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진/우맘 > 간결한 이야기 속에 수많은 화두
아주 오래된 농담
박완서 지음 / 실천문학사 / 200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박완서는 매우 존경스럽지만 쉽게 좋아할 수는 없는 작가이다. 쉽게 읽은 후에 따르는 어려운 고민이 언제나 머리를 아프게 하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된 농담도 예외는 아니었다. 심영빈과 그의 아내, 정부. 그의 여동생과 가족(그렇게 비열한 집단도 가족이라 칭할 수 있다면)을 둘러싼 어찌보면 간결한 이야기는 남녀간의 사랑, 불륜, 남아 선호 사상, 황금만능주의의 폐해까지 수많은 화두를 품고 있다.

심영빈의 이야기보다는 그 여동생에게 집중하게 된 것은 내가 결혼이라는 제도안에 몸을 담은 여자이어서일까. 그녀와 그녀의 남편이 가족과 부모라는 이름으로 사육당하고 유린되는 과정은 분노를 넘어선 비애를 맛보게 해주었다. 허황한 이야기가 아니라, 주변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는 강력한 암시를 받았기에 감정은 더욱 극한으로 치달았다.

친구 하나가 박완서의 소설을 '처녀는 읽지 말아야할 책'이라고 평한 적이 있다. 그분의 글을 읽으면 시집가기가 싫어진다나. 여성 문제 자체보다 그 근본 이유에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박완서야말로 진정 페미니스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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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진/우맘 > 전반전이 압권이예요
엽기적인 그녀 -전반전
김호식 지음 / 시와사회 / 200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앞서가는 친구를 하나 둔 덕에, 저는 엽기적인 그녀를 초창기부터 만날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 컴퓨터도 없는데다 인터넷과는 거리가 멀었던 우리 친구들, 그 애가 프린트해오던 엽기적인 그녀를 얼마나 기다렸던지. 하지만 우리가 너무 귀찮게 했던 걸까요, 친구는 얼마 안가서 '이제 안 해!'하며 배달 불가를 선언했습니다. 감질나게 맛만 보여줘놓고는...TT

그래서 이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을 때 얼마나 반가왔는지 모릅니다. 역시, 다시 읽어도 재미있더군요. 혼자서 미친 사람처럼 끅끅거리고 있는데, 그 표지 또한 가관이라~ '엽기적인 그녀'라니. 저를 바라보는 직장 동료들의 눈빛 자체가 엽기였습니다. 하지만 곧이어 저를 따라 모두 끅끅거리며 웃게 되었죠.

김호식님은 인터넷 용어들을 참 감칠맛나게 쓰시는 분입니다. 엽기적인 그녀가 국어사전의 검증을 거친 표준어로 쓰였다면 이만큼 재밌지는 못했을 거예요. 어설프고 심약하지만 순수한 '견우'라는 이미지는 이 인터넷용 표현들이 있었기에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엽기발랄하고 톡톡 튀는 전반부에 비해 후반부는 좀 쳐지는 기분입니다. 두 권을 끌고가기에는 소재도, 표현도 좀 쉽게 물리는 편이지요. 시간이 없으신 분들은 전반전만 읽으셔도 이 책의 재미를 80%는 느끼실 수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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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진/우맘 > 비천무의 눈물에는 저항력이 생기지 않는다!
비천무 1
김혜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1998년 10월
평점 :
절판


비천무를 처음 만난게 벌써 8년 전의 일이다. 그 동안 1~2년에 한 번씩 연례행사처럼 비천무를 읽었고, 이제는 장면 연결과 명대사 쯤은 줄줄 읊을 정도가 되었다. 이렇게 통달(?)을 했으면 그만 울 때도 됐는데, 알면서도 또 왜 우는 건지. 그들이 나누는 눈빛 하나, 말 한마디에도 흠뻑 젖어서 뚝뚝 눈물이 흐른다. 설리의 결혼식, 수정갑사 고운 옷을 입고 훨훨 춤을 추는 설리, 그리고 (이 만화의 질을 한 층 더 높였다고 생각하는 마지막 장면!) 진하와 설리의 첫만남의 회상은 그 어떤 절절한 장면보다도 눈물을 많이 뽑아낸다.

많은 다른 독자들이 분개했으니 그냥 넘어가고 싶었지만... 영화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신현준은 상당히 진하와 닮아 있었다. 머리카락 휘날리는 것까지 신기하게 똑같았다. 하지만, 김희선은...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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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진/우맘 >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만화
천하무적 홍대리
홍윤표 지음 / 일하는사람들의작은책 / 1998년 12월
평점 :
절판


음... 엉뚱한 얘기지만, 한 500년이 지난 후면 이 책은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중요한 고서가 될 것이다. IMF 시대를 겪는 평범한 직장인의 애환을 이렇게 생생하게 고증해주는 책이 또 어디 있겠는가?

나는 '무대리'를 먼저 봤다. 친구가 '홍대리'라는 만화를 재밌게 봤다고 했을 때 '홍대리가 아니라 무대리'라고 잔뜩 면박을 줬다.(미안해 향미야~) 지금와서 평가를 내려보면, 개인적으로 홍대리가 훨씬 났다. 현장에 몸 담고 있는 이의 르뽀, 다큐멘터리, 논픽션이 아닌가. 게다가 전문가가 아니라서 어설픈 그의 그림은 남의 그림 일기장을 훔쳐보는 듯한 풋풋한 재미를 더해준다. 그 회사 부장님은 안 짤리고 잘 계신지. 홍대리의 다음 행보가 아주아주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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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진/우맘 > 속 시원한 일탈
반항하지마 1
후지사와 토루 / 학산문화사(만화) / 1998년 9월
평점 :
품절


인터넷 동호회에서 만난 한 남고생이 반항하지마를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했다. '열라', '절라' 재미있대나. 이런 류의 거칠어보이는(?) 만화는 취향에 안 맞지만, 신세대 감각을 따라가 보겠다는 일념(!)하에 만화를 읽기 시작했다.

...!!! 충격.

만화야말로 그 세대 아이들이 진정 원하는 꿈을 풀어내는 매체라고 생각해왔는데, 그럼 이것이 정녕 요즘 아이들이 꿈꾸는 교사상이란 말인가. 왕따 시키는 아이들은 잡아서 창피한 사진을 찍어주고, 폭력배가 괴롭히면 폭주족을 끌고가서 혼내주는 이런 어마어마한 막가파 선생이? 초등에서지만, 교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참으로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그래, 어쩌면 이런 일탈을 꿈꾸고들 있는지 모르겠다. 감옥같은 현실에서야 선생이 간수같이 보이는 것은 당연하겠지. 이렇게 오롯이 몸을 던져 자기 편이 되어 주는 교사. 슈퍼맨이 이만할까.

맞다, 어쩌면 이런 일탈은 학생들만이 원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문제 사회에서 만든 문제 가정 속의 문제 아이들을 앞에 두고도 아무런 지원 없이 한숨만 쉬어야 하는 선생님들이야말로 영길의 일탈이 시원스럽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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