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하루(春) > 그 사람, 허진호가 궁금하다

9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다니던 K대학의 뒤편에는 경월소주 공장이 있었다. 아마 거기는 공장 겸 본사였을 거다. 강원도의 소주는 경월소주다. 그 당시 많이 마신 소주는 단연 경월이었다. 그걸 거꾸로 부르는 얄미운 남자들도 많았는데... 아무튼 그 회사는 강릉 사람들에게 좋은 회사로 각인되어 있었다. 지하수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경월의 최돈웅 사장은 무소속으로 총선에 출마했고, 높은 지지도로 당선되었다. 그리고 돈을 기부한 후 한나라당 의원이 되어 버렸다. 경월 사장직도 내놓았다. 그 회사는 두산에 넘어갔고, '산(山)'이라는 소주를 내놓았다. '경월(鏡月)'이라는 이름은 이제 사람들 뇌리에서 잊혀지는 일만 남았다.



허진호 감독은 강원도를 배경으로 영화를 2편이나 만들었다. 이번 영화의 배경은 삼척이다. 지방공사 강원도 삼척의료원과 바로 옆의 삼흥모텔이 영화의 주배경이다. 옷을 벗어버린 겨울의 앙상한 나무들과 열매를 훌훌 털어버린 황량한 겨울 들판...

그의 첫 장편 <8월의 크리스마스>는 주차단속원과 나이 많은 사진사와의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이었고, 두번째 장편 <봄날은 간다>는 더이상 사랑에 치이고 싶지 않은 이혼녀와 사랑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고 있는 미혼남과의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이었다. 2001년 추석 두번째 장편을 내놓았던 허진호는 이제 유부녀와 유부남의 이루어질 수도 있는, 전작들에 비해 훨씬 대담한 작품을 들고 돌아왔다.

솔직히 쓸쓸하거나 애잔하지 않았다. 허진호만의 매력을 느끼기 힘들었다. 엔딩이 너무 약한 느낌. 뭔가 좀 더 던져줘야 할 것 같은데 끝을 확실히 맺지 못한 것 같은 아쉬움이 있다. 조성우 음악감독의 음악들은 유키 구라모토의 것과 비슷해진 것 같고... 그래도 마음은 아프다. 손예진과 배용준 모두에게 호감을 갖고 있지 못했는데, 이제는 기대를 해도 좋을 것 같다. 허진호 감독은 왜 이런 영화를 자꾸 만드는 걸까? 그 사람, 무슨 생각을 하는지 여전히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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