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진/우맘 > 인생의 군살을 빼라
나는 달린다 - 개정판
요쉬카 피셔 지음, 선주성 옮김 / 궁리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내가 제일 싫어하는 운동이 바로 달리기이다. 다리는 천근만근, 기관지에서는 쇳소리가 나고, 가슴이 타버릴 것 같은 그 고통... 하지만 무엇보다도 싫었던 것은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 달려야 한다는 점이었던 것 같다. 우선은, 뚱뚱보에서 멋진 초로의 신사로 변신한 피셔 장관의 모습이 너무 놀라워서 책을 덮을 수가 없었다. 살이 빠져서이기도 했지만, 뭔가 그 사람을 감싸고 있던 기름지고 갑갑한 기운이 싹 가신 개운한 모습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달리면서 살만 빠진 것이 아니라, 인생이나 정신의 군살도 함께 뺀 것이었다. 무념무상의 경지에 이르러야 해탈할 수 있다더니, 그도 달리면서 어느결엔가 그런 경지에 다다른 것이 아닐까? '정치가'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그처럼 몸도 마음도 건강할 수 있고, 그 이유가 '달리기'때문이라는 것은 참 신선했다. 우리 나라 국회의원들도 몽땅 마라톤을 시키면 좋을텐데.

하지만, 난 아직 달리지 못하고 있다. 피셔는 조깅화만 신고 뛰어나가면 되니 얼마나 간단하냐고 했지만, 우리 집 근처에는 그렇게 근사한 마라톤 코스도 없고, 가뿐한 운동복과 신발도 사야하고, 시간도 부족하고...아직도 이런 푸념만 하고 있는 걸 보니, 책을 헛읽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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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진/우맘 > 깃털처럼, 보사노바처럼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 열림원 / 1996년 11월
평점 :
절판


'완벽한 문장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아. 완벽한 절망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야.' 무언가 쓰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썼다고 한다. 어떤사람들은 열광했지만, 또 어떤사람들은 '이것은 소설이라고 볼 수 없다.'고 인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게...딱히 어려운 어휘도 나오지 않고, 치밀하거나 탄탄한 구성도 아니고...사실로 말하자면, 구성이랄것까지도 없다. 다른 사람에게 줄거리를 설명하기도 어렵다. 주인공의 생각을 따라 여기저기로 뛰어다니는 문장들. 하지만 나는, 이 책이 전혀 산만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포레스트 검프의 첫 화면에 나오는 깃털처럼. 'Girl from ipanema'의 보사노바 리듬처럼. 땅에 발이 닿지 않는 듯 가벼운 스텝으로 주인공의 감정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그게 소설이라면, 나도 그 정도는 쓸 수 있겠다.' 많은 사람들이 하루키에게 그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도 그럴것이라 생각한다. 껍데기가 비슷한, 이런 종류의 소설이라면 아무나 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물이 쓰레기가 될지,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는 바람의 노래가 될지는 열어봐야 알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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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진/우맘 > 큐브 맞추기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진욱 옮김 / 문학사상사 / 199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덮고 나서의 느낌은 웬지 낯설지가 않았습니다. 뭘까? 한동안 고민한 끝에 기억해 냈지요. 어린 시절 한창 유행했던 '큐브'를 맞춘 후의 느낌과 꼭 같다는 것을요. 큐브, 귀신같이 잘 맞추는 사람도 있더군요. 하지만 저는 너무 어려웠습니다. 다 맞춰본 것이 두어번이나 될까? 몇 박 몇일을 끙끙거리며 이리저리 돌려보고, 신경질 나면 던져놓고 하다가 운 반 실력 반으로 큐브가 딱! 소리를 내며 맞춰졌을 때의 그 느낌! 정말, '죽인다'라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죠.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와 '세계의 끝'이라는 판이한 두 공간에서 펼쳐지는 각각의 이야기는 떼어놓고 봐도 손색 없이 완벽하게 진행되어가는 듯 합니다. 하지만 2권쯤 접어들면 순간순간 석연치 않은 기시감이 느껴지지요. 그 감정은 점점 커지면서 독자를 이유없는 흥분으로 끌고 가다가, 마지막 순간에 딱! 소리를 내면서 맞춰집니다. 굉장히 짜릿한 기분이예요.

저같이 머리 나쁜 사람은, 한 번 읽고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아요. 세 번째 읽는 지금에서야 '샤프링'이 뭔지 겨우 알 것 같은 기분이 드니까요. 하지만, 반복해서 읽어도 매번 다른 재미가 느껴집니다. 하루키의 팬이라면, '상실의 시대'만으로 하루키를 평가하고 계신다면, 꼭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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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진/우맘 > 에스프레소 커피 같은 소설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199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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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저는 이 책을 두 번 읽었습니다. '은희경'이라는 작가를 몰랐을 때 한 번, 그 이름의 가치를 인정한 후에 한 번. 우습게도 책을 읽은 후의 감상이 180도 바뀌더군요. 작가를 모르고 읽었을 때는 대충대충 책장을 넘겼습니다. 주인공 여자가 왠지 잘난체를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아니꼬운 심정이 들더군요. 그런데, 은희경의 작품을 여러 편 읽은 후에 다시 읽었을 때는 그 잘난체하던 여자가 얼마나 불쌍하고 심약한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진희가 마음에 든다는 것은 아닙니다. '아니꼽다'에서 '불쌍하다'로 감정이 바뀌었을 뿐. 그녀의 생활방식은 페미니즘도 아니고, 그렇다고 순전한 쾌락 지상주의도 아닙니다. 저는 그런 방식으로 자신을, 덩달아 다른사람까지 상처입히는 것에는 절대로 찬성할 수 없습니다. 진희는 차라리 윤선에게 삶을 배워야합니다. 허튼소리로 사랑의 부재를 읊을 필요가 없지요. 윤선은 부도덕하지만 적어도 건강한 욕구를 가진 사람입니다. 필요한 만큼 사랑에 빠지고, 그것이 거짓인 줄 뻔히 알면서도 즐기고, 눈물자국 없는 깨끗한 얼굴로 제자리에 돌아가는 윤선이야말로 '사랑은 없다'라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는 사람인 것입니다.

에스프레소 커피처럼, 씁쓸하고도 긴 여운이 남는 소설입니다. 그런 진한 커피에 어떤 사람은 완전히 매료되는 반면 어떤 사람은 입에 대지도 않지요. 이 책에 대한 감상도 그렇게 극과 극일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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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진/우맘 > 아직 안 보신분이 있다면
아르미안의 네딸들 1
신일숙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1995년 6월
평점 :
절판


제가 A4를 처음 읽은 것이 92년이었는데, 이미 나온지 꽤 된 작품이었으니...야, 10년도 더 지난 옛날(?)에 시작된 작품이네요. 그 때는 정말 신일숙님의 손을 한 번 구경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그림을 예쁘게 잘 그리나 궁금해서요.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 다시 한 번 보니, 초반의 그림들은 조금 유치하다고나할까요...진짜 '순정'만화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너무 많은 작가들이 그의 그림을 교과서 삼아서, 어느새 '전형적인 순정만화'가 되어버린 것이 아닐까 싶네요.

아름다운 캐릭터들, 풍부한 상상력, 탄탄한 줄거리... 칭찬을 하자면 끝이 없네요. 하지만 A4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다양한 꽃미남들!!! 취향에 따라 골라잡을 수 있을 정도로(?) 각양각색의 무수한 꽃미남들이 나옵니다. 에일레스와 미카엘은 '흑발냉미남', '금발온미남'이라는 용어까지 만들어내며 순정만화 캐릭터에 일대 획을 그었지요. 에~ 저는 누구를 좋아하냐면, '글라우커스'입니다. 앞에 나서지 않는 지극한 사랑과 따뜻한 보살핌... 진짜로 멋있어요. 아직 안 보신 분이 있다면, 꼭! 보셔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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