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플라시보 > 나의 아름다운 소년

이런 소설을 읽고나면 먹먹하다. 너무 재밌어서 뭐라고 달리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침을 흘리며 무조건적인 좋아요. 재밌어요나 연발하긴 너무 바보같고. 좀 제대로 쓰자니 대체 내가 느낀 이 감정과 재미를 뭘로 설명을 해야할까 싶어 난감하다. 가끔은 내가 알라딘에 왜 서평을 쓰고 앉았나 싶은 순간이 바로 이런 책을 읽었을때이다. (누군가가 그러던데 난 악평에 강하단다. 그래서 악평은 신나하며 잘도 쓴다.)

심윤경 작가의 작품은 이번이 두번째이다. 원래 이 책이 먼저 나오고 다음에 달의 제단이 나왔는데 나는 거꾸로 되어서 달의 제단을 읽고 나서 이 책을 주문했다. 그리고 냉큼 이 책을 집고 싶었지만 소설 한두권에 사이에 실용서 한권을 내 나름의 법칙으로 세웠던지라 나는 책꽃이 제일 위에 올려둔 이 책을 내내 눈으로 노리기만 했었다. 실용서를 싫어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재미없어서 눈물이 다 나올 지경인 책을 스무 페이지 정도 남겨두고 부터는 내 벼개위에 이 책을 올려뒀다.(내 독서의 8할은 침대 위에서 이뤄지므로 언제든지 그 재미없는 책이 끝장나기만 하면 대번에 읽어주리리 하는 나의 굳은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리고 나는 드디어 이 책을 손에 잡고 읽기 시작해서 단 몇시간 만에 읽어 치웠다. 중간중간 화장실이나 담배를 피우기 위해 거실로 나간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침대 위에서 꼼짝도 않고 누워서 이 책을 읽었다. 내가 누누이 말했듯 적어도 내가 책을 읽어치우는 속도는 재미와 비례한다. 가끔은 재밌어도 좀 걸리는 책이 있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극소수이고 과연 진심으로 뼛속까지 재밌었냐고 물으면 나는 흡입력이 떨어지는...저 그러니까 좀 어려워서...내용이 느리게 전개가 되어... 하며 주뼛거릴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명쾌하게 하루. 더 정확하게는 반나절만에 다 읽었다. 산만한걸로는 그바닥에서 그랑프리감인 내가 내리 책을 읽었다는 것은 그만큼 이 책이 잠시도 손에서 놓고싶지 않을만큼 재밌었다는 소리이다. 이런식의 비교는 무의미하지만 굳이 비교를 하자면 나는 달의 제단보다 이 책이 조금 더 재미있었다. (물론 달의 제단도 하루만에 읽긴 했지만 그때는 주스도 마시러 나갔었다. ) 그래서 오히려 거꾸로 읽은게 더 다행이 아니었나 싶다. 왜 그런거 있지 않은가 핫도그 먹을때 밀가루 다 벗겨 먹고 마지막에 소세지를 우물거리며 먹는 기쁨.

설명을 좀 하자면 이 책은 성장소설이다. 역시나 달의 제단에서 내가 침이 마르게 얘기했던 부분인데 심윤경 작가는 주인공을 자신과 같은 성이 아닌 사내 아이로 설정을 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퍽 성공적으로 작은 사내아이를 그리는 것에 성공했다. 남자 작가들이 그리는 사내아이들에 비해 개구진 구석이 약간은 모자라는 듯 하지만 사내는 으례 개구져야 한다는 법칙만 없다면 괜찮은 모자람이다. 또 성장소설 치고는 조금 특이하게 주인공이 힘든 일을 많이 겪는다. 흔히 성장 소설에서 보여지는 자잘한 힘든 일이 아니라 그 아이의 인생을 바꿀만한 큰거 두 껀이 빵빵 터진다.

소설의 첫 시작인 1977년은 내가 태어나고 한해 뒤이다. 그리고 주인공의 여동생 영주가 태어난 1978년은 내 여동생이 태어난 해 이기도 해서 나는 이상하게 감정이입이 많이 되었다. 단지 시대가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이토록이나 공감을 이끌어 내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말이다. 작은 남자아이였던 주인공은 두번의 큰 일을 겪고나서 어른으로 접어들려고 한다. 77년부터 81년까지 아이는 자기자신이 전부였던 세상에서 남을 배려하고 이해하고 헤아리는 세상으로 나가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결말부분이 안으로 움츠려드는 것이라고 느낄 수 있는데 나는 그것이야말로 아이가 세상과 인간들과 제대로된 의사소통을 시작할 수 있는 통로라고 느꼈다. 남을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다는 것은 세상과 소통을 하지 않았을때는 절대 불가능한 것들이니까 말이다.

이 책을 보면서 에반게리온의 이카리 신지가 생각이 났다. 내용은 판이하게 다르지만 나는 그 애니메이션도 신지의 성장소설처럼 느꼈기 때문이다. 남자아이. 소년이 주는 느낌은 독특하다. 나는 한번도 실체에 매혹된적은 없지만 내가 책이나 영화를 통해 만난 남자아이와 소년들은 모두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남자들에게 너무 무거운 책임을 지워놓고 늘 젊잖을것을 강요당하는 어른이 되기 전의 서글픔이 아름답게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소설의 내용에 대해서는 일체 말하지 않겠다. 이 책이야 말로 아무 내용도 모르고 그저 성장소설이고 주인공이 사내아이더라 정도로만 알고 있어야 재밌을것 같기 때문이다. 난 사실 스포일러를 크게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반기는 타입의 인간이지만 (영화 보기전에 본 사람들의 얘기며 줄거리며 제작과정을 거의 다 찾아보고 나서야 간다. 책도 누군가에게 내용을 전해듣고 나서 읽는걸 좋아한다.) 이 책만큼은 나 역시도 어느 누구에게 아무소리도 듣지 못한채 보는 재미가 컸다. 그냥 재밌었다는 것. 무척 빨리 읽었다는 것. 그리고 참 많이 놀랐다는 것만 말해야겠다. 주인공의 자전적 소설이라고는 하는데 분명한 것은  심윤경 작가가 더 편할 수 있었던. 그리고 더 빠삭하게 파악이 가능한 여자아이의 성장소설을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것 만으로도 이 책은 일기장 소설이라는 오명을 쓰지 않아도 충분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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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수검객 2004-10-26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의 아름다운 정원
 
 전출처 : 플라시보 > 1억이건 10억이건 출발은 적금 통장이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나는 카드 돌려막기, 카드 연체 등등을 다룬 TV프로그램이나 뉴스를 보지 못했었다. 왜냐하면 내가 바로 그 주인공이었기에 무지하게 찔렸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카드빚이 엄청나서 카드깡에 사채를 끌어다 쓰기까지 한 얘기는 마치 내 미래일것만 같아서 더더욱 보질 못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당당하게 보며 혀를 찬다. 왜냐면 나는 지금 신용카드도 없고 빚도 없으며 적금 씩이나 붓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는 자랑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이 책을 집어든 사람들은 적어도 돈을 모으고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 이다. 매달 카드값에 식은땀을 흘리고 비싼줄 알면서도 신용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은행 잔고는 늘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 혹은 그 이하인 사람들은 이 책을 읽지 않을 것이다. 세상에는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당당하게 들여다볼 수 있을 만큼 용기를 가진 사람들이 드물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이야 말로 카드빚에 시달리고 마이너스 통장을 매꿀 생각에 머리 터지는 사람들이 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돈을 모으기 시작했고 착실하게 잘 모으는 사람들에게는 별로 필요하지 않지만 (그 사람들에게는 돈을 불릴 수 있는 더 실용적인 책들이 필요할 것이다.) 아직까지 자기 이름 앞으로된 적금통장 하나 없는 사람이라면 필히 봐야 한다. 왜냐면 이 책의 주인공은 부동산이나 주식 혹은 여러가지 방법으로 돈을 굴리고 불린 사람이 아니라 오직 적금만으로 1억을 모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월급에서 매달 얼마씩 떼어내어 적금을 붓는것. 사실 그것 부터가 가장 기본적인 출발인 것이다. 저금 통장 하나 없는 사람에게 10억을 이렇게 벌었다느니 20억을 저렇게 불렸다느니 하는건 너무 먼나라 얘기일테니 무식하나마 안쓰고 아껴서 저축한걸로 돈을 모은 이 책이야 말로 가장 필요한 기본적인 책이라고 생각한다.

읽으면서 주인공과 나는 어느 부분에서는 무척 비슷하다는 느낌을 많이 가졌다. 우선 주인공은 방송 작가라서 일을 세 가지나 하는데 나도 한때는 세 가지를 했으며 (책의 저자는 그 세 가지 일을 하면서 번 돈을 몽땅 저축했지만 나는 몽땅 썼다는 것이 다르다. 그리고 그 일중 하나는 저자처럼 방송쪽의 일이었으며 작가도 했더랬다.) 한달에 50만원 에서 60만원 정도의 생활비를 쓰며 (저자도 혼자 살며 나도 혼자 산다. 저자의 월세는 20만원. 나는 19만원이다. 즉 우리가 순수하게 집값을 빼고 쓰는 돈은 30에서 40만원 정도가 되는 것이다.) 급여의 상당부분을 적금을 붓는데 쓴다는 것. 그리고 아주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는 점 (저자는 27. 나는 28에 정신을 차렸으며 그 전의 소비행태는 거의 붕어빵이다.) 따라서 나는 이 책에 무조건 점수를 많이 줄 수 밖에 없었다. 내가 겪은 시행착오를 겪고 나와 비슷한 상황의 사람이 쓴 책인데 그 뉘라서 후한 점수를 주지 않으리오.

저자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우린 한때 소비의 여왕이었다. 나 역시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는 주제에 백화점 아니면 상대도 하지 않았고 젊은날 펑펑 쓰지 않으면 언제 펑펑 써 보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내 경우에는 대학교 다닐때 워낙 가난하게 다녀서 (등록금을 제외한 모든 돈을 내가 자급자족 하다 보니 거의 거지처럼 살았다.) 돈을 벌자 마자 맺힌 한을 풀어주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래 넌 30만원짜리 니트를 입어도 돼. 대학 다닐때 얼마나 없이 살았니? 그래 넌 한끼 식사로 8만원을 지불해도 돼. 대학 다닐때 라면만 먹었으니 말이야 하면서 나는 끊임없이 소비를 하고 그게 가난하게 지낸 나 자신에 대한 일종의 선물이라는 생각을 하며 살았다.

그러다 어느날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28이라는 기가막힐 나이였고 내 이름 앞으로 된 적금통장 하나 없었다. (저자는 저금 통장에 700만원이 있긴 했지만 빚잔치를 하고 나니 제로 였다고 한다.) 그때부터 나는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주 허접한 액수인 15만원에서 출발해서 점차 액수를 늘이고, 예전에는 쓸돈 다 떼어놓고 남는돈을 저금했는데 지금은 저금을 먼저 하고 남는 돈으로 어떻게건 한달을 살아간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그런 생각을 할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2년 10개월 만에 1억을 모으냐고. 물론 나도 그 생각에는 동의한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이자면 저자는 월 수입이 400만원을 상회했으며 대충 450정도는 벌어들였다. 그래서 한달에 꼬박꼬박 400만원이 넘는 돈을 저금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월 수입이 400만원이 안되는 사람은 그녀처럼 2년 10개월 만에 1억을 만들지는 못한다. 그럼 그렇다고 해서 포기를 해야 하느냐? 그건 아니다. 월 수입이 100이건 200이건 아껴쓰고 모으면 언젠가는 돈이 모이게 된다. 나도 처음에는 언제 돈이 모일까 했었는데 100만원이 되니 200만원이 되는건 더 금방이었고 300이 되는건 또 더 짧은 시간이 걸렸다. 돈이 돈을 낳냐고? 아니다. 다만 내가 느끼는 체감이 그만큼 빨랐다는 것이다. 마치 국민학교 다닐때는 1년이 10년 같더니만 지금은 1년이 1개월 처럼 느껴지는 것과 똑같은 원리이다.

사실 솔직하게 말 하자면 나는 저자처럼 모으라고 권하고 싶지는 않다. 영양실조로 눈다래끼와 원형탈모증이 걸리고 영화한편 책 한권 사 보지 못하는 삶을 살면서 악착같이 돈을 모으는건 좀 미련한 짓으로 보인다. 내가 이 책에서 끝끝내 동의할 수 없던 부분이 있다면 바로 저런 부분이다. 그녀의 경우 물가가 살인적이라는 서울에서 살기 때문에 지방 소도시에 사는 나와 똑같은 금액으로 한달을 살려면 훨씬 힘이 들었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조금은 사람답게 살면서 모으기를 권하고 싶다. 책이나 영화볼 돈도 아끼면 그만큼 더 빨리 벌기야 하겠지만 한달에 문화생활은 5만원. 이런식으로 딱 정해 놓으면 큰 낭비라고 볼 수 없다. 차라리 친구들을 만나서 술을 마시는 것을 좀 줄이는게 낫다. (돈을 모으려면 우선 사람들 만나는걸 줄여야 함은 나도 충분하게 공감한다. 어디 들어갔다 하면 2-3만원은 우습게 나가고 술이라도 한잔 걸치면 5만원은 순식간에 깨어지는 그 상황을 되풀이하다 보면 정말 돈 못 모은다. 그깟 몇만원에 떠냐고 하겠지만 10원이 우습게 나가면 10만원도 우습게 나가는게 돈의 속성이다. 단 나는 그녀처럼 무조건 돈을 쓰지 않으려고 사람을 안만나지는 않는다. 내가 평생을 볼 친구들에게는 그들이 내게 쏘는 것 보다 허접한 액수나마 가끔 쏜다.)

그러니까 나는 어디까지나 이 책을 아직도 적금을 넣지 않는 사람들에게 참고삼아 보라고 권하고 싶다. 세상에는 이렇게 치열하게 돈을 모으는 사람도 있다고. 그러니까 월급을 상회하는 명품 가방을 카드로 척척 긁는것은 그만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이다. 그리고 다만 얼마씩이라도 적금을 넣다가 보면 재미가 들려서 돈을 훨씬 즐겁게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내 친구 K양은 나보다 월급이 50만원 정도가 많다. 말이 50이지 내 생활비와 맞먹는 액수이다. 거기다 그녀는 나처럼 나와 살아서 치약 하나도 다 내돈으로 사야 하는 상황이 아닌 본가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녀는 현재 카드빚이 있으며 매달 카드값을 막느라 고군분투를 하고 있다. 그녀는 적금통장이 없으며 월급이 들어오는 저금통장은 하도 정리를 안해서 한번 갈때마다 통장을 하나씩 갈아 치워야 한다. 그녀는 최신 핸드폰이 나오면 갈아 치워야 하며 길을 가다가 맘에 드는 옷이 있으면 사야하고 술값과 밥값은 전혀 아깝다고 생각하질 않는다. 그 결과 그녀는 갚아야 할 돈이 1천만원이다. 물론 그녀의 연봉에 훨씬 못 미치는 액수이긴 하지만 현재의 생활을 계속 해 간다면 갚기는 커녕 더 늘기만 할 것이다. 나는 결코 K양의 경우가 특수하지 않다고 본다. 내 주변의 많은 일하는 여자들이 K양과 같거나 혹은 더하거나 조금 못 미치거나. 어찌되었건 오십보 백보의 삶을 살고 있으니까 말이다. (신용 불량자들은 절대 특수한 집단이 아니다.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K양을 떠 올렸다. 그리고 돈 모으느라 정신 없지만 이 책 만큼은 한권 사서 K양에게 읽어보라고 선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대로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저금 통장 하나 만드는것 만으로도 1억을 모을 수 있다는 것이 그녀에게 와 닿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현실적으로 월수입이 400이 안되는 사람은 절대 저자처럼 3년안에 1억을 만들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포기하면 안된다. 돈으로 할 수 있는게 점점 많아지는 요즘인 만큼 정말로 돈은 필요하고도 중요한 것이다. 돈의 노예가 되란 소리냐고 반박하는 사람에게 묻고싶다. 그럼 당신은 돈을 지배하고 있느냐고 말이다. 돈의 노예건 지배건 뭐건 간에 돈은 있어야 한다. 돈이 없으면 친구가 슬플때 술 한잔 사 줄 수 없고 내가 아플때 돈 걱정부터 해야한다. 내가 볼때 돈에 무관심해서 저렇게 사는 삶이 행복하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저자처럼 영양실조 걸려가며 돈을 모을 필요까지는 없다 하더라도 분명 돈은 모아야 하는 것이다. 천년만년 지금처럼 늙지않고 지금처럼 회사를 다니면 상관 없겠지만 말이다. 돈을 모으지 않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미래를 늘 지금같은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턱없이 믿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책의 저자는 2억 모으기에 돌입했다고 한다. 정말 독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 이 사람은 이런 식으로 10억을 저축으로 모을 사람이다 싶다. 이제 그녀도 1억을 넘기고 2억을 넘기면 적금만으로 돈을 모으라는 소리 대신 주식이나 투자에 대해 말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적금통장이 없는 사람에게는 아직까지는 저금만으로 1억을 모은 그녀의 이야기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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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수검객 2004-10-26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남자보다 적금통장이 더 좋다
 
 전출처 : 플라시보 > 재밌게 읽은 만큼 칭찬할 수 있는 보기드문 소설

사실 말이다. 나는 여성 작가들이 쓴 글을 아주 좋아한다. 쉽게 읽히는데다 재밌고 감성도 풍부하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읽을때는 페이지 페이지 침 발라가며 재미나게 읽었으면서 리뷰를 쓸때는 언제나 삐딱한 자세가 되곤 했다. 그 이유는 딱 하나이다. 아무리 재밌으면 모든걸 용서하는 나 이지만 그래도 일기장 소설은 좀 심했다고. 적어도 작가라면 상상을 하던가 아니면 발로 뛰면서 자료를 좀 모은다음 한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무언가를 근사하게 써 낼 줄 알아야 하는거 아니냐고 말이다. (예전에 읽었던 별로 재미없는 소설에 많은 점수를 주었던 이유는 그 작가가 책의 배경이 되는 이국땅에 가서 이미 다 사라진 자료를 고생고생해서 찾아가며 썼다는 말에 그만 감동을 먹어버렸기 때문이었다.)

내가 요 근래에 보기 드물게 내가 재밌게 읽은 만큼. 그대로 칭찬을 해 주고 싶은 작가를 만났다면 바로 심윤경이다. 아무리 재밌었던 책들도 일단 리뷰를 쓰는 순간만 되면 나에게 일기장 소설이며 침대소설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었는데 이 작가의 책은 달라도 한참 다르다. 정말로 노력을 해서 썼으며 작가적 상상력도 뛰어나고 무엇보다 재밌기까지 하다. 즉 남의 일기장을 들추는 듯한 느낌을 없이도 내게 재미라는 것을 준 보기 드문 여성 작가인 것이다.

심윤경이 칭찬을 받아 마땅한 이유는 우선 극중 주인공이 남자라는 것에 있다. 알다시피 극중 주인공이나 화자는 나이가 많건 적건 직업이 뭐건 간에 우선 작가와 기본적으로 같은 성별을 책정해 놓는 것이 가장 편한 일이다. 아무래도 다른 성별로 지정을 해 놓으면 자기와 동일한 성별일때 보다는 신경이 쓰이며 더 나아가 제대로 표현을 하지 못해서 작품을 망처버릴 확률이 농후하다. 그리고 작가들 대부분은 성별 뿐 아니라 주인공의 직업을 자신과 동일한 소설가나 기자 등등 아무튼 글쟁이로 설정을 해 둔다. 주인공의 직업마저 자신이 겪어보지 못한 직업을 설정 해 둠으로 인해 골치아파질 것을 우려한 안일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내가 읽었던 소설의 주인공 직업은 소설가가 단연 1위였다. 2위가 기자임은 말 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심윤경은 주인공을 남자로 설정했으며 별 무리없이 잘 그려내었다. 약간 오바한 나머지 남성미가 지나치게 풀풀 풍기는 남자도 아닌. 그렇다고 해서 몸만 남자지 여자의 감성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남자도 아닌 그냥 남자를 그려냈다.

다음으로는 좀처럼 소설 속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옛 언찰(諺札)을 등장시켰다는 것이다. 사실 국문학을 들고 판 사람이 아니라면 언문 같은걸 일일이 찾아내어서 언찰로 만들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더구나 심윤경은 국문학이나 사학을 전공한것도 아니기에 더더욱 힘이 들었으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소설의 내용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집어넣은 언찰은 나처럼 무슨 말인지 모르면 귀찮아서 읽지 않고 건너뛰는 인간에게 조차 주석을 보고 해석을 하는 기특함을 발휘하게 만들었다. (물론 사가에서 손녀와 할머니 사이에서 주고받능 언찰이라 내용이 그리 어렵지 않았던 덕도 있다.)

이 소설은 현대가 배경이긴 하지만 주인공이 속한 공간이나 살아가는 방식은 현대라기 보다는 양반 상놈이 존재하던 시대나 다름이 없다. 종손으로 태어난 주인공은 비록 대학을 다니고 가끔 서울을 가기도 하지만 그의 삶의 대부분은 할아버지가 지키고 있는 효계당에서 이뤄진다.

어떻게 보면 이건 사랑 얘기일수도 있고 한 맺힌 원혼들 때문에 풀려도 더럽게 풀리는 집안사에 관한 얘기일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전자쪽에 더 무게를 두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형태의 사랑은 아니지만 사랑이라는게 어디 정해놓은 공식이 있는것도 아닌만큼 나는 분명 주인공이 사랑을 했다고 생각을 한다. 비록 좀 이해하기 힘들긴 하지만 말이다.

어찌되었건 간만에 아주 재밌는 소설책을 읽었고 또 읽을때의 느낌과 마찬가지로 칭찬을 할 수 있어서 기쁘다. 살면서 이런 소설가를 만나는 것은 흔치 않은 행운이라고까지 여겨질 지경이다. 그래서 나는 이 작가의 다른 책도 주문을 해 두었다. 작가 말처럼 요즘 소설처럼 쿨하지 않고 실제의 삶이 그런것 처럼 다소 구차하고 남루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없이 질척거리며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것은 분명 작가의 기량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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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수검객 2004-10-26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의 제단
 
 전출처 : 플라시보 > 범죄에 노출된 현대인들의 필독도서

아주 오래전 나는 피아노 학원을 갔다가 노래를 흥얼거리며 아파트 복도를 오르고 있었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가 나를 안아서 꼼짝하지 못하게 했다. 나는 너무 무서워서 상대의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그가 잠바 주머니에서 칼처럼 보이는 무언가를 내 쪽으로 하고 있는 것은 보였다. 그는 거의 울것같은 나에게 조용히 따라오면 살려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조용히 따라가지 않았다. 속으로 하나 둘 셋을 헤아린 다음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르며 그를 밀치고는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얼마나 크게 소리를 질렀는지 내 귀청이 다 찢어질 지경이었고 그날저녁 아파트에서는 어디서 사람 하나 잡나보다 싶어 모두들 집밖으로 나와서 무슨 일인가 살폈었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무슨 일인가 하고 나와본 엄마와 아빠에게 울면서 사실을 말했고 아빠는 경찰서에 신고를 했다. (그 사람은 끝내 잡지 못했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 까지만 해도 그냥 이 얘기를 한번쯤 겪을 수 있는 무용담으로나 여겼었다. 하지만 책을 보고 나니 내가 저때 얼마나 잘 대처를 한 것인지를 알 수 있었다.  나는 조용히 따라오면 살려주겠다는 말을 표면 그대로 믿지 않았다. 내가 살려달라는 말도 하지 않았는데 굳이 살려주겠다고 말한 것은 나를 죽일 의도가 있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칼 처럼 보이는 무언가를 내밀었지만 그게 칼이라는 것을 확인하기 이전이었기 때문에 섣불리 칼이라고 단정짓고는 시키면 시키는대로 다 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나는 너무 무서워서 소리가 나지 않을까봐 마음속으로 하나, 둘, 셋을 헤아리는 것과 같은 준비과정을 거친 다음에 크게 소리를 지르는 동시에 그를 밀쳤다는 것이었다. 혹시나 소리가 안나오면. 혹은 밀쳤으나 밀쳐지지는 않고 그가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나를 찌른다면 등의 생각을 했더라면 나는 분명 그날 그에게 끌려갔을 것이다.

뉴스를 보면 날마다 사건 사고이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학대하거나 스토킹하거나 살해하는 일은 매일 빠지지 않고 꼬박꼬박 일어난다. 이는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기도 하고 또 일면식도 없던 (적어도 피해자 쪽에서는)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런 위험에 노출 되었을때 해야 할 일은 뭘까? 아니 더 구체적으로 말해서 어떻게 하면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 책은 그 해답을 제시한다. 바로 직관에 귀를 귀울이라는 것이다. 두렵다고 해서 벌벌 떨거나 운다고 해서 아무것도 해결이 되지 않는다. 모든 생명체는 자신의 생명에 위협을 받을때 가장 강한 신호를 느낀다. 인간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그 신호에 따라서 행동을 하면 옛 말처럼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누가 누굴 죽이면 살인자를 단순하게 미친놈으로 생각한다. 그냥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총을 들고 쏘는데 또는 칼을 들고 찌르는데 그 누구라서 피했겠는가 재수가 없었지 뭐 하고 넘어간다. 하지만 그 전에 어떤 신호건 있게 마련이다. 암살범이 먼 건물 옥상에서 총으로 저격을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어떻게건 접촉을 하게 되어 있고 그 접촉 속에서 우리는 신호를 읽어내서 위험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어쩔 수 없는 일 같은건 없다고 이 책은 말한다. 미리 그 신호에 귀를 귀울이고 직관을 믿는다면 반드시 사람에 의한 위험은 어느정도 피해갈수가 있다. 사람에 의해 저질러지는 위험한 일들은 자동차 사고나 가스 폭발처럼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이 책을 읽음으로 해서 두려움을 더욱 증폭시키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했었지만 읽고난 지금은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험학한 시대에 산다는 것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따라서 내게도 언제든 협박이나 스토킹 혹은 살해당할 위험이 있는 것이다. 책을 읽고 나니 내가 예전에 모르고 했던 행동 (직관에 의한것)을 좀 더 알게 되었고 위험한 상황이 닥치면 내 생존본능이 내게 신호를 보낸다고 생각을 하니 처음 예상과 달리 오히려 안심이 되었다.

나에게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이 순간에도 강간과 살인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 피해자가 되는것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 이런 일은 절대로 내게서 일어나지 않을것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일어날수도 있으나 그 피해를 최소화하고 나아가 그 상황에서 벗어나겠다는 생각을 한다면 꼭 한번은 읽어보길 바란다. 다만 하드커버에 책도 두터워서 나처럼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읽는 사람에게는 상당히 불편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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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수검객 2004-10-26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범죄 신호
 
 전출처 : 플라시보 > 쉽고 재미있는 기생충 이야기

사실 기생충을 언급한다는 것 자체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졌었다.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초등학교의 대변검사가 사라진지 오래 되었고 빗자루로 회충 촌충 십이지장충 이라는 글짜를 쓸어내던 회충약 CF도 TV에서 자취를 감춘지 오래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생충이 창궐하지 않는다고 해서 기생충을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이 책에 의하면 지금도 엄연히 기생충은 미비하나마 그 숫자가 존재하고 있고 세계 보건기구에서 유의해야 할 질병중 6개 항목은 기생충으로 인한 것이라고 하니 말이다. 거기다가 걸리면 목숨을 잃는 말라리아를 그냥 모기가 옮기는 줄 알았는데 이것 역시 기생충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아직까지 충분하게 기생충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되는 것이다.

기생충 하면 무조건 대변을 통해 나오는 하얗고 길다란 것만을 생각했는데 육안으로 보이는 기생충 이외에도 전자현미경을 들이대야 할 정도로 작은 기생충도 있으며 모양도 가지가지이다. 예전에 못살던 시절에 비해서 위생상태가 양호하고 또 수많은 기생충학자들에 의해 거의 박멸되다시피 해서 지금은 기생충이 예전만 못하지만 그래도 기생충의 위험에서 완전하게 벗어나지는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정력에 대단히 관심이 많은 우리나라는 뱀도 잡아먹고 동물의 생간이나 사슴피 따위를 곧잘 먹는데 그런 곳에 기생충이 많다고 하니 말이다.

교과서에서 본 기생충은 민촌충, 갈고리촌충, 십이지장충 정도가 전부였는데 생각보다 기생충의 종류는 매우 많다. 또 모기, 물벼룩, 파리, 애완동물을 비롯한 동물의 대변등 감염 경로도 매우 다양하다. 나는 기생충은 그저 대변을 보고 손을 잘 씻지 않으면 걸리는 병 정도로 알고 있었다. (그렇다. 내게있어 기생충은 대장균이나 별반 다름 없었다. 이래서 사람은 무식하면 안된다고 하나보다.) 아직 완전하게 사라지지 않은 만큼, 그리고 심각하면 목숨을 잃기도 하고 산모가 걸리면 태아에게 심각한 뇌손상등의 기형을 초래하는 기생충인지라 무엇보다도 예방이 필요한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생충이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걸리는지. 또 치료법은 무엇인지 이 책은 비교적 쉽고 상세하게 설명을 해 두었다.

내가 이 책에 많은 점수를 주는 이유는 전문적인 내용을 다룸에도 불구하고 학술용어나 어려운 의학용어 등으로 사람 기를 죽이지 않으며 무엇보다 저자가 유머를 잃지 않는 태도 때문이다. 책의 거의 대부분은 기생충에 관한 것인데 제일 마지막 챕터가 이채롭다.

내가 아직도 의사로 보이니라는 4장에서는 보조약 (여기서 말하는 보조약이란 예를 들면 결핵환자에게 결핵약과 함께 결핵약중 간에 손상을 주는 성분 때문에 간장약을 함께 처방하는 것)의 남용에 대해, 이주일씨와 폐암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의 냄비근성을 다루었고 의사들이 제왕절개를 선호하는 진짜 이유, 그리고 사후 피임약인 노레보에 대한것. 광우병에 관한것 등등 기생충 이외에도 우리나라에서 이슈가 되었던 부분을 다루었다. 한쪽 입장에서만 다룬것이 아니라 그런지 '뭣뭣을 먹거나 뭣뭣을 하는것은 무조건 나쁘다'라는 식의 언론플레이에 열심히인 의사나 박사들과는 다소 다른 면면을 보여준다.

이 책을 통해서 기생충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던 내가 조금은 기생충에 대해 알게 된 것이 기쁘다. 늘 재밌고 쉬운 책이나 읽으며 세월을 조지는 나 이지만 가끔은 이렇게 머릿속에 남아서 지식이라 부를만한 무언가가 있는 책도 읽어줘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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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수검객 2004-10-26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생충의 변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