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진/우맘 > 원조 엽기, 향수
향수 (양장)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향수'를 처음 읽었을 때는 엽기라는 말이 이렇게 보편화되어 쓰이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 생소한 전율에 적당한 이름을 붙일수가 없었다. 이제야 알겠다. '향수'는 엽기의 원조격이었던 것이다. 물론 요즘 횡행하는 막가파 엽기와는 거리가 멀다. 특이한 소재, 뒤틀린 듯하면서도 치밀한 구성, 애증이라는 흔치 않은 감정을 끌어내는 주인공이 조합된 고품격 엽기(?)라고나 할까.

나는 인간의 체취라는 것에 대해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조향사의 손을 거치지 않은 향기 중 대부분은 그냥 '냄새'이고, 그 태반은 불쾌에 가까운 것들이라고만 느꼈다. 냄새가 없으면 참 깨끗하고 맑은 느낌일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무취가 사람의 존재 자체를 지워버릴 수 있다니...

살인을 통해 향수를 만드는 이 인물은 덮어놓고 미워할 수가 없다. 사랑 받고 싶은, 아니 존재를 증명하고 싶은 그의 욕구가 우리가 잊고 있던 아주 기본적인 명제(인간, 사랑, 관계...)에 질문을 던지는 듯 했기 때문이다.

'좀머씨 이야기'를 쥐스킨트의 전부라고 알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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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진/우맘 > 좀머씨와 무의식
좀머 씨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장 자끄 상뻬 그림 / 열린책들 / 199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굳이 장르별로 나눈다면, 그래서 어떤 종류의 책을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저는 '성장 소설'이 참 좋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성장 소설은 범위가 넓은 편이어서, 주인공이 어린이의 시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무언가 깨닫는 부분이 있으면 다 해당됩니다. '그 많던 싱아는...', '앵무새 죽이기', '내 영혼의 아틀란티스', 뭐 그런 소설들이 이 범주에 들어가지요.

대부분 성장소설은 아이의 심리와 상황에 받침대를 세우고 그 주변을 훑어가며 이야기를 얽어갑니다. 그런데, 좀머씨 이야기는 좀 특별했습니다.

아이가 등장해서 자라나니 '성장 소설'이라는 점에는 이의를 달 수가 없지만, 그 무게중심이 주인공 아이가 아닌 타자에게 기울어져 있다는 점이지요. 이야기의 전개와 아이의 성장은 '좀머씨를 만나게 되다'라는 특별한 모티브를 축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첫 만남에서부터 어쩌면 좀머씨의 마지막 모습까지. 일상에서는 잊혀져 있다가 어느 순간 불쑥 고개를 드는 '좀머씨'라는 객체는 우리의 기억 중 '무의식'이라는 부분과 많이 닮아있습니다. 기억의 침전물. 평소에는 아무런 역할도 않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내면세계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무의식'. 아이에게 있어 좀머씨는 무의식에 속해 있고, 무의식을 자라게 하는 존재였던 것입니다.

짧은 분량임에도 작가의 사고의 무게가 느껴지는 책입니다. 그리고, 쥐스킨트의 글 못지않게 장 자끄 상페의 그림도 훌륭합니다. 자칫 칙칙해질 수 있는 글을 말갛고 천진한 동화처럼 포장해주는 그의 그림은, 이 책을 읽는 재미를 한층 더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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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진/우맘 > 신파와 소설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가시고기
조창인 지음 / 밝은세상 / 200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정말 존재할까, 이런 부정이. 아이의 고통에 대한 표현은 너무도 생생해서 눈을 돌리고 싶다. 특히 방사선 치료를 받는 공포를 묘사하는 장면에서는 작가에게 병든 동심이 씌인 것은 아닌가 섬뜩해지기까지 했다. 극단에 극단으로 상황을 끌고가는데도 짜증보다는 눈물을 끌어내고, 신파와 소설 사이에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작가의 능력은 높이 살만 하다. 액션과 웃음이 아닌 '눈물'도 엔터테인먼트가 될 수 있다면 조창인이야말로 대단한 엔터테이너인 것이다.

작품성이니 주제의식이니 하는 머리 아픈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 그런 무게가 실렸다면 이런 걸러지지 않은 눈물은 끌어낼 수 없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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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진/우맘 > 소설, 하면 스코트 피츠제럴드 라구?
위대한 개츠비
F.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정현종 옮김 / 문예출판사 / 199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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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을 읽게된 이유는 '하루키가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덮고 싶은 마음을 접고 끝까지 읽게된 이유 역시...... 상실의 시대의 주인공 와타나베는 위대한 개츠비를 내킬 때 꺼내서 아무 면이나 펼쳐놓고는 한바탕 읽기를 좋아한다. 그럴 때마다 한 번도 실망한 적이 없다니, 도대체 얼마나 매력적인 책일지 항상 궁금했다.

서점의 세계문학 코너를 틈틈이 뒤지다가 드디어 이 책을 발견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하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이 책은 상실의 시대 옆에 나란히 진열되어 있었다. TT) 하지만, 역시... 기대가 너무 과하면 실망도 큰 법이었다. 하루키(와타나베)가 그렇게 칭찬했던 문체는 하나도 매력적이지 않았다. 그 당시에는 꼬고 또 꼬는 문장이 칭찬 받았을까? 개츠비라는 인물은 밍숭맹숭 싱거웠고, 줄거리 역시 평이했다. 도대체 클라이맥스가 어디쯤인지, 책이 끝나고 나서는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미국문학에 대한 이해가 너무 부족해서인가? 영어로 된 원작을 읽을 능력은 안되지만 번역과정에서 문장의 맛을 잘 살리지 못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하루키는 '째즈, 하면 스탄게츠, 소설, 하면 스코트 피츠제럴드'라고 극찬했다고 한다. 전자는 동의하겠지만, 후자는 그럴 수 없다. 나에게 소설, 하면 물론 무라카미 하루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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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진/우맘 > 고통스러운 글읽기를 경험하게 됩니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무라카미 류 지음, 한성례 옮김 / 동방미디어 / 199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독서는 나에게 있어 취미를 넘은 특기이다. 머리가 아파도 잘 참고 몇 권이고 읽어내려갈 수 있는, 책에 대한 나의 탐욕은 가끔 거추장스러울 정도이다. 어려운 책, 마음에 안 드는 책이야 턱 덮어서 쓰윽 밀어버리면 그만이니 책 읽기가 힘들어본 적은 없다. 이 책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한 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얼마나 예쁜 제목이던지. 금새 눈 앞에 푸른빛이 형상화되어 행복한 느낌을 전해주었다. 그런데, 책은 그렇게 행복하지가 않았다. 치미는 토기를 억누르며 한 장 한 장을 넘기려니 편두통이 생기기까지 했다.

그렇게까지 힘들었을까. 그렇게까지...... 둥실 떠올라 내려다보고 있는 듯한 묘사는 읽는 이의 가슴에 수정 없이 꽂힌다. 마약, 섹스, 마약, 또 섹스...... 미군과의 환각 파티 장면은 단연 이 책의 압권이다. 그런 말초적인 상황에서 이렇게 마음이 아파질줄은 몰랐다.
69와 블루를 자전적인 소설이라고 본다면, 69의 류는 이렇지 않았는데. 짧은 시간의 공백동안 사회가 한 사람에게 얼마나 큰 중압감을 준걸까. 블루는 머리와, 마음과, 몸을 모두 뒤트는 특이한 책이다. 류와 블루를 좋아하지만, 조만간은 다시 읽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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