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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8일에 개봉한 영화 '모가디슈'. 충무로를 대표하는 국내 감독 중 한 명인 류승완 감독의 11번째 장편영화로, 강신성 대사의 책 '탈출'(2006)을 기초로 하고 있다.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구교환, 김재화, 정만식 등의 배우들이 출연했다.

1990년, 아프리카의 소말리아에서는 남북한이 치열한 외교전을 벌이고 있었다. UN 가입을 위해서였는데, 가입에 성공하려면 UN에서 높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던 아프리카 국가들을 포섭해야 했다. 소말리아는 그 중의 하나였다. 이에 남한 대사 '한신성'(김윤석)과 안기부 출신 참사관 '강대진'(조인성), 북측 대사 '림용수'(허준호)와 참사관 '태준기'(구교환)는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 이렇게 남북의 외교전이 펼쳐지고 있던 중 큰일이 발생한다. 당시 권력을 잡고 있던 바레 정권에 저항하는 USC(United Somali Congress)가 수도 '모가디슈'를 공격하며 내전이 일어난 것이다. 이 사건은 1990년 12월 30일에 발생한다. 내전은 남북 대사관을 모두 고립시킨다. 통신도 끊기고, 반군이 대사관까지 공격하는 와중에 북한 대사관이 습격을 당한다. 림용수 대사는 대사관 직원들과 가족을 동반해 남한 대사관을 찾고, 이를 계기로 남북 대사관은 '생존'을 목표로 한 배를 타게 된다.

영화는 소말리아 내전 당시 모가디슈를 극적으로 탈출한 남북 외교관들의 실화를 그린다. 시작하자마자 영화는 자막으로 당시의 시대상을 깔끔하게 정리한다. 이 덕분에 영화의 주요 배경을 쉽게 알 수 있으며, 영화의 전개 과정에서 더 많은 부분을 보고 느낄 수 있다.

모로코에서 촬영을 진행했는데, 실제로 90년대의 모가디슈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류승완 감독뿐만 아니라 미술을 맡았던 김보묵, 의상 및 분장을 담당한 채경화·권수경 씨의 노고가 느껴졌다. 또 총과 폭발 소리가 매우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이는 영화의 현실성과 함께 관객의 몰입도까지 높였다. 마치 내전의 한복판에서 총소리와 폭탄 터지는 소리를 듣는 것 같아 긴장이 되었다. 류승완 감독의 전작이었던 '베를린'(2013)과 '베테랑'(2015). '군함도'(2017)에서 음향을 맡았던 김창섭 씨가 감독의 의중을 잘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영화의 핵심 메시지를 드러낸 부분으로 이탈리아 대사관에서 한신성 대사가 했던 말을 들 수 있다고 본다. "같이 살 길이 있는데,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지". 이 말은 당시 남북한 외교관이 가지고 있던 실제 마음가짐이자 남북 관계에 던지는 메시지로 보인다. 

현재의 남북 관계가 좋다고 말할 수 없는 없다. 그럼에도 남과 북이 공존을 위해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분명 있을 것이며, 이 같은 움직임이 남북의 공존과 평화 정착을 위한 첫 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대사의 말은 이를 짚어낸다. 어찌 보면 이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류승완 감독은 남북한의 공조를 소재로 택한 것 같다. 그것도 실화로 말이다. 해당 메시지는 지금의 남북 관계를 넘어 향후 이어질 남북 관계에 있어서도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점이다.

영화의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 메시지 모두 좋은 작품이었다. 특히 엔딩 부분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스파이 브릿지'(2015) 속 한 장면을 떠오르게 했는데, 과잉된 감정 없이 보여주는 연기와 장면이 더 큰 울림을 선사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막바지의 카 체이싱 장면이 과장된 것 같았고, 기대했던 것보다 임펙트가 떨어졌다. 하지만 이 같은 점을 상쇄할 만한 장점이 훨씬 많았고, 오랜만에 좋은 한국영화를 봐서 뿌듯하고 기뻤다.


평점-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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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4일에 개봉한 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트로미오와 줄리엣'(1996)으로 데뷔해 마블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 등으로 이름을 알린 제임스 건 감독의 작품이며, 전작과는 또 다른 새로운 버전이다.

도저히 융화될 수 없을 것 같은 빌런들을 모아 조직한 '자살특공대'에게 새로운 임무가 주어지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전작 '수어사이드 스쿼드'(2016, 감독 데이비드 에이어)에 출연했던 '할리 퀸'(마고 로비)과 '캡틴 부메랑'(제이 코트니), '릭 플래그'(조엘 킨나만), '아만다 월러'(비올라 데이비스)가 또 다시 등장했다. 여기에 '블러드프루프'(이드리스 엘바), '피스메이커'(존 시나), '킹 샤크'(실베스타 스텔론 목소리), '랫 캐처 2'(다니엘라 멜시오르), '폴카 닷 맨'(데이비드 다스트말치안)이 새롭게 합류했다. 

개봉 당시 전작은 많은 혹평을 받았는데, 개인적으로 전작의 유치한 캐릭터와 미지근한 B급 코드(15세 이상 관람가였기에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에 실망했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전작의 부족한 부분을 잘 메웠다. 이를 통해 전작보다 진일보했다. 우선 전작에서 별 매력 없이 그려졌던 할리 퀸을 미친 캐릭터로 발전시켰고, 청소년 관람 불가를 선택하면서 보다 화끈한 액션 신을 연출했다(잔인한 사람들은 싫어할 수 있다). 또 전작보다 나아진 B급 코드를 보여주면서 웃음 코드를 잘 살렸다. 전작에서 별 매력 없이 나왔던 나머지 캐릭터들(할리 퀸을 제외한)의 매력도 업그레이드되었다. 여기에 미국의 위선을 직격하면서 의미 있는 메시지도 전했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새롭게 등장하는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별로 없어서 분명 전작의 캐릭터들보다 매력은 있는데, 서사가 약하니 캐릭터에 대한 몰입과 공감이 어려웠다. 그리고 결말로 가면서 액션과 빌런의 존재감이 약해진 점도 아쉬웠다. 그럼에도 이전보다 발전한 B급 코드로 전작과 '저스티스 리그' 시리즈, '원더우먼' 시리즈에 대한 혹평으로 인해 흔들리던 DCEU(DC 확장 유니버스)의 맥을 살렸다고 볼 수 있을 듯하다. 


평점-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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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아이
사노 요코 지음, 황진희 옮김 / 거북이북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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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울’(2021)과 드라마 ‘눈이 부시게’(2019)의 명대사가 생각나는 그림책. 비록 삶이 힘들지라도 내가 존재하는 이유가 있고, 태어난 이상 살아갈 가치가 있음을 알려준다. 삶과 존재를 생각하게 하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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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작은 곰자리 49
조던 스콧 지음, 시드니 스미스 그림, 김지은 옮김 / 책읽는곰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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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으로 한 인물의 내면과 성장을 이토록 아름답게 그려내다니. 너무 아름답고,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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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개봉을 연기했다가 7월 7일에 전 세계 개봉을 진행한 영화 '블랙 위도우'(감독 케이트 쇼트랜드).

'블랙 위도우'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24번째 작품이자 MCU 페이즈 4의 시작으로, '아이언맨 2'(2010)에서 처음 등장하여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2014)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 그리고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맹활약한 히어로 '블랙 위도우'(본명 나타샤 로마노프, 스칼렛 요한슨)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영화의 시점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와 타노스와의 대결이 시작되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의 사이에 있다. 기본적으로 나타샤가 동생인 '옐레나 벨로바'(플로렌스 퓨)를 만나 KGB의 레드룸과 펼치는 대결을 그리지만, 이와 함께 두 자매가 레드룸에 입소하는 이야기도 담고 있다.

MCU 영화에서 '블랙 위도우'를 전담했던 스칼렛 요한슨, 영화 '레이디 맥베스'(2016)·'킹 리어'(2018)·'미드소마'(2019)·'작은 아씨들'(2020)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플로렌스 퓨가 출연한다. 이 밖에 나타샤의 아버지인 '레드 가디언'은 데이비드 하버가, 어머니 '멜리나 보스토코프'는 레이첼 와이즈가 맡았다. '아찔한 십대'(2004)로 장편 데뷔를 하고, '로어'(2012)와 '베를린 신드롬'(2017) 등을 연출한 케이트 쇼트랜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블랙 위도우는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에서 대의를 위해 희생한 블랙 위도우의 단독 작품인 만큼 그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이를 통해 블랙 위도우의, 블랙 위도우에 의한, 블랙 위도우를 위한 서사를 만들어간다. '엔드게임'에서 블랙 위도우의 죽음을 안타깝게 지켜본 사람, 블랙 위도우의 팬, 마블의 개별 히어로가 지닌 서사를 알고 싶었던 이들에게는 매력적이다. 이야기 전개 과정에서 옐레나, 레드룸의 위도우들, 멜리나의 활약 등을 덧입혀 여성 중심의 서사도 선보인다.

2년 만에 마블의 히어로 영화를 볼 수 있음에 설레고 반가웠지만 빌런의 서사와 매력이 떨어지고, 액션이 기대만큼 뒷받침되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블랙 위도우라는 매력적인 캐릭터의 서사를 밀도 있게 잘 풀어냈으며, 이 덕에 2년간의 기다림을 보상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블랙 위도우는 MCU 페이즈 4의 시작이다. 블랙 위도우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었을 텐데, 개별 캐릭터와 그의 서사가 지닌 매력을 충분히 살렸기에 연내 개봉할 또 다른 페이즈 4 작품들('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이터널스')도 기대할 수 있을 듯하다.


평점-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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