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진/우맘 > 삶을 반성했지만...실천은 어렵군요.
조화로운 삶
헬렌 니어링 외 지음, 류시화 옮김 / 보리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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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생활을 잠깐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MP3를 갖고 싶어, 치마가 하나 더 필요한데, 이 책도 샀으면 좋겠다. 울 애기도 저런 큼직한 인형이 하나 있었으면... 수많은 '필요한 것'들. 그런데, 그게 정말로, 진실하게, 나의 삶에 필요한 것일까? 그런 물건들이 나의 삶을 풍요롭고 가치있게 해주는 것일까? 환경 프로그램을 보면서는 자연을 해치는 인간의 무지에 분개하면서 설겆이 할 때는 거품이 듬뿍듬뿍 나야 좋은 나. 자연 속에 묻혀서 말 그대로 자연의 일부가 되어 살아가는 부부의 삶은 여러 각도에서 나를 돌아보게 했습니다.

하지만 잠시 돌아보고는 그 뿐. 그들의 삶이 온당하다는 것은 알겠지만 그 삶의 철학적인 의미를 고민하거나 본받아 따르기에는 내가 너무 지금의 생활에 푹 젖어 익숙해져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아직도 나는 MP3가 치마가 책이 인형이 갖고 싶다고 느끼고 있는 걸요. 이 책을 읽고 세탁할 때 세제를 조금만 쓰고, 양치질할 때는 꼭 컵을 써야겠다는 소심한 결론을 내렸다면...니어링 부부는 어이 없어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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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진/우맘 > 품격 있는 로맨스
천년의 사랑 -상
양귀자 지음 / 살림 / 199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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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자는 대단한 작가이다. 환생, 어긋나는 사랑, 아이를 남긴 죽음... 80년대 순정만화에서도 통할까말까한 단순하고 유치한 소재를 한 편의 훌륭한 사랑이야기로 승화시켰다. 주인공 성하상은 다른 사랑이야기 어디에서나 본 것 같으면서도 차별화가 되는 묘한 캐릭터이다. 말 그대로 지고지순한 사랑을 펼치는 캐릭터는 로맨스에 단골로 등장하지만, 자연과 신비주의가 어울어진 풀냄새가 날 듯한 분위기는 상당히 신선하다. '아유 유치해.'말하면서도 눈물을 훔치느라 정신이 없었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유치하다고 말할만한 여유도 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메마르고 타산적인 사랑이 일상화된 요즘, 읽을 때마다 뿌듯한 대리만족과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주는 품격있는 로맨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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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진/우맘 > 재미와 감동을 겸비한 책
람세스 1 - 빛의 아들
크리스티앙 자크 지음, 김정란 옮김 / 문학동네 / 199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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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너무 식상하지만, '재미와 감동을 겸비한 책!'이라고 밖에는 표현이 되지 않는다. 많은 분량임에도 숨돌릴 틈 없는 흥분을 선사하기 때문. 화려한 시대 이집트와, 그에 부합하는 향기롭고도 당당한 왕 람세스를 더이상 멋지게 표현할 수 있을까? 책에 한 번 몰입하면 영화를 보는 듯, 아니 영화 안에서 돌아다니는 듯 생생한 '이집트'를 느낄수가 있다. 부디 철저한 고증을 거쳤기를... 그가 주입시킨 이집트의 인상이 너무도 강렬해서 더 이상 어떤 책이나 영화를 보아도 그 이미지가 깨어질 것 같지 않다. 크리스티앙 자크가 다시 한 번 펜을 들어서 이집트의 다른 왕들도 현세에 되살려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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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진/우맘 > 경륜이 빚어낸 주옥같은 문장들
'나의 나무' 아래서
오에 겐자부로 지음, 송현아 옮김, 오에 유카리 그림 / 까치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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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을 해봅니다. 10여년 후, 우리 딸아이가 엄마의 서재 책꽂이 앞에 서 있습니다. 우연히 '나의 나무 아래서'를 뽑아들게 되고, 읽기 시작합니다. 학원에 가야 하는 것도 잊어버린채 몇 시간 동안 꼼짝 않고 다 읽습니다. 책을 덮은 후, 휴~ 한숨을 쉬고는 가슴에 꼬옥 끌어안습니다. 문득 생각난 듯 제 방에서 연필과 종이를 들고 와서는, 엄마에게 물어볼 질문의 목록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오에 겐자부로님은 읽고 싶지만 지금은 어려울 것 같은 책은 목록에 적어놓거나, 여유가 있으면 구입해서 '나중에 읽을 책 궤짝'에 넣어놓는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이 책을 '아이에게 나중에 읽힐 책 궤짝'에 넣어두고 싶습니다. 위의 상상에서처럼, 제가 직접 권하지 않고도 아이가 이 책을 '발견'해주면 더욱 좋겠지만요.

읽는 내내 예전에 할머니가 자주 쓰시던 '자분자분'이란 말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사투리인줄 알았더니 침착하고 얌전한 모양새던가? 사전에 나와 있는 말이더군요. 하지만 할머니가 자주 쓰시던 상황을 떠올려보면, 대개 '차근차근, 조리있게, 또 작고 부드러운 목소리로'라는 뜻이었던 것 같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점잖은 할아버지 한 분이 '자분자분' 이야기를 해주시는 것을 듣고 있는 듯 했습니다. 충분히 생각하며 인생을 살아온 작가의 '경륜'이 매 순간 느껴지고, 밑줄을 긋고 싶을 정도로 주옥같은 문장들이 군데군데서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옥에 티라고나 할까요... 번역하는 과정에서 생긴 것이라 추측되는 아귀가 맞지 않는 문장도 보입니다. 원작을 충분히 이해하고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 그럼에도 번역하면서는 자신의 냄새가 묻어나지 않게 철저히 사념을 버려야한다는 점. 모순되는 두 원리 가운데 역자는 후자에 신경쓰느라 전자에는 충실하지 못하지 않았나 생각되는군요. 비슷한 의미에서 역주를 아꼈다고 역자 후기에서 밝히고 있지만, 저같이 일본어를 배워본 적이 없는 사람은 추측도 해볼 수 없는 일본어에도 일언반구 설명이 없는 것은 너무 과했다고 생각됩니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의 청소년들을 위해 쓰신 글이라고 했지만, 성인인 저에게도 많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어린이에게 돌이킬 수 없는 일이란 없다'라고 하셨는데요, 성인들도 강한 의지만 뒷받침된다면 어떤 일들은 꼭 돌이킬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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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진/우맘 > 질감과 소재가 다르다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유곤 옮김 / 문학사상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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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다르다...?' 라고 느끼기는 했지만, 이제까지의 작품들과 정확히 뭐가 다른지를 구체적으로 떠올리지 못하고 있었는데요, 권말의 오오가 가즈마사의 글 중에 정확한 표현이 있더군요. '질감과 소재' 특히, '질감'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딱 들었습니다. 이제까지의 작품들과는 다르게, 너무도 매끈한 질감이라고나 할까요. 세련되게 잘 빠졌지만, 그러기에 심심할 정도입니다.

특히 앞의 네 작품(쿠시로에 내린 UFO, 다리미가 있는 풍경,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태국에서 일어난 일)은 다음 작품으로 넘어가면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멋진 단편들이지만 너무 완숙하게 마무리되어서 그만의 개성이 느껴지지가 않아요.(무척이나 까다롭게 구는군요.^^ 하지만, 그만큼 하루키를 좋아하거든요.)

그렇지만 '개구리군, 도쿄를 구하다'는 그런 심심함을 한 번에 뒤엎는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자신을 보잘것 없다고 생각하는 '보통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글이라고 해석하면... 너무 도덕교과서같은가요? 여하간 캐릭터, 구성, 결말 모두 마음에 드는 근사한 단편입니다.

마지막 '벌꿀 파이'도 잔잔하면서도 아주 마음에 들구요. 무엇보다도, 여섯 편 모두 멋진 장편소설을 향해 열려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마음을 들뜨게 합니다. 장편이라...생각만해도 흐뭇하군요.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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