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아델라이데 > 정말 아름답다, 전태일!
전태일 평전 - 개정판
조영래 지음 / 돌베개 / 200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대학교 2학년 때였던가? 하늘이 맑고 햇빛이 따뜻했던 5월, 내 또래의 우리 학교 여학우가 학교에서 분실자살을 했다. 학생운동을 하던 학우였다던데 사회 문제에 늘 고민하며 날적이에 자신의 생각을 적은 후 분신했다고 한다. 며칠 동안 학교엔 검은색 휘장이 드리워졌고 곳곳에 그녀를 추도하는 글이 붙여져 있었다. 그녀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학생운동에 대해 강한 거부감이 있어서 내 일만 했지 별로 관심을 두질 않았다. 그냥 한 명 죽었나보다라고...

많은 친구들이 <전태일 평전>을 읽었지만 나는 일부러 읽지 않았다. 읽고 싶지 않았고 읽어서는 안 될 책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정래의 <한강>을 읽는데 전태일이 잠깐 등장했다. 자신의 버스비로 여공들을 위한 풀빵을 사서 먹인 후 본인은 집까지 걸어갔다는 전태일의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전태일이 나에게 주는 이미지가 강해서 그저 거칠고 밀어부치는 사람일 줄 알았는데 이렇게 정감있는 사람이었다니... 한 번 알아보고 싶었다. 어떤 사람인지...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제서야 <전태일 평전>을 읽게 됐다.

읽으면서 가슴이 너무 답답해서 잠깐씩 읽는 걸 멈추어야만 했다. 왜 이리 답답하고 가슴이 아픈지... 작자 말대로 중학교도 제대로 못 마친 전태일이었지만 그는 누구보다도 깊은 사고력과 심오한 사상을 가졌고 책상 앞에 앉아 두꺼운 책 읽으며 현학적인 말을 하는 철학가보다도 더 위대한 사상가였다. 만일 내가 그 당시 전태일 친구였다면 쉽게 그의 운동에 동참하지 못했을 거 같다. 그냥 기술 배우고 돈 모으고 편하게 살 궁리만 하지 문제를 해결할 용기가 없었을 테니깐.. 전태일에 관한 영화가 만들어졌었는데 제목이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정말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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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아델라이데 > 휴~~ 힘들었다.
장길산 1 - 구판 ㅣ 황석영 대하소설 12
황석영 지음 / 창비 / 199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7월 20일경부터 읽기 시작해서 어제 10권의 마지막 장을 읽고 덮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중편보다는 오히려 장편소설을 더 빨리 읽는 나인데 <장길산>을 읽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재미있어서 그 줄거리만 읽었다면 금방 읽었을 거다. 그러나 그 시대를 반영하는 다양한 소재들이 등장해서 그걸 꼼꼼하게 읽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그냥 지나칠 수도 없어 읽다보니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리게 되었다. 그렇다고 책의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한 건 아니다. 역사와 지리에 대해서는 거의 빵점인 나에게 이 책은 많이 어려웠다.(읽으면서 나의 무지함에 대해 많이 한탄했을 정도다!!)

평민들을 위한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장길산과 그의 동료들의 꿈은 제대로 시도도 못한 채 끝나고 만다. 책 10권 거의 전체 내용이 그 준비하는 과정이다. 그들이 꿈꾸는 사회를 만들거라고는 기대 안했지만 한양에 진입조차 하지 못하고 결국 좌절하게 되는 장면을 보고 조금은 힘들게 읽어온 나 역시 등장인물들만큼이나 허탈하고 맥이 풀렸다. 사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별을 3개정도만 주고 싶다. 풍부한 어휘력과 치밀하고 섬세한 장면 묘사력에 대해서는 별 5개도 부족할 정도로 완벽했으며 전체적인 이야기 짜임새도 좋았다.
하지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데 너무 장황했다고 해야 할까? 나의 역량이 부족했는지 모르겠지만 6,7권정도 읽은 다음부터는 상당히 지루했다. 도대체 이 이야기의 끝은 어디일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작품성도 중요하지만 우선 읽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정도로 흡인력이 있어야 하는데 '장길산'은 후반으로 갈수록 그 힘을 잃는 거 같았다. 물론 다른 님들의 서평을 보니 모두들 만족해 하는 눈치이고 또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도 이 책이 좋아서 2번이나 읽었다며 극찬을 했었는데 나는 10권까지 읽는데 많이 힘들었다.
아무래도 내 책이 아니라 빌린 책이어서 빨리 읽고 돌려줘야 된다는 생각 때문에 조급하게 읽어서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한 거 같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른 후, 내 손으로 직접 사서 찬찬히 읽으면서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황석영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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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아델라이데 > 우리나라에도 이런 만화가~~
아르미안의 네딸들 1
신일숙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1995년 6월
평점 :
절판


요 며칠 간 만화책에 빠져 있던 나에게 동료직원이 추천해준 작품이 바로 <아르미안의 네딸들>이었다. 물론 제목은 전부터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이렇게 멋있는 작품일지는 몰랐다.

제목 그대로 아르미안 왕국의 네 명의 딸들이 주인공인데 그 중 내가 가장 관심을 갖은 인물은 바로 큰 딸 레 마누다. 다른 세 명의 딸들의 성격은 지나치게 착하고 예뻐서...전형적이며 평면적이라는 느낌을 줬다. 그러나 얼음같이 차갑고 냉철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사랑과 애정을 갖고 있는 레 마누의 모습이야말로, 이기적이면서도 약해질 땐 한없이 약해지는 우리 보통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거 같아 매력적이었다.

'운명은 언제나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그 의미를 갖는다'
이 말은 '아르미안의 네 딸들'의 키워드로 많이 나오는 대사다. 그러나 결국 그들은 운명의 손에서 벗어나질 못했고 정해진 운명대로 살아갔다. 그들에게 닥쳐온 일들은 정말 예측 불허였지만 누구 하나 정해진 운명을 거스르질 못했다. 심지어 파멸의 신인 에일레스조차 자신의 운명을 거스르지 못했으니...

그저 예쁘고 착해서 주위 남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여주인공, 뻔한 삼각관계, 끝없는 오해, 한없이 퍼주는 남자, 해피엔딩... 흔히 만화하면 떠오르는 이런 이미지들과 이 만화는 전혀 다르다. 소장하고픈 만화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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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아델라이데 > 예상치 못한 재미를 주는 만화~
미녀는 괴로워 1
스즈키 유미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9년 10월
평점 :
절판


친구가 자꾸만 읽어보라고 해서 사실 별로 내키지 않은 마음으로 읽었다. 처음엔 내용이 잘 이해가 안됐고 언제 5권을 다 읽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주인공 칸나가 뚱녀에서 전신성형수술로 날씬한 미녀가 됐고, 그런 칸나를 남자들은 황홀한 듯 보고 여자들은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계속 외모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는 거 같아 짜증이 났고 황당하기도 했는데...

점점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겉모습은 미녀이지만, 속마음은 뚱녀 시절 그대로인 칸나는 자신을 공주처럼 받들어주는 사람들의 태도에 어색해하면서도 기뻐한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뚱뚱한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도와준다. 칸나는 뚱녀 시절 몰래 바라만봐야했던 코스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수술을 했지만, 결국 코스케는 그녀의 얼굴이 아닌 착하고 순수한 마음에 반해 그녀를 사랑하고 둘은 결혼까지 한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하지만.. 조그맣게 쓰여있는 칸나의 속마음이나 행동들이 너무나 웃겨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등장인물들의 과장된 행동이나 대사가 비현실적이고 황당하기도 했지만, 흐뭇하고 재미있는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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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아델라이데 > 개운치 못한 끝맺음
아주 오래된 농담
박완서 지음 / 실천문학사 / 200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나이 든 사람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70이라는 나이에 쓴 소설 답지 않게 박완서의 '아주 오래된 농담'은 우선 힘차고 감각적이었다. 고루할 거라는 내 예상을 완전히 깼다.
그러나 소설은 힘차게 출발은 했으나 끝이 개운치 못했다. 주인공 영빈과 그의 식구들, 초등 동창 현금과 한광, 영빈 여동생 영묘의 시댁 식구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다소 뒤틀려서 묘사가 돼 있다. 돈과 권력에 벌벌 떠는 영묘의 시댁 식구들, 몸은 살아 있으나 어쩔 수 없이 시집에 휘둘리는 영묘, 마흔 넘어서도 아들을 낳고 싶어하는 아내, 장남으로서의 의무를 벗어나고 싶어했던 형, 틀에 박힌 삶을 살다가 우연히 만난 동창생과 '나쁜짓'을 저지르는 주인공 영빈...한 사람 한 사람의 사정이 이해가 되면서도 어쩌면 이렇게 우울하게 묘사해 놓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영빈의 초등 동창생 현금이 가장 솔직한 인물이 아닌가 싶다. 첨엔 너무 도발적이어서 거부감이 들었지만, 가장 자유롭고 편하게 사는 그녀가 맘에 들었다. 한때 돈에 얽매여서 살긴 했지만, 이젠 모든 것에 초월해서 살아가는 것 같다. 결국 그녀도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갖고 싶어하는 평범한 인간이라고는 하지만, 오히려 그런 면이 더 인간적으로 느껴졌다.

소설을 읽으면서 끝은 도대체 어떻게 될까 했는데, 영빈의 형이 슈퍼맨처럼 나타나 후다닥 해치우고.. 그것도 영빈 모르게 뒤에서 관심 없는 척 있다가 -사실상 거의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하는 결말에 맥이 풀렸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박완서의 입담에 놀라워 하면서 앉은 자리에서 한 권을 다 읽었지만 읽고 난 후의 느낌이 별로 깔끔하지 않았다. 그리고 소설 속의 모습이 진짜 현실일지라도, 그게 사람들의 속내 일지라도 왠지 자꾸만 거부하고 싶고 부정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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