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플라시보 > [주홍글씨] 모든 유혹이 다 재밌는건 아니다.


이 영화의 예고편을 보면 한석규가 이런 나레이션을 한다. '모든 유혹은 재미있다. 왜 피하겠는가' 하지만 모든 유혹이 다 재미있고 그로 인해 피할 이유가 없는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유혹. 그리고 감추어야 하는 유혹은 결코 재밌게 끝나지 않는다.

영화 [주홍글씨]를 말 하기 이전에 다니엘 호손 원작의 주홍글씨를 살펴보면 대강 이런 내용이다. 17세기. 헤스터라는 여자가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하게 된다. 이를 알게된 마을 사람들은 그녀에게 가슴에 평생 붉은 색 실로 수놓은 A (Adultery : 불륜) 를 달고 살게 한다. 사람들은 그녀에게 간통의 상대자가 누구냐고 추궁하지만 그녀는 끝까지 입을 다물고 펄이라는 딸아이를 낳게 된다. 헤스더의 간통상대는 목사인 딤스데일. 이를 알게 된 헤스더의 남편은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딤스데일에게 접근하고 우연하게 헤스더의 간통상대임을 알아낸다. 딤스데일은 헤스더의 고통을 지켜보고 또 성직자로써 하지 못할 일을 저지른 동시에 비겁하게 진실을 밝히지 못하는 것에 괴로워하며 점점 쇠약해진다. 7년의 시간이 흐르고 새로 부임한 지사의 취임식날 딤스데일은 헤스더와 펄을 부르고 자신의 가슴의 가슴에 있는 A를 보여주며 모든 죄를 고백한다.

영화는 이 소설에서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았다. 그 둘 사이에는 단지 불륜이라는 공통점만 존재한다. 강력계 형사 기훈(한석규) 은 첼리스트 아내인 수현(엄지원). 그리고 아내의 오랜 친구인 재즈싱어 가희(이은주)와 아내의 눈을 피해 몰래 바람을 피운다. 그러던 어느날 사진관에서 주인 남자가 죽는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기훈은 죽은 남자의 아내인 경희(성현아)를 살인범으로 의심을 한다.

처음에는 이 영화가 그저 멜랑꼴리한 남이 하면 불륜 내가하면 사랑 정도를 다루었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영화의 중 후반부로 가면 굉장히 임펙트가 강한 사건이 터진다. 기훈이 미처 알지 못했던 비밀이 폭로되는 것 보다 기훈이 겪게 되는 일이 더욱 충격이다. 이미 상태가 엉망인 기훈은 그 비밀에 대해 별로 놀라지도 않는다. 그리고 기훈은 경희를 의심하지만 그건 뭐 눈에는 뭐만 보였기 때문에 가능한 의심이었다. 그에게 세상 여자들이란 그저 남자를 유혹하고 쾌락을 제공하다가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스스로를 파멸시킬수도 있는 위험한 짓을 저지를 수 있는 어리석은 장난감들일 뿐이다. 기훈은 모든것을 다 가졌다고 생각할 만큼 자신감이 넘치고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자기가 중심점이라고 착각을 한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김기덕 감독의 나쁜남자의 조제현보다 주홍글씨의 한석규야 말로 나쁜남자라는 말이 잘 어울린다고 말이다. 한석규는 조제현이 가졌던 미친 사랑의 감정마저도 없는 인간이다. 물론 그 미친 사랑이 자기 여자를 창녀로 만든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더이상 언급하고 싶지도 않다만 어찌 되었건 그것도 사랑이라고 우길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석규는 사랑조차도 하지 않았다. 단지 아내 이외에 자신의 정액을 뿌릴 여자가 필요했을 뿐이다. 그는 어느 누구에게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자기가 배신을 한 아내 수현에게도 또 정상적인 만남을 가지지 못하는 가희에 대해서도. 단지 그는 이 모든게 재밌는 게임처럼 느껴지고 자신은 아주 능숙한 게이머라고 생각할 뿐이다.


이 영화는 개봉 전부터 많은 화재를 모았다.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 인것도 그러했지만 배우 한석규가 다시 예전에 말아먹은 이중간첩 이전의 영향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 또 비교적 초창기 데뷔작인 송어와 오.수정을 제외하고는 배드신을 하지 않았던 이은주가 한석규와 꽤 수위높은 정사신을 찍었다는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주 천박한 관심이긴 하지만 이미 누드를 찍은 성현아가 이번에는 얼마나 더 벗은몸을 보여 줄 것인가.

내가 생각하기에는 한석규는 이 영화로 인해 다시 예전의 위치를 어느 정도는 되찾을것 같다. 그가 연기를 잘 해서라기 보다는 이 작품이 흥행을 할것 같은 예감이 들기 때문이다. 한석규는 실패작인 이중간첨 이후 아주 오랜만에 다시 시작했고 또 이전의 인기를 되찾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속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는지 초록물고기때와 같은 살아 움직이는 연기를 하지는 못했다. 물론 아주 디테일하고 노련하게 연기를 하기는 했지만 그게 한석규라는 배우의 베스트인가 라는 질문에는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된다. 그리고 이은주는 비록 영화가 아닌 드라마 불새로 인한 것이지만 한참 올라있는 그녀의 주가를 생각할때는 꽤 과감한 연기를 선보인다. (하지만 전혀 에로틱하지는 않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성현아. 그녀는 어쩌면 여기서 감독이 천박한 호기심을 가진 관객들과 한석규를 동일시 시킨 부분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녀는 우리의 예상 혹은 바램과 달리 차분하고 얌전한 여자로 나온다. 물론 교묘한 편집 때문에 예고편에서는 마치 그녀가 한석규를 유혹하는 것 처럼 나오지만 말이다. 예고편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주홍글씨의 예고편은 진정한 편집의 승리이다. 내가 본 예고편 중에서 주홍글씨 예고편은 드물게 수작이었다. 요즘 영화 예고편을 보면 어떻게서건 관객을 끌어들이기만 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이미 영화의 하이라이트 및 엑기스는 다 모아서 보여주는 바람에 관객이 영화표를 끊도록 할지는 모르겠지만. 막상 표를 끊은 관객들은 영화가 예고편 외에 더 볼게 없는 최악의 상황을 만든다. 그에 비해 주홍글씨의 예고편은 적당히 흥미를 유발하면서도 영화의 중요한 거의 대부분을 감춤으로 인해 관객들로 하여금 예고편을 보고 지례짐작 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영화를 보게되는 재미를 제공한다.

제일 처음 이 영화를 접했을때 나는 영화 누구나 비밀은 있다를 떠 올렸다. 한 남자와 세 여자라는 기본 구성도 그렇고 누구나에서 재즈 가수로 김효진이 나왔다면 주홍글씨에서는 이은주가 재즈가수로 나오는것.  거기다 유혹에 관한 얘기라는 것까지. 누구나가 유혹에 관한 청소년 버전이었다면 주홍글씨는 성인버전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두 영화는 극히 일 부분마저 닮지 않은 영화였다. 내 예상중에 맞아 떨어진 것은 누구나가 청소년 클린 버전이라는것. 주홍글씨가 노컷 성인버전 이라는 것만 맞았다. (배드신의 수위에 따른 구분이 아닌 내용의 충격성과 엔딩을 어떻게 끌어내느냐에 관한 얘기이다.)

만약 불륜의 짜릿함. 그리고 그에따른 약간의 응징 정도를 생각하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를 보지 않기를 권한다. 생각보다 영화는 훨씬 충격적이다. 그리고 감독은 이 한편의 영화를 통해서 참으로 여러가지 얘기를 한다. 내가 느낀 그 얘기들을 하자면 스포일러가 너무 강해져 버리기 때문에 여기서는 할 수 없지만. 각자의 생각에 따라 이 영화는 여러가지의 해석이 나올 수 있다. 어쨎든 단순하게 불륜 나빠요. 혹은 불륜은 짜릿짜릿해요 식의 영화는 아니다. 끝으로 한마디 덧붙이자면 세상을 아름답게 보고 싶은 사람은 역시 영화를 보지 않기를 바란다. 영화를 본 당시보다 보고 난 후의 아우라가 너무 강하다. 그리고 영화의 반전이라면 반전이랄까 뭐 그런게 등장하긴 하는데 변혁 감독은 그 반전에 크게 기대지 않는다. 반전이 중요한게 아니라 반전을 알고 난 이후 극중 한 배우가 보이는 반응이 더욱 더 충격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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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플라시보 > Movie : 우리형


이 영화를 보기 전 부터 내 친구는 광분했더랬다. 엘르걸이라는 잡지에서 뽑은 세계 10대 꽃미남에 우리의 원빈이 당당하게 등극했기 때문이다. 반지의 제왕에서 요정으로 나온 꽃미남 올랜드 볼룸. 잘생긴게 축구까지 잘하는 데이비드 베컴. 안드로이드 남창을 연기할 정도로 미끈한 주드로. 더이상 말이 필요없는 조니뎁 등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아. 우리의 꽃미남 원빈. 세계로 뻗어 나가는구나. 쫘악 쫘악 뻗어 나가거라 대한의 플라워 프리티 보이여!

처음에 나는 이 영화가 친구의 곽경택 감독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었다. 배경도 부산이고 (친구의 배경은 부산. 똥개의 배경도 부산. 곽경택의 고향은 부산) 주인공이 사투리를 쓰며 거기다 무엇보다도 김태욱 (친구: 도루코역. 똥깨: 진묵역)과 친구에서 선생으로 등장했던 머리털이 별로 없던 배우가 여기서도 선생으로 나오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때 보니 곽경택이 아니라 안권태 감독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는 영화 친구의 조감독이었었다.) 안권태 감독은 자신의 데뷔작을 영화 친구에 그 뿌리를 두고 안전하게 출발했다. 만약 감독 이름이 보이지 않았다면 곽경택 감독이었다고 다들 느낄만큼 말이다.

이 영화는 원빈의, 원빈에 의한, 원빈을 위한 영화이다. 신하균이라는 연기를 꽤 하는 배우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의 비중은 그냥 멋진 원빈의 형 정도에서 더 이상 발전하지를 못한다. 싸움 잘하고 욕 잘하는 불량스런 학생 원빈은 시종일관 후줄그레한 추리닝을 입지만 그 마저도 '니가 입으면 집구석 웨어 내가 입으면 빠쑝' 으로 승화시킨다. 너무 잘 생긴 배우들이 흔히 그렇듯 보는 손해도 원빈은 피해가는듯 보인다.(장동건의 경우 잘생긴 얼굴 때문에 배우로 인정받기까지 고생아닌 고생을 해야했다.) 이 영화로 인해 원빈이라는 배우는 막내 혹은 동생의 이미지를 더욱 확고하게 굳힌다. 예전에 TV드라마 꼭지에서도 원빈은 막내였으며 장동건과 함께한 태극기 휘날리며에서도 동생이었고 본 영화에서도 또 동생이다. (여기서의 동생이미지는 태극기 보다는 꼭지에서의 동생과 그 분위기가 사뭇 비슷하다.)



내용은 별거 없다. 태어날때 부터 언청이 (구개열)로 태어난 형 신하균. 형이 태어나자 마자 아빠는 죽고 원빈은 유복자이다. 엄마는 남편없는 여자들이 흔히 그렇듯 억척스럽게 아들들을 키운다. 신하균은 말잘듣고 착한 범생이 스타일이나 외모때문에 늘 엄마의 사랑과 관심을 독차지 한다. 원빈은 자연스럽게 엄마의 사랑을 갈구하다가 껄렁껄렁해져 버린 (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는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그득한) 아이로 자란다. 둘은 같은 학교에 같은 학년 같은 반이 되고 원빈은 형같은 아우. 신하균은 형 대접을 못받는 아우같은 형이 된다. 그러다가 이러저러한 사건에 휘말리고 어쩌고 저쩌고 하다가 보니 단 한번도 원빈을 형이라 부르지 않았던 원빈은 뒤늦게서야 형에 대한 사랑을 밖으로 표출한다.

이 영화가 곽경택 영화의 아류작 쯤으로 보이는 결정적인 이유는 친구나 똥개에 나왔던 배우들 때문만은 아니다. 사투리 나레이션으로 시작하는 것. 양념조의 예쁜 여학생이 등장하는것 (똥개에서는 학생이 아니라 다방 종업원이었지만) 그러나 주인공과 본격적인 로멘스에 돌입하지는 못하고 그냥 미묘한 관심만 가지고 맴도는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여성은 완전히 거세된듯한 100% 마초적인 남자영화라는 것이 그 이유이다. 주인공이 어린시절부터 나와서 현재로 넘어가는 전개 스타일. 그리고 중간중간 과거 회상장면이 등장하는 것. 잘생긴 배우를 터프하게 혹은 망가지게 그리는것 (친구에서의 장동건. 똥개에서의 정우성. 그리고 이 영화에서 원빈) 까지 무엇 하나도 곽경택의 연출 스타일을 벗어나는게 없다. 친구의 조감독이었으니 별 수 없잖느냐고 말하면 할 말은 없겠지만 그래도 스승과 똑같은 제자는 재미없다.

이 영화가 더더욱 아쉬웠던 것은 비단 곽경택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스타일 때문만은 아니다. 복수는 나의것과 지구를 지켜라에서 더없이 좋은 연기를 보여줬던 배우 신하균이 화성으로 간 사나이에 이어 이 영화에서 마저 자신의 연기를 십분 발휘하지 못하고 그저그런 평이한 역에 머무르려고 한다는 것이다. 과거 서프라이즈라는 영화가 신하균이 잠깐 정신을 못차리고 실수 한 것으로 여겼었는데 이렇게 연타를 쳐 버리면 실수라고만 할 수는 없게 된 것이다. 잘생긴 꽃미남 배우의 들러리를 하기에 신하균은 연기를 너무 잘 하는 배우이다. 우리형에서의 종현역은 그가 슬렁슬렁 해도 어느 정도는 할 수 있는 역이었다. 배우에게 베스트를 이끌어내는 것은 감독이다. 하지만 감독은 원빈을 멋지게 그리는 것에 정신이 팔려서 이 연기 잘 하는 배우를 그냥 평이한 조연쯤으로 내버려두는 실수를 저지른것 같다.

원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친구와 똥개를 재미있게 본 사람이라면 이 영화 역시도 그럭저럭 재밌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굳이 극장에 가서까지 볼 필요는 없을것 같다. 비디오로 보거나 아니면 명절을 기다렸다가 TV에서 해 줄때 봐도 결코 늦지 않을 영화이다. 아. 그리고 이 영화에서 엄마로 등장하는 김해숙씨는 발군의 연기를 보여준다. 오 해피데이에서 오바하는 장나라의 엄마로 나왔을때는 그저 그렇다가 이 영화에서는 무척 인상적인 엄마를 연기한다. (비록 엄마의 캐릭터 자체는 진부하기 이를데 없지만)

한가지 덧붙이자면 김태욱의 연기가 참으로 볼만했다. 언듯 생각하면 친구에서나 똥개에서나 이 영화에서나 모두 깡패 연기를 했기 때문에 '쟤는 또 깡패냐? 지겹다 지겨워' 할 수도 있겠지만 세 영화에서 그의 캐릭터를 찬찬히 비교를 해 보면 전부 다르다. 친구에서의 도루코는 의리도 있고 카리스마도 있는 깡패로 나왔으며 똥깨에서의 진묵은 비열하고 비리비리하고 거기다 약간 없어보이기까지 하는 깡패. 이 영화에서는 그야말로 삼류 똘마니로 나온다. 깡패라는 이름의 똑같은 범주안에 든 캐릭터를 저렇게 다양하게 소하를 해 내는것을 보니 그 배우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제는 깡패 전문 배우가 된 듯 해서 약간은 지겨운것도 사실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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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수검객 2005-02-03 0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형이 비디오로 출시됐을때 바로 보려고 했었는데 다른 영화보느라 미뤄두었다..내 머리속의 지우개 빌리러 갈때 같이 빌려서 한꺼번에 볼 생각이다..
 
 전출처 : 플라시보 > Movie : 귀신이 산다.

   
       
이 영화에 기대를 걸었다면 딱 하나. 그저 차승원이 웃겨주길 바란 것이다. 선생 김봉두에서 부터 차승원은 원톱으로도 관객을 불러들일 수 있는 가능성을 조금씩 보여주기 시작했고. 이번 영화 귀신이 산다의 흥행 여부에 따라 굳히기냐 다소 이른 행보였느냐가 점쳐질 수 있었더랬다. 물론 장서희라는 브라운관 스타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92년 이후 첫 등장이며, 사실 TV에서도 비교적 최근에 주연을 맡았을뿐 늘 조연급이었던 그녀에게 큰 기대를 하기는 힘들었다. 그나마 조금 안심을 하게 해 주는 요소는 신라의 달밤과 광복절 특사를 만들었던 김상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는 것이다. 이미 배우 차승원과는 위에 언급한 두번의 영화에서 호흡을 맞췄으니 둘의 궁합을 의심하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삐딱선을 타기 시작한다. 차승원도 김상진도 어리버리하게 영화에 끌려가는듯한 인상을 주고 간만에 주연급으로 발돋움한 장서희는 예쁘고 귀여운척 이외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내가 보기에 차승원은 그다지 연기를 잘 하는 배우는 아니다. 하지만 주위에서 좀 한다 한다 하니까 자기가 정말 잘 하는줄 아는. 그래서 연기가 지나치게 자신감있고 오바하는 부분도 좀 눈에 거슬리는 그런 배우다. 다만 여태 맡아왔던 캐릭터에서 모델출신의 말끔한 외모를 한번도 써먹지 않고 오히려 키크고 싱겁고 약간은 덜떨어진 인간을 표현해 왔다는 것에서 높은 점수를 줄만하다. 그에게는 생긴 이미지대로 가는게 가장 편했겠지만 의외성을 보여줌으로 인해 그가 여느 모델출신의 배우들보다는 조금 더 장수할것 같은 느낌을 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차승원의 연기를 가만히 보다가 보면 너무 자신의 감과 자신만의 계산된 연기에 빠져있다. 연기에 대한 고민은 보이되 그 깊이는 깊지 않다. 그럴것이 너무 한쪽으로만 편중된 연기를 했고 따라서 다양한 연기의 스펙트럼을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 영화에서 그는 그가 보여주었던 모든 장기들을 다 동원한다. 그리고 거기에다 여태 보여줬던 꺼벙한 인상을 한층 더 가중시켜서 바보스러울 정도로 망가진다. 그렇지만 그의 망가짐과 오바액션도 영화가 괜찮을때야 빛을 발하겠지만 수준 미달의 영화에서는 안타까운 몸부림 정도로만 비춰진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뭐가 문제였을까?

어렸을때 부터 남의집살이에 이골이 난 박필기(차승원)는 아버지가 죽기전에 유원으로 '내 집을 사라'라는 말을 지키기 위해 뼈빠지게 노력을 한 결과 드디어 바다가 보이는 멋진 주택을 장만하게 된다. 전망도 좋고 최고급 마감재를 써서 고급스러운 집이지만 주인이 갑자기 이민을 가는 바람에라는 이유로 몹시 수상쩍게 싼 가격에 구입한 생에 최초의 내집. 하지만 역시 싼데는 이유가 있었고 그 이유는 그 집에 귀신이 산다는 것이었다. 이사 첫날부터 불길한 기운이 느껴지던 집. 집에 살고 있던 귀신 연화(장서희)는 차승원을 내보내기 위해 별의별 해괴한 짓을 다 벌인다. 그러다 어느날 차승원은 벼락을 맞게 되고 그 이후로 귀신을 볼 수 있게 된다. 그리하여 필기는 연화를 보게 되고 그때부터 둘의 아웅다웅 동거가 시작된다. 여기까지가 대략적인 스토리인데 이대로만 나갔으면 괜찮았을 것을 감독은 여기다 욕심을 부리기 시작한다. 차승원이 귀신을 보게 되는데 그 주변에는 귀신을 볼 수 있는 장항선이 등장하고 그는 무슨 도인이라도 되는마냥 차승원에게 이것저것 알려주고 지시를 한다. 단지 집에 귀신이 산다는 것에서 귀신을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 그로인해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온갖 귀신들을 다 보게되고 일일이 간섭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이 영화의 가장 큰 실수는 귀신 연화의 캐릭터이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귀신 연화를 맡은 장서희는 오로지 이쁘고 귀엽게 보이는것 이외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 물론 감독이 여태 봐왔던 머리풀고 으흐흐흐흐 하던 귀신이 아닌 예쁘고 깜찍한 귀신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지만 영 와닿지가 않는다. 거기까지는 용서를 한다고 하더라도 귀신 연화가 지닌 사연으로 넘어가면서 얘기는 갑자기 사랑과 영혼류의 러브스토리로 빠져 버린다. 고스터 바스터즈와 식스센스 그리고 사랑과 영혼의 짬뽕이 바로 본 영화인 것이다.

차승원이야 원래 코믹 연기를 어느정도 하기 때문에 조금만 참는다면 그다지 크게 거슬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연화를 맡은 장서희는 여태 조연만 맡아서 예쁘고 귀엽게 나오지 못한것에 대한 한풀이를 하러 나온것 같다. 아역배우 출신이라서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하는지 비교적 감은 잘 잡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인어아가씨의 아리영에서 100보 정도는 뒷걸음질 치는 연기를 보여준다. 인터뷰때마다 조연일랑 주연일때랑 조명이 다르더라 (주인공들이 다 이쁘고 멋지게 나오는건 조명탓도 크다.) 메이컵하는 시간이 다르더라 협찬받는 옷이 다르더라 하면서 노래 노래를 부르더니만 정말 맺힌게 많았나보다. 거기다 어떤 씬에서도 귀엽게 보이려고 애쓰는 모습은 정말이지 안타까움을 더할 뿐이었다. 물론 미스코리아 출신의 손태영 (박필기의 애인)에 비하면 연기를 아주 잘 하는 거지만 말이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손태영은 대략 국어책을 줄줄 읽어주신다. 대사처리도 안되는 사람이 어떻게 연기자를 하려고 마음을 먹었는지 신통방통할 정도로 그녀는 성의없는 연기를 보인다. 내가 그녀라면. 그래서 연기로 밥먹고 살기로 마음을 먹었으면 어디가서 연기지도라도 받겠구만 그녀는 '난 대신에 미스코리아잖아요. 미스코리아가 이쁘면 됐지 연기까지 잘 해야 할 필요 있나요?' 라는 생각을 가진것 같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차승원 혼자 연기 안되는 여배우와 이쁜척 외에는 관심없는 여배우를 끌고 가느라 고군분투한다. 안그래도 오바성이 짙은 그가 남들의 부족한 면까지 채우려니 더더욱 오바를 하는 수 밖에. 그래서 이 영화에서의 차승원의 연기는 상당히 불편하다. 웃긴 웃겠는데 자연스러운 폭소라기 보다는 노력에 대한 안쓰러움에 짓는 쓴웃음 같다.

소재 자체는 상당히 신선하고 재밌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영화는 전체적인 큰 맥락을 잡지 못하고 있어서 중구난방이다. 끝부분으로 가면 감동까지 주려고 한다. 왜 감독들은 한가지 장르에 만족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래서 스릴러와 코믹과 로맨스와 감동을 한 영화에 쑤셔박으려고 할까? 정말로 잘 만든 스토리가 아니라면 두어가지 장르의 혼합도 힘든판국에 뭘 믿고들 그러는지 모르겠다. 제발 한 우물만 좀 팠으면 좋겠다. 말장난의 조합으로 있지도 않은 새로운 영화장르를 만들어가면서 이것과 저것의 짬뽕을 시도하는 짓은 이제 고만좀 하자. 얘매율은 좋게 출발했던 영화가 입소문을 타면서 관객이 줄어든다는건 결국 영화가 재미없다는 소리니까 말이다.

P.S) 보고나니 마냐님이 감사용을 보라고 할때 그냥 그걸 볼것을 하는 후회가 물밀듯 밀어닥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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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플라시보 > Movie : 터미널


다 큰 남자가 저런 표정을 짓는다면 그건 뭘 의미하는 걸까? 놀람과 슬픔을 동시에 표현한 톰 행크스의 표정 연기는 마치 고무로된 피부를 가진듯한 짐 캐리의 그것보다 훨씬 더 인간적이다. 즉 짐 캐리의 연기는 감탄할 수는 있어도 감정 이입이 되지는 않는 반면 톰 행크스의 연기는 바로 내 일처럼 와 닿는 것이다. 어쩌면 그건 톰 행크스가 가진. 일면 평범한듯 보이는 마스크의 힘인지도 모른다.

터미널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작품이다. 과거에는 확실한 거장이자 흥행의 마술사였던 스티븐 스필버그. 하지만 그도 세월이 지날수록 감각이 떨어지는지 자신의 주 종목인 SF영화를 제외한 드라마에서는 명성에 못 미치는 결과를 내고 있다. AI같은 경우 스필버그가 너무 스토리를 잡고 늘어지는 바람에 그의 장기인 SF에서마저 스필버그 특유의 상상력이 스토리에 파뭍혔었다. 다행스럽게도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는 역시 스필버그라는 소리를 들음으로써 다시 제 자리를 찾는듯 했다. 그러나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라는 스타 칩을 썼지만 생각만큼 흥행하지는 못했다.  이제는 스필버그의 영화라고 해서 무조건 재미있고 무조건 신나던. 영화계의 보증수표라고 말 하기에는 2% 부족하다.

영화의 내용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동유럽의 작은 나라인 '크라코지아' 에서 미국으로 간 빅터 나보스키(톰 행크스)는 공항에 도착한 첫날 입국이 거부된다. 그의 나라에 내전이 일어나서 일시적으로 유령국가가 되었기 때문이다. 여권과 신분증등 모든 것의 효력이 사라져서 그는 다시 자기 나라로 돌아갈수도 그렇다고 해서 공항 게이트를 빠져 나갈수도 없다. 할 수 없이 그는 나라의 사태가 진정될때 까지 공항에서 하염없이 기다리게 된다. 그 기다림이 하루에서 이틀로이어지더니 무려 9개월이라는 시간이 흐르게 된다. 이 영화는 빅터 나보스키라는 남자가 뉴욕 JFK공항에 9개월간 살면서 겪게되는 에피소드들을 중심으로 전개가 된다. 국제 미아나 다름없는 신세가 된 빅터 나보스키. 저 맨 위에 사진은 영어를 잘 못해서 말이 통하지 않는 그가 TV화면을 통해 자기 나라의 내전을 보고 난 이후 충격을 받아 울먹이는 모습이다.


톰 행크스는 스티븐 스필버그와 [라이언 일병 구하기], [로드 투 퍼디션], [캐치미 이프 유 캔] 에 이어 4번째로 출연한다. 다양한 배우들과 작품을 하는편인 스티븐 스필버그의 감독 작품에 시리즈가 아닌 작품으로는 유일하게 그가 가장 많이 등장했는데 그 이유는 바로 그가 가진 평범한 이미지 때문이다. 그는 악역으로 보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해서 말쑥한 신사로도 보이지 않는다. 어떨때는 약간 멍청해 보이기도 하고,무언가 큰 문제를 일으킬 남자로는 보이지는 않는다. 따라서 그는 맡은 역활에 따라 어떤 연기를 보여주느냐에 쉽게 극중 인물과 동화가 된다. 예를 들어 브래드 피트나 조지 클루니 같은 잘 생긴 배우들을 보자. 그들은 스크린에 등장 하는 것 만으로도 관객들로 하여금 무언가 특별하고도 대단한 사람 처럼 보이게 한다. 하지만 톰 행크스가 등장하면 사람들은 편안하게 스크린을 응시한다. 그리고 곧 그가 보여주는 연기를 마치 실제로 일어나는 일 처럼 받아들인다. 브래드 피트나 조지 클루니는 아무리 연기를 잘 한다고 해도 실제처럼 보이기는 어렵다. 왜냐면 그러기에는 그들은 너무 특별하게 생겼으니까.

이 영화의 포스터를 보면서 내가 떠 올린 영화는 [캐스트 어웨이]였다. Fedx직원인 톰 행크스가 어느날 비행기 추락으로 무인도에서 홀로 살아남는 얘기인데 어떻게 보면 상당히 치열한 생존 영화일수 있는데도 톰 행크스는 그 분위기를 귀엽게 만들어 버렸다. 특히 거의 마지막 탈출 부분에서 윌슨 (배구공으로 인형을 만들었는데 그 이름이 윌슨이다.) 을 잃어버리고 막 울부짖는 그의 모습은 너무나 불쌍한 동시에 너무나 귀여웠다. 무인도에 떨어져서 살아남아야 하는 최악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톰 행크스는 그 분위기를 아주 묘하게 만들어버렸다. 어떤 것이건 상황을 치열하고 심각하게 만들지 않는것 그게 톰 행크스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이 영화에서도 그는 나라가 사라져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된다. 그가 살 수 있는 구역은 오직 JFK공항 내에서만이다. [캐스트 어웨이]에서의 공간적 한정성이 무인도였다면 이 영화에서의 공간적 한정성은 JFK공항이다. 다만 무인도는 인간이라고는 그 하나 뿐이었지만 JFK공항에는 하루에도 수천명의 인파가 넘쳐나는 곳이다.

빅터 나보스키는 공항에서 체류하기에는 안성맞춤인 인간이다. 마치 언젠가는 공공장소인 공항에 갖혀 살 것을 예감이라도 했다는듯 그는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심지어는 거기서 직업까지 가지게 된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울고 불고 절망스러워 하면서 약이라도 털어 넣었겠지만 빅터 나보스키는 포스터에 등장하는 저 제일 위에 사진에서만 저런 표정을 지을 뿐. 그 다음부터는 내내 웃으며 산다. 공항 사람들과도 금방 친해지고 생존하는 법도 빨리 터득한다. 심지어는 1등석 여승무원인 미모의 캐서린 제타 존스와 로멘스까지 마련되어 있다.  비록 정상적인 입국을 허락하지는 않았지만 JFK공항에서의 삶은 그렇게 나쁘지 않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빅터 나보스키가 JFK공항에 9개월동안 살게된 이야기를 아주 성공적으로 마쳤느냐하면 그건 또 아니다.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늙어버린 스필버그는 지나치게 감상적이다. AI에서처럼 어느 순간 딱 영화가 끝이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 멋지겠다 싶은 부분에서 계속 얘기를 더해간다. 끝날 만 하면 '그런데 말이지' 하면서 이어가는 것이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로 언제 컷을 외쳐야 하는지 잊어버린 마냥 영화는 지지부진하게 계속 이어진다. 더구나 그 이어짐을 위해 등장하는 피넛 캔 속의 비밀이랄지 빅터 나보스키가 뉴욕에 가야만 하는 이유는 너무나 작위적이여서 어색하기만 하다. 거기다 판에 박힌 캐릭터들의 등장과 굳이 영화에서 악당이 하나쯤은 있어야 맛 이라는듯 등장하는 어설픈 악의 세력들은 더더욱 진부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는 상당히 귀엽다. 왜냐면 톰 행크스이기 때문이다. 영어를 모르는 톰 행크스를 마치 다 자란 아기처럼 그려놔서 영어를 못하면 행동까지 아이같아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톰 행크스는 맡은 배역을 훌륭하게 소화해 냈다. 그가 아니면 누가 저런 표정을 짓고 저런 웃음을 날릴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JFK공항은 몇몇 장면을 제외하고는 셋트에서 촬영이 되었다고 한다. 9.11테러 때문에 공항 촬영이 무산되자 그들은 아예 공항을 만들어 버렸다. 그 거대하고 정교한 셋트를 보면서 역시 스필버그의 스펙터클은 비단 공룡이 뛰어다니는 거대한 공원에서만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니구나 싶었다. 어떻게 보면 한정적인 공간인 JFK에서 이뤄지는 얘기인데도 우리는 조금도 답답함을 느끼지 못한다. 만약 카메라가 좀 폐쇄적인 화면을 담았더라면 우리는 빅터 나보스키의 귀여움을 느끼기 보다는 보다는 공항이라는 한정적인 공간에서 살아야 하는 빅터 나보스키의 딱한 처지에 대해 더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 어떤 드넓은 공간에서 촬영한것 못지 않게 JFK공항 셋트에서의 촬영한 화면은 시원시원하다. 수많은 인파가 오가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빅터 나보스키는 오히려 상상을 초월하는 대 저택에 살고있는 철부지처럼 보일 정도로 말이다.

끝으로 영화를 보다가 보면 거의 기절하게 귀여운 장면이 나온다. 톰 행크스는 아니고 등장 인물중 한명이 너무나 귀엽고 엉뚱한 짓을 한다. 바로 그런것. 그런 스필버그식 유머 때문에 나는 앞으로도 스필버그 영화를 절대 포기할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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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플라시보 > Movie : 본 슈프리머시


본 슈프리머시는 알다시피 본 아이덴티티의 속편이다. 그런데 영화를 보는 내내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냥 본 아이덴티티에서 맷 데이먼이 암살요원인데 기억을 잃었더라 이외에는 정말 까맣게 기억이 나질 않았다. 등장하는 인물들도 맷 데이먼을 제외하고는 전편에서 봤었는지 안봤었는지 영 아리까리했다. 그래서 내가 본 아이덴티티를 언제 봤는지 찾아봤다. (무섭게도 나는 그런걸 다 기록해둔다.) 2002년 10월 18일. 어제가 2004년 9월 1일이었으니 이거 속편치고는 너무 늦장을 부려주셨다. 반지나 메트릭스도 1년 정도 텀을 뒀을 뿐인데 말이다. 따라서 기억이 안난건 내 탓이 아니다. 2년이나 본 아이덴티티를 기억해 주길 바란 본 슈프리머시의 잘못이다.

솔직하게 말 해서 스토리는 그저 그랬다. 별로 설명하고 자시고 할 것이 없다. 기억을 잃은 전직 킬러 맷 데이먼은 인디아의 한 해변 마을에서 어떤 여자와 조용히 살고자 한다. 그렇지만 전에 그를 데리고 있었던 정보기관과 그와 일이 얽혀있는 악당들이 그를 가만두질 않는다. 그래서 그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또 도망을 다니고 사람을 죽이게 된다. 그러다가 결국 그는 옛 일들을 다 기억해 내고 누명도 벗게 되며 오랜세월 자신이 죽인 사람들의 실체를 잘못 알고 있었던 사람에게 찾아가서 사죄까지 한다.


2년이나 지나서 등장한 맷 데이먼은 우선 살이 많이 빠졌다. 재능있는 리플리씨때만 해도 얼굴에 살이 좀 있어서 살짜쿵 멍청해 보일때가 있었는데 이젠 얼굴선 어디에서도 그런면을 찾아 볼 수가 없다. 초반부에 좀 긴 반바지 입고 해변을 뛸때는 다리가 짧아보이는 것이 흠이지만 그 이후로는 계속 긴 코트 차림이라 상관없다. 아무튼 약간 느끼해 보이던 애단호크가 가타카에서 살을 쫙 빼고 나왔을때처럼 맷 데이먼의 체중 변화도 상당히 성공적이었다.

이 영화에서 가장 볼만한 것은 자동차 추격씬이다. 카레이서들이 뽑은 가장 잘 된 추격씬이라나? 아무튼 나는 기술적인 면은 잘 모르겠고 다만 편집이 정말 예술이었다는 것 만은 자신있게 말 할수 있다. 어찌나 빠르고 긴장감있게 편집을 잘 했는지. 정말 편집자에게 가위손이라는 호칭을 붙여주고 싶을 지경이었다. 꽤나 긴 시간동안 자동차 추격이 이어지는데 카메라도 다각도에서 화면을 잡고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별다른 트릭이나 특수효과 없이 (이를테면 자동차들이 서로 처박아서 뻥뻥 터지는) 도 상당히 스펙타클한 장면을 잡아내어 영화사에 남을 자동차 추격씬인것 같다. (물론 나는 트리니티가 역방향으로 오도바이를 몰던 매트릭스3를 최고의 자동차 추격씬으로 꼽는다만은) 영화의 제일 처음 맷 데이먼이 쫒길때 악당이 우리의 차 뉴 EF소나타를 타고 있어서 겁나게 반가웠다. 다만 맷 데이먼이 그에게 이상한 낌새를 느끼면서 여자친구에게 '옷차림도 이상하고 차도 이상해' 라고 말하는게 좀 아쉬웠다. 내가 보기에는 행동만 수상쩍을 뿐 별로 안 이상하던데..

영화의 스토리는 상당히 밋밋하게 나가 버린다. 음모고 뭐고 간에 관객이 처음부터 다 알고 들어가도록 한다. 그럴것 같으면 장면장면이 기대에 부흥을 해야 하는데 솔직하게 말 하자면 자동차 추격씬을 빼고는 별로 집중이 안될만큼 지루했다. 너무 뻔한 스토리라고나 할까? 이미 기억상실증에 걸린 전직 특수요원들의 얘기는 신물이 나도록 영화에서 우려 먹었다. 그런데 이 영화. 무슨 배짱인지 전혀 새롭지 않은. 오히려 가장 구태의연한 방법을 선택한다. 감독이 영화를 아주 클래식하게 만들고 싶었나보다. 아무튼 자동차 추격씬을 빼면 그저 그런 영화였다. 그나마 고질라의 동원참치처럼 예기치않게 등장한 뉴 EF소나타가 쬐끔 반가웠던게 위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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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수검객 2005-02-03 0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의 평가가 좋은 본 슈프리머시..무비스트에서 8점대여서..비디오로 보기에 상당히 안심이다..액션영화도 자주 본 편인데...너무 뻔한 할리우드 액션의 태를 그대로 이어 받았다면 좀 그럴것 같아 나중에 보려고 생각중인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