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2...아주 은근한 마력을 가진 만화입니다. 그림도, 줄거리도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데도 읽고 있노라면 도저히 손에서 놓을수가 없지요. 많은 분들이 단연 손꼽는 매력은 미묘한 심리 묘사일겁니다. 짧은 시선 하나, 컷 하나로 주인공들의 마음을 슬쩍 엿보여주는 그만의 표현은 다른 만화에서는 보기 힘들지요. 그림도 아주 멋져요. 언뜻 보기에는 단순하고 소박하지만, 야구를 하는 인물들의 동선을 보면 인체를 열심히 연구하지 않고서는 이런 그림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문외한이라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런 매력 때문인지 나온 지 오래 되었음에도 꾸준한 지지를 받고, 매니아 층도 일부 형성되어 있는 것 같더군요. 그럴 가치가 충분히 있는 작품입니다. H2,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즐겁게 볼 수 있을 것 같은 좋은 만화입니다. 강추!
미디어를 통해 이 책이 출간된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냥 수필집인줄 알았다. 그러다가 서점에서 눈이 슬프고도 예쁜 아기원숭이가 귀여워서 펼쳐들고는 선 채로 끝까지 읽고 말았다. 글을 꼼꼼히 읽지는 못했다. 하지만 사진만 찬찬히 들여다보아도 다이고로가 얼마나 마음이 건강한 원숭이었는지, 가족들의(특히 엄마가) 다이고로에 대한 사랑이 어느정도였는지 다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앞, 뒤 다리가 모두 없는 원숭이... 다이고로가 마침내 당당하고 바른 자세로 서 있는 모습에서는 당연하게 '오체불만족'의 오토다케가 떠올랐다. 단순히 사지가 없기 때문은 아니었다. 둘의 눈빛에는 사랑받고 자랐다는 편안한 자신감과 삶에 대한 긍정적인 의지가 보였다. '장애 원숭이'였기 때문에 '장애인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서' 책이 쓰여졌다고는 하지만, 비장애인들에게도 많은 용기와 희망을 북돋아주는 좋은 책이다. 조만간 꼭 구입해서 소장하고 싶다.
사람은... 먹기 위해 사는가, 살기위해 먹는가? 쉬운 것 같으면서도 한번쯤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화두이다. 슈호프에게 이 질문을 던지면 그는 뭐라고 답할까?이 책을 처음 읽었던 것은 중학교 3학년 때였던 것 같다. 대부분의 세계명작은 솔직히 재미는 없다.^^ 솔제니친이라는 낯설고도 거룩해보이는(?)이름에다가, 이반데니소비치의 하루라는 길고 발음하기 힘든 제목을 걸고 세계명작 문고판 시리즈 가운데 꽂혀있던 이 책에서 나는 손톱만큼의 재미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너무도 재미있었다. 다음 장이 너무도 궁금해서 수업시간에 책밑에 깔고 읽었을 정도였다. 평범한 중산층 가정에서 밥걱정은 해본적이 없던 내가, 슈호프에게 그대로 씌어서는 한조각 빵에도 기쁨을 느끼고, 스프 건더기에 관심을 보였다. 그가 드디어 소세지 조각을 씹게 되었을 때는 얼마나 기쁘던지! 내 입에도 침이 고이는 듯 했다. 슈호프는 굉장히 운이 좋았다. 꽤 많은 먹거리를 손에 넣었으니까. 하지만 책을 덮음과 동시에 수용소에서 벗어나면 '운이 좋았다'라는 것이 얼마나 어이없는 생각이었는지를 심각하게 느끼게 된다.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처럼, 삶의 기본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충격적으로(게다가 재미있게) 던져주는 책이다. 꼭 읽어보시길!
예쁜 여자들은, 어떤 점에서는 불리하기도 하다. 도서대여점에서 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 한젬마의 예쁜 얼굴이 표지에 커다랗게 박혀있는 것을 보고는 대뜸 책의 내용물은 얼굴만큼 볼 것이 없을것이라는 뒤틀린 심사가 밀고 올라왔다. 하지만 양질의 종이에 그림들이 선명하게 실려 있는 것이 마음에 들어 '한 번 봐보지, 뭐'하는 심정으로 뽑아들었다. 나는 수필보다는 소설을 더 좋아한다. 물론 가끔은 심금을 울리는 감동적인 수필을 만나기도 하지만, 내가 접한 대부분의 수필들은 그냥 대단치도 않은 사적인 글장난같이 보였던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보면서도 글에 대해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관심은 많았지만 기회가 닿지 않았던 '미술'이라는 분야에 대해 약간의 조언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생각만 있었다.그런 관점에서 보면, 이 책은 적당하고 좋은 책이다. 유명 화가들의 작품도 있었지만, 일반인들은 눈여겨 볼 기회가 없었던 좋은 그림들을 부담 없이 잘 선별해 놓았다. 사이즈가 작다 뿐이지 인쇄상태도 웬만한 화집 못지 않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나같은 문외한을 위해서 화가의 소개나 작품에 얽힌 에피소드에 대한 코멘트도 조금씩 더 해주었으면 좋았을걸, 하는 점이다.
읽고 싶은 책을 다 사기에는 언제나 용돈이 딸리기 때문에, 제가 사전정보 없이 책을 구입하는 것은 아주 드문일입니다. 사실은 사전정보 수준이 아니라, 대여점에서 대여해서 읽은 후에 정말 마음에 드는 책만 골라 사는 정도지요. 그런데 암리타를 서점에서 한 번 보고는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화려한 무지개빛 표지에 압도당했거든요. 게다가 뒤 표지에 아사히 신문의 평이 실려 있었는데, '소름돋을만큼 앞서나가는 작가의 감성' 어쩌고 하는 말에 홀딱 반해버렸습니다. '감성'이라는 단어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단어입니다. 나를 한 마디로 표현해보라고 하면 선뜻 대고 싶은 단어예요. 물론, 아무도 믿어주지는 않지만.^^책을 다 읽고 나서 작가에게 묘한 친근감이 느껴졌습니다. 제가 글솜씨가 아주 좋아서 소설을 썼다면 꼭 이렇게 쓰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현실과는 별개로 마음속에 순간순간 일어나는 감정의 떨림이라고나 할까, 설명하기 쉽지 않은 미묘한 정서들을 최대한 알리고 싶어하는 간절함 같은 것이 줄간에서 읽혔습니다. 문득문득 '아...이런 기분 알 것 같아.'하는 아득한 느낌이 전해져왔어요. 한걸음 떨어져서 줄거리만을 살피면 참 얼토당토 않은데, 책을 읽는 동안은 어색하지 않게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여자 하루키'라고나할까요. 본인이나 바나나의 팬들은 그런 표현 싫어하겠지만요.키친이나 하치의 마지막 연인들 같은 책도 구해서 읽어보고는 팬이 되어볼까... 생각중입니다. 한 번 읽어보세요. 하지만, 그전에 '소설이란 자고로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국어교과서같은 생각은 꼭 잊으셔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