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플라시보 > 귀엽고 재밌다.

뭐 저런 바보같은 제목을 달았지? 싶지만 사실이 그렇다. 내가 이 책을 보면서 느낀건 귀엽고 재밌다는 것이다. 조금만 더 책이 두꺼웠으면 하고 바랄 정도로 (대부분은 한참이나 남아있는 책을 보면서 조금만 더 얇았으면 한다.) 읽는 내내 줄어드는 남은 페이지가 아쉬웠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요즘 쏟아지고 있는 카툰+에세이 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대부분은 예쁘장하지만 단순하고 특색없는 그림에다 월간 좋은생각에나 등장할듯 한 마음 따뜻한 얘기들만 잔뜩 늘어놓거나 사랑 혹은 이별에 관해 얄팍하게 주절주절 하는게 싫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내가 이 책을 골라잡은 것은 여동생이 '읽어봐. 귀엽고 재밌어' 라고 추천했기 때문이다. (결국은 읽고 나서 동생이 추천한 말을 그대로 제목으로 적으면서 리뷰를 쓰고 있으니 동생의 말은 옳았다. )

제일 처음에는 일본 여자가 한국 남자와 결혼해서 한국에 살면서 겪는 에피소드라고 해봐야 문화의 이질감에서 오는 '이것도 이상하구요' '저것도 이상해요' '한국은 정말이지 괴상망칙해요' 에서 벗어나지 못할것이라고 장담했는데 의외로 이 책은 그렇지 않았다. 물론 문화의 차이에 대해 중점적으로 말 하고 있지만 그걸 일본과 비교해서 어느 곳이든 우위를 주는 식이 아니여서 좋다. 이를테면 다만 다를뿐. 이럴수도 저럴수도 있는거지 뭐 하며 넘기는 것이다. 그리고 나도 한국인이지만 몇몇 에피소드는 나 역시 똑같이 생각했던 부분이여서 놀라기도 했었다.

왼쪽에는 카툰이 오른쪽에는 에세이가 있는데 그림이 정말 귀엽다. 그녀가 직접 그린 그림이라고 하는데 단순하게 생겼지만 표정이 무척 다양하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옷도 입히지 않고 머리카락도 없는것은 성별이나 나이 같은걸 알수없는 존재로 보이고 싶어서라고 한다. 그림을 다 보고 나면 그 바로 옆 페이지에는 그림의 내용을 좀 더 자세하게 풀어둔 글이 등장하는데 글도 나쁘지 않다. 문체는 평이하지만 대신 거부감도 없고 재미있게 술술 읽히며 때로는 귀엽기까지 하다.

한동안 요즘 쏟아지는 카툰 에세이북에 대해서 글 대신 예쁜 그림으로 대강 대강 지면을 채운 성의없는 책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아닌 책을 발견해서 다행스럽다. (원래는 카툰을 좋아한다.) 책의 양에 비해서 정가가 조금 비싸긴 하지만 그래도 사서 읽어볼 가치는 충분하게 있다.

일본과 한국의 문화차이를 적어두긴 했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뭐가 옳거나 혹은 더 낫다는 비교가 아닌 그냥 '이런 이런게 다르다'정도의 비교여서 거부감이 없다. 사실 전여옥의 '일본은 없다' 역시 자기나라가 아닌 다른나라에서 겪은 에피소드를 글로 엮은 것인데 너무 전투적이고 편협해서 왜 이렇게 밖에는 못 쓸까 싶었는데 타가미 요코는 그런 점에 있어서는 분명히 전여사보다 한 수 위인것 같다. 나이는 전여사 보다 어리지만 훨씬 더 포용력 있게 잘 받아들이는 것 같다. (뭐 그렇다고 해서 한국을 욕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조건 칭찬을 하는 것은 아니다. )

문화는 그냥 차이일 뿐 뭐가 더 낫고 뭐가 옳다고 주장할 수 없는 부분인데 가끔 다른 나라의 문화에 대해 쓴 글을 보면 문명국이라 역시 다르다는 부러워류와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라서 형편없이 지저분하고 야만적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걸 볼 수 있는데 타가미 요코는 그런 함정을 잘 피해나가서 재밌고도 귀여운 책을 낸 것 같다. 어릴때 부터 만화를 많이 봤다고 하는데 그림을 그리는 것도 수준급이며 (캐릭터의 표정이 정말 풍부하다.) 만화적인 표현도 많이 등장해서 재밌다.

크게 기대를 하지 않고 아무 생각없이 본 영화가 재밌으면 더욱 재밌게 느껴지듯. 카툰 에세이에 대해 조금은 편견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는 생각외로 너무 재밌고 귀여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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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수검객 2004-10-26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댁 요코짱의 한국살이
 
 전출처 : 플라시보 > 야구를 알아도, 야구를 몰라도 재밌는 책

이 책을 읽기까지 두 가지의 고민을 했었다. 하나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재밌다고, 좋다고 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믿음이 안가는 (참으로 이상한 성격이긴 하지만) 무언가가 있었고, 또 하나는 내가 야구의 '야'자도 모른다는 것이다.(심지어 몇명이서 하는 경기인지도 모르며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도 매한가지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눈여겨 보면서도 선뜻 구입해서 읽지를 못했다. 남들 다 읽었다는 유명한 책 중에서는 나랑 코드가 맞지 않은 책들이 유난히 많았으며 (치즈의 위치 운운하는 책이나 파*포* 같은 혹은 스스로를 귀엽다 생각하는 아해가 쓴 책들이랄지) 이 책 역시 그렇지 않을까 하는 걱정. 그리고 야구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하며 알고 싶지도 않은 내가 야구에 관한 책을 읽는다는 것이 과연 가능하기나 할까 하는 의문이 심하게 들었었다. 그런데 나와 가장 친한 친구 이모양이 이 책을 꼭 읽어보라며 추천을 했었다. 이모양으로 말할것 같으면 가끔은 나와 코드가 안맞을때도 있지만 그래도 비교적 그녀가 추천한 영화나 음악, 책 중에서 실패할 확률은 10% 미만이므로 나는 그녀를 믿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뭣보다 '야. 야구 몰라도 이거 재밌어'라는 말이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과연. 이 책은 심하게 재밌었다. 한 페이지당 최고 5회에서 최소 1회는 '푸하하' 하고 웃게 만들었으며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질깃질깃하게 웃기는 맛이 있는 것이. 재미에 이 한평생 걸고 사는 나에게는 딱인 책이었다. 내가 쓴 마이리스트 중 웃다가 죽으리 라는 리스트가 있는데 거기에 넣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심하게 재밌고 웃기는 책이다.

삼미 슈퍼스타즈는 실존했던 프로 야구팀이다. 야구팀하면 삼성 라이온즈, OB 베어스, 한화 이글스, 청보 핀토스 정도만 아는 나에게는 물론 단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팀이다. (청보 핀토스의 전신이었다고 한다.) 그 팀은 무서울 정도로 야구를 못했으며 기록 또한 무시무시했다. 하지만 93년도에는 한 선수의 노력으로 잠깐 태풍의 눈으로 등장한적이 있었으나 다음해에 역시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만연 꼴찌팀이 되었다. 그리고 얼마후 삼미 슈퍼스타즈는 사라졌다.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인 소년은 인천에 살고 있으며 인천을 연고로 둔 삼미 슈퍼스타즈의 어린이 팬클럽이 된다. 그의 인생은 순탄했으나 삼미 슈퍼스타즈의 행보는 순탄치 않았다. 팀이 없어지고 야구와는 무관한 인생을 살던 소년은 어른으로 자라고 대학생을 거쳐 직장인이 된다. 어린시절과는 다소 다른 복잡다난한 인생을 살던 그는 실직을 계기로 다시 삼미 슈퍼스타즈의 팬클럽에 가입한다. 물론 이미 없어진 팀이라서 그의 친구 한명과 삼미 슈퍼스타즈를 숭배하는 일본인 한명. 그리고 대체 왜 가입했는지 모를 떨거지들과 함께. 그들은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 된다.

뭐든 이겨야 하는 세상. 남보다 반보라도 앞서야만 안심이 되는 세상에서 삼미 슈퍼스타즈와 그 마지막 팬클럽은 어쩌면 이 세상에 농담같은 존재들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늘 모든 사람들이 다 선두에 서서 1등 자리를 먹을수는 없다. 누군가가 일등이면 꼴찌도 있어야 하고. 누군가가 열심히 살면 또 누군가는 나무늘보같은 유유자적한 삶을 살 수도 있는 것이다. 소년은 삼미 슈퍼스타즈와 자신의 인생을 통해 그점을 배운다. 벌서듯 살지 않아도 세상은 살 수 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어떻게 보면 삼미슈퍼스타즈와 그 팬클럽은 나를 닮은것 같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 팍팍하게 벌서듯 사는 삶이고 그래서 나는 언제나 1등이나 주류로 부터는 한참 떨어진 삶을 살았다. 중학교때 부터 공부에 손을 놓기 시작해서 고등학교때는 내신성적 15등급이라는 믿을 수 없는 성적을 거두었고 운이 좋게도 수능이라는 제도가 생겨서 나는 간신히 어정쩡한 대학에 들어갔다. 대학 역시 머리 싸매고 공부해야 하는 곳이 아니라 출석만 잘 해도 장학금은 따놓은 당상인 할랑한 과에 들어갔고 교수가 무지하게 봐 줬지만 나는 출석일수가 너무나 턱없이 모자라서 유급생이 되었고 과 최초로 유급생이지만 졸업을 했다. 물론 열심히 다녀서는 아니다. 교수가 불쌍해서 졸업을 시켜 준 것이다. 실제로 나는 과목 하나를 누락하는 바람에 (단 한번도 출석과 시험을 보지 않았다. 그 사실을 졸업할때야 알고 정말 헉겁하는줄 알았다.) 절대로 졸업을 못할 위기에 처해 있었으나 지도교수가 담당 교수님을 만나 사정사정해서 나는 얼치기로 졸업을 했다. (지도교수님은 내 에반게리온 비디오 시리즈를 빌려가서 돌려주지 않고 있지만 이러한 이유로 나는 그 교수님을 용서하고 있다.)

이런 나의 할랑한 삶은 어른이 되어도 달라지지 않았다. 거짓말처럼 친구 따라 갔다가 방송국에 취직을 하고 목소리만 멀쩡하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놀맨놀맨 살았다. 그리고 지금도 역시 한가하고도 나른한 삶을 유지하고 있다. 힘들고 어려운일은 절대 하지 않으며 오직 편하게 돈을 버는 것 만이 나의 최대 관심사이다. 돈을 더 벌고 힘든일을 할래라고 물으면 나는 고개를 저을 것이다. 그건 내가 추구하는 할랑한 삶에서 너무나 벗어난 짓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주인공이 대기업에 들어가서 신나게 뺑이 치다가 어느날 갑자기 퇴직을 강요당한 것 처럼. 내가 그런 삶을 견뎌내거나 성공적으로 끌고 나갈 확률은 희박하다. 남들은 몰라도 나는 그 사실을 잘 안다.

이 책에서 단 한가지 불만이 있다면 뭐랄까 주인공의 대학 이전까지는 논픽션 냄새가 나고 상당히 재미가 있는데 대학 시절부터는 픽션이 강하게 느껴지면서 동시에 별로 재미는 없어진다. 이건 아마도 작가의 상상력이 조금은 후달리는 것에서 오는 피할 수 없는 일인것 같다. 실제로 이야기꾼이라 불리우는 작가들 중에서 상당한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에 의존한다.(물론 아닌척 한다.)내가 보기에 정말 대단한 작가들은 경험을 재밌게 우려내는 작가들도 물론 그렇지만 그보다 생판 처음부터 모든걸 상상해서 써 대는 작가들이다. 그들이야 말로 진정한 이야기꾼이라 불리울 만 하다. 그러나 나는 재미만 있다면 픽션이건 논픽션이건. 작가의 경험이건 머리속에서 창조된 이야기건 별로 가릴 마음은 없다. 그냥 그렇다는 거다.

하지만 다소 주춤거렸던 중후반부와 달리 끝 부분에서 마무리가 아주 깔끔하다. 끝처리가 너저분하면 꼭 단터진 원피스 자락처럼 추한데 이 책은 오버로크로 잘 마무리를 했다. 그래서 다소 재미가 처지던 부분이 쉽사리 용서가 된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아주 훌륭한 책이다. 뭐 지식을 준다던가 뭔가를 깨닳게 하려는 부분 (실제로 작가는 뭔가 전하려고 했지만 나는 별로 느낌이 없었다. 너무 재밌는 탓에 작가의 가르침 으로 재미가 반감되는게 싫었나보다.) 이 크게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재밌다는 것은 얼마나 큰 미덕인가!

세상을 재미로만 살 수는 없다랄지 혹은 재미가 밥 먹여 주느냐 같은 소리를 많이 듣기는 하지만 그래도 재미는 여전히 중요한 문제인것 같다. 재미 하나로 승부를 걸어서 사람을 이토록이나 유쾌하게 만드는 이 책은 분명 성공한 소설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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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수검객 2004-10-26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전출처 : 플라시보 > 쉽고 재미있는 생물학

학교 다닐때 수학이나 과학은 싫어했지만 생물학 만큼은 좋아했던것 같다. 생물학이 좋은 이유는 내가 살아서 걸어다닐 수 있고 내 몸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일들에 대해 알 수 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생물학을 이용한 무궁무진한 상상은 언제나 나를 즐겁게 했었다.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는 이런 생물을 어렵지 않게 풀어놓은 책이다. 책은 신화에서 발견한 36가지 생물학이라고 씌여 있지만 신화는 그냥 생물학을 좀 더 재미있게 접근시키기 위한 장치일 뿐이다. 난 신화를 무척 싫어하는 편인데(신화를 싫어하는 인간도 있냐고 묻는다면 여깄다고 대답하겠다.) 처음에는 신화때문에 약간 걱정을 했었다. 그러나 막상 책을 보니 신화는 한 페이지를 결코 넘지 않았고 도입부에 잠깐 등장 할 뿐이었다. (그 정도의 신화는 신화를 싫어하는 나 조차도 별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책은 생명의 탄생과 노화, 유전자의 진화, 성과 남녀의 진화, 호르몬에 대하여, 질병과 면역계, 바이오테크놀러지등의 큰 장으로 나뉘며 각 장은 다시 작은 소제목들로 나뉘어져 있다.

읽다가 보면 영원히 기억해 두어야겠다 싶을 만큼 유용한 지식들이 가득하고 때로는 우리가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을 가르쳐 주기도 한다. 재밌다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훌륭한 책이며 정재승이 쓴 '물리학자는 영화에서도 과학을 본다'라는 책과 몹시 흡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재승의 경우 물리를 영화와 접목시켜서 일반인들의 흥미를 끌었고 이은희의 경우 정재승의 경우보다 친숙도가 조금 약하긴 하지만 신화를 접목시켰다.

책의 재미라는 것은 저자의 말솜씨로 인해 재밌는 경우와 내용 자체가 재밌는 경우 이 두 가지로 나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 책은 그 중간즘에 있다. 비록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같은 재미는 느껴지지 않지만 저자는 상당히 오랜기간 동안 준비하였고 고심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내용은 인간의 탄생부터 시작하니 흥미롭지 않을래야 않을수가 없다. 더 이상의 부연설명은 쓸데없을 것 같고 읽으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책 임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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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수검객 2004-10-26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라하라의 생물학 카페
 
 전출처 : 플라시보 > 기생충 탐정에 관한 이야기

기생충. 나는 그게 이 땅에서 완전히 사라졌다고 믿고 있었다. 대변 검사도 사라졌고 TV에서 회충약 광고를 하던것도 (요충, 촌충, 십이지장충이라 쓰인 글자를 빗자루로 막 쓸면서 이거 한알이면 싹쓸이 할 수 있다는 광고였던것 같음) 요즘에는 거의 하지 않는다. 적어도 이 책을 읽기 전 까지는 기생충이야 말로 머릿니 처럼 이 땅에서 말끔히 사라진줄 알았다.

허나 이 책에 의하면 아직까지도 기생충은 남아있다. 물론 예전처럼 학교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대변검사를 해야 할 만큼은 아니지만 우리가 먹는 음식물 속에 있는 그것들은 언제 다시 예전의 영화롭던 시절을 되 찾을지 알 수가 없다.

책의 내용은 주인공인 마태수 탐정이 기생충으로 인해 벌어지는 갖가지 흥미롭고도 징그러운 사건들을 각 챕터별로 해결 해 나간다. 그리고 책의 제일 마지막에는 설마라고 생각했던 앞의 허구들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얼마나 존재하는지에 대해 서술 해 놓았다. (이걸 읽고나서야 비로서 정말 이럴수도 있겠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범죄가 지금보다 좀 더 지능적으로 발전이 된다면 별로 표도 나지 않는 기생충을 이용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평소 나를 괴롭혔던 사람에게 기생충이 든 음료한잔을 권하거나 기생충알을 잔뜩 펴바른 손으로 악수를 하는 것 만으로도 그 사람이 뱃속이 곧 기생충으로 부글거릴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수준높은 복수가 아닌가 싶다. 적어도 깡패를 사서 뒷골목에 끌고 간 다음 늘씬하게 두들겨 주거나 아니면 직접 야구 빳다 같은거 하나 질머지고 가서 숨이 차오를 만큼 패 주는것 보다는 훨씬 고단수이다.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미덕은 뭐니뭐니 해도 우리가 무관심했던 기생충에 대해 다시한번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 것에 있다. 그리고 두번째는 저자의 유머러스함에 배 째지게 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재미에 목숨걸고 사는 나로써는 재밌는 책 만큼이나 반가운 것은 없다. 지식을 전달하면서도 딱딱하지 않고 재밌었던 책은 예전에 '물리학자는 영화에서도 과학을 본다'였던가? 아무튼 정재승이 쓴 책과 이 책이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물론 장르는 전혀 다르지만 그 두 사람은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을 쉽고 재밌게 일반인들에게 풀어 설명하는 재주는 비슷하게 가진것 같다.

책을 보고 나서 한동안 나는 내가 기생충에 걸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TV에서 암이나 기타 질병 같은걸 보여주는 다큐멘타리라도 할라치면 내일 당장 종합병원에 가서 정밀 검사라도 받아봐야 하는거 아닌가 싶은게 사람 심정인 만큼 이 책 역시 비슷한 효과를 낸다. 그래서 요즘은 귀찮아도 볼일을 보면 100% 손씻기에 도전하고 있고 변을 보고 나서 혹시 그 안에 꼬물거리는 생명체라도 없나 싶어 한참을 들여다본다.

참고로 말라리아도 기생충이라고 한다. 이 책에도 언급된 탈랜트 고 김성찬씨가 말라리아로 명을 달리 하셨는데 나는 일이 그렇게 되기 직전에 공항에서 그 분을 보고 몇 마디 나누었었다. 무슨 TV오지 탐험 갔은걸 찍고 왔는데 열이나서 미치겠다고. 당시 라디오 스케줄이 있으셔서 내가 사는 지역에 들르셨는데 그때 내가 비행기 표를 끊어 드렸다. 그리고는 다시는 뵙지 못했다. 내가 마지막으로 본 그분은 안그래도 가무잡잡 하셨는데 정말 속에서 부터 독소가 올라온것 처럼 사람이 까맣게 타 있었다. 열도 많이 난다고 하고 예방접종인가? 아무튼 주사를 너무 싫어해서 그걸 안맞고 출국한게 너무 찜찜하다는 말도 하셨던것 같다. 그때 농담으로 '너무 빡빡하게 촬영해서 무리가 났나봐. 몸살이겠지? 설마 말라리아에 걸렸겠어?' 하셨는데 진짜로 말라리아에 걸리셔서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스케줄 때문에 근 일년간 일주일에 한번은 얼굴을 뵜었고 저녁 식사를 겸한 술자리도 한번 가졌었는데 그 기억이 새롭다.

끝으로 이 책은 알라딘 '나의 서재'에서 맹 활약중인 마태우스님이 쓰신 것이다. 마태우스님은 이렇게 자신의 존재가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을수도 있겠지만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 작가라는 것이 몹시 신기하여 도저히 입을 다물고 가만히 있을수가 없어서 이렇게 고백을 한다. 이 책이 좀더 입소문이 나서 많은 사람들이 읽으면 좋겠다. (이렇게 쓰면 인세로 술한잔 사 주실지도 모른다. 으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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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수검객 2004-10-26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통령과 기생충
 
 전출처 : 플라시보 > 우리... 가끔은 웃어도 되는거죠?

산다는건 장난이 아니다. 나이가 들수록 느낀다. 그 무게와 심각성에 가끔은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다. 스스로 느끼는 것도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의 '이 정도는 해야 사는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같은 견해를 엿보기라도 하는 날이면 한없이 우울해 진다. 나 정말 이대로 괜찮은 걸까?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하는 의문이 가시질 않는다.

세상에는 잘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비꼬면서라도 얘기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정말 잘나서 존경심마저 불러 일으키는 그들을 보면 나란 인간이 참 한심하게 느껴진다. 그들은 일찍 일어나서 하루 일과를 시작하고 자신의 소비를 모두 파악하고 있으며 좋은 엄마, 아빠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 하고 자신의 일이건 취미 생활이건 놀라울 정도의 에너지로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 그런 사람들은 미장원에서 시간을 죽이려고 편 잡지들 속에도 등장하고 자기전에 뉴스나 보자고 켰던 TV속에서도 쉴새없이 등장한다.

내가 전부터 말 했잖아는 악셀 하게라는 남자가 등장한다. 그는 아네 파올라가 있고 어린아들 루이스가 있으며 말하는 냉장고 보쉬가 있다. 그는 별로 특별날 것도 없는 평범한 중년 남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계속 보다가 보면 그는 결코 평범한 남자가 아니다. 적어도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 하는 대신 말하는 냉장고 보쉬와 대화를 나누며 차가운 맥주를 마시는 쪽을 택한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나는 독일사람이 지은 유머러스한 책을 한권 더 봤더랬다. 그 책의 주인공 남자는 싱글이며 백수라 한없이 게으른 자신의 삶을 썼었는데 이 책의 주인공은 가족이 있고 직업이 있음에도 그것에 눌리지 않고 사는 자신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라이프 스타일은 독일인의 유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지 않는것 이라는 말을 공감하게 해 준다. 웃기긴 하지만 억지스럽지 않고 참으려고 하지만 입과 눈으로 새어나오는 웃음을 맛보게 해 준다.

재밌는 책만을 좋아하는 나는 이 책이 상당히 재미있었다. 그러나 그냥 재밌다라는 말로만은 표현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은 웃는 그 속에 철학이 있고 사는것에 대한 고단함이 묻어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누가 묻는다면 재밌는 책이다 라고 대답 할 것이다. 복잡하게 설명 해 봐야 직접 읽어서 느끼는 것만은 못할 것이므로 그냥 재밌다는 말만 해 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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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수검객 2004-10-26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전부터 말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