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하루(春) > [퍼온글] 하루 (春) 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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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깍두기 > 설령 그렇더라도 난 하던 일 계속한다
모래의 여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5
아베 코보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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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성격은 내가 생각하기로는 상당히 단순하고 낙천적이어서 즐거운 일이 있으면 시시덕거리며 삶의 고단함 같은 건 순식간에 잊어버리고, 눈앞의 승부에 열중하며, 삶이란 재밌는 것, 신나는 것, 슬픈 것, 짜증나는 것 등등의 총합이라고 생각하고 더 이상 깊은 생각은 하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

그러나 그러다가도 어느날 똑같이 반복되는 하루하루와, 벌어먹여 살려야 하는 부양가족과, 하루도 안할 수 없는 집안일과, 이제는 그야말로 가족이 되어버려 감정이라고는 일어나지 않는, 코를 드르렁거리며 옆자리에서 자고 있는 남편을 생각하며 사는 게 뭐 이래, 뭐 특별한 거 없나, 나으 가련한 인생에 뭐 화끈한 전환점이 없을까 하는 생각을 안해보는 건 아니다.

나야 뭐 생각 뿐이지만, 실제로 그 전환점을 찾아 자기자신의 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이 책은 너무도 우울하게 인간의 어떤 몸짓도 실은 끊임없이 쌓이는 모래를 퍼내고 또 퍼내어 기껏 현상을 유지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말을 우리 앞에서 중얼중얼 거린다.

경련.....똑같은 반복..........늘 다른 일을 꿈꾸면서 몸을 던지는 여전한 반복.....먹는 것, 걷는 것, 자는 것, 재채기, 고함, 성교.......

늘 똑같은 일상이 지겨워서, 새로운 곤충의 변종을 찾아 자신의 이름을 곤충도감에 올리고 싶은 명예욕에 잠깐의 일탈과 모험을 꿈꾼 남자는 결국 모래로 뒤덮힌 마을에 갇혀 마을의 현상유지를 위해 끊임없이 모래 속에서 모래를 파내는 반복적인 노역에 종사하게 된다. 처음에는 탈출을 꿈꾸고 실제로 시도도 해보았던 남자는 점점 모래 속에서 모래에 동화되어 탈출시도는 그냥 '희망'이라는 무지개로 남겨두고 실제로 탈출이 가능한 시점에서는 정작 도주 수단은, 그 다음날 생각해도 무방하다 며 주저앉아 버리고 만다. 그도 깨달은 것이다. 탈출해서 간 다른 곳도 결국은 똑같은 곳일 거라는 것을.

본문에 이런 예가 나온다. 농촌 총각이 일해서 땅을 늘리면 일거리가 더 늘어나는 농부의 생활을  '더 이상을 참을 수가 없어서' 가출을 한 끝에 일자리를 얻었으나

그래서요? / 그러니까, 거기에 다니겠지..../ 그래서 그 다음에는......./ 그 다음에는 뭐 월급날이 되면 월급을 받았을 테고, 일요일에는 옷을 입고 영화나 보러 가고 그랬겠지/ 그러고는요?..........

이렇게 생각하면 인간이 하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늘 다른 일을 꿈꾸면서 몸을 던지는 여전한 반복...... 그래, 사람이 하는 일 중 이 말의 범주를 벗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기를 쓰고 돈을 모으고, 자기가 믿는 무언가에 자신을 바치고, 아이들과 남편과 복닥거리고, 조금이라도 나아지려고 혹은 이득을 보려고 안달복달하는 인간들에게 '너희가 하는 그 일, 사실은 모래에 파묻혀 가는 마을에서 끊임없이 모래를 파내는 일과 같은 것이야' 라는 말처럼 냉정하고 잔인한 말이 또 있을까. 하루라도 안 쓸고 닦으면 머리카락과 먼지로 뒤덮이는 집안꼴과 매일 나가서 노동하지 않으면 당장에 무너져 버릴 이 세상 대부분의 가정과, 감정 없이도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섹스, 이 모든 것에 '무의미함'이라는 냉정한 판결을 가차없이 내려버리는 잔인무도함이라니!

그런데 참, 인간이란 것이 묘해서 이런 냉정한 선고를 받고도 발딱 일어나서 '그래서 어쨌단 말이야. 누가 당신에게 그런 의미부여해 달랬어? 맘대로 생각하시지. 난 하던 일 계속할테니' 라고 말하게 만드는 그 무엇이 마음 속 깊은 곳에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오기라고 생각해도 좋고, 깨달음이나 해탈의 경지라고 생각해도 상관없고, 바보니까 그런다고 해도 뭐라 말 안하겠다. 그냥 그 모든 게 설령 무의미하다 하더라도, 난 자진해서 내일도 직장에 나갈테고, 식구들에게 밥을 차려 줄 것이고, 투덜대면서 방바닥의 머리카락을 줏을 것이고, 애들과 남편에게 뽀뽀도 해 줄 것이다. 그리고 사소한 것에 목숨도 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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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깍두기 > 뜨거워, 뜨거워!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8
라우라 에스키벨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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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런 게 마술적 리얼리즘이라는 겁니까? 아주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태연한 듯이 사실과 섞어서 얘기하는군요. 그게 아주 매력적입니다. 주인공은 연인이 선물한 분홍색 장미를 꼭 껴안고 가시에 찔려 피를 흘려서 그걸 빨간 장미로 만든 후, 그 장미잎으로 요리를 만듭니다. 그 요리는 한 여자의 감정을 폭발시켜 그녀는 자기의 열기로 목욕통을 불태우고(비유가 아니고 진짜로 말입니다) 발가벗고 들판으로 나가 한 남자를 만나 말을 달리며 사랑을 나눈 후(그게 가능한 일일까요?) 창녀가 되었다가 혁명군 장교가 되었다가. 이런 얘기를 별다른 수식도 변명도 없이 어제 옆집에서 일어난 일인 것처럼 얘기합니다.

한두번이 아니고요, 시도때도 없이 그런다니까요. 주인공 티타가 태어날 때 흘린 눈물이 마른 후 말라붙은 소금을 쓸어모았더니 5kg 푸대자루로 한가득이었다, 티타가 결혼준비를 하면서 뜨게질로 뜨기 시작한 담요가 20년 후에 3헥타르나 되는 농장전체를 한바퀴 두르고도 남았다, 성냥을 먹고 뜨거웠던 추억으로 성냥에 불을 붙여 불타 죽었다, 언니와 결혼한 자기의 연인 페드로의 아이가 태어나자 처녀인 티타의 가슴에서 젖이 흘러넘쳤다, 이런 얼토당토 않는 이야기가 너무나도 리얼한 감정묘사 중간중간에 태연자약하게 등장합니다.

제가 신기하게 생각한 것은요, 이런 황당무계한 이야기가 사실은 주인공들의 감정을 표현하기에 너무도 적절하다는 사실입니다. 늙은 엄마의 노후를 보살피기 위해 평생 결혼하지 않고 살아야하는 막내로 태어나면 누구라도 5kg이 아니라 5톤은 되는 짠 눈물을 쏟아내고 싶을 것이며, 열몇살 때 부푼 가슴을 안고 혼수를 마련하고자 시작한 뜨게질로 20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의 기다림을 표현하자면 3헥타르가 아니라 지구를 한바퀴 두르고도 남을 것이고, 사랑하는 남자와 그의 아이를 자기 것으로 생각하는 마음은 처녀의 가슴에서 젖 아니라 그보다 더한 것도 생산할 수 있지 않겠는가요. 리얼리즘이란 이런 것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2. 진정한 에로틱이란 이런 것입니다. 

페드로의 눈길이 티타의 가슴에 머무를 때까지 두 사람은 황홀경에 빠진 채 서로 마냥 바라보기만 했다. 티타는 맷돌질을 멈추고는 페드로가 잘 볼 수 있도록 몸을  꼿꼿하게 세워서 자랑스럽게 가슴을 펼쳤다. 이 뜨거운 탐색전으로 두 사람의 관계는 영원히 바뀌었다. 옷을 뚫는 듯한 강렬한 시선을 나눈 후로는 모든 게 전과 같지 않았다. 티타는 그제서야 자신의 몸을 통해 비로소 깨닫게 된 것이다. 모든 물질이 왜 불에 닿으면 변하는지, 평범한 반죽이 왜 토르티야가 되는지, 불 같은 사랑을 겪어보지 못한 가슴은 왜 아무런 쓸모도 없는 반죽 덩어리에 불과한 것인지 그제야 알 것 같았다. 그 짧은 시간 동안 페드로는 전혀 손을 대지 않고서도 티타의 가슴을 순수한 소녀의 가슴에서 관능적인 여인의 가슴으로 바꿔 놓았던 것이다.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에로틱이라니, 너무나 높은 경지 아닌가요? 읽다보면 정말 '섹시하다'고 느끼게 되는 장면이 많이 있습니다. 노골적인 표현도 없이 말이죠. 왜 그럴까 곰곰히 생각해 보았는데 이야기의 처음부터 여러가지 음식에 대한 얘기로 후각과 미각을 자극하고, 그런 것들은 추억을 떠오르게 하고, 감각을 극대화시키는 것 같습니다. '음식과 섹스'라니, 남들은 그 상관관계에 대해 이해하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난 전혀 상관없는 것이라 여겼는데 이렇게 연결이 되더군요. 난 몰랐지 뭡니까.

3. 근데 참 이 간악하게도 현실적인 아줌마는 이렇게 불타듯 뜨거운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티타의 인생의 나중에 등장하여 그녀를 구원하여 주고 따뜻하게 보살펴 주며 모든 것을 알고도 이해하고 청혼하는 존이란 의사선생님을 보며 "티타, 존이 더 나아. 페드로랑 맺어져봤자 고생길이야. 존을 선택해!"라고 부르짖고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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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깍두기 > 나를 혼란스럽게 한 소년
빨간 귀 - 레제르 만화 컬렉션
장 마르크 레제르 그림 / 열린책들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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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덮고 나서 난 한동안 혼란스러웠다. <빨간 귀>란 이상한 아이가 내 머릿속을 헤집어 놓은 것이다. 난 얘가 좋기도 하고 싫기도 했다. 왜 그런걸까?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은거지, 왜 이렇게 마음을 못 정하는 걸까?

자, 이제 난 알았다. 왜 그랬는지. 나는 빨간귀였다. 그래서 내가 빨간귀를 좋아했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애의 부모이고 선생이었다. 그래서 난 그애가 싫었던 거다.

빨간 귀는 어린 소년이다. 그러나 귀엽고 순진한 소년은 절대 아니다. 부모님의 벗은 몸을 엿보고 그걸 그림으로 그려서 어른들을 당황시키고, 수업시간엔 선생님의 설명보다는 배꼽티를 입은 선생님의 몸매에만 정신을 집중시키며 야한 그림을 보고 마스터베이션을 하는, 만일 현실에서 만난다면 절대 좋아할 수 없는 소년이다. 어른들은 이 소년을 좋아할 수 없다. 그래서 빨간 귀는 끊임없이 맞는다. 부모님에게, 선생님에게, 지나가는 어른에게. 하도 따귀를 얻어맞아서 귀가 빨개졌다. 그래서 빨간 귀다. 그런데 이 소년은 절대 굴하지 않는다. 빌지도 않고, 반항하지도 않고, 대꾸도 않는다. 다만 줄기차게 계속할 뿐. 어른들이 못하게 하는 바로 그것을 말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아무리 맞아도 굴하지 않고 계속하는 것이다.

나는 그애의 부모이고 선생이다. 나는 나 자신을 잘 안다. 내가 머릿속으로 아무리 반항적인 아이를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해도 막상 그런 녀석과 부딪히면 나는 마음의 평정을 찾기가 어렵다. 나는 기존질서고 기성세대인 것이다.

그러나 난 빨간귀이기도 하다. 나를 억압하는 모든 것, 내 자유의지를 가로막는 것에 대해 나는 머릿속으로 찢어발기고 때려부순다. 단지 머릿속으로만. 그런데 책속의 빨간귀가 내가 하고 싶은 걸 대신 해주는 것이다. 굴하지 않고 전진하기. 누가 뭐래든 하고 싶은 것 하기.

넌 빨간귀였어. 지금도 빨간귀고. 그러니까 네가 만나는 어린 빨간귀들에게 잘해주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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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놀자 > The pianist <명장면>


쇼팽  <녹턴 No.20 C#Min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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