를 추가하는 기발한 발상도 놀랍지만, 단원들의 휴가를 위한 하이든의 배려가 더욱 돋보였다. '파파'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모든 이의 존경을 받았다고 하는 하이든의 넉넉한 성품에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쉽게 읽고 깊이 있게 듣는 90일의 클래식 플레이리스트' <90일 밤의 클래식>으로 '해설이 있는 음악'과 함께 하루의 끝을 차분히 마무리해보는 경험은 행복했다. 오랫만에 클래식 음악을 읽고 보고 듣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어 좋았고, 무엇보다 책 표지에 쓰여진 카피와 작가의 머리말에서 얘기했던 집필의도가 충실히 실현되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와 박수를 보내고 싶다. 클래식 문외한과 입문자, 클래식에 관심있는 모든 이들에게 적극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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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혁명가 김원봉
허영만 지음 / 가디언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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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바람은 봄마다 불어서 겨울을 되돌리지만, 한번 잃어버린 국권은 아무리 봄을 외쳐도 되돌아오지 않더라"(285쪽)며 변명하는 단원에게 의열단은 이렇게 답한다. "오지 않을 독립은 동지와 조국을 배신한 핑계가 되지 않는다."(286쪽) <독립혁명가 김원봉>은 의열단 단장 약산 김원봉 선생에 대한 웹툰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나라 잃은 망국의 설움을 삼키고 일신의 고난을 인내하며 조국을 되찾겠다는 일념으로 독립운동에 앞장선 분들은 존경받아 마땅하다. 가만히만 있어도 누릴 수 있는 부귀영화를 스스로 박차고 가산을 정리해 독립운동에 나선 이회영 선생과 6형제분들의 이야기는 이제 제법 알려진 편인데, 사실 알고 보면 그런 분들이 한둘이 아니어서 더욱 자랑스럽다. 그런 분들 중에는 조선의 양반 명문가의 후손들이 많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안동 임청각의 17대 종손으로 서간도의 독립운동을 이끌고 임시정부의 국무령에 추대되기도 했던 석주 이상룡 선생도 그렇고, 노름빚으로 가산을 탕진해 파락호로 손가락질 받았으나 사실은 독립군 자금을 대기 위한 위장이었음이 밝혀진 학봉 김성일의 13대 종손 김용환 선생도 그랬다. 신민회가 삼원보에 독립운동 기지를 만들고 신흥무관학교를 세울 수 있었던 것은 이회영의 둘째 형이었던 이석영 선생의 재정적 지원이 절대적이었다.


약산 김원봉은 이석영 선생이 지원하고 이상룡 선생이 설립을 주도한 신흥무관학교를 졸업했다. <독립혁명가 김원봉> 책의 말미에 실린 선생의 연보에 따르면 3개월 만에 퇴교하였는데, 이는 4년제 본과반이 아닌 3개월과 6개월 과정으로 운영된 특별과 속성반을 수료한 것으로 보인다. 약산은 바로 이곳 신흥무관학교 출신의 동지들을 중심으로 의열단을 만들었다. 후에 임시정부의 김구가 한인애국단을 창설하는 것도 이 의열단을 본딴 것이라 할 수 있다.


신흥무관학교는 우리 항일 무장 독립 투쟁사의 꺼지지 않는 불꽃 같은 이름이다. 2020년 올해는 봉오동·청산리 전투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일본군을 상대로 우리 독립전쟁사에 찬란한 승리를 남긴 이 전투에서 활약한 독립군 초급장교들은 대부분 신흥무관학교 출신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흥무관학교는 만주 지역 독립군의 근간이었고, 신흥무관학교가 없었다면 그 길고 길었던 35년 간의 독립전쟁도 없었을 것이며, 약산 김원봉 선생의 의열단도 없었을지 모른다.



김원봉 선생은 의열단 단장, 민족혁명당 대표, 조선의용대 대장, 대한민국 임시정부 군무부장(국방부장관), 한국광복군 부사령관 겸 제1지대장을 역임했다. 직함만 슬쩍 둘러봐도 우리 독립운동사의 핵심적 주역이었다. 하지만 조국의 남북 분단과 좌우의 이념 대립이라는 현실 속에서 오랫동안 외면받아온 인물이다. 그렇기에 혁혁한 독립투사요, 비중과 역할 모두에서 핵심적인 독립운동가였음에도 그의 삶은 단편적으로만 전해질 뿐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각시탈, 날아라 슈퍼보드, 타짜, 식객 등 수많은 히트작을 낸 한국 만화계의 거장 허영만 선생의 글과 그림으로<독립혁명가 김원봉>의 삶과 투쟁의 역사가 재탄생되었다.



일제의 주요 인물과 시설에 대한 파괴와 암살을 주로 했던 의열단은 일본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김원봉에게 걸린 일제의 현상금이 김구를 뛰어넘는다는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조선총독부와 동양척식주식회사, 조선식산은행에 대한 폭탄 의거는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일제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특히 김지섭 선생의 일본 궁성 투탄 의거는 이 책을 읽고서야 비로소 그 진면목을 알게 되었다. 선생은 원래 일본의 내각총리와 조선총독이 참여하는 제국의회에 폭탄을 던질 계획이었다. 그러나 제국의회가 무기한 휴회된 관계로 일왕의 궁궐에 폭탄을 던지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하고, 궁성 진입에 실패하자 연결 다리인 니주바시(이중교)에 폭탄을 던질 수밖에 없던 것이었다.



약산이 의열단원들과 함께 황포군관학교에 입교한 것은 활동 노선의 중요한 분수령이었다. 개인적 폭력투쟁의 한계를 넘어 보다 조직적인 무장투쟁을 위한 군대 양성의 길로 나아간 것이다. 이는 향후 조선의용대의 창설로 이어졌고, 조선의용대는 다시 화북 조선독립동맹의 조선의용군과 충칭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한국광복군으로 이어지게 되니 1940년대 우리 독립군의 근간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군무부장 겸 광복군 부사령으로 8.15 광복을 맞이한 약산은 귀국 후에는 임시정부의 인사들과 일정한 거리를 두게 된다. 대체로 중도좌파 계열로 활동했던 약산은 악질 친일경찰의 대명사 노덕술에게 체포되어 수모를 겪는다. 해방된 조국 땅에서 빛나는 명성을 가진 독립운동가가 가장 악질적인 친일반민족행위자에게 따귀를 맞고 조사를 받는 상황이라니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으랴. 만화로 보는데도 화가 치밀어 오른다. 친일파 노덕술은 대한민국에서 3개의 훈장을 받았으나 독립운동가 김원봉은 단 하나의 훈장도 받지 못했다. 2020년 현재 대한민국 친일파 청산의 현주소다.


책은 김원봉의 어린 시절과 북으로 월북한 이후의 삶은 다루지 않았다. 아쉬운 일이지만 자료의 부족과 분단의 상황에 기인한 것일 터이다.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이야말로 이념의 잣대에서 벗어나 좌우익의 독립운동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토대가 됨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이 책에서 허영만 선생의 그림은 선이 굵고 필치가 거칠다. 정교하고 세밀한 그림체를 좋아하는 나의 기호와는 다르지만, 척박한 현실에서 지난한 독립투쟁을 벌인 당대의 상황을 표현하기에는 더 적합했다는 생각도 든다. 덕분에 김원봉과 의열단의 전체 모습을 조감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었다.


<독립혁명가 김원봉>은 작년 2019년에 3.1 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성남시에서 진행한 '독립운동가 웹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내년 2021년까지 3개년 계획으로 진행 중인 '독립운동가 100인 웹툰 프로젝트'는 올해 1차 완성본인 33명의 독립운동가 웹툰을 만화책으로 출판한다. 이 책의 김원봉 외에도 김구, 정정화, 홍범도, 남상목, 윤봉길, 박상진 등 다양한 독립운동가들을 웹툰과 만화책으로 만날 수 있다니 큰 기쁨이다. 이러한 노력들이 더하여져 보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독립운동가들을 알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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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영어를 결정하는 영문법 초등 영어를 결정하는
주선이 지음 / 사람in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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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비롯한 외국어 학습의 명가 사람in 출판사에서 새 책 <초등 영어를 결정하는 영문법>이 나왔다. 사람in의 '초등 영어를 결정하는' 시리즈는 2019년 9월 첫 책이 나왔는데, 지금 소개하는 이 책의 저자인 주선이 님의 <초등 영어를 결정하는 파닉스>가 그 시작이었다. 지금까지 출간된 시리즈 도서는 파닉스, 사이트워드, 영단어, 영어표현, 영문법까지 총 다섯 권이다. 영문법이라는 컨텐츠의 난이도도 그렇고, 수미상응이라는 말처럼 첫 저자가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면 <초등 영어를 결정하는 영문법>은 사실상 이 시리즈의 완결판이 아닐까 한다.


학습도서를 볼 때는 저자의 머리말이나 책의 구성 및 활용법에 대한 안내를 눈여겨보게 된다. 해당 도서만이 갖는 특징과 학습법에 대한 저자의 노하우가 집약적으로 실려 있기 때문이다. <초등 영어를 결정하는 영문법>은 처음부터 끝까지 개념 위주로 학습할 것을 강조한다. 그것이야말로 문법이라는 숲을 이해하는 방법이라는 것인데, 목차와 제목에 집중할 것을 반복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책은 Warm-up으로 시작된다. 본격적인 문법 학습에 앞서 문장의 구성을 비롯해 품사와 시제 등 문법 용어를 해설하는 부분이다. 없었다면 상당히 아쉬웠을 내용이다.



책은 초등학생의 발달 수준에 맞추어 각 Unit에서 배울 문법의 개념과 규칙들을 만화로 구성하여 제시한다. 해당 유닛에서 다룰 핵심 개념이나 상황들을 요령 있게 정리하여 학습의 도입부에서 흥미를 유발하는 좋은 동기가 된다. 개인적으로는 시작할 때는 물론 유닛의 학습을 마무리할 때 '학습 정리'의 형태로 활용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상황을 보여주는 만화가 꽤나 센스있고 흥미롭게 구성되어 있어 어른인 나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각 문법 규칙들은 'Rule'이라는 이름으로 박스로 깔끔하게 정리하여 개념을 설명했다. 같은 유형의 규칙에 속하지만 내용이 달라지는 부분에서는 1-1, 1-2... 형태로 나누어 제시해서 그 차이를 쉽사리 파악할 수 있게 했다. 개념 설명에서 중요 단어는 굵은 글씨와 빨간 글씨로 표현해 더욱 집중하도록 했다. 큼직큼직한 글씨와 여유있는 공간 배치는 초등학생의 일반적인 쓰기 습관에 맞추어져 있고, 챕터마다 테마의 색깔을 달리하여 통일성과 변화를 준 것에서는 책을 꾸미는 사람의 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각각의 문법 Rule 밑에는 해당 규칙을 바로 적용하여 어구와 문장을 쓰는 문제가 실려 있다. 간단한 문제에서 좀더 복잡한 문제로 난이도에 따라 단계별로 구성되어 있는데, 문제를 푼다기보다는 문법 규칙을 활용하여 어구와 문장을 표현해보는 성격이 더 강하다. 따라서 단순한 문제 풀이가 아닌 개념의 확인과 적용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셈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문법책이라는 특성 때문인지 '초등 영어를 결정하는' 시리즈의 다른 책에서 계속 봐왔던 QR코드가 보이지 않아 살짝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내용상으로도 없는 것이 맞는 듯하다.



Review는 3~4개 정도의 관련 유닛을 묶어 문법의 핵심 개념을 정리하고 복습하는 부분이다. 앞의 본문에서 Rule로 나왔던 규칙들과 그 개념 해설에 대한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 주가 되는데, 책의 후반부로 가게 되면 개념 확인 뿐만 아니라 문법 규칙을 적용해 간단하게 문장과 어구를 쓰는 것도 나온다. 반복과 복습은 학습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요소이다. 그런데 복습은 일종의 습관의 영역이다. 학습 습관에서 복습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만큼인지를 생각해본다면 얼핏 단순해 보일수도 있는 Review는 허투루 넘길 수 없는 주요 부분이다.


<초등 영어를 결정하는 영문법>은 한 권으로 초등 문법의 기초 골격을 완성할 수 있도록 꾸며진 책이다. 초등 영문법의 핵심적인 개념과 규칙, 문제와 리뷰가 탄탄한 구성으로 조합되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학습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깔끔하고 정성어린 편집은 학습에 안정감을 주고, 재미있게 구성된 만화는 동기유발과 학습정리에 적당하다. 초등학생 아이들이 첫 영문법 공부를 쉽고 재미있게 시작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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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을 위한 지식 - 그림, 우아한 취미가 되다
허진모 지음 / 이상미디어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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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을 위한 지식>.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는 당연히 역사책인 줄 알았다. 책의 지은이가 허진모 님이었고, 그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휴식을 위한 지식'의 컨텐츠는 역사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술이라니~!, 그림이라니~? 이게 어떻게 된 조합인가 어리둥절했다. 서둘러 머리말을 읽었고,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내가 스스로 미술을 깨치는 과정을 바탕으로 썼기 때문에 누구든지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 (7쪽 인용)" 미술책을 쓰는 것이 목적이라는 말에서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팟캐스트 '휴식을 위한 지식'(역사)을 시작하게 된 이유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휴식을 위한 지식>은 책의 구성이 흥미롭고 감각적이다. 각 장의 제목만 봐도 저자가 무엇을 추구하는지, 어떤 생각으로 글을 쓰고 있는지 짐작이 간다. 센스 넘치는 인상적인 제목들은 단번에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미 알고 있을 화가들(2장)', '알듯 모를 듯한 화가들(3장)', '잘 모르지만 알면 좋을 화가들(4장)'에 나오는 화가들의 리스트를 보면서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미술 실력(?)을 체크하고 있을 독자들이 눈에 선하다. 나 또한 그랬으니까 ㅎㅎ.



르네상스 미술의 3대 천재인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의 이야기는 언제 봐도 흥미롭다. 몇년전 이탈리아 여행에서 이들의 작품을 만난 것은 잊혀지지 않는 추억이다. 최후의 만찬, 피에타, 아테네 학당을 다시 볼 날이 있을까? 코로나19 사태의 빠른 진정을 기원해 본다. 벨기에의 자부심 루벤스는 두달 전 읽었던 <플란다스의 개>를 떠올리게 했는데 '그림공장' 시스템을 만들어 많은 주문을 소화할 수 있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클림트에 대한 글은 '작품에 금칠하기를 좋아하는 분'이라고 시작하고 있어 순간 웃음이 터져나왔다. 뭉크의 그림을 해골류, 좀비류, 불행한 풍경류의 셋으로 구분하고 있는 점도 기발하다. 르네상스 '4대 천왕'으로 꼽히는 티치아노를 제갈량과 같은 시대에 태어난 주유로 비유한 점은 탁월했다. 내가 한번 보고 좋아하게 된 이름 모를 작품이 '우유를 따르는 여인'이었다는 것과, 그 작가가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그린 베르메르 라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가장 놀랐던 건 다비드의 작품으로 실린 5개의 그림을 내가 모두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다만 아티스트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만 정작 책에 실린 그의 작품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는 경우가 가끔 있어서 조금 아쉽다. (ex. 피카소, 샤갈 등)



첫장에서 '상식에서 시작하는 미술사'를 다루고 마지막 장에서 '미술에 대한 생각의 흐름, 사조'를 다룬 것도 매우 지혜롭고 영리한 구성이다. 일상의 상식에서 끄집어낸 미술의 향기가 어느새 전문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미술사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하나의 완벽한 코스로 구성된 만찬을 즐긴 느낌이다.



원근법과 소실점의 개념을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브루넬리스키의 걸작 두오모 성당과 원근법을 적용한 최초의 작품인 마사초의 성삼위일체를 모두 피렌체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르네상스의 중심이 어디인지를 알게 해준다. 바로크와 로코코를 끝으로 시대를 대표하며 미술계 전체를 아우르는 유행과 화풍은 사실상 끝났다고 한다. 삐뚤어졌다는 조롱에서 장엄한 화려함으로 평가가 수정된 바로크 양식과, '샤방샤방'하고 경쾌한 화려함을 자랑하는 로코코 양식, 다비드로 대표되는 신고전주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했다. 입학시험에서 고대 로마인의 석상을 그리는 것이 프랑스 아카데미즘 미술의 영향이라는 점도 미술사의 재미있는 부분이었다.


모르면 지루하고 잠이 오는 법. 지식이 없는 감상은 미술을 따분한 것으로 생각케 하여 작품들을 눈으로 훑고 스쳐 지나가도록 만든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라면 그런 미술 왕초보에서 벗어나 그림과 대화하며 보다 의미있는 감상을 할 수 있는 일정한 안목을 갖추게 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그림 앞에서 위축되지 않고 당당히 즐기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휴식을 위한 지식>은 '그림 앞에서 잠시 멍해질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하고 싶다'는 저자의 뜻을 상당 부분 이루어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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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배당 투자로 한 달에 두 번 월급 받는다 - 하루 30분 투자로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수익을 얻는 법
곽병열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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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배당 투자로 한 달에 두 번 월급 받는다>. 이 책이 배당 투자를 바라보는 기본적 관점은 다음과 같다. 지금과 같은 초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배당금이라는 안전마진과 주식을 통한 자본차익을 누릴 수 있는 배당 투자야말로 리스크는 최대한 줄이면서 수익은 확실히 누릴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투자 방식이다라는 것이다. 최근 미국 주식에 대한 투자가 유행인데 그 중의 한 축도 배당주 투자임을 감안하면, 이제 자산 관리에 있어서 배당주 투자는 어떤 식으로도 일정 부분 포함시켜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 주변에도 배당주 투자, 특히 미국 배당주를 이용하여 월급 이외에 매달 일정한 돈이 들어오도록 포트폴리오를 변경하고 있는 이웃사촌이 있다. 그의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일순 놀라고 당황하여 입을 열지 못했다. 주주 자본주의가 발달한 미국에서는 우리나라와 달리 성장주로 분류되는 일반주식도 상당한 수준의 배당을 하고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는데도 나는 왜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에 <나는 배당 투자로 한 달에 두 번 월급 받는다> 책을 만나게 되어 더욱 관심갖고 흥미롭게 읽게 되었다.



'이익이 있어야 배당도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코로나19와 같은 미증유의 위기에도 변함없이 안정적인 배당을 계속한다는 것은 그 기업의 기초체력이 좋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 있다. 책은 저자가 제안한 '배당진단키트'(배당 투자 체크리스트)를 활용해 알짜 배당주를 고르는 방법을 제시한다. 연속배당, 배당성장률, 배당수익률, 이익잉여금, 당기순이익의 5가지 요소를 기준으로 점수를 매기는 것인데, 무엇보다 활용하기가 어렵지 않아 좋은 배당주를 가리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는 배당 투자로 한 달에 두 번 월급 받는다>에서는 알짜 국내 배당주와 알짜 미국 배당주를 소개한다. 국내 배당주로는 10종, 미국 배당주로는 7종을 추천하고 있다. 국내 배당주는 앞서 언급한 배당진단키트로 '한국의 배당챔피언' 21종목을 정한 후 정보접근성에 중점을 둬 애널리스트의 분석이 진행되는 10개 종목을 엄선했다. 각 종목에 대해서는 부문별 매출, 실적 추이, 투자 포인트, 향후 배당정책 등을 자세하게 분석했다. 15점 만점의 1등 배당주만 소개하면 '고려아연'이다. 다만 산업용 비철금속의 매출이 경기침체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것을 조언한다.



미국 배당주는 50년 연속 배당성장을 보인 '2020 미국 배당왕' 28개 종목 중 배당진단키트를 활용해 7가지를 골라 추천한다. 하나를 제외하면 올해 초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에서 발간한 책에서 소개된 대표 배당왕 기업 TOP 15에 드는 종목들이기도 하다. 두 책에서 중복 추천하는 종목이라면 더욱 눈여겨볼만 하겠다. 세계 최대의 식품 및 식자재 유통업체인 시스코(Sysco)도 놀라웠지만, 베이비로션으로 유명한 존슨앤존슨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주목되는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배당 투자로 한 달에 두 번 월급 받는다>는 배당 투자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체계적으로 다루고 있어 배당 투자의 교과서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깔끔하게 잘 쓰여진 책이다. 배당 투자를 고려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한번 읽어보라고 추천할 만하다. 개인적으로 궁금한 점을 하나 덧붙인다면 코로나19로 인한 기업의 영업이익 부진과 하락은 배당 규모의 축소로 이어질 우려가 있고, 전통적으로 고배당을 주는 종목으로 분류되는 업종들이 언택트 시대의 성장과는 다소 거리가 먼듯 한데 이런 부분은 어떻게 봐야할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책을 다시 한번 정독하고 다른 자료들을 찾아보면서 천천히 곱씹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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