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icaru > 속 깊은 이성 친구
속 깊은 이성 친구 (작은책)
장 자끄 상뻬 글 그림,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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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알라딘 도서 이벤트가 있을 때 쌍빼의 책 세트로 구입한 것 중 하나이다. 설렁설렁 읽은
상빼의 <뉴욕 이야기>가 좋았고, 그보다 앞서 읽은 <좀머씨 이야기>가 좋았기 때문에, 내심 기대 했던 게 너무(?) 컸던 거 같다. 물론 <뉴욕 이야기>보다 좋았던 점은 그림에 다채로운 색이 들어갔다는 점이다. 아무튼 파란색 책표지는 너무너무 예뻤다. 이 책은 제목에 이중성이 있다. 마치 동화 책을 연상시키는 제목인데 읽어보니, 이러한 그림 속의 현대인의 관계 맺기에 아연실색하여 이해를 잘 못해, 다 큰 성인이 읽어도 멍하게 하는 구석이 있다. 그고 이 책의 내용은 비단 이성 친구와의 갈등과 관계 맺기에 국한되지 않은 것 같다. 동성 친구들과의 관계 맺기 뿐만하니라 사람들과의 관계에 두루두루 해당될 법한 내용의 그림들이 다반사이다. 상빼의 그림 속에 나오는 여성들은 도시적이며 하나 같이 우아 자체의 포즈이다. 그리고 여자 아이들은 양 갈래로 머리를 묶은 스타일의 귀여운 컨셉이다. 프랑스의 여성들은 한~ 우아 하나보다.

설 명절날 고향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읽었다. 기차에 오르자마자 책의 첫 페이지를 펼쳤는데 고향역에 당도하기 전에 마지막 장을 덮다. 그렇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한번 슥~ 읽고 서랍장에 박아 둘 책은 아닌 것 같다. 읽을 때마다 그감상이 달라질 듯. 정말 속 깊은 이성 친구와 심한 마음의 갈등이 있을 때 읽으면 더 와 닿는게 클 것이고, 그게 아닌 평상심에서 펼쳐들 때는 아기자기한 그림의 나름대로 절묘한 상징과 인간의 잔머리 굴림을 잘 포착해 내는 작가의 능력에 적잖이 감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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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icaru > 일식
일식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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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배경은 중세 수도원이다. 주인공 수도사 '나'가 또다른 주인공(?)인 어느 연금술사 피에르 뒤페를 만나면서 사건(어쩜 사건이라고 붙일 수 있는 이 소설의 줄거리 자체보다 '나'의 의문들과 호기심의 흔적들을 따라가 보는 것이, 이 작품에서 더 건질만한 무엇인지도 모르겠다.)이라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나'는 먼저 연금술사의 강인하고 총명한 모습에 반한다. 그에게서 정신의 위대함을 통찰한다. 그러면서 연금술에 수행되는 이교 철학에 호기심을 느끼는데 이 과정에서는 속속 빨려들듯 읽힌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이 연금술사 피에르가 숲에서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을 목격하고, 어느 동굴로 향하는 그의 뒤를 밟게 되는데.....

스티븐 킹의 원작 영화 '돌로레스 클레이본'을 보면 일식 때에 생기는 잠깐의 어둠을 틈타 아내(클레이본의 엄마)는 시시종종 자식(클레이본)을 성희롱하던 주정뱅이 폭력 남편이 구덩이에 빠져 죽게 만든다. 일식 때에서야 심판 받아 마땅한 사람이 이 세상에서 쥐도 새도 모르게 죄의 대가를 치루게 되었다는 설정으로 보여 진다.
이 소설에서의 '일식', 태양과 지구 사이에 달이 들어가서 태양빛에 의해서 생기는 달의 그림자가 지구에 생겨 태양이 보이지 않고 깜깜해지는 이 때는 어떠했던지....
수도자이면서 동시에 이단자인 '나'. 상반된 두 모습을 함께 지니고 있는 '나'처럼, 남자인 동시에 여자인 안드로규스의 어마어마한 실체가 만천하에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그것은 영(靈)인 동시에 육(肉)이며, 태양과 달 그 둘의 결합이기도 했다.

쉽게 다가오지 않는 주제다. 상반된 것들의 결합과 관한 것이라니, 그래서 이 소설의 문체가 현학적인 포즈를 취할 수 밖에 없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된다.

혹 이제 막, 히라노 게이치로의 작품을 접하려 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이런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그의 작품 <일식>을 읽은 다음에, 이후 작품인 <달>을 읽는 것이, 작가의 행보를 관찰하기 좋을 것이라고...... 바꾸어 말하면 <달>이 <일식>보다는 좀더 다듬어진 수작이라는 말이 될 것이다. <일식>은 <달>에 비해 작품의 뒷부분이 주제의 무거움(영혼과 육체, 남자인 동시에 여자, 금단의 지식 등등)에 깔려서 엉성함을 면치 못했다는 혐의를 남긴다. 그럼에도 <일식>이 아쿠다카와상을 수상한 작품이고, 또 이 작가의 첫 작품이었기 그런지 뒷부분에 심사평과 작가 인터뷰가 수록되어 있다. 염불 보다 잿밥에 더 구미가 당겼던지, 본 작품보다도 이 글을 쓴 어린 작가가 어디서 튀어나왔으며, 어떤 생각을 갖고 무엇무엇을 준비한 끝에 이 소설을 썼으며, 종합하여 어떻게 생겨먹은 작가인지를 말하는 그 부분이 더 읽는 재미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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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icaru > 머꼬네 집에 놀러 갔다가 왔다.~
머꼬네집에 놀러올래
이만교 지음 / 문학동네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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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전에 <결혼은 미친짓이다~>를 읽고, 서평을 썼던 일을 떠올려 본다. 막상은 재미있게 읽고도, 서평으로는 별로라고 써지던, 정말 이중적인 모습을 연출했었다.

이번에는? 작가는 후기에서 이렇게 말한다. 제가 꿈꾸는 것은, 책을 덮고 났을 때 그 글의 작가가 친구처럼 느껴져 언제든지 전화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소설을 쓰는 것입니다. 라고. 그렇다면 소설가님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요. 다소나마 작가님 꿈에 근접하신 듯 보입니다.

이 소설... 앞부분은 진짜 재밌었다. 벽에 기대앉아 가볍게 만화책을 넘기는 거 보다 더 발랄하고 박진감 있게 책장이 넘어갔다. 주인공네 가족들이 캘리포니아로 여행을 떠난다고 했을 때, 나중에 그것이 미국 캘리포니아가 아니라, 모텔 켈리포니아로의 여행인 걸 알고, 피식 웃음을 터뜨리게 된 이후부터 어쩜 저렇게 재밌게 쓰냐...감탄을 연발했지만, 서서히 끝 페이지로 넘어가면서 결국, 여자 친구 해연이가 주인공을 떠나는 장면에 가면 페이소스랄까. 웃음의 정체는 서글픔으로 둔갑해 버렸다. 내 느낌이 그랬다. 게다가 여자 친구의 결별 선언을 듣고, 여자 친구가 교통 사고를 당하는 환상을 만들어 낸다든지, 사실은 친구와 결혼한 여자 친구를, 멀리 유학 가서 가끔 엽서를 보내는 것으로 받
아들이는 주인공의 이러저러한 모습들.... 허허...

이런 소설은 읽을 땐 유쾌해서 좋지만, 다 읽고 나면, '왜, 나는 저 소설보다 나은 상황에
살면서도 항상 찌들어든 모양새로 살까' 하는 자책이 들곤 한다. 저 속의 세상은 넉넉하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못한 형편이긴 하지만 '소설' 속의 세상이기에 유쾌한 건가. 아..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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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icaru > 일본 텔레비전 슬쩍 보기
일본 TV 벗기기
김도연 지음 / 산성미디어 / 199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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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이 시사하듯 일본의 TV 라는 매체를 통해 보다 더 일본의 풍속도를 슬쩍 엿볼 수 있을 것 같아 읽게 된 책이다.

일본 텔레비전을 본 유학생들은 처음에 매우 놀라게 된다고 한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주요 내용이 먹는 것과 성적인 내용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라는 데. 텔레비전이라는 것이 현대 문명의 거울이라고 본다면 일본의 문화를 아주 관능적이고 단순하다고 평하는 결론을 도출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일본인들 스스로조차도 텔레비전은 반은 허구라는 가정 위에서 바라보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래도 한 나라의 문화적 지표를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자료로 텔레비전 만한 게 또 있을까?

그리고 또 이런 다른 나라 텔레비전 보기를 통해 다른 나라 사람의 정서를 읽어 낼 수 있다면, 다른 사람보다 좀더 잘 살고 좀더 여유를 부릴 수도 있으리라는 욕심이 자꾸 내게 이런 책을 읽게끔 만드는 것 같다.

이 책은 일본의 텔레비전에 대한 것들을 포함해서, 지은이가 유학 생활을 하며 느낀 것들에 대해 걸러지지 않은 솔직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일본 문화 전반에 대한 객관적인 소개서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일본의 유학을 계기로 차(茶) 문화를 좋아하게 되고, 장훈이나 선동렬 선수의 일본에서의 투혼에 감동하여 야구에 보다 관심을 갖게 된 어느 한국 사람의 개인적인 문화 체험기로 읽는 것이 받아들이는 데 편하다.

심야에 불도 켜지 않고 자전거를 탄 일 때문에 경찰들에게 불신 검문을 받으면서 경찰들과 데이트(?)를 한 이야기, 노천 온천에서 벌어진 헤프닝 같은 것들은 실제 벌어진 일들의 기록이라 읽기에 좋고, 일본의 성 문화에 대해 노골적으로 비난한 부분에서는 필요 이상의 선입견을 독자에게 심어 준다는 느낌도 들고, 일본의 기업들과 비교하여 한국 기업이 망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글들은 논리적인 근거가 빈약하여 조금은 터무니없이 느껴지기는 했고, 때때로 일본통 다른 책들에서 수차례 다룬 것들이라 새로울 것이 없는 부분도 있었지만 대체로 재미있게 읽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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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icaru > '인간'이란 종에 대해 들여다 보기 .....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특별판)
로맹 가리 지음, 김남주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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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내놓은 작품인 <자기 앞의 생>을 읽고 나서, 로맹 가리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자기 앞의 생>에서 나오던 주인공 꼬마 모모나, 한때는 예쁘고 젊어 '궁둥이로 벌어먹고 살았던' 뚱뚱하고 늙은 유태인 로자 아주머니, 맹인인 하밀 할아버지, 여성과 남성을 함께 가지고 있는 롤라 부인으로 등으로 미루어 짐작턴데 이 소설집, <새들은 페루~> 또한 가엾은 사람들의 배신과 슬픔에 대한 이야기일지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 일까, 알라딘에서 이 책을 사고, 반년이 흐르도록 차마 책장을 넘기지 못했다. 새들은 왜 하필 페루까지 가서 죽었는지, 어쨌는지, 받아들이기 기꺼운 사연이 숨겨져 있을 거라는 두려움 때문에.

막상 책을 잡고도 끝까지 읽어내는 데 또한, 한 달이라는 시간을 필요로 했다. 이 작가는 왜 이렇게 씁쓸한 입맛이 도는 열여섯 편의 단편 이야기들을 지어냈나, 너무 지나친 페이소스다. 마치 최근 박찬욱 감독의 영화 <복수는 나의 것>을 봤을 때의 느낌과 많이 일치한다. 물론 이 책은 앞의 영화처럼 잔인한 미학으로 승부를 보는 것은 아니지만. 쓴웃음을 짓게 만든다는 점에서.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이 영화는 이 소설의 내용에서 착안한 듯한 장면이 하나 있다. 그것은 <벽-짤막한 크리스마스 이야기>이다. 벽을 통해 흘러나오는 (혼자서 흠모하던) 옆집 여자의 환락에 차오른 듯한 신음 소리가 사실은 비소에 중독 되어 죽어 가는 소리였던 것이다. 영화에서도 위중한 병을 앓고 있는 누나의 신음소리를 듣지 못하는 청각 장애자인 남동생이 맛있게 라면을 먹는 장면과 이 신음 소리를 오해하여, 이 소리를 듣고 자위를 하는 옆집에 사는 네 명의 청년이 하나의 씬에서 처리된다.

각설하고, 이 책 속의 단편들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렇다. '인간, 그것도 허영과 위선적인 면모를 갖는 인간이라는 종에 깊이 천착한 작품들'이라고. 이 작품을 읽으면서 보고 싶지 않은 보아야 했고, 믿었던 무엇엔가에 뒤통수를 얻어맞는 듯한 감정에 사로잡혔던 것도 같다. 즐겁고 유쾌하진 못하지만, 그렇다고 불쾌하지도 않은 그런 남다른 여운을 내게 오랫동안 남겨준 그런 작품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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