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ALINE > 꿈꾸는 순간 삶이 되어 버리는 책
꿈꾸는 책들의 도시 1
발터 뫼르스 지음, 두행숙 옮김 / 들녘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그런 곳을 꿈꾼다. 온통 책들로 둘러싸인 방. 오래된 책의 냄새가 폴폴 풍기지만 원했던 모든 책들이 있어서 보기만 해도 배부른 그런 곳. 그 곳에서 나는 그저 손이 가는 대로 책을 펼쳐들고 읽는다. 읽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책을 집어 든다. 서정적인 시를 읽다가 고전 소설을 읽기도 하고 평소에는 읽기 꺼려했던 딱딱한 과학 서적들도 뒤적인다. 그곳에서 나는 시간과 공간을 가로질러 언제 어디로든 갈 수 있다. 먹지 않아도 배부를 것만 같은 그런 책들로 둘러싸인 풍경. 책과 내가 하나가 되는 풍경. 그 속에서 나도 한 권의 책이 되어버리는 상상을 한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 이 소설은 책을 위한 판타지다. 발터 뫼르스는 작가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꿈꾸었을 오직 책을 위한 책을 환상적으로 창조해냈다. 오로지 책을 위한 책을 꿈꿔왔던 모든 이들에게 책장을 넘기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되어버리는 그런 책 말이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상향이라고 할 수 있을 꿈꾸는 책들의 도시, 그 도시에 숨겨져 있는 비밀과 모험들이 책장을 넘기는 순간 환상적으로 펼쳐진다.


아직 일흔 일곱 살 밖에 되지 않은 어린 공룡 미텐메츠는 대부 시인 단첼로트가 죽고 나서 그가 남긴 몇 장의 원고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꿈꾸는 책들의 도시인 부흐하임으로 가게 된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 부흐하임. 그 곳은 수천 개나 되는 고서점들과 출판사와 종이 공장들, 시인들의 낭독회가 열리는 카페, 독서용 안경이나 장서표 등을 파는 가게 등 오직 책을 위한 모든 것들이 있는 곳이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꿈꾸었을 그 모든 것들이 존재하는 도시다. 미텐메츠는 바로 이 곳에서 단첼로트가 남긴 원고에 관한 비밀을 풀어나가기 시작한다.


그런데 문자실험실의 스마이크를 만나게 되면서 미텐메츠는 오직 책들을 위한 도시인 것만 같았던 부흐하임에 숨겨져 있는 지하 세계의 어둠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어쩌면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귀중한 책들을 가지기 위한 책 사냥꾼들의 혈투와 살아 움직이며 생명을 위협하는 책들, 책을 먹고 사는 부흐링족들과 지하 미로에 숨겨진 갖가지 위험, 그리고 그림자 제왕에 이르기까지 지하 세계 속에서 미텐메츠가 겪는 다채로운 모험들이 펼쳐진다. 책을 둘러싼 갖가지 모험들은 작가가 가진 상상력의 깊이에 놀라게 만들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또한 지하 미로에서의 모험은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책들에 대한 첫 장의 경고가 상기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책과 관련된 다양한 모험들을 담고 있지만 책에 관련한 현실 세계의 상황들을 날카롭게 꼬집고 있다는 점에서 다분히 시사적이다. 자본의 힘에 종속된 출판계의 현황과 독설적인 비평가의 모습 등을 꼬집는 장면은 환상적인 미텐메츠의 여정 속에 숨겨진 재미를 선사한다. 책이 이제 더 이상 책 그 자체의 가치가 아니라 자본의 힘으로 평가받는 현실의 상황을 발터 뫼르스는 재치 있는 비유와 상징들로 멋들어지게 표현해 냈다. 또한 하나의 책이 탄생하기까지 겪게 되는 작가의 고뇌를 표현하고 있는 부분들도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작가란 무언가를 쓰기 위해서 있는 거지. 체험하기 위해 있는 게 아니다. 만약 네가 무엇을 체험하려면 해적이나 책 사냥꾼이 되어야 할 것이다. 네가 글을 쓰고 싶다면 그냥 써야 한다. 만약 네가 그것을 너 자신으로부터 창조해낼 수 없다면 다른 어디서도 찾아낼 수 없다.”


한 권의 책을 탄생시키기 위한 작가적 고뇌는 ‘오름’이라는 단어로 요약된다. ‘오름’은 작가가 한 권의 책을 만들어내는 어떤 영적인 순간을 일컫는데 잠재되어 있던 거대한 이야기들이 찬란하게 쏟아지는 그런 순간이 바로 ‘오름’이다. 오름을 느꼈을 때 작가는 한 권의 책을 탄생시킬 수 있다. 오름을 느끼지 않고 만들어지는 책은 단순한 종이 뭉치들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것. 활활 타오르는 오름의 순간을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하나의 위대한 작품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 오름은 살아있는 동안 활활 타오르는 순간을 가지라는 삶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순간적인 것이다. 아무리 쇠로 책을 만들고 다이아몬드로 글자를 새긴다 해도 언젠가는 이 지구와 함께 태양에 부딪치면 녹아버리고 말 것이다. 영원한 것이란 없는 법이다. 예술에는 전혀 없다. 한 작가가 죽은 후에 얼마나 오랫동안 그의 작품이 희미한 램프처럼 서서히 꺼져 가느냐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가 살아 있는 동안 얼마나 활활 타오르는가다.”


꿈꾸는 책, 그저 오랜 시간을 누군가가 펼쳐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책. 이제 당신이 집어 들면 그 책은 살아 움직이며 당신에게 다가오기 시작할 것이다. 당신이 책장을 넘기는 순간, 그 책은 더 이상 꿈꾸지 않고 살아서 존재하기 시작한다. 당신 생의 한 가운데로 깊이 들어오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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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광화문처자 > 호기심은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추진력이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 1
발터 뫼르스 지음, 두행숙 옮김 / 들녘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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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개성도 없고 딱히 특이할 것도 없는 ‘아파트’라는 곳으로 이사 오기 전, 그러니까 오래전의 낡고 허름했던 내 집에는 벽장이라는 것이 있었다. 벽속에 마련된, 그러나 벽과 일체가 되어 손잡이만 아니라면 결코 벽 속에 무엇이 존재하리라고 믿어지지 않는 그런 공간. 손잡이를 잡고 양손으로 밀어내면 그 어둠속에서 풍겨오던 습하고 매캐한 책의 곰팡내.


부모님이 늦어지시던 날에는 나는 늘 그곳으로 기어들곤 했다. 그 안에 쌓여 있던 수 많은 책들. 보이는 문과는 달리 그 안은 넓고도 깊었다. 때때로 끝이 보이지 않는 저 어둠의 끝에는 무엇이 존재 할까 궁금했다. 내게 그 벽장 안은 책들의 도시였다. 친척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주시고도 연약한 품성에 돈을 받아 오지 못한 아버지는 대신 몇 십 권의 책을 들고 돌아오셨다. 집 앞에서 흙을 만지면 놀고 있던 나는, 얼굴엔 그늘이 가득한 채 양손에 붉은 노끈으로 동여 맺던 주황빛 하드커버의 책들을 잊지 못한다. 아버지는 그날 책 더미들을 안방 벽장 속에 던져 넣으시곤 마루에 앉아 소주를 드셨다. 어렸던 나는 아버지가 벽장 속에 던져 넣은 것이 궁금해 그날부터 몰래 벽장 속을 드나들었다. 그 벽장 속에서 나는 점점 책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며 난생처음 이야기라는 것을 만났고 나의 세상이 아닌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하는 것을 믿게 되었으며 벽장은 이제 내가 만든 책들의 도시가 되었다. <톰소여의 모험>, <왕자와 거지>, <소공녀>, <십오소년표류기><안데르센 동화집>등등을 여행하며 다녔다. 어린 계집아이의 호기심을 지독히도 자극했던 주황색 바탕에 검은 점박이 하드커버의 낡은 계몽사 책들. 그때 그 도시 속을 파고들며 만났던 내 보물들. 그래, 발터 뫼르스의 말대로 호기심은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추진력이 아닐 수 없다!


누군가에게나 자신만의 도시는 존재한다. 그것이 스스로 만들어낸 환타지이든 존재하고 있는 현재의 순간이든 생각해보면 자신만의 도시는 있다. 누군가는 음악의 도시를 만들고, 누군가는 음식의 도시를 만들며, 춤의 도시, 금전의 도시도 존재한다. 그리고 당신과 나의 경우는 책들의 도시이다. 발터 뫼르스의 경우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는 자신의 도시를 가장 완벽하고 기발하며 독창적으로 발굴해 냈다는 것이 우리와 다를 뿐이다. 만약 당신이 그가 만들어낸 도시가 궁금하다면, 저자의 상상력에 몸을 맡기면 그뿐이다. 필요한 것은 ‘호기심’이라는 추진력이면 족하다.


뫼르스는 꿈꾸는 책들의 도시에서 온갖 은유와 상징을 바탕으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얼핏 보면 신나고 흥미진진한 판타지소설에 불과하나 한 번 더 생각하면 작가의 날카로운 시선에 때때로 정신이 번쩍 들거나 입가에 묘한 미소가 퍼지곤 한다. 그 상징과 은유들은 단지 소구가 된 책뿐이 아니라 온갖 문화들, 책과 음악. 영화와 모든 매체를 아우르고 있다. 가령, 책에 독을 묻혀 살해하는 모습은 <장미의 이름>을 연상시키며, 음악으로 영혼을 뺏는 장면은 17세기의 그 치명적인 ‘카스트라토’를, 그리고 부흐하임에서 일어나는 작가와 편집자 출판업자들의 관계는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고, 주인공을 공격하고 물어뜯던 살아있는 책들은 끝도 없이 출판되는 악서(惡書)를, 스마이크가 어둠의 제왕을 만드는 장면은 ‘프랑켄슈타인’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또한 결정적으로 주인공을 인간이 아닌 공룡으로 삼은 것은 왜일까? 그리고 인간은 그저 라이덴 병속의 ‘소인간’으로 전락시켜버린 의미는? 이 꿈꾸는 책들의 도시 속에는 환상적인 이야기뿐 아니라  시선을 조금만 달리하면 나름대로 찾아 낼 수 있는 해석의 범위가 무궁무진하다. 생각해보라. 인간이 아닌 공룡이라니! 병속에서 죽음을 맞는 하찮은 인간이라니!  맞다. 당신들의 짐작대로 우리는 발터 뫼르스의 호기심의 덫에 걸리고 만 것이다....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것 하나! 그 악랄한 권력자 ‘피스토메펠 스마이크’ 이름의 문자를 재 정렬하면? 바로 파우스트의 무시무시한 악마 ‘메피스토’가 된다! 재미있지 않은가! 물론 독일어의 순차로는 아니다 이러쿵저러쿵 하더라도 그냥 웃어넘기기에 어째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것은 왜 일까? 이것은 단지 우연이었을까? 언어의 오류를 문체로 간주한다던 ‘가가이즘’, <기사 헴펠>이라는 위대한 책, 골고, 알리 아리아 에크미르너, 블로른, 아구 프로스트라는 책 속의 작가들과 그 외의 내가 미처 눈치 채지 못한 수많은 작가들과 여러가지의 상징들, 이것들도 우연일까? 과연? 정말?

 

 

숨막히는 폭염의  여름, 그저 롤러코스터와 같은 신나고 시원한 책을 읽고

가볍게 돌아서려는 내 소매끝을 이 모든 것들이 자꾸만 끌어대니 이 어인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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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Common > 왁자지껄하고, 희한한 소설~
꿈꾸는 책들의 도시 1
발터 뫼르스 지음, 두행숙 옮김 / 들녘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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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나는 어떤 방을 생각하곤 한다. 책을 읽기에 충분히 푹신푹신한 침대가 놓여있고, 커다란 서가들이 위풍당당하게 서있는 곳이다. 조금더 자세히 들어가보자. 그 서가 안에 내가 좋아하는 책들이 잔뜩 꽂혀 있다. 또 질좋은 나무로 만들어진 넓직한 책상이 있다. 적절한 밝기를 갖춘 스탠드 옆에는 메모지와 공책, 샤프 외의 간단한 필기구가 놓여있다. 책상 한 켠에는 한달에 한번씩 오는 따끈따끈하고 재미있는 신간 책 몇 권이 있다. 책상 중앙에는 내가 읽고 있는 책과, 얼음이 동동 뜬 냉커피(겨울에는 따뜻하고 달콤한 코코아)가 있다. 그것이, 내 방이라면.
이런 상상은 왠지모르게 기분을 흡족하게 하고 독서에 대한 허영심(어쩌면 그냥 허풍일랑가)을 가득 채운다. 책을 읽다가 그런 생각을 하다가는 멍하니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는 나를 보기 일쑤다. 발터 뫼르스의 <꿈꾸는 책들의 도시>를 읽고자 했던 것도, 내게는 늘 부족한 독서에 대한 허영심을 포화상태로 만들어줄 책일지도 모른다는, 꽤나 흐리멍텅한 생각이 주원인이었을 것이다.
이 책을 몇 페이지 넘기면서, 단지 탐서주의자, 책벌레, 서치(書痴), 지식인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책일 뿐만 아니라 꽤나 그럴듯한 세계관을 가진 판타지라는 것을 짐작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차모니아의 위대한 작가, 힐데군스트 폰 미텐메츠가 단지 일흔일곱살의 젊은(?) 디노사우르스였을 때의 모험을 담은 소설이다. 이 책을 몇 페이지 넘기다 보면, 내 상상력과 지식욕을 불태우는 '부흐하임'에 대한 설명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 설명과 묘사를 읽으면서 내 상상력은 조그맣고 아늑한 방에서 이 거대한 '꿈꾸는 책들의 도시'인 부흐하임으로 확장해나가기 시작했다. 와우! 책의 도시라니! 정말 대단하군!
나는 이 이야기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단지 내가 상상한 부흐하임이 내 기대와 딱 맞아떨어졌기 때문만이 아니다. 이야기의 흡입력. 그것이 내가 이틀만에 1권을 다 읽고 2권을 바로 펼쳤던 이유다. 이 책은 책에 대한 단순한 이야기일뿐만 아니라, 꽤나 그럴듯한, 아니 여느 판타지에 뒤떨어지지 않는 훌륭한 환상문학이다. 특히 1권 말미에서부터 재미있어진다!
책이 곧 생활인 조그만 외눈박이 종족 부흐링들은 배꼽빠질정도는 아니지만 킥킥거릴 정도의 유머를 선사한다. 그들은 '수은으로 글을 써라'라는 황당한 조언에서 '두꺼운 책들은 지은이들이 짧게 쓸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두꺼워진 것'이라는 공감가는 조언을 젊은 디노사우르스에게 전해준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이름을 자신의 이름으로 삼고 그 작가의 작품이며 사소한 것들을 몽땅 암기하고 낭송한다. 부흐링에 대한 묘사에 책을 읽는 독자에 대한 저자의 존경이 담겨 있다는 생각에 미치자 가슴이 조금 뭉클해졌다. 2권에 등장하는 그림자 제왕의 '오름 강좌'는 더욱 재미있다. 오름이란, 작가의 머릿속에 자신이 써내려갈 단어들, 글감, 묘사들이 가득차 무아지경에 빠지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오름에 대한 묘사와 함께 그림자 제왕의 과거 이야기는 이 책에서 단연 돋보이는 부분이다(적어도 내 생각에는).
이 책의 엔딩은 감히 감동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 삼가하겠지만, 책을 덮은 순간 지적 허영심이 가득차 있는 포만감을 느낄 수 있었고, 그에 못지않은 감정의 흔들림도 느꼈다.
이 책이 장점만 가지고 있는 책은 아니다. 중간중간에 지루하게 전개를 질질 끄는장면이 조금씩 나와서 집중하기가 수월치가 않았다. 특히 미로 속에서 미텐메츠가 혼자 모험하는 부분은 내 상상력이 부족해서인지 이 책의 영상화를 기대할 수 밖에 없었다. 또한 레겐샤인의 책에 대한 설명이 과다하게 등장하는 부분도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꿈꾸는 책들의 도시>를 풍자정신과 유쾌한 유머, 지적 욕구를 채우는 포만감, 그리고 모험이라는 꽤나 풍부한 영양분을 함유한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책이 채워준 지적 허영심이 자꾸만 꾸역꾸역 넓어지고 있다. 아, 또 뭐냐. 책을 읽어달라고? 자, 그래 이번엔 뭘 읽을까나?  잡다한 글을 남기고 난 또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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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책속에 책 > 모든 것이 가능한 책속의 세계 - 부흐하임으로의 초대
꿈꾸는 책들의 도시 1
발터 뫼르스 지음, 두행숙 옮김 / 들녘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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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기막힌 상상력이다. 책들이 꿈을 꾸는 도시, 책들이 살아 움직이는 도시, 책들이 당신을 죽일 수도 있는 위험한 도시. 이 소설에선 이 모든 것들이 현실이다. 도시 하나가 책에 관련된 모든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책을 쓰는 작가, 책을 파는 상인들, 책을 출판하는 업자들, 책을 찾아 이 도시로 찾아든 관광객들, 자신의 글을 낭송하는 시인과 작가들을 눈닿는 곳이면 어디서든지 볼 수 있는 도시. 심지어 값어치가 많이 나가는 고서적들을 쫒아 다니는 책사냥꾼들과 당신을 죽일 수도 있는 위험한 책들이 가득한 도시와 그 지하세계까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책들로 가득찬 서점들이 골목마다 쭉 들어서 있는 그 도시 "부흐하임"을 묘사하는 장면을 읽을때면 작은 흥분을 느낄 지도 모른다. 게다가 책들이 그득그득 차 있는 서가의 삽화들까지 등장하면 낯설은 이름들과 도무지 익숙해질 것 같지 않은 차모니아의 문학사에 길이 남는 책들의 이름까지도 사랑스럽게 느껴질지도 모른다.(특히 그 책들이 정말이지 너무 싸서 주인공인 미텐 메츠가 당장이지 책더미들을 돌아다니며 그 책들을 긁어모으고 싶은 대목에서는 동질감마저 느껴진다)

그 환상적인 "꿈꾸는 책들의 도시"에서 버려진 책들과 위험한 책들, 동시에 황금목록에 올라있는 숨은 책들이 뒤섞여 있는 지하동굴로 미텐 메츠가 떨어졌을 때는, 잠시 쥘 베른의 <지구속 여행>을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곧 그런 생각을 까맣게 잊을 정도로 지하동굴 세계는 지상의 부흐하임과는 또 다른 위험하고 진실된 매력으로 나를 사로잡았다.

가능할 수 없는 것들을 가려내고 믿지 않는 분별력을 갖춰야 하는 세계에 살고 있는 나는 모든 일이 가능할 수 있는 세계에 살고 있는 미텐 메츠가 공룡이라는 것도 종종 잊어버린다. 하지만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는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지...시를 쓰고 책을 쓰는 공룡족들이 살고 있는 세상에는 온갖 종류의 연금술이 가능하고 책들은 살아 움직이고, 그 책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당신을 죽일 수 도 있고, 그 지하동굴에는 보물에도 비길 수 없는 책들이 있는가 하면 무시무시한 괴물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믿게 되는 것은, 아니 믿고 싶어지는 것은 정말 독특한 이 책과 사랑에 빠졌음을 반증하는 것일게다.

어떤 한권의 책과 사랑에 빠지는 이유야 매우 다양하지만 책속의 진짜 살아 숨쉬는 책들의 세계에 반해 현실의 세계를 잠깐 잊고 그 책과 사랑에 빠지는 것도 꽤 독특하고 드문 즐거운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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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chika > 어어~국장님. 이 책 이제 10여쪽 남았는데요!!
꿈꾸는 책들의 도시 1
발터 뫼르스 지음, 두행숙 옮김 / 들녘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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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나는 정말 정신이 나갔었나보다. 튀어나오는 말을 머릿속에서 제어할 틈도 없이 그 말이 밖으로 나와버렸다. “어~ 이제 10여 쪽밖에 안남았거든요?”

업무가 아닌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도 그렇지 어떻게 사무실에서 겁도 없이 이제 10여쪽 남은 책을 마저 읽겠다고 제발 나를 가만 내버려달라는 얘길 할 수 있었단 말인가!

- 이제와서야 이렇게 말하고 있지만, 그때는 정말 그렇게 말하고 나서 아무런 생각없이 다시 코를 박고 책을 마저 읽었다. 그리고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의 그 뿌듯함이란..하핫!

책은 무척 재미있다. 그렇지만 책의 내용이 어떤지는 저얼대 얘기해 줄 수 없다. 내가 어찌 감히 당신이 직접 읽으며 누려야 할 즐거움을 뺏을 수 있단 말인가. 안되지, 아암~


책들이 보였다. 마침내! 어떤 것들을 집을까? 상관없다! 중요한 건 책이야! 사자! 사자!...(Ⅰ206) 독서란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절약하는 지적인 방법이다....(Ⅱ 94) 제발요! 나는 그 책들 없이 살아간다는 것을 더 이상 상상할 수 없습니다!(Ⅱ 315)... 그 책들을 읽는 일은 내게 재미를 주었다. 그러더니 점차 나를 감동하게 했고 마침내 나를 사로잡았다(Ⅱ 317).... 나는 그런 식으로 독서를 하면서 전보다 훨씬 더 집중적인 삶을 살았다(Ⅱ 318).... 먹는 일? 그런 것은 부차적인 일이었다. 몸을 씻는 일? 그런 것은 시간낭비였다. 오로지 독서, 독서, 독서만이 중요했다.(Ⅱ 318)


이것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이냐고? 설마~ 그럴리가.

‘꿈꾸는 책들의 도시’에 대한 이야기는 이 모든 이야기를 넘어서는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다. 굳이 저렇게 인용을 해 댄 것은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느낀 또하나의 즐거움이 바로 이것이었기 때문이다. 인용한 부분을 다시 한번 보시라. ‘책을 읽는 이’들의 마음을 콕 집어 얘기하고 있지 않는가! 에이~ 심하다고? 약간의 부풀어짐이 있다고 하면 뭐라 반박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비슷하지 않는가. 인터넷 서점을 누비며 장바구니를 마구마구 채워대는 것이나, 생각하는 시간을 줄여 책을 읽고, 책에 집중하면서... 오로지 독서에 올인.


아아, 아니. 이게 아니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데, 내가 자꾸 시선을 흐려놓고 있는 듯 하다.

책을 읽으며 나는 오로지 ‘책을 읽는’ 입장에서만 이야기를 따라 다녔지만, 이 책에는 책과 관련된 모든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내가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중요한 건 잘 팔리는 종이지 그 위에 쓰여있는 말들이 아니거든’(227) 같은 이야기도 있다. 이 책은 정말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런데 어째 글을 쓰다보니 재밌는 책을 재미없게 이야기 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끝으로 하나만 더 인용해본다. 이야기가 절정을 넘어서는 숨가쁜 그 순간에 나는 그만 푸헷! 하고 웃어버렸는데...

“그렇게 무시무시한 괴물을 난생 처음 봤습니다”

나는 이 슈렉스가 거울속의 자기 모습을 마지막으로 본 것이 언제였을까 속으로 생각해보았다. (Ⅱ 318)

그...그런데 왜 갑자기 내가 거울을 보고 싶어지는거야?

 

책의 흐름과는 전혀 쌩뚱맞은 서평이지만, 상상력을 발휘해보시라. 내가 미리 이야기해 준 이부분은 꿈꾸는 책들의 도시의 한 조그만 구역만을 보여준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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