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남극일기>를 보러갔었을땐가, 그 때 아마 영화 시작전에 하는 예고편을 보는데, 다른 예고편보다 확실히 기대를 심어주었던 영화는 스필버그의 <우주전쟁>이었다. 그래서 그 날로 집에 오면서 덜컥 우주전쟁 소설을 집에 사와서 읽기 시작했다.
소설의 배경은 19세기 영국이 배경인데, 당시는 마차가 주 교통수단이라 사람들이 도망갈 때도 마차끌고 도망가고 그랬다. 그런데 거기서도 세 발 달린 기계들이 사람들을 마구 죽이는 장면들이 나왔는데, 나는 소설 읽을 땐 상상력이 빈약해서 그런지 왠지 그 기계들이 굉장히 고철일 것 같단 생각을 했다. 암튼 그럭저럭 읽고 마지막 결말 부분을 읽으면 어쩐지 영화를 잼있게 볼 수 없을 것 같아 50페이지 정도를 남겨두고 책을 덮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영화를 봤다. 먼저 영화에 대해 평을 하자면, 나는 소설이상이었다고 생각한다. 확실히 스필버그는 내 상상 그 이상을 보여줬다. 그런데 정말 한가지 안타까웠던 점이 있다면 영화가 개봉전에 너무 중요한 장면들이 많이 노출되었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많은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무리해서 홍보와 마케팅을 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아마 미리 보지 않았더라면 훨씬 더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었을 작품이었는데, 다분히 장면들을 볼 때마다 이 장면은 예고편에서 봤던거네 하는 생각이 들어 약간은 씁쓸한 생각도 들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영화를 본 것 자체를 후회하진 않는다. 다행히 홍보장면을 보지 못한 장면도 있었기에...
영화를 보면서 가장 후한 점수를 주고 싶었던 건, 역시나 장면들을 연출하는 스필버그나 스탭진들의 상상력이었고, 그 다음이 톰 크루즈의 연기력이었다. 먼저 스필버그에 대한 칭찬을 하지 않을 수 없는게, 미리 소설을 읽어서 어느 정도의 줄거리를 파악하곤 있었지만, 적절한 수준에서 알맞게 각색을 잘 했다는 것이다. 원작의 수준을 떨어지지 않는 한에서 가족을 우선으로 하는 주인공의 묘사도 거의 비슷했고, 약간 설정이 다른 부분도 있긴 했으나, 원작이 표현하고자 했던 부분도 그대로 잘 살린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가장 후하게 점수를 주고 싶었던 건 역시나 볼거리를 너무나 잘 만들었다는 데 있었다.
아마 스필버그의 영화를 본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그는 보는 재미를 절대로 놓치지 않는 감독이란걸... 전세계적으로 히트친 <쥬라기 공원>도 그러하고, <라이언 일병 구하기>나 <마이너리티 리포트>같은 영화를 보면 그가 얼마나 장면 하나하나에 섬세하게 신경쓰고 공을 들이는 지 알 수 있다. 덕분에 관객은 그의 영화를 볼 때 정말 즐겁다. 특히 소설에서도 나왔던 장면이지만, 실제로 외계인들이 들썩거리며 등장하는 장면에선 흥분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아 죽을뻔 봤다. 어디 그뿐인가?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장면들이 수도 없이 나오는데, 그 때마다 긴장감을 늦추지 않게 연출한 대목은 또 어떠한가? 확실히 그는 거장 스필버그란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넘 재밌게 잘 찍었다.
그리고 또 하나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건 톰 크루즈의 연기였다. 그는 확실히 절정의 연기를 보여주었다. 특히 그가 아버지로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너무 멋졌다. 영화를 보고나서 스필버그와 절친하기로 유명한 또 다른 배우 톰 행크스가 떠올라 만약 스필버그가 톰 크루즈 섭외가 안돼서 톰 행크스랑 찍었다면 영화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은 뭔가 좀 어울리지 않는단 느낌이 들었다.(반대로 내 생각이지만 톰 크루즈가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나왔다해도 잘 어울렸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아니 오히려 미국적 애국주의가 훨씬 부각이 잘 되지 않았을까나?) 암튼 그는 선하면서도 가끔씩 호통치는 모습도 멋지고 가족들을 구하기 위해 다른 이들에게 고함치는 모습도 멋졌더랬다. 확실히 스필버그가 그를 캐스팅한건 정말 잘한 일이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반대로 뭔가 2% 부족하단 생각도 들었다. 그건 줄거리의 빈약에서 비롯된건지, 아님 제작진들이 좀 더 수고하지 못해서 발생한건진 모르지만 드라마가 좀 약했단 생각이 많이 들었다. 게다가 끝에는 좀 심하게 표현하자면 약간 허접하게 끝났단 생각도 들었다. 특히나 가장 어이없던건 맨 마지막 장면에서 자신의 전부인이 너무 태평하게 그들을 맞이할 때였다. 어째서 레이(톰 크루즈)와 레이첼(다코타 패닝)만 죽도록 고생하고 그들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보스톤에서 그들을 환영한단 말인가? 이 마지막 장면은 좀 어이없어서 영화가 주는 감동을 조금은 반감시킨 면이 없지 않았다. 어째서 스필버그는 마지막을 이렇게 허술하게 마무리했을까? 집에 돌아와서 동생과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며 줄곧 모든 게 좋았는데, 끝이 너무 이상했단 이야길 했다. 아마 마지막에 좀 더 메시지나 드라마를 적절히 가미했다면 훨씬 더 인상적인 영화가 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 아쉬웠다.
한가지 리뷰를 다 쓰면서 들었던 생각은 예고편 처음에 보고 재미있겠단 필이 오면 그 이후에는 영화 볼 때까지 절대 어떤 예고편이나 홍보영상물을 접하지 말아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영화는 2시간이 채 안되는데, 예고편에서 노출한 재미난 장면이 넘 많았단 생각이 들었었다. 예고편들이 정말정말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킨 일등공신이라 해도 무리가 아니었다. 담에는 절대로 예고편 많이 안봐야겠단 생각을 했다. 하긴 그래도 영화는 넘넘 재미있었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