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7 - 1941-1945 밤이 길더니… 먼동이 튼다, 완결 (박시백의 일제강점기 역사만화) 35년 시리즈 7
박시백 지음 / 비아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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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 님의 <35년>이 7권의 출간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책은 일제 강점기 35년의 역사를 5년씩 끊어서 쓴 역사 만화다. 안그래도 무겁고 가슴 아픈 시대를 글로 만나볼 엄두를 내는 것이 쉽지 않은데, 이렇게 '만화'라는 매체를 통해 일제 강점기 역사에 대한 일반 대중의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춘 것이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인정받고 칭송받아 마땅할 것이다. 더불어 꼼꼼한 자료 조사와 생생하고 현장감 있는 묘사는 시대와 인물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35년>은 저자가 2015년부터 시작해 근 6년여 간의 작업을 통해 완성한 역작이다. "독립운동가들과 친일민족반역자들을 알리는 데 작은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는 작가의 소박한 바람은 충분히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35년 7권>에서는 수많은 친일파들의 향연이 시작부터 화려하게(?) 펼쳐진다. '친일 대합창'으로 명명한 각계각층의 친일민족반역자(이하 친일파)들의 면면은 놀랍기 그지없다.



일본 육사와 만주 군관학교 출신들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교육계, 종교계, 예술계 등도 예외가 없었다. 이순신·유관순·윤봉길 등 역사인물 표준영정 제작에 참여했던 작가들의 친일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교육계와 종교계는 그 특성때문에라도 친일 문제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청산이 있어야 했지 않을까! 이화여대·서울여대·연세대·고려대의 초대 총장들은 모두 친일 경력을 가진 인물이었고, 개신교·천주교·불교·유교의 지도자들도 매한가지였다. 과거 자신의 잘못된 친일 행적에 대한 고백과 반성조차 하지 않은 인물들을 우리는 용서해야만 하는 것일까?



한국광복군의 창설과 유지 등 사실상 모든 것을 중국에 의존하면서도 '행동준승 9개항'을 철폐하고 중국정부로부터 작전지휘권을 되찾은 임시정부의 노력은 눈물겹도록 자랑스럽다. 21세기 세계 10위권 국가임을 내세우면서도 전작권 환수에 누구보다 앞장서서 반대하고 있는 한국의 전직 장성들과 국방장관 출신 인물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하리라. 다른 이들은 충분히 반대할 수 있다고 해도 한국군을 실제로 통솔했어야 할 당신네들은 찬성해야 하는 일 아닌가? 그렇지 않다면 '지휘관'이라는 이름조차 민망하니 당장 그 견장을 떼라 하고 싶다.


미국 내 이승만의 활동은 이 시기에도 얄밉다. 이승만, 그가 가는 곳이면 언제나 불신과 분열이 피어난다. 한인 동포사회의 갈등과 반목을 낳고 조직과 단체의 와해를 가져오기 일쑤다. 재미한족연합회와 주미외교위원부의 개조 과정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런데도 임시정부와 김구는 왜 이승만의 손을 들어준 것일까? 백범이 임시대통령에서조차 탄핵된 이승만을 줄곧 옹호한 까닭은 무엇일까? 알다가도 모를 일이 사람 일이라고 하더니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일제의 패망을 앞둔 1940년대 각지의 독립운동 세력은 통합과 연대를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연합국으로부터 국제법상 '교전 단체(준정부)'로 승인받기 위해서, 또 조국의 해방에 일정한 수준이라도 군사적 기여를 하기 위해서, 임시정부를 비롯한 우리 독립운동 세력들은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아~ 그러나 해방은 도둑같이 왔으니! 일제의 항복은 그 시점마저도 우리 독립운동이 가져올 결실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했다. 한국의 독립을 유보하고 신탁통치를 구상해 추진했던 미국의 루스벨트와 영국의 처칠, 어릴 적부터 위인전으로 만나본 그들은 또 어떠했는가!


"잘 준비된 2,500명의 미 군정 인사들에 의해 전범국 일본은 차근차근 안정된 민주화, 전후 복구의 길을 밟아나갔다. 반면 제국주의 일본에 의한 식민통치의 피해국이었던 우리에게는 분단과 혼란이 차려졌다." (294쪽 인용)


마지막 페이지의 울림은 길게 남았다. 가슴 먹먹한 안타까움 그리고 억울함이 느껴졌다. 왜 일본을 대신해 우리가 분단이 되어야 했는가? 그 원인과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유럽에서는 전범국 독일이 연합국에 의해 분단되었다. 그렇다면 아시아에서는 응당 일본이 전범국으로서 분단이 되었어야 했다. 그런데 왜 애꿎은 우리가 분단이 되어야 했는가? 그 주범은 누구인가? 이 문제의 답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해방 전후사를 제대로 인식하는 가늠쇠가 되리라 생각한다.


일제 강점기 35년 동안 우리 민족의 항일 투쟁은 단 한순간도 끊임이 없었다. 한 세대를 뛰어넘는 부단한 항일 투쟁의 역사를 우리는 박시백 님의 <35년(전 7권)>으로 그 전모를 제대로 알 수 있게 되었다. 만화가 가진 서사와 묘사의 힘이 유감없이 발휘된 이 책으로, 우리는 아프지만 자랑스럽고, 치욕스럽지만 가슴 벅찬 항일 투쟁의 역사와 친일 반민족의 행위를 정면으로 마주볼 수 있게 되었다. 그 소중한 기회를 모든 이들이 가질 수 있다면 더 바람이 없겠다. 매 권 말미에 부록으로 붙어 있는 연표와 인명사전도 더할 나위 없이 충실하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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