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청약지도 - 한 권으로 끝내는 청약 당첨 전략의 모든 것, 2020년 최신 개정증보판
정지영 지음 / 다산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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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저자 정지영(이하 아임해피) 님을 알게 된 것은 빠숑 김학렬의 팟캐스트 방송에서였다. 지금껏 부동산에 무관심했던 내게 관심을 촉발시킨 책은 백영록 님의 <부동산 상식사전>(길벗 출판)이었고, 이를 계기로 부동산 관련 정보를 찾는 과정에서 빠숑 님을 알게 되었다. 이내 그의 팟캐스트 방송을 찾아들었고, 때마침 <대한민국 청약지도(2019년 초판)> 책을 출간하고 빠숑의 세상 답사기 팟캐스트에 출연한 아임해피님을 알게 된 것이다.


2019년 봄 서울 종로의 교보빌딩에서 <대한민국 청약지도>출간 기념 저자 특강이 있었다. 팟캐스트 방송을 듣고 궁금해 했던 터라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바로 신청을 했다. 그때 특강과 함께 책을 받았고 아임해피 님의 친필 싸인도 받았다. 강의 장소에 일찍 도착했기에 오랜만에 주변이나 돌아보자 하고 다녔는데 피맛골을 비롯해서 종로 일대가 완전히 뒤바뀌어 있었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더니 내 기억 속에 있는 종로는 이제 더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세상이 이렇게 바뀌는 동안 우물안 개구리처럼 살았구나 하는 후회도 밀려들었다.



그럴수록 강의 신청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아임해피 님의 특강을 들으면서는 내가 정말 청약에 대해 문맹과 다름없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다. 내가 가진 통장이 청약저축인지 청약예금인지도 몰랐으니 말이다. 강의 후 저자 싸인을 받으며 내가 사는 지역의 관심 재건축 단지를 물었더니 사업 진척이 지지부진하다며 다른 쪽에 눈을 돌릴 것을 당부하셨다. 현재 해당 단지는 일정이 계속 늦춰지며 아직도 사업시행인가조차 받지 못했다. 해피 님의 혜안에 놀랄 따름이다.



그후 집에 돌아와 며칠에 걸쳐 책을 읽으면서 내게 해당하거나 중요한 내용들을 노트에 기록하며 꼼꼼하게 읽었었는데, 불과 1년 만에 개정증보판이 나왔으니 저자의 부지런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2019년 초판의 표지는 파란색이었는데 <대한민국 청약지도2020 개정증보판은 빨강을 테마색으로 표지를 만들었다. 2019년 초판이 아파트 청약 관련 정보들을 모아 누구나 이해하기 쉽도록 시원하게 탁 트인 길을 안내해 주었다면, 2020년 개정증보판은 활활 불타오르는 현재의 청약 시장의 느낌을 그대로 잘 살려냈다.


2020 개정판은 정부의 계속되는 부동산 정책 변화에 맞추어 새롭게 바뀐 청약 제도의 모든 것을 담았다. 작년 초판이 나왔을 때도 수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으며 곧바로 경제경영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종합 순위에서도 몇주간 15위에 안착하면서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었다. 올해의 개정증보판 또한 안정적 흥행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청약지도>는 청약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담은 최고의 청약 바이블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청약에 대해 알고 행했던 모든 것은 오직 이 책 덕분이었고 아임해피 정지영 님 덕이었다.



<대한민국 청약지도2020년 최신 개정증보판은 초판의 탄탄한 구성과 내용에 덧붙여 2020년 주목해야 할 핫 플레이스, 3기 신도시의 입지별 특징과 당첨 전략, 신혼희망타운에 대한 상세한 정보까지 알차고 풍부한 내용을 꾹꾹 눌러 담았다. 책속 부록으로 실린 '서울 최저가점 지도'와 '2020년 분양예정단지'도 청약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소중한 정보다. CASE STUDY에 실린 다양한 실전 사례는 책에 실린 내용을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제이다. 책의 목차만 꼼꼼히 살펴봐도 이 책이 얼마나 좋은 책인지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흔히 내집 마련을 미루는 사람들은 모든 게 다 갖추어졌을 때를 기다린다고 말한다. 정지영 님은 그게 대체 언제인가요? 라고 묻는다. 선뜻 답을 할 수 없다면 이 책을 읽으시라. 청약의 A~Z까지 모든 것을 빠짐없이 다루고 청약 당첨의 비결과 전략까지 담은 이 책은 단 한 페이지, 한 문장도 버릴게 없다. 따라서 이 책을 읽은 사람과 읽지 않은 사람의 청약 당첨 결과는 확연히 다를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책에서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부분을 키워드를 중심으로 소개해 보면 다음과 같다. '당해의 기쁨', '기회가 많아진 특별공급', '특별공급에서 힌트 얻기', '첫 분양을 주목하라', '가점 낮은 무주택자 3번의 청약 기회를 잡아라'. 이밖에도 청약에서 당첨 확률을 높이는 다양한 전략이 책에 실려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청약의 전체 구조를 건물 설계도 보듯 조감하며 설명하고 있어서 아파트 청약을 중심으로 내집 마련의 플랜을 짜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책 제목이 '청약지도'인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한다.


<대한민국 청약지도>가 다른 청약 관련 도서와 구별되는 몇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는 모델하우스 임장 방법은 물론 입주 후 아파트 사전 점검에 이르기까지 아파트 청약에서 계약 후 입주까지의 모든 과정을 책에 담았다는 것이다. 둘째는 청약통장 없이도 새 아파트를 갖는 방법을 상세히 알려주고 있다는 것이다. 잔여세대 분양, 분양권 매수, 재건축·재개발 입주권 매수, 입주 1~2년차 아파트 공략 등인데, 청약만이 아닌 더 넓게 시야를 확장해 각자 처한 상황에 맞는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했다고 하겠다. 셋째는 저자 자신이 많은 경험을 가진 부동산 실전 투자자이기 때문에 똘똘한 부동산을 선택하는 높은 안목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정지영(아임해피) 님은 현재 유튜브 '직방TV'에서 청약의 신으로 활약하며 아파트 청약에 대한 알찬 정보를 아낌없이 풀어주고 있다. 팟캐스트 팟빵과 네이버 오디오클립에서는 아부라(아임해피의 부동산 라디오)를 제작·운영하고 있고, 유튜브 아임해피TV를 통해 부동산 투자 및 아파트 청약과 관련한 귀중한 정보들을 친절하게 풀이해주고 계신다. 2020 개정판에 새롭게 들어간 책 속 QR 코드를 활용하면 아임해피 님의 정제되고 깔끔한 청약 동영상을 주제별·항목별로 볼 수 있다. 책을 읽은 후 이동 중에 반복 청취한다면 완벽한 복습 효과까지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청약은 똘똘한 내집 마련을 위한 최상의 전략이다. 새 아파트를 가장 싸게 사는 현실적 방법이 청약으로 분양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분양가 상한제는 더없이 좋은 기회일 수 있다. 이 책 <대한민국 청약지도2020년 최신 개정증보판은 아파트 분양의 당첨을 바라는 이들에게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을 알려주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최고의 청약 바이블이다. 청약 당첨을 원한다면 이 책을 보시라. 내 집 마련의 필독서, 내 집 마련의 길을 찾아주는 청약 내비게이션으로 부린이들 모두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정책 및 상황 변화에 따라 주기적으로 개정판이 나오는 장기 스테디셀러가 되었으면 하는 개인적 바람을 덧붙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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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당첨되는 청약의 기술 - 당첨, 운이 아닌 전략이다!
정숙희 지음 / 길벗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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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파트를 얻는 가장 저렴한 방법은 청약이다. 하지만 아무 생각없이 덤볐다가는 '묻지마 청약'이 되어 부적격자가 되거나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아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도 생긴다. 문제는 그것이 청약제한과 재당첨제한이라는 불이익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더구나 계속되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책은 내 청약의 제반 조건을 근본에서부터 흔든다. 열정로즈의 <아는 만큼 당첨되는 청약의 기술>이 청약에 대한 공부와 정부정책에서 해답을 찾을 것을 강조하는 이유다.


현 정부의 부동산 규제는 다주택자에게는 재앙이지만 무주택자에게 절호의 기회다. 분양가상한제와 전매제한기간 강화 역시 투자자에게 불리할 뿐 무주택자에게는 나쁠게 없다. 아파트 청약시 추첨 물량에서도 무주택자 우선 배정이 75% 이상이니,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언론에서 뭐라 설레발치건 간에 - 어찌보면 그래서 더 난리법석인지도 모르겠다 - 지금이 무주택자에게 다시 없을 기회임은 분명하다. (물론 모든 정책은 빈 구석이 있고 결과적으로 일부 개인에게는 불리하게 작용될 측면이 있을 것이다)



열정로즈의 <아는 만큼 당첨되는 청약의 기술>. 책은 청약 기초용어부터 찬찬히 짚어나간다. 모하·예당·중대·줍줍 등 외계어 같은 알쏭달쏭 줄임말을 해설한 후, 뒤늦게 공부를 시작해 마음 급한 초보자들을 위해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몇가지를 경고한다.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신도시 분양상가, 기획부동산 토지, 오피스텔 잔여세대가 그것이다. 그리고 청약과 관련한 모든 내용을 A~Z까지 꼼꼼하게 다룬다.



자기진단(가점과 조건), 자금계획, 대출, 당첨노하우 등을 기본으로, '5단계로 끝내는 청약 당첨 전략'에서 저자만의 노하우와 꿀팁들을 아낌없이 풀어놓았다. 특별공급에 대한 상세한 해설과 가이드도 좋았지만, 틈새 공략·버거킹 전략·분산 청약은 가점이 낮은 1순위 청약자에게는 단비 같은 희소식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라는 말처럼 예비당첨 추첨과 당해 미달까지 끝까지 관심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당첨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두서 없이 메모해 놓은 것들을 일부 옮겨본다. 인상 깊었던 구절들을 내 맘대로 요약한 것이라 본문의 표현과 일정 부분 다르다는 것을 감안하시라.


"청약은 수능과 같다. 자신의 성적과 스펙에 따라 지원대학이 달라지듯이 각자의 가점과 가용자금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단지가 다른 것이다. 서울에 산다고 서울에 있는 아파트만 고집해서는 안된다. 서울이 아니라도 오를 곳은 오른다. 청약은 당첨을 목표로 해야, 당첨을 위해 비선호 타입에 과감히 넣어야 당첨 확률이 높아진다. 타입보다 중요한 건 입지, 유닛에 반하지 말고 입지와 미래가치에 집중하라."


책 후반부에 실린 '고수만 아는 청약 특급 비밀 대공개'는 놀라웠다. 이런 내용은 현장 강의에서나 오픈하는 내용일 것 같은데 과감하게 꿀팁을 방출했다. 한 달에 두 번 당첨되는 시간차 청약, 비조정 지역에서 가능한 통장 돌리기 전략은 현장에서의 오랜 경험이 없으면 알 수 없는 내용이 아닐까 한다. 특히 부부라면 시간차 청약에 관심을 갖고 도전해보기 바란다. 통장 돌리기는 전매 제한이 없거나 짧은 비조정 지역에서만 가능한 방법이다.



책 중간중간에 실린 '생생 청약 당첨 후기'는 내꿈사(내집 마련을 꿈꾸는 사람들) 회원들의 당첨 후기들을 실었다.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른 다양한 회원들이 어떤 마음을 갖고 어떤 스펙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당첨에까지 이르게 되었는지를 소상하게 밝히고 있어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실제의 경험담이어서 그런지 청약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더욱 다질 수 있어 좋았다. '열정로즈의 Q&A' 코너는 청약과 관련해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들에 대한 저자의 친절한 답변을 실었다. 헷갈리기 쉬운 사항들을 헤쳐갈 수 있는 팁을 얻을 수 있다.


PART 4는 부동산 투자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알아야 할 필수적이고 실용적인 지식들을 실었다. 하지만 자신의 실거주 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자산의 한단계 상승을 원하는 우리네 보통 사람들에게도 매우 유용한 정보들이다. 이 내용들을 공부하면서 청약 대상 지역을 가려뽑거나 자신의 거주지 이동에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평소에 공부가 되어 준비된 자라야 눈앞에 다가온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까막눈의 부린이는 눈앞에 기회가 있어도 그것이 기회임을 알지 못한다!!!


권말부록에는 2020-2021 수도권&지방광역시 분양 예정단지를 실었다. 분양 예정단지는 청약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소중한 정보이자 훌륭한 공부 대상이기도 하다. 일생에 한번은 꼭 청약을 공부하라. 열정로즈의 <아는 만큼 당첨되는 청약의 기술>이 당신을 훌륭히 인도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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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1~7 세트 - 전7권 - 박시백의 일제강점기 역사만화 35년 시리즈
박시백 지음 / 비아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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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권이 처음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놀랐던 기억이 난다. 한겨레신문에서 시사만평을 그리던 이가 뜬금없이 역사만화, 그것도 조선왕조실록이라니~! 그렇게 수많은 이들의 눈길을 단번에 끌어당기며 시작했던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은 12년 만인 2013년 20권으로 완간되었다. 그리고 2020년 올해 또 하나의 역작을 독자들의 품에 안겨주니 바로 <35년 (전7권)>이다.


<35년 (전7권)>은 일제 강점기를 다룬 역사만화다. 전작인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은 조선 5백여년의 역사를 20권으로 담아낸 대하역사만화였다. 산술평균하면 한 권에 25년씩 담은 것인데, <35년>은 한 권에 5년씩 총 일곱 권으로 묶어냈으니 비록 조선왕조실록보다 전체 권수는 적어도 가히 대하역사만화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2018년 1월에 1권을 내고 2020년 8월 15일 광복절에 맞추어 7권으로 완간하니, 준비기간까지 포함하면 도합 7년에 걸친 대작업이었다.



<35년 1권>은 일제 강점기의 시작, 무단 통치의 전반기를 다룬다. 한반도에 대한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 통치는 매우 꼼꼼하게 준비되었다. 그들은 영국과 프랑스 등 서구의 식민 통치를 연구하고 타이완에서의 지배 경험을 참조해 조선에 맞는 식민 지배의 방침을 결정했다. 그리고 다양한 이벤트를 동원해 선전과 홍보를 하니, 일본 시찰단은 효과 만점이었고 1915년 열린 조선물산공진회는 그 백미였다. 총독부는 수천 칸의 경복궁 전각을 허물고 전시관을 마련했는데 51일간 무려 120만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이 모든 것들은 일제의 지배에 순응해서 사는게 맞다는 인식을 퍼트리기 위해 치밀하게 기획된 것이었으니 일본인들의 심모원려가 두려울 정도다.



을사오적·정미칠적·경술국적에 이름을 올린 매국노들은 말할 것도 없고, 그야말로 천태만상의 친일파들이 생겨났다. 일제의 차별적 동화정책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일제의 주구로 전락해 갔다. 친일부역자들의 유형과 양상, 그 면면들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어 좋았다. 토지조사사업이나 회사령 등 총독부의 경제 정책이 가져온 영향도 핵심을 잘 짚어 요령 있게 담아냈다. 만화가 갖는 서사의 힘은 책 전반에서 유감없이 발휘되어 해당 시대와 인물, 사건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높인다.



안창호의 '거국행'은 망명의 길을 떠나야 했던 독립지사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유인석·이범윤·김약연 등 초기 망명자들부터 이회영·이상룡·김동삼 등 신민회의 기획 망명자들과, 신규식·박은식·김규식 등 상하이로 모인 지사들까지 그들의 뜻과 이상은 높고 순결했다. 국내 항일 비밀결사의 활동을 이끌었거나, 만주와 연해주의 독립운동 기지 건설에 앞장섰던 독립운동가들은 혹독한 현실 속에서도 당당히 운명을 개척해갔다. 종교활동이 곧 독립운동이었던 대종교와, 상동청년회와 신민회의 관계는 특히 인상적이었다. 수많은 항일지사들이 대종교인이 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미주 지역을 대표하는 독립운동가 박용만. 그가 주창한 무형정부론은 임시정부 수립에 대한 가장 선구적인 제안이었다. 소년병학교와 대조선국민군단 창설, 신한민보 주필 등의 활동으로 미주 동포 사회에서 존경을 받았던 선생은 이승만과 엮이면서 곤란에 처하게 된다. 이승만은 기독교도로서 살인자를 옹호하긴 곤란하다며 장인환·전명운 의사의 재판 돕기를 거절했고, 조직의 재산을 본인 개인의 명의로 바꾸거나 조직 자체를 사유화했다. 특히 직접 재판에 나아가 대조선국민군단의 항일운동이 미·일의 평화를 방해하는 범죄라고 증언하기까지 했다. 석사 후 4개월 만에 박사를 받았던 그의 학력은 특혜에 다름 아니었다. 하와이 동포 사회의 분열도 그로 말미암은 바 컸다.


"시대의 요구 앞에 고개를 돌리지 않고 응답했던 사람들, 그들의 정신, 그들의 투쟁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그것이 모든 것을 내던지고 나라를 위해 싸웠던 선열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리라. 마찬가지로 우리는 나라를 팔고 민족을 배반한 이들도 기억해야 한다. 일제에 협력한 대가로 그들은 일신의 부귀와 영화를 누렸고 집안을 일으켰다. … 독립운동가는 독립운동가로, 친일부역자는 친일부역자로 제 위치에 자리잡게 해야 한다." (작가의 말 중에서)



일제 강점기를 다룬 박시백의 <35년>은 치욕의 식민 역사를 다루면서도 읽는 이들로 하여금 자긍심을 느끼게 한다. 치열하고 부단하게 맞서 싸웠던 선열들의 모습이 잘 형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만화 속 인물들의 모습은 남아있는 사진자료를 적극 활용해 만든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독립운동가를 비롯한 당대 인물들의 모습이 사실적으로 잘 표현되었고 현장감이 살아 있다. 마치 역사 속 현장에 들어가 옆에서 그 장면을 지켜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책 말미의 상세한 연표와 충실한 인명 사전은 너무도 감사한 보너스다. 감히 모든 국민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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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7 - 1941-1945 밤이 길더니… 먼동이 튼다, 완결 (박시백의 일제강점기 역사만화) 35년 시리즈 7
박시백 지음 / 비아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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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 님의 <35년>이 7권의 출간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책은 일제 강점기 35년의 역사를 5년씩 끊어서 쓴 역사 만화다. 안그래도 무겁고 가슴 아픈 시대를 글로 만나볼 엄두를 내는 것이 쉽지 않은데, 이렇게 '만화'라는 매체를 통해 일제 강점기 역사에 대한 일반 대중의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춘 것이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인정받고 칭송받아 마땅할 것이다. 더불어 꼼꼼한 자료 조사와 생생하고 현장감 있는 묘사는 시대와 인물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35년>은 저자가 2015년부터 시작해 근 6년여 간의 작업을 통해 완성한 역작이다. "독립운동가들과 친일민족반역자들을 알리는 데 작은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는 작가의 소박한 바람은 충분히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35년 7권>에서는 수많은 친일파들의 향연이 시작부터 화려하게(?) 펼쳐진다. '친일 대합창'으로 명명한 각계각층의 친일민족반역자(이하 친일파)들의 면면은 놀랍기 그지없다.



일본 육사와 만주 군관학교 출신들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교육계, 종교계, 예술계 등도 예외가 없었다. 이순신·유관순·윤봉길 등 역사인물 표준영정 제작에 참여했던 작가들의 친일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교육계와 종교계는 그 특성때문에라도 친일 문제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청산이 있어야 했지 않을까! 이화여대·서울여대·연세대·고려대의 초대 총장들은 모두 친일 경력을 가진 인물이었고, 개신교·천주교·불교·유교의 지도자들도 매한가지였다. 과거 자신의 잘못된 친일 행적에 대한 고백과 반성조차 하지 않은 인물들을 우리는 용서해야만 하는 것일까?



한국광복군의 창설과 유지 등 사실상 모든 것을 중국에 의존하면서도 '행동준승 9개항'을 철폐하고 중국정부로부터 작전지휘권을 되찾은 임시정부의 노력은 눈물겹도록 자랑스럽다. 21세기 세계 10위권 국가임을 내세우면서도 전작권 환수에 누구보다 앞장서서 반대하고 있는 한국의 전직 장성들과 국방장관 출신 인물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하리라. 다른 이들은 충분히 반대할 수 있다고 해도 한국군을 실제로 통솔했어야 할 당신네들은 찬성해야 하는 일 아닌가? 그렇지 않다면 '지휘관'이라는 이름조차 민망하니 당장 그 견장을 떼라 하고 싶다.


미국 내 이승만의 활동은 이 시기에도 얄밉다. 이승만, 그가 가는 곳이면 언제나 불신과 분열이 피어난다. 한인 동포사회의 갈등과 반목을 낳고 조직과 단체의 와해를 가져오기 일쑤다. 재미한족연합회와 주미외교위원부의 개조 과정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런데도 임시정부와 김구는 왜 이승만의 손을 들어준 것일까? 백범이 임시대통령에서조차 탄핵된 이승만을 줄곧 옹호한 까닭은 무엇일까? 알다가도 모를 일이 사람 일이라고 하더니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일제의 패망을 앞둔 1940년대 각지의 독립운동 세력은 통합과 연대를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연합국으로부터 국제법상 '교전 단체(준정부)'로 승인받기 위해서, 또 조국의 해방에 일정한 수준이라도 군사적 기여를 하기 위해서, 임시정부를 비롯한 우리 독립운동 세력들은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아~ 그러나 해방은 도둑같이 왔으니! 일제의 항복은 그 시점마저도 우리 독립운동이 가져올 결실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했다. 한국의 독립을 유보하고 신탁통치를 구상해 추진했던 미국의 루스벨트와 영국의 처칠, 어릴 적부터 위인전으로 만나본 그들은 또 어떠했는가!


"잘 준비된 2,500명의 미 군정 인사들에 의해 전범국 일본은 차근차근 안정된 민주화, 전후 복구의 길을 밟아나갔다. 반면 제국주의 일본에 의한 식민통치의 피해국이었던 우리에게는 분단과 혼란이 차려졌다." (294쪽 인용)


마지막 페이지의 울림은 길게 남았다. 가슴 먹먹한 안타까움 그리고 억울함이 느껴졌다. 왜 일본을 대신해 우리가 분단이 되어야 했는가? 그 원인과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유럽에서는 전범국 독일이 연합국에 의해 분단되었다. 그렇다면 아시아에서는 응당 일본이 전범국으로서 분단이 되었어야 했다. 그런데 왜 애꿎은 우리가 분단이 되어야 했는가? 그 주범은 누구인가? 이 문제의 답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해방 전후사를 제대로 인식하는 가늠쇠가 되리라 생각한다.


일제 강점기 35년 동안 우리 민족의 항일 투쟁은 단 한순간도 끊임이 없었다. 한 세대를 뛰어넘는 부단한 항일 투쟁의 역사를 우리는 박시백 님의 <35년(전 7권)>으로 그 전모를 제대로 알 수 있게 되었다. 만화가 가진 서사와 묘사의 힘이 유감없이 발휘된 이 책으로, 우리는 아프지만 자랑스럽고, 치욕스럽지만 가슴 벅찬 항일 투쟁의 역사와 친일 반민족의 행위를 정면으로 마주볼 수 있게 되었다. 그 소중한 기회를 모든 이들이 가질 수 있다면 더 바람이 없겠다. 매 권 말미에 부록으로 붙어 있는 연표와 인명사전도 더할 나위 없이 충실하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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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과 친일의 역사 따라 현충원 한 바퀴 - 친일파 김백일부터 광복군까지
김종훈 지음 / 이케이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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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충원에 이렇게 많은 친일반민족행위자(이하 친일파)가 묻혀 있을 줄이야 누가 제대로 알았으랴. 광복 이후 대한민국의 친일파 청산이 불철저했음은 익히 아는 사실이었지만 - 사실상 단 한 명의 친일파도 처벌하지 못해 좌절되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보다 옳을 것 같다 - 그것의 명확한 현주소를 우리는 이 책 <항일과 친일의 역사 따라 현충원 한 바퀴>를 통해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책은 서울현충원, 대전현충원, 4.19국립묘지, 효창공원에 안치된 독립운동가와 친일파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2020년 올해 광복회장 김원웅의 8.15 광복절 기념사로 촉발된 논란은 대한민국 친일파 청산의 현실을 보여주는 또하나의 이정표였다. 광복회장의 발언 중 현충원과 관련된 부분은 국립묘지에서 친일파의 묘를 이장할 것인지, 만약 이장을 안할 경우에는 묘지에 친일행적비를 세우는 것은 어떠냐는 것이었다. 그런 내용을 담은 국립묘지법 개정 찬반을 물었더니 지난 총선에서 당선된 지역구 국회의원 253명의 2/3가 넘는 인원이 찬성했고, 여기에는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미래통합당도 과반수 넘게 찬성했으니 올해 법개정을 기대해 본다는 것이었다.


책을 통해 확인한 현충원에 안장된 친일파의 면면은 놀라웠다. 2009년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간한 보고서에 등재된 '국가 공인 친일파'가 너무도 많았다. 특히 만주의 항일무장부대 토벌에 앞장섰던 간도특설대 출신의 인물들(김백일, 송석하 등)과, 일본 육사 졸업 후 일제 강점기 내내 일본군 장교로 근무했던 너무도 분명하고 확실한 인물들(이응준, 신태영 등)이 국립현충원에 독립지사들과 함께 묻혀 있다는 것은 부끄럽기 짝이 없는 사실이다. 그것도 친일파의 묘가 독립운동가의 묘를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위치에 있거나 불과 100m도 떨어져 있지 않은 위치라니!!!


흔히 회자되는 "친일을 하면 3대가 흥하고,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이 공연히 생겨난 것은 아닐 것이다. 안동 임청각의 주인 이상룡 선생의 증손자 이항증 씨의 말은 너무 서글프고 가슴 아팠다.

"이상룡 지사의 후손인 이항증 선생은 많은 독립운동가의 후손이 그랬듯 그 역시도 어린 시절 고아원에 갈 정도로 어려웠다. 언젠가 '인터뷰를 하지 않은 이유'를 밝힌 적이 있는데, 그는 "나 사는 모습 보면 누가 애국하려고 할까 싶냐"면서 "잘사는 애국지사 후손들이 (언론에) 나와야 사람들이 '나라를 위하니까 국가가 보호해주는구나' 하고 애국하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107쪽 인용)



석주 이상룡 선생이 누구던가? 서간도의 대표적인 독립군인 서로군정서의 독판(총재에 해당)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령을 역임하신 분이다. 서울시가 2019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독립유공자 후손은 1만7천여 명인데 이 중 74.2%가 월 소득 200만원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아래 동아일보 보도 참고) 사람들이 하는 그 말이 사실임을 통계로도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 친일파와 그 후손들의 삶은 어떠했는가?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예관 신규식 선생은 을사늑약에 저항해 음독자살을 시도했다가 한쪽 눈을 실명했다. 일찍이 중국으로 망명해 쑨원의 신해혁명에도 참가해 중국 정부의 인사들과 교분이 두터웠다. 상하이에 망명한 독립지사들이 활동 공간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도 그의 덕분이었다. 임시정부 법무총장과 임시의정원 부의장을 지낸 선생의 묘는 친일파 이응준과 신태영의 묘가 아래로 내려다보는 위치에 있다. 이들 '국가 공인 친일파'들과 달리 일본 육사를 나왔지만 만주로 망명해 신흥무관학교 교관, 서로군정서 사령관, 임시정부의 한국광복군 총사령을 역임한 지청천 장군도 친일파 이응준의 발 아래 잠들었다.



대전현충원 장군묘역에 있는 백홍석의 묘비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우러러 하늘에, 구불어 땅에, 그리고 사람에 대한 한 점 부끄럼이 없다. 오직 나라에의 충절 외길만을 걸어오신 참군인이었다." 윤동주의 서시를 읽는 것도 아닌데, 일본 육사를 졸업하고 25년간 일본군 장교로 복무했고 제대 후 병력동원 업무를 맡은 인물인데도 이런 비문을 쓰다니 참으로 후안무치하다. '비공인 친일파' 김창룡은 어떠한가. 그는 일본 관동군 헌병 분대장 출신으로 만주에서 50여 건이 넘게 항일 조직을 적발했다. 그러한 경력이 이승만 정권의 방첩대 대장으로 활약하는 토대가 되었다. 백범 김구 암살의 배후 인물로 안두희를 비호하기도 했던 그 역시 대전현충원에 잠들어 있다. 간도특설대 장교 출신인 '한국전쟁의 영웅' 백선엽도 올해 7월 이 곳에 묻혔다. 북한의 주체사상을 만든 황장엽의 무덤도 여기다.


서울현충원의 충열대 '민족의 얼' 글씨는 만주군 출신의 박정희가 썼고, 대전현충원의 현판은 독재자 전두환이 썼으며, 4.19 국립묘지에 있는 사월학생혁명기념탑의 설계와 조각은 친일파 김경승이 맡았다고 한다. 수유리 묘역에 안장된 성균관대 설립자이자 초대총장 김창숙 선생은 빛나는 항일 투쟁도 존경스러웠지만 광복 이후의 삶 또한 멋있었다. 이승만에 대한 반독재투쟁도 그랬고, 병문안 온 박정희를 외면하고 벽을 향해 돌아누운 것도 그랬다.


효창원(=효창공원)에는 백범 김구 선생을 비롯해 임시정부의 요인들과 삼의사(이봉창·윤봉길·백정기)가 안장되어 있다. 이곳의 사연은 실로 기막힐 정도다. 이승만은 백범 사후 경찰을 배치해 참배 행렬을 강제로 막았고, 심지어 묘소의 이장까지 계획했다. 심산 김창숙 선생이 묘역 앞에 드러누워 막아냈으나 이승만 정권은 운동장 공사를 강행했고, 박정희 정권은 골프장 공사까지 시도했었다. 효창원은 구청이 관리하는 근린공원시설로 분류되어 현충원 같은 국가적 관리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안중근 의사의 가묘가 을씨년스럽게 느껴졌다.


올해는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대첩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코로나19 사태만 아니라면 대규모 행사들이 진행되었을 것인데 참으로 애석하다. 그렇기에 이 책 <항일과 친일의 역사 따라 현충원 한 바퀴>의 독서가 더욱 의미가 있었고, 책을 통해 새롭게 배우고 알게 된 것도 많았다. 역사의 무게와 의미, 그리고 조국독립을 위해 희생하신 순국선열의 삶과 투쟁에 대해 되새겨보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 저자 김종훈 님의 전작인 <임정로드 4000km>와 <약산로드 7000km>도 이참에 한번 찾아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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