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플라시보 > 모질고도 끈덕진 목숨을 보존하는 법.

일단 제목이 멋진 책이다. 최악의 상황에서 살아남는 법! 우리는 평상시에는 잊고 살지만, 사실 누구나 죽음에 노출될 수 있다. 천수를 누리고 사랑하는 가족 곁에서 조용히(그러나 유언은 중언부언 해가면서) 눈을 감을 수 있다면 그것만큼 복 받은 일이 없겠지만 그런 복이 모두에게 다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백화점과 다리, 지하철 공사로 인한 도로 복공판이 수시로 무너지는 우리나라에서는 그 복스런 인물이 될 확률은 더욱 줄어들며, 간혹 비행기가 추락하기도 하고 열차도 전복되며 관광버스에 도로 표지대가 꼿히기도 하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따라서 개인의 의지및 바램과는 상관없이 우리는 누구나 최악의 상황에 노출되어 생사의 갈림길에 설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당신이 맥가이버 사촌이라면 어디선가 '짠짠짠짠 짠짠 짠 짜잔짠~' 하는 BGM이 깔리면서 뭔가를 뚝딱뚝딱 만들어내어 위기를 모면할 수 있겠지만 알다시피 맥가이버는 외국 사람이고 대한민국에 그의 사촌이 살 확률은 제로이다. 그렇다고 해서 최악의 상황에서 주님이나 기타 신들을 찾으며 조용히 삶을 마감하기에는 당신이나 나나 너무 해야할, 또 하고픈 일들이많은 사람들이다.

삼풍 백화점이 무너졌을때 저 안에 내가 갇혔더라면 혹은 잘 달리던 성수대교가 갑자기 빠직 하고 금이 갈때 내가 그 위에 있었다면 하고 단 한번이라도 상상해 본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이 책은 거의 모든 최악의 뭐같은 상황들이 총 망라되어 있으며 또한 그 상황에서 모진 목숨을 보존하는 방법들이 나와있다. 본인이 탐독한 결과 꽤 쓸만한 방법이 많았다.

그러나 이 책만으로 살 수는 없다. 이 책에서 요구하는 각종 방법들은 꽤나 강인한 정신력과 체력을 요구했으며 때로는 지적 능력과 각종 도구들도 필요로 했으니까. 이 책을 보다 보면 캠핑이라도 한번 갈라치면 온갖 상황에 다 대비를 하기 위해서는 집을 통채로 메고 가야할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이 책에서 목청높여 주장하는 것은 미리미리 준비하자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 닥칠지는 아무도 모르니까 말이다. 그러나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최악의 상황에서 꼴까닥 하고 죽는것 보다는 낫다.

이 책을 참고로 해서 각종 최악의 상황에서 살아남는다면 참 멋지구리한 일이 될 것이다. 나중에 인터뷰할때 이 책을 들먹이며 평상시에도 늘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철두철미한자신의 준비성을 만천하에 알릴 수 있을터이니 말이다. 자~ 단돈 몇천원으로 미래에 일어날지도 모르는 끔찍한 상황에 대비를 해 보자. 설사 그때 가서 살지 못할지라도 상황파악정돈 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참고로 이 책을 읽고나면 나침판이나 빅토리녹스. 구급약통을 짊어져야 거릴 나설 수 있는 병에 시달릴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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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수검객 2004-10-26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악의 상황에서 살아남는 법
 
 전출처 : 플라시보 > 가능한 얘기일까?

박진영의 얘기는 언뜻 들으면 폐미니즘들이 쌍수들고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그가 간과하고 있는것이 있다. 바로 사랑이다. 서로에게 밥을 해 주는것이 시간낭비라고 생각이 되어 늘 사먹는다고? 여긴 중국이 아니다. 그것 보다는 나는 볶을테니 그대는 끓이시오 하면서 알콩달콩 식사 준비를 하는게 사랑이다. 식사가 끝나고 설거지 가위바위보를 할 수 있는것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더욱 재미나게 사는 길이다.

서로 몇시에 들어오는지 간섭하지 않고 사랑은 자유로운 것이라며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게 가능한가? 그것은 결혼은 그저 두 남녀가 합법적으로 섹스할 수 있는 관계임을 말하는 것과 다를바가 없다. 사랑은 조금씩 서로를 구속하기도 하고 또 내가 원하는 모양으로 바꾸기도 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바라는것도 바랄수도 없단 말인가. 박진영은 지금 그렇게 살고 있을까? 난 여자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여자들에게 한없이 끌리며 밥도 해먹지 않고 서로 몇시에 들어오건 상관하지 않으며 말이다.

그런 말도 안되는걸 글로 적어두면 그래도 조금은 멋있어 보이기 때문에 이 책이 페미니스트들에게 환영받지 않나 싶다. 밥을 해먹고 빨래를 하는 것을 여성인권이 하락한듯 생각하는 그들에게는 몹시도 센세이셔널한 생각일테니까... 하지만 인정은 한다. 한사람 정도는 이런 말도 안돼는 생각. 이거라도 해야 여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용기를 얻는다는 것을 말이다. 나는 다만 사랑하는 사람과의 지침서 같은 이 책에서 조금만 더 현실적이고 리얼한 사랑이 존재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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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수검객 2004-10-26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안해
 
 전출처 : 플라시보 > 입의 침이 마르도록 칭찬해도 모자람 없을 그대여!

윤인완과 양경일은 아일랜드를 내면서 많은 고생을 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고생인지는 그들과 일면의 대면식조차 없는 내가 알리는 없고 암튼 고생을 하긴 했던 모양인지 아일랜드 만화는 중단된 상황에서 책이 나왔다. 나는 만화를 먼저 본 상황에서 책을 보면 더 재밌다는 아우의 말을 믿고 현재 책으로된 아일랜드를 주문 해 놓은 상황이다.
아우의 말에 따르면 책에서 훨씬 친절하게 모든 캐릭터들의 비밀이 설명된다고 한다. 반이 왜 그렇게 살인귀 못지 않게 살육을 좋아하는지.. 혹은 여자 주인공이 왜 귀신들의 타겟이 되었는지 등등. 그 중에서도 가장 불쌍한 캐릭터는 예수쟁이(누군지 다들 아시죠?) 인데 그 아이의 스토리는 몹시도 가슴이 아프다고 한다.

아일랜드는 그림과 글 모두 걸출한 솜씨를 보인다. 좀처럼 도전하기 힘든 장르를 택한만큼 탄탄한 스토리와 멋진 그림이 아니면 바로 3류로 전략할 위험 속에서 그들은 비교적 잘 해 왔다고 본다. 아일랜드를 처음 만난것이 2년 전인가 3년 전인가 그랬는데 지금도 간혹 책장에서 이 책을 발견하면 끄집어내서는 밤을 꼴딱 세곤 한다. 그만큼 아일랜드는 읽고 또 읽어도 지겹지 않다. 참고로 처음 미호가 등장하는 장면 (사진이다. 계단에 앉아서 죽도록 노려보고 있는) 의 실제 모델은 아무로 나미에이다. 다들 아는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아무로 나미에의 앨범에서 그림으로 된 미호가 아닌 살아있는 미호를 만난 충격이란^^

지금 나는 책으로 된 아일랜드가 오기를 잔뜩 기대하고 있는데 만화를 다 본 사람들은 책을 읽는게 좋을것이다. (단 좋지 않을경우 책임은 못진다. 아우의 주장이기 때문이다.)

*플라시보의 스무자 평 : 밤이 외로운 그대에게 바쳐 부끄럽지 않은 책 한권.
*함께하면 좋을 음식 : 카레라이스 (미호가 만든걸 다 먹어치운 괴물을 기억하는가? 자신이 그 괴물이라 생각하면서 3분 카레를 먹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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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수검객 2004-10-26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일랜드
 
 전출처 : 플라시보 > 가이낙스 짱 안노의 오타쿠적 망가.

서평제목을 다 알아들은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나는 반다이보다는 가이낙스를 사랑한다. 물론 반다이에서 나오는 완구(이렇게 표현하니 애들 장난감 같군^^)는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지만 그들이 완구를 팔아먹기 위해 이런 저런 스토리에 간섭을 하는것은 영 마땅찮다. 아무튼 가이낙스가 사랑스러운 이유는 에바가 있기 때문이다. 한때 내 아이디가 에바01 이었던 만큼 나는 에바의 광팬이다. 단지 칠드런들이 타는 병기 에바가 멋지구리해서만은 아니다. 그보다 나는 지혜의 나무가 등장하고 사해문서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을 넘나드는 코스모폴리탄적인 정서가 좋다.

에바는 결코 녹녹한 스토리가 아니다. 오징어나 질겅거림서 로봇물이군 어디한번 피터지게 싸워보시지 하고 볼 망가는 아니라는 소리다. 에바는 꽤나 진지하고 심각하다. 오죽하면 극장판에서 안노는 에바에 열광하는 우리들 자신을 보여주면서 현실로 돌아가라는 당부까지 하겠는가.(그 당부에 의해 내가 현실로 돌아왔다고 생각지는 않지만 아무튼 그는 자신의 팬마저 짓밟을줄 아는 꺼뻑 넘어갈만한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이다.) 에바에 등장하는 세 칠드런은 모두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신지의 경우 아버지에대한 두려움이 결국은 세상 모든일에 대해 피해가고만 싶은 자아를 만든다. (그러나 피하는자 답지 않게시리 폭주는 잘한다.) 레이는 알다시피 신지 엄마의 클론이다. 그녀는 그것만으로도 한 많은 인생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밝아보이는 소류 아스카 랑그레이... 나는 그녀가 죽기전 마지막으로 폭주할때 너무 멋져서 펑펑 울었더랬다. 죽고싶지 않아 라고 외치는 그녀의 마음을 백분 이해할 수 있었기에...

레이는 사실 서비스 차원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었다.(사실 에바의 모든 캐릭터들이 다 서비스 서비스에서 출발하긴 했지만) 적당히 밝은 성격과 다소의 까불거림. 거기다가 쭉 빠진 몸매와 긴 머리는 남성들 혹은 소년들의 판타지가 되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그러던 그녀가 죽기 바로 직전에 사도와 맞써 싸우는 장면은 에바의 결투씬중 가장 힘있고 묵직한 명장면이었다. 그녀는 결코 서비스컷처럼 사라지는 존재가 아니었던 것이다. 자신에게 무관심한 엄마. 항상 혼자 모든걸 다 해내고 사랑받을 수 없다면 차가워지는 편이 덜 상처받는다는 것을 안 조숙한 소녀.

다들 레이가 멋있다고 난리지만 레이는 멋있을 수 밖에 없도록 만들어진 캐릭터라 별로 정이 안간다. 게다가 극장판 거대 레이를 본 사람이라면 레이에 관한 환장할 정이 뚜욱 떨어짐을 느낄것이다. (안노도 레이를 약간은 미워하는지 신지는 언제나 레이에게 자신의 욕정을 푼다. 아파 누워있는 레이 옆에서 자신의 손바닥에다. 그리고 마지막 엔딩장면의 해변에서도...변태같은 신지녀석^^) 레이의 푸른 머리와 붉은 눈동자. 그리고 말수가 적은 모습은 딱 오타쿠들이 좋아할만한 요소들이니 그녀가 받는 사랑은 너무 평범한 궤도에 있어 따분하다.

아무튼 에반게리온은 많은 것을 생각하고 또 느끼게 한다. 이토록 철학적인 사고를 지닌 만화를 만나는 것은 그다지 쉽지 않다. 드래곤볼 같은 대작들에 비교될 만한 범작들은 그리 많지 않은 현실에서 에반게리온은 더 빛나는 작품이다. 한가지 알아야 할 것은 에반게리온이 단순하게 재미만을 추구하지는 않는다는 것. 그리고 미리 공부 좀 하고 보는게 더 재밌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플라시보의 스무자 평 : 어메이징하면서도 서프라이즈한...
*함께하면 좋을 음식 : 맥주와 스시. (펜펜도 먹는데 우리라고 못먹을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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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수검객 2004-10-26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세기 에반겔리온
 
 전출처 : 플라시보 > 힘들고 지친 삶같은 단편 소설집.

은희경의 글을 읽으면서 내내 겨울이 떠 올랐다.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은 재미는 있지만 몹시 사람을 지치게 한다. 명백하게 무거운 주인공들의 삶이 나에게도 전이되는것 처럼 말이다. 그렇지만 더 환장할것은 정작 나에게 느껴지는 무게가 아니라 주인공들이 너무나 힘없이 그 삶에 마른 찌꺼기처럼 엉겨붙어 살고 있다는 것이다.

첫번째 단편 '내 고향에는 눈이 내리지 않는다'는 우울한 청소년의 일기같은 글인데 재밌는 사실은 서로 알고 지내는 두 소년의 이야기가 어느 순간 부턴가 동시에 진행된다는 것이다. 은희경의 '새의 선물' 이 조숙하고도 본인은 별로 불행할 것이 없는 소녀가 다른 칙칙한 삶들을 보며 느낀것을 적은것이라면 이번 소설은 별로 조숙하지도 않고 몹시 불행한 소년이 자신의 칙칙한 삶을 담담하게 적어내려간 소설이다. 뭘 말하고 싶은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에는 이런 청소년도 있을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다음. 누가 꽃피는 봄날 리기다소나무 숲에 덫을 놓았을까. 는 마치 타인에게 말걸기를 다른 각도로 뒤집어본 것 처럼 보인다. 전작 타인에게 말걸기에서는 아무도 반겨줄수 없는 성격을 가진 여자 주인공이 타인과 함께 썪여 살기 위한 노력을 한 남자의 시선으로 본 것이고 이번 누가...는 아무리봐도 행복하게 사는것이 당연한 성격이지만 왜 그런지 모두의 미움을 받고야 마는 여자가 역시 타인과 함께 살기 위한 노력을 담고 있다.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소설이 타인에게 말걸기인데. 이것 보다는 조금 럭셔리하고 (보면 안다. 왜 럭셔리한지...) 조금은 더 우울한 이야기이다. 딸기 도둑은 꼭 내 상황인것 같아서 한참 웃겼다. 그러나 내용은 결코 웃기지 않다. 다만 군데 군데 상황이 좀 비슷했다.

다음 내가 살았던 집은 [고양이는 부르지 않을때 온다]라는 여류 작가들이 펴낸 책에 있었던 것으로 나는 이미 읽었으므로 그냥 건너뛰었다. (사족이지만 고양이도 재미난 단편집이었다. 작가들이 다 다르고 또 그 작가들마다 꽤 실한 역량을 펼치고 있다.)

태양의 서커스와 아내의 상자는 조금 밋밋한 소설이다. 전체적으로 볼때 예전의 번뜩이던 은희경은 어딘가로 사라진것이 아닌가 싶다. 전체적으로 자꾸만 속 안으로 움츠려드는 달팽이처럼 자꾸만 안으로 말리기만 한다. 더구나 그 달팽이는 늪 위에서 그러고 있으니... 나는 은희경이 조금 더 경쾌해지고 명확해지길 바란다. 예전에 그랬던것처럼... 그녀의 소설에는 톡 쏘는 맛이 있었는데 지금은 약간 김이 빠져버렸다. 그래도 아직까지 완전하게 김이 빠지지 않았음은 몇몇 놀랍도록 빛나는 문장안에 살아 숨쉬는 그녀만의 재치이다. 아무튼 기대했던 것 보다는 약간 별로였지만 역시 그녀의 소설들 답게 아주 빨리 잘 읽혔다. 내 손에 배달된지 이틀만에 읽어 치웠는데 난 백수가 아닌 아주 오랜시간 노동해야 먹고 사는 인간이니까 비교적 빨리 읽은 셈이다.

*플라시보의 스무자 평 : 은희경씨 쫌만 더~
*함께하면 좋을 음식 : 없다. (요즘 내가 소화불량이라 점점 말라 비틀어지고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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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수검객 2004-10-26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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