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진/우맘 > 후반부로 갈수록 매력을 더하는 소설
N.P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북스토리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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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근친상간, 성정체성의 혼란, 죽음... 여타의 '요시모토 바나나적인' 코드들. 북극점 역시 그러한 코드를 무심하게 나열하고 있었다. 별 새로울 것이 없기에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졌었는데... 그러한 느낌은 후반부로 갈수록 옅어지고 새로운 매력들이 빈자리를 메꿨다. 카자미, 사키, 오토히코 셋일때는 무미건조하게 느껴지던 관계들이 스이라는 인물이 끼어들고 나서는 생동감 있고 꽉 차게 전개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갈수록 매력을 더하던 스이는 마지막 편지와 함께 카리스마마저 느껴졌다.

스이가 그대로 자살을 해버렸다면, 그래서 여행이 아닌 장례식이 책의 말미를 장식했다면 짜증을 누르지 못했을텐데. 모닥불 앞에서의 카자미와 오토히코의 대화는 소설이 담아냈던 모든 느낌들을 차분히 정리하고 따뜻하게 보듬어 주는 느낌이었다. 사위어가는 모닥불처럼. 바나나가 좋아진다. 왜 좋아하는지는 설명할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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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진/우맘 > 조금 특별하고, 역시 조금 진부한...
열정의 습관
전경린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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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여자가 쓴 성 이야기라 하면, 자신을 모두 까발린 선정적인 체험수기이거나 갖은 폭력과 억압속에 뒤틀린 성이 위협하는 삶을 고발하는 페미니즘 소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열정의 습관은 좀 다르다. 선정적이기 위해서 아무것도 까발린 것이 없고 외견상으로는 누구의 삶도 망가지지 않았다. 도리어 미홍, 인교, 가현은 현실의 여느 여자들에 비하면 더 자유롭고 편안한 부류들이다.

이야기의 주축은 미홍이 끌고 간다. 마음의 사랑과 몸의 사랑이 하나되는 희열과 진실을 발견하는 것은 그녀이다.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 공감하기가 어렵다. 과연 마흔에 가까운 여자와 남자의 성이 그렇게 현란하고 아름다울 수 있을까? 그 마음은 아직 선홍빛도는 젊음이라 해도, 과연 몇 퍼센트의 여자가 그런 환상적인 사랑을 마흔에 경험해볼 수 있을까?

도리어 나는 가현이 더 미덥다. 늘어진 뱃살과 젊음이 몇 퍼센트인가 빠져나간 가슴을 가지고 이십대 초반의 사랑이 아직도 선연한 사람에게 안길 수 없는, 그 마음에 더 수긍할 수 있었다.

여자들의 성을 이야기한다 하기에, 좀 더 높은 수위를 기대했던 것 같다. 힘과 시간이 섹스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마초들이 뜨끔할만한, 여자 자신도 모르는 여자들의 몸과 성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봇물터지듯 쏟아지기를 바랬다.

하지만 전경린은 형이상학적인 수사와 문체들을 위해서 형이하학적인 육체와 현실은 그냥 덮은 듯하다. 아름답고 신비로운 수식어들로 꾸며진 오르가즘에 대한 환상들은 지나치게 눈부셔서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섹스에 대한 이야기들 중 일부는 별 새로울것도 없이 기존의 남성작가들의 표현을 답습하는 듯 느껴졌다.

그녀의 매력적인 문장은 여전하다. 하지만, 내걸린 모토에 비해서는 얻는 것이 빈약한 편이다. 여자인 내가봐도 모호한 여자의 성. 이 책을 읽는 남자들은 '역시 여자의 사랑과 성은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야...'하는 애매한 확신만을 굳히게 되지 않을까. 그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이 '여자들의 성은 복잡미묘하고 모호하다'는 결론은 아니었을 성 싶은데.

사실은 별 세 개가 적합한 소설이다. 마지막 별 하나는, '전경린이기에' 찍은 개인적인 호감의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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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진/우맘 > 스미레란 거울에 비친 화자
스푸트니크의 연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정환 옮김 / 자유문학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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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스푸트니크의 연인들을 읽으면서 저는 다시 한 번, 제가 하루키를 좋아하는 이유를 깨달았습니다. 정말로 제가 좋아하는 것은, 하루키의 작품보다는 그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라는 것을요.

스푸트니크의 연인들에서 스미레라는 거울을 통해 비춰지는 '나'의 모습은 언뜻 보면 존재감이 없게 느껴지지만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인물입니다. 그의 진솔하고 담백한 사고와 취향은 평범한 듯하면서도 흔치 않은 비범함을 품고 있습니다. 지나치게 정돈된 듯한 사회관계 속에서 일부 사람들에게는 강한 흡인력으로 어필하는 그런 사람을 현실 속에서 만나본다면 참 좋을텐데 말이죠.

그렇지만 소설적인 재미나 가치를 논하려고 하면, 딱히 규정할만한 말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최근의 하루키의 소설들은 기존의 작품들과는 다른 형태의 느낌을 전해주는데, 그 느낌들은 손에 움켜쥔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로 자꾸 스르르 빠져나가면서 잡히질 않는군요.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러한지, 이 작품에 대한 평들을 모두들 제각각이더라구요. 직접 읽어보고 느끼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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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진/우맘 >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주는 이야기
우동 한 그릇
구리 료헤이 지음, 최영혁 옮김 / 청조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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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전국에 독서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모 TV프로그램에서 공지영 작가가 그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소설을 많이 읽으면,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커진다나요?(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대충 그런 요지였습니다.^^)

특별히 부유하게 자란 것은 아니지만, 굶주려 본 적 없이 남 하는 건 대개 하며 살아온 나에게는 '우동 한 그릇'이 그런 능력을 배양시켜주는 대표적인 소설이었습니다. 이 책을 다 읽는 데 걸린 시간은 30분 남짓. 하지만 누군가 3시간에 걸쳐 가난한 자들의 비애나 모성애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해도 미처 깨닫지 못했을 감정을 그 30분동안 한꺼번에 느꼈습니다.

아직도 나는 사람이 덜 되었는지, 타인의 생김새나 차림새로 사람됨을 단정짓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문득 우동 한 그릇이 떠오르면, 내가 방금 남몰래 무시했던 그 분도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따뜻한 심성을 지녔을 지 모른다는 생각에 부끄러워집니다. 우동 한 그릇, 읽으면 읽을수록 감동이 더해지는 참 좋은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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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진/우맘 > 소박한 진짜 페미니즘
나는 일부일처제가 싫다
임혜숙 지음 / 서울문화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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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와 닿는 부분은 고개를 끄덕이며 들여다보고, 재미 없다 싶은 부분은 그냥 술렁술렁 넘기면서 즐겁게 읽어낸 책입니다. 결혼과 성에 대한 저자의 시선은 신선하고 충격적이기 보다는 담담하다고나 할까요... 여자와 남자의 편가르기가 아니라 정말 '인간'이라는 출발점에 잘 맞춰 출발하려는 노력이 돋보였습니다. 게다가 자칫 심심해질 수 있는 부분에서는 아줌마다운 독설어린 입담을 발휘해서 통쾌함을 전해줍니다.

학문과 논리로 점철된 것보다, 이렇게 한 개인, 한 여성의 시각에 담긴 사실들이 어떻게 보면 '진짜 페미니즘'이 아닐까 싶네요. 책장을 덮고 나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통렬한 고민을 하기보다는, '그래...이런 생각도 있구나' 느끼고는 멋있는 부분은 살짝 내 것으로 다듬게 해주는 편안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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