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플라시보 > 조숙한 열두살의 세상 살이.

은희경의 새의 선물은 그녀의 다른 작품들을 다 보고 난 이후에서야 비로서 보게 되었다. 책을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의 팬이라면 당연히 그 작가의 작품을 기다리느라 작가가 쓴 시기대로 읽혀지겠지만 나는 은희경을 잘 몰랐으므로 그냥 닥치는대로 읽었다. 하나 다행스러운 것은 새의 선물의 후속편에 해당하는 마지막 춤은 나와함께를 새의 선물 다음에 읽게 된 것 정도.

그녀의 글솜씨는 놀랍다. 비록 여류작가를 폄하하는 내 친구가 일기장같은 책들을 언제까지나 발표할 꺼냐고. 조금이라도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아예 손도 대지 못함을 비아냥거리고 있지만 (사실 박경리씨나 박완서씨등 여류문학의 대가라 불리우는 사람들도 그 점에 있어서만큼은 혐의점을 부인하기 힘드리라) 그래도 그녀의 일기던, 책이던 암튼 그것은 놀랍다. 알맞은 정도의 읽기 템포를 유지시켜주는 문장과 간혹 불거져 나오는 시니컬하고도 블랙코메디같은 유머들은 빛나는 발상의 승리이다.

아주 조숙해서 세상을 한 4~50년 산 여편네의 정서(?)를 가진 12살난 여자아이가 바라본 세상을 그린 '새의 선물'은 일종의 성장기 소설이다. 그렇지만 여자아이는 이미 소설이 시작할때 부터 다 자라있다. 오히려 성장하는 것은 그녀 주변의 어른들. 그 중에서도 특히 철딱서니 없으나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그녀의 이모이다.

내 친구의 믿을만한 정보에 의하면 이 소설은 단편 드라마로 만들어졌었다고 한다. 보지는 못했지만 아마 '홍어'정도의 분량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나 싶다. (좋아하는 작품을 망치지 않고 잘 살려준 특집극 '홍어'팀에게 기립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친구가 기억하는 유일한 등장 인물은 이모인데. 극중 이모분을 지금은 일본으로 건너가 활동중인 윤손하가 맡았었다고 한다. 나는 그러니까 책을 읽기전에 윤손하를 이모로 생각하고 나머지 인물들도 내 멋대로 기존에 있는 배우들을 대입시켜서 읽기 시작했다. 시각적 정보를 하나 제공받은 셈이었고 거기다 내 상상력까지 더했으니 당연히 책읽기는 평면속의 글자가 내 뇌리에 박혀 사고를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드라마를 보는것 처럼 내 머리속에 삼차원의 영상으로 떠올랐다.

책 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워낙 실감나게 묘사가 되어 있어서 그런지 적당한 배우를 찾아 끼워맞추는건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예를들어 세들어 살던 이쁜 언니는 강수지(이렇게 되면 배우에 국한된 캐스팅이 아니군...) 철딱서니 없는 이모 윤손하의 친구는 이혜영. 뭐 이런식으로 말이다. 새의 선물에서는 심오한 메세지를 기대하지는 않아야 하지만 읽기의 재미를 아주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물론 작가란 모름지기 발로 뛰며 써야한다는 치들도 있지만 그런사람은 그런대로 또 은희경처럼 자신의 경험과 여러가지 상상력들을 뒤범벅시켜 작품을 내놓는 사람들은 또 그런대로 인정해야 한다는 (더구나 이렇게 재미있다면) 것이 내 생각이다.

모든 예술이 다 어렵고 심오할 필요는 없다. 더구나 대중을 상대로 한다면 재미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큰 요소중의 하나이다. 대중을 싸구려로 보는 것은 일종의 자기기만이다. 재미가 없다면 영화도 연극도 책도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환영받는 이른바 잘난 컬트가 될 뿐이다.(물론 컬트를 폄하할 생각은 없다. 저 고명한 럭키호러 픽처쇼나 이블데드에 미쳐있던 나날들은 내가 생각해도 낮뜨거우니까...) 오타쿠만이 문화를 즐긴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은희경의 책은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 몹시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며, 적어도 그 재미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별 무한대를 줄 수 있는 작품이다. 조금 투터운 책이지만 속도감이 있어서 몹시 빨리 읽히며 그 다음의 이야기에 해당하는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도 셋트로 사서 읽는것이 좋을것이다. 나처럼 한밤중에 새를 다 읽고 마지막 춤은을 주문해 놓고는 안절부절 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플라시보의 스무자 평 : 재밌다. 무조건 아주 많이 재밌다.
*함께하면 좋을 음식 : 김치전 (읽는 내내 먹고팠는데 한으로 남아서..)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살수검객 2004-10-26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의 선물
 
 전출처 : 플라시보 > 듀나의 문화코드 읽기.

듀나는 내가 이메진이라는 잡지에 한참 미쳐있을때 부터 알았다. 아니 어쩌면 하이텔을 이잡듯 뒤지던때 부터 알았는지도 모른다. 그땐 나도 이단이라는 이름으로 마치 듀나처럼 놀던 때였으니까... 아무튼 듀나는 내가 만든 이단보다 훨씬 똑똑했다. 듀나는 여러명이다 혹은 한명이다라는 설이 분분했지만 이단은 분명 나 혼자였으니까. 그래도 사람들에게는 여러명이라 뻥을 치고 다녔더랬다. 어떤가? 어차피 사이버 공간 안에서의 일이고 나는 그 공간이 이렇게 모든 사람들에게 개방될줄은 몰랐었던것을...

사족은 이쯤하고 본론으로 들어가보자. 듀나는 그다지 많이, 몹시 똑똑하지는 않다. 왜냐면 나같은 멍충이도 그가 말하는 모든 문화코드를 다 알고 있을 정도이므로. 얼마나 깊이가 심오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넓이는 보통 사람들도 충분하게 커버할 수 있는 정도이다. 한마디로 사이버펑크 세대의 천재는 아니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듀나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내는 속도에 놀라는데 듀나는 컴퓨터가 아니므로 속도는 문제가 아니다. 그 답이 문제이지... 그래도 사람들은 집착한다. 듀나가 빨랑빨랑 답글을 다는데 놀란다. 그건 아마 듀나의 한타 수를 놀라워해야 할 일이 아닐까? 어떻게 그렇게 많은것을 아냐고? 그건 멍청한 질문이다. 내 주변만 해도 듀나만큼 아는 사람들 천지니까... 다만 듀나는 자신을 드러냈을 뿐이다.

쓰다보니 마치 듀나의 험담처럼 되어버렸는데 이제서야 본격적으로 책 얘기를 한번 해 보자. 듀나의 면세구역은 부담없는 책이다. S.F.로 분류하기는 조금 약한감이 있는 대신 누구나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다. 유달리 책 표지에 집착하는 나는 처음 책을 받아보고 그 놀랍도록 유치뽕짝인 표지에 한숨을 쉬었지만(쪽팔려서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는 도무지 읽을수가 없다. 생각끝에 달력을 북 뜯어서 책표지를 샀다. 우리가 책을 읽지 않는건 일본보다 못난 국민이여서가 아니라 바로 이런 책표지들 때문이다.) 안에 글자들은 꽤나 편하게 배열이 되어있다. 양 가 쪽으로 여백이 충분해서 그런지 눈도 편하고 책장도 잘 넘어간다. 그러나 책이 넘어가는 이유가 어찌 폰트 디자인 때문이리요..
영화를 좋아하고 통신을 하며 적어도 책 몇권이라도 읽으면서 사는 인간들이라면 듀나의 책은 아주 재미난 경험일 것이다.

듀나는 아주 여러곳에서(특히 영화) 모티브를 따서 단편을 만들었고 책 제목과 동일한 제목의 단편. 면세구역은 마치 무라카미류에게 바치는 오마쥬같다. (사랑에 관한 짧은 기억이었던가? 그 책 제목이?...) 무리없이 술술 읽히면서도 그다지 바보같지 않은 책들은 세상에 널려있지 않다. 굳이 촌스러운 책 표지에 보란듯이 떡하니 붙어있는 '중앙일보가 선정한 2000 좋은책 100선' 이라는 광고 문구를 들먹이지 않아도 충분하게 읽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단. 정통적이고도 하드한 S.F는 기대 않는게 좋다. 듀나는 충분하고도 넘칠만큼 대중적이니까 말이다.

*플라시보의 스무자 평 : 심오하고도 진지한 킬링 타임용 (이게 뭔 소린진 나도 모르겠다.)
*함께하면 좋을 음식 : 모든 퓨전 푸드들.(듀나의 책 또한 국적불명이므로-이거 절대 나쁜소린 아님)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살수검객 2004-10-26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면세 구역
 
 전출처 : 플라시보 > 나는 우동 한그릇이 싫다.

이 책은 그러니까 아주 오래전에 이미 들은 얘기였다. 일어 선생님께 들었는데 그때에도 나는 그네들의 정서를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선생님은 그때 모밀국수라고 했었는데 우동이냐 모밀 국수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이 책을 읽고 따뜻함을 느꼈다는 사람들을. 나는 정말이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남편의 빚을 갚기 위해 명절때 단 한그릇의 우동만을 살 수 밖에 없었던 어머니. 그건 일본 어머니이기에 그런 것이다. 우리의 어머니 같았으면 그 돈으로 라면이라도 사서 아이들에게 배불리 먹이지 않았을까? 꼭 명절날 아이들 기를 죽여가면서 한그릇 가지고 셋이나 나눠 먹어야 하는가 말이다. 우리의 어머니도 죽기 살기로 남편의 빚을 갚을것이고 참으로 가난하게 살았겠지만 아마 다른 방식으로 명절을 보내지 않았을까 싶다. 꼭 매식을 해야만 명절을 명절답게 보내는건 아니지 않는가.

그리고 그 우동집 주인. 과연 우리 같으면 조금 양 많은 한그릇을 그들 앞에 내어 놓았을까? 대한민국의 정서로는 세그릇을 내어놓고 한그릇 값을 받았을 것이다. 그건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다. 가난한 여자와 그의 두 아이들을 이 순간 배 부르게 해 주는 것이야 말로 정이 아닌가 말이다. 그들의 자존심을 다치게 할까봐 한그릇만 조금 양 많게 내어놓고는 주방에서 흘리는 눈물이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이 책을 보고서 나는 느꼈다. 그 어떤 일본에 관한 평가서보다 더 정확하게 일본을 표현해 주는 책이라고. 이거 한권이면 국화와 칼이니 하는 책 (물론 훌륭한 책이다.)보다 더 많은걸 느끼게 해 줄 것이다. 일본이 얼마나 무서운 나라인지... 겉으로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처럼 보이지만 나는 정이 없는 이들의 정서가 참 소름끼친다. 어째서 이 책이 각광을 받았는지 나는 도저히 알 수가 없다. 이 차갑고 무서운 정서가 어째서 본받아야 할 정서인지 모르겠다. 나는 자존심이 상해 하더라도 엄마를 몰래 불러서 세 그릇의 값을 치뤘다고 아이들에게 말 하라고 시키고 세 그릇을 내어놓아 그들이 배불리 또 행복하게 먹는 모습을 보며 좋아하겠다. 주방에서 눈물따위를 훔치느니 말이다.

그렇다면 나중에 아이들이 장성했을때 엄마는 아이들을 대리고 와서 진짜 값을 다 치른 우동 세그릇을 먹으면서 과거에 주인이 한그릇 값으로 세그릇을 준 것을 이야기 하며 아이들에게 서로 돕고 사는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은혜를 값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배우게 하겠다. 암튼 우리 정서와는 안맞는 일본이다.

*플라시보의 스무자 평 : 배고픈 이의 자존심보다 그의 딱 달라붙은 뱃가죽은 훨씬 더 중요한 문제이다.
*함께하면 좋을 음식 : 당연하게 우동이다. (시켜 먹으면 배달 오는 사이에 다 읽을 만큼 짧은 책이므로 그냥 국물이 끝내준다는 인스턴트 우동이 좋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살수검객 2004-10-26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동 한 그릇
 
 전출처 : 플라시보 > 조금은 서글프고 조금은 웃긴...

유희열. 그는 음악하는 사람이다. 원래 나의 기억에는 좀 촐랑거리던 정서를 지닌 사람이었는데 어느날 나이를 좀 드시더니만 꽤나 점잖아진 사람. 빽바지와 롤러스케이트 그리고 조다쉬 양말이 뭘 의미하는지 아는 사람. 그리고 음악으로 한없이 사람을 따뜻하게 또 시리게 만들 줄 아는 사람.

그는 공일오비 사단의 피를 수혈받은 인간들 중에서 그나마 가장 대중적으로 성공한 사람이다. (물론 신해철도 있지만 그는 초반에 비해 지금은 너무 메니악하다.) 그의 음악은 그다지 큰 기교는 없지만 뭔가 좀 따뜻하다. 그게 벽난로의 따뜻함이라기 보다는 온돌 보일러의 따뜻함과 가깝다.(군불을 때는 온돌방의 따뜻함을 기대하기에는 그는 명동 토박이라 좀 무리다)

내 친구는 그와 작업을 한번 한 담에(그 자겁 아니다-_-;;) 그의 팬이 되었다. 처음에는 나하고 같이 머리크고 잘난척 하는 인간이라면서 씹었었는데... 같이 일하면서 보니까 예의도 바르고 의외로 너무 멀쩡하더란다.

그의 책은 주로 가족과 사랑 얘기이다. 그가 얼마나 할랑한 인간인가를 보고싶다면 옆에 딸린 그의 삽화를 보면 안다. 아마 그의 얼굴을 몰라도 그 삽화를 본다면 대충 마르고 비리비리한 그의 외모를 떠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가수가 책도 아니고 삽화집을 낸다는 것은 참 드문 일인데 그는 일을 쳤고 이 책은 내가 알기로는 스테디셀러이다.

나는 이 책을 약 서른권 정도 사서 선물했던것 같다. 생일이나 기념이 아니라 그냥 그 사람이 고마워졌을때 마다 사서 선물을 했었는데 반응이 괜찮았었다. 어렵지도 않고 촌스럽지도 않은 책을 선물하기란 참 힘이 드는데(사람마다 개인차가 심하므로) 이 책을 사 주고는 한번도 실패한적이 없다. 더구나 저 그리운 밤디 나나나송(우리나라에는 2대 나나나 송이 있다 하나는 군대 안간 유모군꺼다)이 수록된 CD까지 있으니 그 얼마나 좋은가!! 참고로 CD를 누워서 듣는데도 음악이 끝날때까지 잠못드는 인간이라면 불면증을 의심해 봐도 좋다. 그 스스로도 잘때 들으려고 만든 음악이라 선언했으니 오죽하랴!

*플라시보의 스무자 평 : 이 책 함 선물해 봐봐!! 배로 돌아와~
*함께하면 좋을 음식 : 설렁탕과 깍두기 (책 보면 이유가 나옴)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살수검객 2004-10-26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익숙한 그 집앞
 
 전출처 : 플라시보 > 김약국 가의 몰락

대학교 1학년때 그토록 미친듯이 땡땡이를 치면서도 어찌 어찌하여 김약국의 딸들을 읽고 독서 감상문을 쓰는 레포트는 제출을 하게 되었는데 그 레포트로 나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A플러스를 받았다. 숙제라고 생각하면 으례히 게기기 마련인데 박경리씨의 작품이라서 별로 버팅기지 않고 과제를 받자 마자 읽어치웠다. 하루만에 읽기에는 조금 버거운 분량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워낙에 글이 좋아서 단숨에 읽혔다.

토지는 조금 질질 끄는 감이 없잖아 있는데 (그건 대하소설의 운명이자 숙명처럼 따라 붙는 것 아니겠는가...) 김약국의 딸들은 오히려 아쉬울 정도로 감칠나게 재미난다. 특히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캐릭터의 힘은 그야말로 소설의 주춧돌이 되어 튼튼하게 스토리를 끌고 나간다. 하나 하나 마치 사람을 새로 만들어낸듯 사실감 있는 캐릭터들은 비록 집안 말아먹을 딸년들이었을 망정 사랑스럽지 않을 수 없다. 작은 아씨들 따위의 서양 고전에 비할바가 아니다.

*플라시보의 스무자 평 : 토지는 안읽어도 이 책은 필히 읽어야 할 책.
*함께하면 좋을 음식 : 녹두 파전이나 녹두 빈대떡 (책에서 누구 누구는 녹두가루로 얼굴을 씻는데 차마 그 짓은... 대신 음식이므로 먹어 치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살수검객 2004-10-26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약국의 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