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초록나비 > 배수아식 코드 엿보기
붉은 손 클럽
배수아 지음 / 해냄 / 2000년 9월
평점 :
품절


학교의 현대작가론 강의에서 배수아에 대해 듣고 즉시 읽어본 책이 붉은 손 클럽이다. 그러니까, 내가 처음 접한 배수아의 소설인 것이다.

보통의 섬세한 여성작가의 느낌을 기대했던 나는 크게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술렁술렁거리는 문체, 흔들리는 시선, 하지만 지독하게 메마른 인물.. 비틀린듯한 그녀의 냉소에 읽는 내내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중간중간 나오는 잔혹한 묘사들은 그 묘사가 세밀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기분나쁘도록 리얼하다. 감각으로 글을 쓰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읽는 독자는 그녀의 감각적인 글쓰기에 멋모르고 휘말렸다가 오감을 다치고 만다. 뜨겁게 덴듯한 느낌이고 따갑게 찔린듯한 기분이다. 모래냄새가 잔뜩 풍기는 그녀의 글은 확실히 검붉은 색깔로써 피맛이 난다.

심하게 감각을 자극하는 글쓰기는 그 자체가 개성일수도 있지만 소설이라는 장르에 있어서는 위험한 요소로 작용할수도 있다. 감각에 지나치게 의존된 글은 줄거리 자체가 이미지에 묻혀 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읽는 순간은 몰입되지만 읽고 나서는 정확하게 무슨 내용이었는지 이해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감각적 냄새가 짙은 소설에서 흔히 발견된다. 붉은 손 클럽의 그 위태로운 균형은 앞으로 배수아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일 것이다.

붉은 손 클럽을 읽고 묘한 불쾌감을 느낀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다. 그것은 배수아 고유의 코드이다. 그녀가 풀어나가는 화법이기도 하다.

음(陰)적인 감정이든 어떻든 사람을 자극해낼 수 있는 그녀의 재능이, 나는 참 많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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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초록나비 > 직접적으로 닿아오는 감동의 책
다이고로야, 고마워
오타니 준코 지음, 오타니 에이지 사진, 구혜영 옮김 / 오늘의책 / 200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아무리 동물을 사랑하자, 자연을 보호하자, 환경을 지켜내자-라고 해봤자 듣는 사람의 가슴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다. 어떤 논리적인 주장이나 설득적인 문장을 사용하여도 마음을 흔들리게 하지 못하면, 그것은 전혀 가치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다이고로야, 고마워'는 참 사근사근하게 사람을 움직이고, 자연스럽게 감동에 젖어들게 하는 책이다.

팔다리가 정상이 아닌 원숭이를 키우면서 겪는 생명에의 소중함, 그 작지만 위대한 목숨의 사랑스러움..

-천마디 말로도 움직이기 힘든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그렇지만 이 책은 얼마의 사진과 짤막한 수필과도 같은 글줄로 읽는 사람을 폭풍처럼 흔들어 놓는다.

이 책은 자연을 보호하자, 생명은 소중하다- 무리하게 외치려 하지 않는다. 그냥 한 여린 생명을 보여주고, 그것을 보듬으며 느낀 점을 독자에게 담담하게 전해줄뿐이다.

하지만 그 부드러운 소리는 엄청나게 큰 파장이 되어 독자의 눈을 젖게 한다. 신기하지, 제목 그대로 '고마워'라고 말하고 싶은 기분이 된다. 따뜻한 감사의 말을 누구에겐가 속삭이고 싶어진다. 동시에 미안해-라고도 말하고 싶어진다. 누구에게냐고? 그것은 모르겠다. 다이고로에게인지, 아니면 그를 돌보아준 사람들에게인지, 아니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가냘프지만 강인한 생명에게인지. 확실한 것은 책을 보고 그런 마음이 든다는 사실에 대한 놀라움이다.

정말 오랫만이다. 이만큼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이만큼 세상을 사랑스럽게 하는 책은.

....나도 참 다이고로에게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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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초록나비 > 유미리식 사회 엿보기
여학생의 친구
유미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열림원 / 2000년 9월
평점 :
품절


유미리식이란? 건조하며 절망적이고 삭막스럽게 현실을 그려내는 방식. 그렇게 보여진 유미리의 세계는 모조리 현실이라는게 가장 두려운 점이다.

그 노골적인 정직함에 당혹스러워하는 독자들은 유미리의 책을 다시는 읽지 않게 되고, 그 대담한 솔직함에 매료되는 독자들은 유미리의 팬이 된다. 나는, 글쎄, 아주 유미리의 팬이라고는 못하겠지만 (그녀의 이야기 전개방식에 가끔 굉장히 짜증을 느낄때가 있으므로.) 그래도 신간이 나오면 꼭 봐야는 하니까 역시 유미리식은 나에게 효력이 있기는 한가보다.

이 책, 여학생의 친구는 비틀린 현실, 비정상적인 관계를 적나라하게 하지만 담담하게 풀어나가고 있다: 가족에게 무시당하는 노인과 원조교제에 태연한 여학생.

제목에서 알수 있듯이 노인은 '여학생의 친구'가 되려고 한다. 그러나 그 친구, 라는 의미는 우리가 생각하는 친구와는 많이 다름을 알아야한다. 노인에게 있어 친구란,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할수 있는 표면적인 단어일 뿐이다. 필요로 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붙여낸 단어. 그러나 이해가 없는 관계는 지속되기 어렵다. 둘사이의 관계는 이해를 가장하고 있긴하지만 전혀 서로를 파악하지 못하는것으로밖에는 안보인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 책의 제목, 친구라는 단어는 얼마나 반어적인 표현인가.

이 첵을 본후 유미리식이라는 표현에 몇가지를 덧붙이고 싶어졌다. 반어법을 통한 세상보기. 지독하게 차가운 냉소. 하지만 결국은 모두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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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초록나비 > 26가지로 풀어낸 사랑
A2Z
야마다 에이미 지음, 이유정 옮김 / 태동출판사 / 2004년 10월
평점 :
절판


야마다 에이미는 일본 여류작가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다. 이 작가의 작품들은 솔직하고 담대하며 노골적이지만 우아하다. 벌거벗었지만 고상하게 미소짓는다. 그점에 매혹되어 읽기 시작한 그녀의 작품중 a2z 는 가장 단정하게 차려입은 작품이다. 섹스에 대한 열려진 시선도, 관능적인 선율의 리듬도 존재하지 않지만 이것도 역시 야마다 에이미다운 소설이다. 왜냐고? 솔직하다. 그리고 늘 그렇듯이 바라본만큼 생각한 만큼 이야기를 한다. 겉멋이 든것처럼 보이는 주인공들은, 읽다보면 참으로 인간답게 웃음을 깨닫는다.

잘 어울리는 부부지만 남편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버린다. 충격을 받은 아내 (...충격이라 하지만 너무나 금방 회복해버려서 오히쳐 독자가 충격받는다;)역시 새로운 사람이 생긴다. 알파벳만큼 간단하게 정의할수 있는 사랑. 하지만 결국은 그 명료한 단어들처럼 서로에게 간단히 돌아오게 되는 둘. 같이 있고 싶어- 그 마음하나로 용서가 되는걸까 과연- 의문스러워졌지만 그것이야말로 솔직한 표현.

화나고 분하지만 같이 있고 싶으니까 같이 있는거다... 사랑은 그들에게 알파벳 26자로 표현할수 있을만큼 간단하고 쉬웠다. 그것이 사실은 부러웠는지도 모른다, 나는. 야마다 에이미의 소설속 주인공들은 그 솔직함으로 늘 나를 부럽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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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최교수 > 그러나 사실 시는 아무에게나 가지 않는다
시가 내게로 왔다 1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시가 내게로 왔다 1
김용택 지음 / 마음산책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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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느낌표 선정 도서에 대한 애정이 없는 편이다. 미디어에서 책 한권을 너무 밀어주는 것 같아서 좀 꺼림칙 하기도 하거니와, 대체로 선정하는 책이 그야말로 '누구나'를 위한 책이기 때문에 내내 비슷하기 때문이다. 다수의 사람과 성향이 다른, 나같은 소수의 사람으로서는 읽기 힘든 책이라고 느꼈다. 그러다 얼마전에 이 책이 느낌표 선정 도서로 뽑혔다는 소리를 듣고 놀랬다. 이 책은, 벌써 내가 읽은지 2년이 넘은 책이다. 이 책이 처음에 나왔던 때에 읽었었는데, 그때 나는 고등학생이었는데, 흔히 말하는 페이퍼북 주제에, 왜 가격은 다른 시집과 똑같은 걸까 하고 순진한 궁금증을 가졌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만하면 알찬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책의 제목 '시가 내게로 왔다'에서 '내게'란, 지은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우습지만) 김용택 자신을 말한다. 다시 말해, 김용택 시인이 사랑하는 시들을 모아 놓은 것이다. 시는 참 다양하게도 분포하고 있다. 교과서에서 들어봤던 시인에서 부터, 최근에야 알게된 시인도 있고, 수능에도 나왔던 시에서 부터 내가 평소에 아꼈던 시, 처음으로 접하게 되는 시 등. 김용택시인이 새로 써낸 시들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시들을 모아놓은 것이라고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굉장히 친숙하고 낯익어 편안한 기분도 든다. 게다가 다행으로, 나의 경우에는 책에 실린 시의 태반이 내가 평소에도 좋아하는 시였기 때문에, 나 같은 사람에게는 '즐겨찾는 시모음집'이 생긴 것 같은 기분이다.

이 책을 산지 나는 2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내가 즐겨 보는 책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것은, 바꿔 말하면 식상한 것일 수도 있다. 내내 있던 시를 모아서 편집하고, 거기에 주석(이라고 말하긴 뭐하지만) 혹은 코멘트를 붙여놓은 것 뿐이라고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상업적인 책이라고 욕할 수도 있겠고, 또 누군가는 상업적인 책을 상업 방송에서 밀어준다고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건 책의 내용이 얼마나 수준 있느냐에 달린거라고 생각한다. 다른건 몰라도, 이 책에서 고른 시들은 정말 좋다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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